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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215화 (215/228)

제215화

제215화 테논스 해전 (3)

검은 고래 군단의 군항에는 대형 군함도 정박해 있었지만, 소형 군함의 수도 많았다.

네더만과 일행들의 목표는 바로 그 소형 군함이었다.

“이쪽으로.”

근 1년 동안 내부에 물건들을 납품하며 지리를 익힌 헨손이 가장 앞에서 그들을 인솔했다. 그가 손짓하자 그 뒤를 네더만, 알렌, 이리엘, 유리아가 따랐다.

병사들의 복장을 한 남자들과 달리, 이리엘과 유리아는 간호병의 복장이었다.

그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제국군 사이를 당당하게 가로질렀다.

“너희들은 뭐 하는 새끼들이야!”

남들과 다른 길로 빠져나가는 그들을 발견한 지휘관이 소리쳤다.

“저쪽으로 가야지! 어디로 처가고 있어! 너희 소속이 어디야!”

“충성!”

헨손은 군기가 바짝 든 병사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거수경례를 했다.

“중위 헨손! 소형 군함을 출항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소형 군함?”

“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부상자들을 건져 내라는 아리헨 소령님의 명이 있었습니다!”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리쳤다.

“빨리 움직여!”

“네. 알겠습니다!”

“잠깐.”

다시 막 달려 나가려는 그들을 지휘관이 붙잡았다.

“고작 다섯이서?”

소형 군함이라고는 하지만, 고작 다섯이서 출항 준비를 빠르게 마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으면 인원을 바로 충원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알았다. 너희들도 따라가!”

지휘관은 뒤쪽에 서 있던 어중이떠중이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얼타고 있던 병사들이 헨손의 뒤로 쪼르르 붙었다.

“그럼 이쪽으로.”

얼떨결에 부하들까지 얻은 헨손은 능숙하게 소형 군함을 향해 달렸다.

그러고는 출항 준비를 위해 신속한 명령 하달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출항을 시작한다-!”

과거 프렌치아의 해군 장교 출신이었던 그는, 병사들의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정신없이 휘둘렀다.

“똑바로 해, 인마! 줄 꽉 당겨!”

헨손의 강렬한 지시가 네더만을 향했다.

중년의 나이었지만, 현재 그의 가슴팍에는 상사의 계급장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계급장일 뿐이었다.

어이가 없어진 네더만이 그를 바라보았다.

과몰입하여 진두지휘하던 헨손은 그 시선을 못 본 척 다급히 고개를 돌리고는, 다른 병사들을 더욱 채찍질했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발이 보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형제들은 죽어 나가고 있다!”

그 형제들을 죽이고 있는 적이 바로 본인의 편이었지만, 그는 정말이지 제국군 같았다.

그의 다급한 채찍질 덕분에 함께 딸려 온 병사들은 일행들의 정체를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 보니, 군함은 어느새 어둠이 내린 해변을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었다.

출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자, 헨손은 갑판 위로 병사들을 모았다.

구체적인 임무를 하달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소리쳤다.

“좋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바다에서 순직한 동료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저 힘차게 대답했다.

바다에 빠진 동료들을 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겠지.

하나, 그 말의 진위는 조금 달랐다.

콰직!

그들의 뒤편에서 섬광이 번쩍이는 동시에, 군기가 바짝 든 채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던 이들의 목이 날아갔다.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새하얀 검광을 몸으로 받았다.

출항을 도왔던 병사들은 붉은 핏물을 뿌리며 힘없이 허물어졌다.

그들의 시체를 일행들은 모조리 바다에 던졌다.

그리고 배 내부를 밝히던 횃불을 모두 껐다.

군함은 순식간에 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방향은 나침반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전장이 벌어지고 있는 저편은 불빛이 떠 있었다. 덕분에 어둠 속에서도 군함은 방향을 잃지 않고 죽죽 나아갈 수 있었다.

항구에서 강렬한 빛줄기가 솟아오른 건 그때였다.

피슈우웅! 퍼버벙!

폭발하듯 터진 빛 무리가 일순 밤바다를 훤히 비췄다.

잠시나마 일대가 낮이 된 것처럼 밝아졌다.

“저 뒤를 쫓아라-!”

일행들이 타고 있던 군함을 뒤쫓아 오는 소형 군함들이 있었다.

밤바다가 다시 어둠에 잠겨 있었다. 빛이 터진 후 내린 어둠은 시야를 앗아 간 듯했다.

“쳇. 일찍 걸렸네.”

네더만이 혀를 찼다.

자신들을 알아채는 속도가 빨랐다.

일단 테논스 항구를 포위하고 있는 군함들과 거리는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피해 도망갈 만큼은 아니지만, 따라 잡히기까지 여유 시간이 있다는 의미다.

“내가 나서야 하나.”

네더만은 검을 쥐며 배의 후미에 섰다.

일단 저들부터 떼어 내야 한다.

적들의 배는 횃불을 품고 있었다.

이쪽에서 보면 허공에 뜬 불길들이 빠르게 밀려오는 듯했다.

그들은 노까지 저어 가며 빠르게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

또한 저편에 전쟁 중이던 배들도 방향을 틀고 있었다.

일정하게 흐르던 불길이 선회하며 방향을 틀고 있었다.

빛의 폭발이 있을 때 자신들을 발견한 듯했다.

일단 뒤편의 추격자들이 배를 붙이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저쪽이야 제네스가 알아서 하겠지.

“네더만 씨만 믿을게요!”

소형 군함은 총 다섯 척.

네더만은 군함 안에 있던 작은 배를 바닷가에 띄우고 그곳에 내려섰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는 저들에게 당할 터.

“다녀오세요!”

네더만은 일행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 * *

어둠을 밀어내는 빛이 터져 나가는 순간, 나는 네더만과 일행들이 작전을 수행했음을 확신했다.

군함들에 가려 그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소형 군함을 빼돌린 것을 들킨 것이겠지.

상황은 수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막아!”

“저쪽이다!”

나는 갑판을 징검다리처럼 건너며 제국 놈들을 베고 있었다.

간혹 군함도 베었다.

군함을 베는 것은 확실하지만 까다로운 일이었다.

그 거대함과 보안 마법으로 둘린 단단한 강도는 그것을 베기 어렵게 했다.

나도 완전히 두 동강 낼 수 있을 때만 검을 그었다.

적의 군항은 내가 공략한 날개와는 정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다.

나는 가로로 뻗은 포위망의 끝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배를 빼돌렸으니, 더 이상 이곳에서 시선을 끌어 줄 이유가 없었다.

이제는 일행들의 뒤쫓을 군함들을 막아 세워야 한다.

“잡아!”

적들의 고함이 사방에서 일었다.

나는 높이 솟은 돛대를 밟고 손쉽게 그들의 머리 위를 넘었다.

걸음을 옮기는 동시에 돛대를 베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목이 쓰러지듯 커다란 돛대가 기울어지며 갑판을 덮쳤다.

나는 벌목을 하듯 앞으로 나아가며 그것들을 베었다.

내 뒤에 놓인 군함들은 벌거숭이 산인 양 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배였다.

시야가 훤히 트였다.

“크하하하! 이 쥐새끼 같은 놈아, 더 이상 갈 곳이 없느니라!”

나를 뒤따라 온 기사들이 많았다.

모두 익스퍼트 상급은 넘어섰을 테지.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나를 보며 분통을 삼키고 있었나 본데.

날 잡아 봐야 본인들이 뭘 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들도 금세 그것을 깨달은 듯했다.

감히 내게 다가오지 못했다.

나는 시선을 저편에 두었다.

일행들을 쫓는 적들의 군함은 도약해서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멀었다.

그들이 잠시나마 승리의 미소를 지었던 이유였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바다를 향해 뛰어내렸다.

참방.

발끝이 깃털처럼 수면에 내렸다.

발바닥에 담기는 반발력이 강물보다 단단하다.

천령신공 경신편.

제3장 수상비(水上飛).

발끝이 수면을 밀어내는 순간 물기둥이 사선으로 솟아올랐다.

군함이 갸우뚱할 정도로 강한 폭발.

나는 그 반발력으로 앞으로 쏘아졌다.

수면 가까이 나는 새처럼 비행했다. 내가 나아가는 것을 따라 바람이 갈라지며 물결을 쐐기꼴로 밀어냈다.

적들의 배는 몇 걸음 박차지 않았음에도 금세 간격이 좁혀졌다.

“쏴, 쏴라!”

나를 발견한 이들이 활에 화살을 걸었다.

이내 어둠에 잠긴 화살비가 날아든다.

굳이 보지 않고 공기의 파공음만으로도 얼마나 빼곡하게 떨어지는지 알았다.

나는 한 손으로 수면을 짚으며 몸을 선회했다.

동시에 발바닥으로 수면을 쓸었다.

촤아아아악!

회전하는 발길에 눌린 수면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며 물의 장벽을 일으켜 세웠다.

장대비처럼 쏟아지던 화살들은 그 물기둥에 파묻히며 나무 막대가 되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나는 내가 일으킨 물의 벽을 뚫으며 전진했다.

“막아라!”

다급한 적장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는다.

하나, 나는 이미 그들의 배 위에 올라 있었다.

조금의 지체 없이 오른팔이 흔들리며 섬광이 번쩍였다.

콰과과과과광!

* * *

“이런.”

네더만은 멀찍이 멀어진 배를 보며 혀를 찼다.

그의 주위로는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다섯 척이나 되는 군함에 타 있던 이들을 모두 작살낸 그의 칼날에는 선홍색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언제 저기까지 간담.”

노를 저어서 쫓기 위해서는 꽤나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듯했다.

그로서는 참으로 귀찮은 일이었다.

“제네스 녀석처럼 가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수면을 박차고 가는 녀석의 움직임은 소드 마스터가 되었어도 쉽사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가다가는 배에 닿기도 전에 마력이 바닥날 터.

정말이지 여러 의미로 인간이 아닌 놈이다.

네더만은 부지런히 노를 저어 멀어진 일행들을 쫓았다.

저편에서는 날뛰는 제네스에 의해 적들의 군함이 박살 나고 있었다.

“정말이지 무자비하고만.”

매번 놀라면서도 또 놀랄 수밖에 없는 무력이다.

대체 저놈을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없다.

그저 적으로 안 만나는 게 최선이다.

고개를 내저은 네더만은 노를 젓는 속도를 올렸다.

파바바바밧!

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돌아가며 뒤편으로 포말이 높게 튀었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일행들이 탄 군함과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그리고 그 거리가 도약하여 도달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왔을 때, 자리에서 일어난 네더만은 배를 꾹 밟으며 뛰어올랐다.

콰과과광!

앞으로 쏘아지듯 나아가던 배의 선미가 고꾸라지며 수면에 부딪쳐 박살이 났다.

힘차게 도약한 네더만은 군함의 갑판에 쉬이 안착했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등장한 네더만에 일행의 시선이 금세 몰렸다.

“네더만 씨!”

네더만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사이 죽은 자는 없지?”

“물론입니다!”

알렌이 씩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일행들은 갚판에 서서 저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더만 또한 그 옆에 나란히 섰다.

“무지막지하고만.”

허공에 뜬 불길이 일렬로 기다랗게 늘어서 있었다.

마치 검은 하늘에 불길이 깔린 듯했다.

그 불길에 드러난 적의 군함은 바다를 가득 메운 유령선처럼 보였다.

온 바다를 그들이 차지한 듯했다.

그런 군함의 행진을 막아선 거뭇한 인영이 있었다.

마치 바다 위에 서 있는 듯하다.

산산이 부서진 채 불타오르는 군함의 잔해들로 인해 일대의 풍경이 눈에 잘 보였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군함들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존재였다.

마차 앞에 놓인 돌멩이만큼이나 작을 터였다.

하나 저들은 그 작은 조약돌을 넘지 못할 것이다.

제네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행들은 그것을 확신했다.

점차로 제네스의 뒷모습이 멀어져 갔다.

부서진 잔해를 밟고 서 있던 제네스는, 뇌운검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그는 프렌치아로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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