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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32화 (23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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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서성이는 교장 선생님은 봤기 때문이다.

장소연은 두리번거리는 교장 선생님께 뛰어가서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장소연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중한 배꼽 인사였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반가워요, 장소연 학생. 요즘 자주 보네.”

“헤헤, 기억하시네요.”

“당연히 기억하지.”

물론 거짓말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전교생의 얼굴을 모두 기억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물론 3학년 아이들은 웬만하면 기억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마주치다 보면 교사의 특성상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기 마련이었다.

지금 명찰 색을 보니 1학년이었다.

1학년은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얼굴을 기억하는 친구가 많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은 장소연의 명찰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것.

선생 생활 30년 경력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교사가 자신을 안다고 생각하면 학생은 믿음으로 보답하는 법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미소를 짓자 장소연이 흠칫했다.

교장 선생님이 자신을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시, 장소연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나도 줄을 서야지.”

“헉, 선생님도 줄 서시는 거예요? 와!”

“선생님이라도 너희들처럼 간식을 받으려면 공평하게 줄을 서는 거 맞지.”

“그런데 줄을 안 서시고 왜 그렇게…….”

장소연이 늘어선 세 대의 차를 가리켰다.

그 모습에 교장 선생님이 빙긋 웃었다.

“메뉴가 전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배식해 주는 사람들도 다르고…….”

교장 선생님은 나머지 말을 아꼈다.

사실 교장 선생님이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이유가 세 개의 푸드 트럭 중 어디에 뉴 키즈 멤버가 타고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신인 보이 그룹인 블랙홀과 친구들이라고 방송했다.

그러니 친구들이 의미하는 건 바로 뉴 키즈일 수밖에 없었다.

블랙홀의 멤버는 다섯, 뉴키즈의 멤버도 다섯이다.

분명히 저 세 대의 트럭 중 하나는 뉴 키즈, 하나는 블랙홀 그리고 나머지 차량에는 요리사가 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교장 선생님은 요리의 질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뉴 키즈가 배식해 주는 간식을 먹고 싶었다.

오늘만큼은 목청을 높여 스타의 노래를 따라 불렀던 20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운 좋게 셀카까지 찍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 못 하는 교장 선생님이었다.

그때 장소연이 물었다.

“교장 선생님, 이거 프로그램이 스타 맛집이라고 하는데…… 그리고 블랙홀과 친구들이라고 안내 방송으로 나왔잖아요. 누가 나오는 거예요?”

“하하, 그건 비밀이야. 소연아.”

교장 선생님이 눈을 찡긋했다.

뉴 키즈가 왔다는 건 비밀이었다.

블랙홀의 친구라는 건 아까 봤던 뉴 키즈의 멤버들 말고는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려지면,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최애 스타가 저 트럭 중 하나에서 열심히 간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웃고 있던 장소연이 물었다.

“혹시 그 블랙홀의 친구 중 여자도 있나요?”

“흠.”

교장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했다.

뉴 키즈 멤버 중에 여자는 없었다.

보이 그룹에 여자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교장 선생님의 표정을 본 장소연이 실망한 듯 고개를 떨궜다.

교내 방송에서 ‘블랙홀과 친구’들이 간식을 나눠 준다는 대목에서 장소연은 한 명을 떠올렸다.

장소연이 떠올린 이는 다름 아닌 그녀의 언니 장소담이었다.

그녀의 언니 장소담은 친구인 윤장미와 함께 데뷔를 준비 중이었다.

비록 데뷔는 안 했지만, 블랙홀과 같은 유레카 소속이니 얼굴을 비출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이런 프로그램에서 신인 띄우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때였다.

고민 끝에 줄을 선 교장 선생님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1학년 친구들이 왜 이렇게 없지?”

“아, 그게…….”

장소연은 말끝을 흐렸다.

황미주가 아이들을 회유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2학년과 3학년까지 도착하자, 길게 줄이 제법 길어졌다.

그때 푸드 트럭 앞에 있던 암막이 걷혔다.

촤르륵.

경쾌한 소리를 내며 올라가는 암막에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드디어 암막이 걷히고 푸드 트럭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를 바라보던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건 뭐야?”

“그러게?”

“저건 음식점에 있는 기계잖아.”

“어? 저게 왜?”

세 대의 트럭 앞에는 키오스크가 비치되어 있었다.

운동장에 급하게 마련된 푸드 트럭에 키오스크라니!

키오스크의 앞에는 간단한 소개가 쓰여 있었다.

[K`s 레스토랑]

[G`s 레스토랑]

[M`s 레스토랑]

간단해도 너무 간단했다.

알파벳만 쓰여 있는 키오스크.

거기에 블랙홀을 나타내는 알파벳은 없었다.

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앞에 있는 기계가 키오스크라는 것을 안 학생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암막은 걷혔지만, 푸드 트럭의 앞쪽은 가림막이 있었다.

키오스크를 주문하면 번호가 트럭의 상단에 나타나고 그곳을 가져가는 형식이었다.

그들은 다시 실망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대로면 안쪽에서 누가 간식을 주는지도 알 수 없었다.

누군가는 입을 쑥 내밀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

“아니, 얼굴도 못 보는 거야?”

“혹시 저 안에 블랙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는 거 아니야?”

학생들은 합리적인 의심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가장 불만을 쏟아 낸 것은 1학년 학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오지 않은 1학년 학생들은 황미주에게 팬 미팅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학생들은 황미주의 제안을 뿌리치고 블랙홀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스타들 못 보자 기가 죽은 것이다.

우울했던 마음도 잠시, 그들의 메뉴를 보고 눈을 빛냈다.

“이게 뭐지?”

“그러게 말이야…….”

“이건 부산에 가족 여행 갔다가 맛있게 먹었던 밀면인데!”

“저쪽에는 제주도에 유명한 돈가스래.”

“헉, 이거 진짜 맛집이잖아.”

“오길 잘했어.”

학생들의 머릿속에 스타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들은 푸드 트럭에서 나온 메뉴를 받아 들고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주문한 메뉴는 도시락 형태로 나왔다.

도시락을 열려던 장소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시락의 위에 포스트잇처럼 붙어 있는 메모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행운의 번호 77>

행운의 번호라니?

뭔가 복권이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조그만 문제가 생겼다.

학생들은 돌이라도 씹어 먹을 나이였기에 도시락 하나로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들은 이니셜별로 도시락을 하나씩 더 주문했다.

그 모습에 교장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도훈에게 다가왔다.

“실장님, 아무래도 적당하게 끊으시는 게…….”

“괜찮아요. 한창 먹을 나이잖아요.”

“그래도 이러다가 도시락이 모자라면…….”

교장 선생님이 걱정하는 것은 딱 하나였다.

누군 받고 누군 못 받는 상황이 올까 무서워서였다.

불공평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베풀고도 욕먹는 상황이 온다.

교장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조언을 하려 했다.

딱 봐도 음식이 떨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학교 정문에서 트럭 한 대가 달려왔다.

흔히 볼 수 있는 파란색 포터.

경비실에서 확인을 받은 파란색 포터가 천천히 푸드 트럭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때 트럭에서 누군가 내렸다.

트럭 운전사는 머리를 질끈 동여맨 여자였다.

그녀가 트럭에서 내리자 멀리 있던 장소연이 눈을 크게 떴다.

트럭에서 내린 이는 다름 아닌 장소담이었던 것.

그 옆에는 윤장미가 타고 있었다.

그때 카메라가 그녀들의 모습을 맛깔나게 담는다.

그녀들에게 뛰어가는 장소연.

뛰어가며 장소연은 유레카의 대표를 떠올렸다.

언니의 얼굴을 알릴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유레카의 대표가 고마웠기 때문이다.

장소담은 뛰어온 동생을 번쩍 안아 들었다.

그것도 잠시, 장소연을 놓더니 허리를 두드렸다.

“아이고, 허리 다쳤나 봐, 소연아.”

“앗, 그럼 안 되는데…….”

“에구, 농담이야.”

장소담이 손을 내젓자 장소연이 입을 부풀렸다.

그때 윤장미가 다가와 장소연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와, 소연이 언니가 왜 저기 있지?”

“보면 몰라? 음식 배달 온 거잖아.”

“아, 그렇구나.”

“그런데 저 언니들 멋있지 않아?”

“그래, 완전히 멋있다.”

그들의 착각과는 관계없이 장소연은 언니들을 도와 도시락을 옮겼다.

*    *    *

장소담과 윤장미의 등장으로 학생들은 넉넉하게 간식을 즐길 수 있었다.

사실 간식 타임이라고 하기보다 만찬이라고 봐야 할 정도의 음식이었다.

질이나 양으로 따져도 말이다.

학생들은 뜻하지 않은 만찬을 마치고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푸드 트럭 앞에 모였다.

물론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푸드 트럭 앞에 섰다.

행운의 번호를 추첨한다는 안내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때 푸드트럭의 가림막이 열렸다.

동시에 푸드트럭에서 봉사 중인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장소연이 누군가를 가리켰다.

“저게 뭐지…….”

“그러게, 조합이 이상한데?”

그들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자신의 앞쪽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각각의 트럭에 블랙홀의 멤버가 나눠 타고 있었다.

K`s라고 쓰여 있는 차에는 서찬휘와 우시원 그리고 박주호가 타고 있었다.

그리고 G`s라고 적힌 트럭에는 장선우가.

M`s라고 적힌 트럭에는 주현빈이 타고 있었다.

“자, 잠시만…….”

학생 하나가 M`s라고 적힌 곳을 가리켰다.

그 학생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건 미스트잖아.”

“어, 어떻게 미스트가…….”

장소연도 황당한 마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이제야 알파벳의 의미를 알아챘다.

‘블랙홀과 친구들’이란 안내에서 친구들의 이니셜을 딴 것이 분명했다.

K`s라는 것은 이미 스타 맛집에 고정 출연 중인 강영웅이었다.

그리고 G`s라고 적힌 트럭에는 가필드가 타고 있었다.

게다가 M`s에는 미스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국내 최고의 아이돌 중 두 개의 팀이 등장한 것.

그들의 등장에 선생님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선생님들도 스타들의 등장이 기쁘긴 했지만, 학생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즐길 수만은 없었다.

선생님들은 정색하고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교장 선생님들이 손바닥을 보이며 선생님들을 막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래도 통제를…….”

“저 친구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교장 선생님이 가리킨 것은 도훈이었다.

도훈은 푸드 트럭의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그러고는 헛기침으로 마이크를 테스트한 후 말을 이었다.

“흠, 지금부터 질서를 안 지키는 사람은 바로 퇴장시키겠습니다. 여러분이 들고 있는 행운권의 경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등은 경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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