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222화 (222/228)

제222화

제222화 마지막 장벽 (3)

손끝이 흐릿해지는 순간, 검기가 내달렸다.

단장, 히킬레온의 목을 향해 쏘아진 초승달 형태의 참격. 다른 이능은 한 번씩 상대해 봤지만, 그의 이능을 알지 못했다. 확인이 필요하다.

누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콰아아앙-!

검기가 새처럼 나는 륜과 부딪치며 폭발했다.

허공을 자유로이 비행하는 륜이라면 드레어스산에서 만났던 이능.

나는 그것을 사용하는 이를 확인했다.

그때 후방에서 불쑥 솟아나는 이가 있었다.

공간 도약.

동시에 산개한 자들이 내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온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연계.

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무극천승심결을 통해 고리의 파동을 발산했다.

일순 존재감이 수직상승하며 그것을 받아 낸 지반이 갈라진다.

콰아아아앙!

내력의 파동에 부딪힌 이들이 저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시야를 가리던 그림자들을 치워 내니 그 사이로 짓쳐들어오는 이가 있다.

그의 칼날에서 황금빛 마력이 고운 모래처럼 흩뿌려진다. 그 검은 맹렬히 가속하며 내 목을 노렸다.

정확히 무슨 이능인지는 모르겠다만, 할렌트와 같은 이능.

나는 그 검을 측면으로 쳐 낸 뒤 검을 당겨 왔다.

한순간 적을 향해 나아가는 검날의 속도가 배로 가속한다.

한 줄기 빛살처럼 쏘아지는 궤적.

그것은 날카로이 휘어져 적의 목을 휘감았다.

푸확-!

단칼에 핏물이 튄다. 적의 머리통이 허공을 날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의 죽음은 보지도 않고 몸을 틀었다.

손끝에 확신이 있었고, 내력의 흐름을 뒤흔드는 마기가 뒤편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뒤로 돌자 눈앞이 일순 칠흑에 잠기는 듯하다.

내 몸을 따라온 세찬 검광이 그것을 반으로 갈라냈다. 그리고 그 틈으로 다시금 쏘아진다.

하나 놈의 몸뚱이를 꿰뚫지는 못했다.

땅속에서 튀어나오는 손아귀가 있었다.

양 측면에서 솟구친 거대한 손이 날 감싸 쥐려 했다.

나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천근추 수법을 통해 지면을 눌렀다. 천근보다 더 무겁게.

콰드드드득!

발바닥을 타고 퍼진 압력이 일대 반경을 그대로 붕괴시킨다.

직경 6m쯤 되는 지반이 일제히 푹 가라앉았다. 땅속에서는 더 이상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움직였다.

빠르게 회전하는 륜 5개가 사방에서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그 사이로 날아드는 불타오르는 거대한 구체들도 있었다.

나는 그것들의 궤도를 가로지르는 선을 보았다.

그리고 활로가 닫히기 전에 발끝에 힘을 실었다

천령신공 보법편.

제2장 추뢰(追雷).

묵직한 굉음과 함께 나는 한 줄기 벼락이 된다.

적들의 공격들이 한 걸음에 무위로 돌아가고, 나는 어느새 적의 몸뚱이를 베고 있었다.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사용하던 자의 몸뚱이가 양단되며 피를 뿌린다.

그 핏물이 채 바닥에 닿기도 전에 나는 몸을 비틀어 회전했다. 휘도는 신형을 따라 새하얀 검신이 휘돌며 은빛 원을 그린다.

콰아앙-!

칼날은 희끗한 무언가를 쳐 냈다.

그것은 검이었다.

한데, 그 검을 쥔 자는 없었다.

검이 홀로 쏘아졌다는 이야기.

나는 내게 검을 쏘아 보낸 자를 바라보았다.

히킬레온.

그의 주위로는 새하얀 빛으로 빚어진 검들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들이 편대 비행을 하며 내게 쏘아지고 있었다. 검이 떠나간 자리에서는 새로운 빛의 검이 자라나듯 생성된다.

그의 이능이 무엇인지 알았다.

피슈슈슈슛!

궁병들의 화살처럼 끊임없이 쏘아져 오는 검들.

나는 그것들을 쳐 내며 피했다.

그런 내게 보랏빛 운무가 훅 끼쳐 온다.

일대를 삼켜 오는 독무. 그것이 뱀처럼 나를 휘감아 왔다.

나는 왼손을 들어 손등으로 허공을 쳤다. 손끝에 감긴 바람이 돌풍이 되어 독무를 단숨에 흩어 버린다.

그런 내 앞으로 거대한 강철로 빚어진 거체가 온몸을 던져 왔다.

단단한 몸뚱이를 믿기에 할 수 있는 저돌적인 돌진.

그 속도가 가히 폭발적이다.

뇌운검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온다.

검신이 지잉 우는 동시에 검강이 6m나 치솟아 오르며 시퍼런 불길을 피워 냈다.

나는 녀석의 돌진을 스치듯 피하며 좌측 옆구리 쪽의 빈틈으로 몸을 빼냈다.

내 그림자가 뱀처럼 길게 늘어지며 그를 지나친다. 칼날은 수평으로 세운 채였다.

서-걱!

기다랗게 뻗은 강기가 조금의 걸림도 없이 녀석의 몸뚱이를 반으로 가르며 내 걸음을 따랐다.

동시에 빛의 조각들로 흩어지는 강기.

뇌운검의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나는 측면을 향해 검을 내던졌다.

섬전과 같이 날아간 뇌운검이 독무를 뿜어내려던 자의 가슴팍에서 솟아나듯 틀어박힌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본인의 가슴에 솟아난 뇌운검을 바라본 그가, 천천히 뒤로 넘어간다.

뇌운검은 내 손짓을 따라 다시 손아귀로 날아와 잡혔다. 적의 몸뚱이에서 그 궤적을 따라 핏물이 기다랗게 딸려 나왔다.

이것으로 적들의 반을 베었다.

나는 잠시 호흡을 골랐다.

창졸간에 내력을 불태우며 보인 움직임이었다.

결과는 단순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인 속도는 이들이 감당할 만한 격이 아니었다.

그들 또한 그것을 쉬이 알았을 터.

적들은 내게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휘리리릭!

륜이 허공을 가른다.

나는 그것들을 피하는 동시에 측면으로 돌며 검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반으로 쪼개진 몸뚱이가 빛 가루로 흩어졌다.

분신의 이능을 가진 자.

이내 측면에서 검을 찔러 오는 또 다른 분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틈 사이로 쏘아져 오는 빛의 검.

확실히 숨 쉴 틈 없는 연계다.

천령신공 보법편.

제1장 산운(散雲).

어깨가 흔들리는 순간 신형이 뿌연 잔영을 남기며 흩어진다.

적들의 궤적은 무의미하게 흩어졌다.

저들이 아무리 빠른 검을 휘두른다 한들.

또 아무리 빈틈없는 합격을 한다고 한들.

그들과 내 사이에는 압도적인 격차가 있었다.

내 눈에는 그들의 연계를 파훼하는 길이 훤히 보였다.

신체적 능력이 우월하다고는 하나, 본인의 힘으로 소드 마스터에도 도달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들의 어설픈 검은 내게 결코 닿을 수 없다.

천령신공 검법편.

한빙의 장(章) 빙해(氷海).

일순 북풍한설이 휘몰아친다.

창졸간에 얼어붙은 공기와 지반이 북부의 대기를 끌어당기는 듯했다. 발바닥을 타고 번진 하얀 서리가 순식간에 지면을 덮어 간다.

살갗이 에는 듯한 찬 공기가 칼날의 예기를 더하는 동시에 적의 움직임을 굼뜨게 했다.

다시 한번 내 신형이 흐릿해졌다.

설원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섬광.

청백색으로 얼어붙은 검기가 순식간에 적의 목을 치고 지나간다.

분신의 이능을 가진 자의 목이었다. 나는 곧장 다음 걸음을 거닐었다.

푸확-!

그 끝에서 붉은 핏물이 높이 치솟아 오른다.

륜을 조정하던 자의 몸뚱이였다. 내빼려는 녀석의 발목을 얼어붙은 대지가 부여잡고 있었다.

그는 내 검을 피해 내지 못했다.

그사이 차게 가라앉은 대기를 가르며 쏘아지는 빛의 검들이 있었다.

사방에서 빛의 검들이 하얀 벼락처럼 떨어진다.

그리고 그것들 사이로 불쑥 솟아나 후방을 점하는 자. 공간 도약의 이능.

참 상대하기 까다로운 능력이었다.

팔방을 포위한 그것들을 모두 상대하기 위해서는 몸 하나로는 모자랐다.

하나, 나는 그것을 속도로 극복했다.

늘어지고 늘어져 멈춰 버린 듯한 시간의 흐름 안에서 나는 홀로 제 속도를 갖고 움직였다.

정지해 있는 것들을 하나씩 말끔히 쳐 낸다. 그것이 튕겨져 나간 후의 궤도까지 생각할 정도로 여유로웠다.

그리고 시간이 다시금 흐르기 시작한다.

흩어지며 분열했던 나의 몸짓은, 꽃이 개화하듯 활짝 펴졌다가 이내 흩어졌다.

콰과과과과과광!

수십 개의 파열음이 마치 하나의 소리처럼 터져 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허물어지는 자가 있었다.

공간 도약의 이능을 가진 자의 머리통이 허공을 날고 있었다.

그때 측면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온다.

쿠아아아앙!

대기를 찢어발기며 쇄도하는 검은 기운.

일순 안정적인 내력의 흐름이 꿈틀거린다. 마기의 속성과 반응한 탓. 아까부터 한 번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던 그를 모르지 않았다.

녀석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만큼 가까이 접근했으니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런 녀석의 이마부터 턱 끝까지 붉은 선이 그어진다. 그 선은 목을 타고 죽 내려가고 있었다.

푸확!

일순간에 반으로 쪼개진 녀석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수직으로 떨어진 뇌운검의 칼끝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자는 하나. 히킬레온뿐이었다.

그는 의연한 태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듣던 대로군.”

죽음이 눈앞에 있음을 모르지 않을 것임에도 그랬다.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진즉에 알고 있던 것이겠지.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물음이기도 했다.

그가 말했다.

“제국의 검이 되시게. 황제 폐하께서는 전능하신 분이시네.”

참으로 황당한 제안.

하나 그런 제안을 건네는 그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자네가 제국의 검이 된다면 프렌치아는 제국의 우산 아래서 평안할 수 있을 것이네.”

“노망이 들기에는 아직 이른 거 같은데.”

“어떤 나라인지가 중요한가? 그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제국이고 프렌치아고,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들이 사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나라면 되는 것 아니겠나.”

“제국이 프렌치아에서 자행한 일은 까맣게 잊었나 보군.”

그들이 벌인 압정과 만행.

나라를 잃은 국민들의 고통과 상처.

그런 일을 벌여 놓고도 제국민과 프렌치아 국민이 다르지 않다?

“이제부터는 그럴 일 없을 걸세. 자네만 폐하에게 충정을 약속한다면. 우리 쪽에서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으니.”

할 말은 많았다. 하나, 구태여 하지 않았다.

각자 보는 방향이 다르다. 굳이 죽을 자와 오래 이야기를 나눌 이유가 없다.

내가 말했다.

“검을 들어라.”

히킬레온은 내 말에 말을 멈췄다.

그는 결심한 듯 양손에 빛의 검을 하나씩 쥐었다. 그의 주위로 빛의 검들이 별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굳이 끝을 봐야겠다면.”

쿵!

그가 쏘아진다. 쌍검을 쥔 채 쇄도해 오는 히킬레온. 그런 그를 따라 허공에 떠 있던 빛의 검들이 유성우처럼 쏟아진다.

각자의 궤도를 그리며 쏘아지는 검들.

그리고 그것들의 보호를 받으며 쇄도하는 히킬레온.

넓은 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이능답게 오히려 홀로 남으니 그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새하얀 빛줄기가 빼곡히 쏘아지며 하나의 거대한 칼날을 만들어 낸다.

와르르 쏟아지는 별무리를 향해, 나는 하나의 궤적을 그려 넣었다.

천령신공 검법편.

제5장 만월참(滿月斬).

사선으로 떨어지는 참격에 빛무리가 갈라진다.

하나로 뭉쳐졌던 빛의 칼날이 쪼개어지고 부서지며 작은 별빛이 되어 튕겨 나간다.

작은 입자로 부서진 빛의 폭풍이 붕괴되며, 그 찬란한 섬광에 가려진 히칼레온이 보였다.

양팔을 교차하여 어깨 뒤로 넘긴 칼날이 그의 등 뒤로 어금니처럼 삐져나와 있었다.

그의 얼굴이 구겨진다.

전력을 담은 일격.

그의 손끝에서 풀어져 나온 두 개의 참격이 만월참을 막아 온다.

하나 달을 베는 검이었다.

고작 짐승의 어금니로 막아 낼 수 있을 리가.

거대한 참격은 히킬레온이 그려 낸 궤적을 그대로 뭉개 버리며 나아갔고, 그 끝에서 그의 몸뚱이마저 갈랐다.

구오오오오.

한차례 섬광이 지나가자 지면에는 깊게 베인 흔적이 길게 새겨져 있었다.

마치 대륙이 잘려 나간 듯했다.

그리고 나는 혼자였다.

이것으로 황제와 나 사이에 놓인 장벽은 모두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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