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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220화 (220/228)

제220화

제220화 마지막 장벽 (1)

성문이 날아간 자리에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는 손짓으로 그것을 쓸었다.

운무가 휘감겨 창공으로 흩어지자, 성문 너머의 광경이 눈에 담긴다.

무장한 기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었다.

번-쩍!

강렬한 섬광이 전방을 덮는다.

적의 전열을 기다랗게 쪼개 버리는 참격.

빛이 사라진 자리로 붉은 핏물이 이지러진다.

나는 적들의 시체를 밟고 나아갔다.

넓은 대로가 죽 뻗어 있었다. 이 대로는 도심을 가로질러 황제에까지 닿을 터였다.

섬전의 빛줄기가 끊임없이 터져 나갔다. 적진은 그것에 분해됐다. 기사들의 대열을 한차례 걷어 내고 나니, 나는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도심에 들어서 있었다.

길목은 고요했다.

시민들도, 내 앞을 막아 오는 병사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휑하게 뻗은 대로만이 걸음 앞에 놓여 있었다.

내가 이곳을 지날 걸 미리 예측한 듯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테논스 항구부터 이곳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경로를 비틀지 않았으니까.

제국의 국토 위에 직선을 긋듯 길을 따라 쭉 달려왔다. 내가 어느 쪽 성문에 도착할 것인지 쉬이 예측할 수 있었을 거다.

그랬기에 시민들을 모두 대비시켜 둔 것이겠지.

나도 이편이 좋았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아도 좋으니.

쿵!

발끝에 힘을 싣는 순간, 주변의 풍경이 흐릿하게 뭉개진다.

검은 빛살처럼 쏘아지는 신형.

나는 단숨에 대로를 돌파하고자 했다.

온몸이 짓눌리는 감각이 느껴진 것은 그때였다.

깃털처럼 가볍게 나아가던 몸놀림이 일순 천 근을 짊어진 듯 둔해진다. 거대한 손바닥이 머리 위에 얹어진 듯했다. 순간, 마치 수면을 뚫은 것처럼 대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나아가던 속도가 그렇게 급감하자, 주변에서 적들의 공격 마법이 날아들었다.

세차게 타오르는 불덩이, 단단히 얼어붙은 창, 폭발하는 뇌전 등.

여러 속성의 공격 마법이 광범위하게 주변 지역을 점하며 쏘아졌다.

나는 무거워진 걸음으로 다시 한번 지반을 찍었다.

천령신공 보법편.

제2장 추뢰(追雷).

발끝에서 뇌력이 터져 나간다.

지반을 터트리며 나아간 몸이 찰나에 가속한다.

한 줄기 벼락처럼 공간을 관통하는 신형.

적들의 공격 마법은 모두 내 뒤에서 떨어져 내렸다.

콰과과과과과광!

나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며 적들의 마법을 피했다. 곳곳에서 날아드는 요격 마법은 꽤 매서웠다. 몸이 무거워졌기에 더욱이 그랬다.

마치 심해에 가라앉는 듯한 기분.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것은 나를 더욱 옭아맸다. 공간 자체가 나를 옭아매는 듯하다.

중력계 마법이 길가에 깔린 듯한데, 보안 마법과는 또 달랐다.

대로 자체에 결계가 쳐진 듯했다. 너무 광범위하여 무극천승심결로도 끊어 낼 수 없었다.

하나 짓쳐들어오는 공격 마법들의 속도는 경쾌했다.

그것들은 마치 물고기가 유영하듯 재빠른 속도로 내게 쏘아진다.

폭발적으로 전진하던 발바닥이 순간 부드럽게 바닥을 쓸었다.

천령신공 보법편.

제3장 수류(水流).

곳곳에서 터지는 마력의 폭풍 사이를 나는 물 흐르듯 지나쳤다.

물길이 고랑을 따라 흐르고 바위를 돌아 흐르듯 자연스레 마력의 폭풍 속을 흐르듯 나아갔다.

적들의 마법은 모두 애먼 바닥과 건물을 부술 뿐이었다.

고작 이 정도로 내 옷깃을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몸이 무거워졌다면, 더 강하게 지면을 박차면 될 일이었다.

나는 심해의 바닷속과 같은 무거운 세계를 일상처럼 누볐다.

굳이 마법사들의 목을 베는 수고는 들이지 않았다. 마법사들의 굼뜬 걸음으로는 어차피 내 뒤를 쫓을 수 없으니.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적들의 몰살이 아닌 황제의 목.

하찮은 것들의 목숨까지 관여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적들의 마법과 함정을 피하며 황성의 성문을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그들이 깔아 놓은 덫은 내 발목을 잡지 못했다.

멀찍이서 날아든 마법이었다. 범위가 넓다 한들 내 눈에는 한눈에 읽혔다.

나는 어느새 대로를 가로질러 황성의 성문을 앞에 두고 있었다.

중력의 결계를 벗어나자 몸이 바람에 날아갈 것처럼 가볍다.

“멈춰라-!”

드높게 솟은 황성의 성벽.

그 위에서 노성이 터져 나온다. 급히 외치는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그들의 예상보다 대로를 빠르게 돌파했나 보다.

나는 성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감히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천한 것이 발길을 디디는 것이야!”

성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온몸을 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자.

제국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해 보였다. 하나 내가 걸음을 멈춘 것은 그자의 노성 때문은 아니었다.

드높은 황성의 성벽 위로 그려지는 마법진.

그 직경이 5m를 훌쩍 넘어설 듯했고, 무려 13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그려지고 있었다.

쿠오오오오오!

그 마법진 속에서 막강한 기파를 가진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체고만 해도 무려 5m에 이를 정도의 거인들.

온몸이 덥수룩한 털로 뒤덮인 그것들은, 전체적인 체형이 인간과 비슷했지만 몸뚱이의 넓이는 오우거처럼 비정상적으로 컸고, 팔이 땅에 끌릴 듯 기이하게 길었다.

성벽을 지키기 위해 가디언으로 만들어진 것들.

그들의 가죽에 덧입혀졌을 강화 마법만 생각해도, 방어력과 공격력이 같은 체급의 몬스터와 비교해도 격이 다를 터였다.

이 정도면 익스퍼트 최상급에 이른 자도 까다로워할 만한 전력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 개체 수가 무려 열셋이었다.

확실히 성문보다도 단단한 문지기일 터.

“당장 저 벌거벗은 사자 새끼를 찢어발기거라!”

기세가 등등해진 지휘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그를 따라 무어라 소리치는 자들. 시끄럽다.

콰직!

섬광이 번쩍이는 순간 고함을 내지르던 자의 머리통이 사라졌다.

몸뚱이만 남은 시체가 기우뚱하더니 성벽 아래로 낙하했다.

지면과 부딪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소란스럽던 성벽이 고요해진다.

가디언들은 그것이 신호인 양 내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무기조차 쥐지 않았다. 온몸이 곧 무기였다.

동공 구분 없이 시뻘건 눈길이 내게 강렬한 적의를 보낸다.

가장 먼저 날아든 녀석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린 다음 그대로 지면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지면이 박살 나며 잔해가 높이 튀었다.

나는 이미 측면으로 빠져나온 뒤였다. 그런 내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가디언이 있었다. 거대한 덩치와 달리 움직임은 원숭이처럼 날렵하기 짝이 없다.

나는 이어지는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검을 그었다.

콰아앙-!

칼날과 몸뚱이가 부딪쳤음에도 절삭음이 아닌 뭉툭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칼날에 진한 반동이 머문다.

가디언은 멀찍이 날아가 처박혔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생각보다 가죽의 강도가 더 단단했다.

기이이이잉!

뇌운검의 검신이 거세게 진동하며 푸른 강기를 피워 냈다.

4m쯤 이르는 검강이 칼날 위로 덧씌워진다.

발바닥이 지면을 밀어내는 순간, 거대한 푸른 칼날이 사선으로 떨어져 내리는 궤적을 그린다.

그 궤도에 놓인 가디언의 몸뚱이에서 섬뜩한 절삭음이 울렸다.

바로 조금 전 칼날과 뭉툭하게 충돌한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금의 걸림도 없이 두부처럼 깨끗하게 베였다.

“크아아아앙!”

한 녀석의 몸뚱이가 갈라지자, 남은 녀석들이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세차게 돌진하며 몸뚱이를 던지고 긴 팔을 멋대로 휘두르며 나를 짓뭉개려 한다.

원숭이 떼가 달려드는 것처럼 체계적이지 않은 움직임이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더 위협적이게 다가왔다.

다음 패턴이 예측이 불가하다.

그래서 다음을 주지 않을 생각이다.

푸른 섬광이 하나의 궤적을 그릴 때마다 적들의 몸뚱이가 잘려 나갔다.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리고 몸뚱이가 양단됐다.

그럼에도 녀석들은 조금의 두려움 없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것들을 그저 베어 냈다.

흐르듯 이어지는 궤적에 녀석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든다.

끝으로, 사선으로 치켜 올라간 궤적이 마지막 남은 녀석의 몸뚱이를 양단하며 지나쳤다.

동시에 칼날을 타고 솟아올랐던 강기의 칼날이 빛 가루로 소멸했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녀석들의 몸뚱이를 지나 성문으로 향했다.

그런 내 앞을 막아 오는 것들은 없었다.

성벽 위에 있던 이들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성문을 뚫는 걸 막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거다.

성문 앞에 이른 나는 활짝 편 왼손을 뒤로 당겼다가 앞으로 밀어냈다.

천령신공 기예편.

제2장 나선회류파(螺線回流波).

손바닥 위로 세계가 휘감겨 온다. 깊은 구멍이라도 뚫린 듯 모든 것이 빨려 들어오고 있었다.

그 중심에서 동그랗게 압축되며 나선으로 회전하는 강기.

콰아아아아!

세찬 바람이 주변에 휘몰아쳤다.

성문의 강도는 단단했다.

당시 총독부였던 프렌치아 왕성의 성문보다 2배는 단단할 듯했다.

보통의 전력으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할 테지.

강렬하게 압축된 내력이 필요했다. 나선회류파는 그에 제격이었다.

손바닥 위로 압축된 강기의 덩어리가 성문에 부딪혔다.

그러나 놀랍게도 성문은 그것을 견뎌 냈다.

쿠구구구구구구!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기와 맞닿은 면부터 시작된 균열이 쩌저적 소리를 내며 성문 전체로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성문이 천둥소리와 같은 비명을 지르며 함께 터져 나갔다.

머리칼이 사납게 나부낄 정도로 세찬 폭풍.

그때 그 내부에서 솟구치는 마력의 파동이 있었다. 그 안에 잠겨 있던 마력의 수식들이 함께 폭발하며, 세찬 돌풍이 몸을 흔들어 왔다.

성문이 붕괴하는 동시에 폭발하도록 설계된 마법인 듯했다.

불꽃을 품은 마력의 파동이 여러 차례 터져 나간다. 누군가 근방에 있었다면 그 폭발의 충격파만으로도 심각한 내상을 입을 정도로 강력했다.

구오오오오오.

한차례 크나큰 울림이 지나고, 나는 뿌연 운무 속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흩어지는 먼지구름을 따라 내 몸을 둘러싸고 있던 빛무리 또한 천천히 흩어진다. 폭발의 정면에 있었음에도 나는 외상은 물론이거니와 외상도 전혀 입지 않았다.

강기를 호신을 위해 두른 탓.

극의에 이른 호신강기였다. 고작 이 정도의 불꽃으로는 내게 피해를 줄 수 없었다.

나는 황성의 내부에 발을 디뎠다.

내 앞으로는 대오를 이룬 기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사뭇 비장한 태도.

하나 그들과 맞서기도 전에 전신을 휘감아 오는 것들이 있었다.

겹겹이 쌓인 보안 마법들.

모두 저주의 힘을 품은 것들이었다.

내 상태를 악화시키고 전투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수작.

저주의 수식들이 색색의 사슬이 되어 내 몸을 구속해 온다.

하나, 그것들의 본질은 내게 훤히 보였다.

천령신공 심법편.

무극천승심결(無極天昇心結).

삼단전의 진기가 공명하며 무수한 고리의 파동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내 몸을 옥죄여 오는 수식의 사슬들을 단숨에 밀어냈다.

팽창하려는 고리와 구속하려는 사슬이 일대의 반경을 감싸며 힘겨루기를 했다.

하나, 구속의 힘은 팽창하는 고리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씩 끊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콰아아아아아앙-!

완전히 터져 나가며 산산이 흩어졌다. 색색의 꽃잎들이 흩날리는 듯했다.

동시에 그것과 연동되어 마력을 부여하고 있던 구조물들이 곳곳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나는 다시 산뜻한 걸음을 옮겼다.

상황을 파악한 기사들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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