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10화 (10/289)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10.야시장에서(6)

"그럼 다음에."

고개를 꾸벅 숙여보인 그는 곧 종종걸음을 쳐 다시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들어가 곧 시야에서 벗어났다. 잠시 그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던 루이카엔은 2명이 더 늘어난 일행들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갔네. 그럼 우리도 가 볼까? 음. 자네는 이름이 뭐였지?"

"카이스 입니다."

무례하지 않게 그가 대답하자 루이카엔은 음 좋아,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 좋은데 빨리 가지. 여유부리다간 너무 늦어버린다."

"그러지 뭐."

제르닌이 재촉하자 그는 별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르닌은 멀뚱히 서 있는 아시엘과 카이스에게 짧게 말했다.

"가자."

"아,네!"

두 소년은 먼저 앞서가기 시작하는 제르닌과 루이카엔을 따라 황급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화려한 장식품들을 불빛으로 비추며 뽐내고 있는 상인의 천막,  군데군데 모여 즐겁게 잡담을 나누는 이들과 좋은 책을 구했는지 기쁜 얼굴로 품에 한가득 책을 안고 바삐 달려가는 학자 그리고 술에 취한 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용병 무리들.

그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흥미롭게 살피던 아시엘은 곧 자신들이 번화가와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걷는 속도를 조금 올려 루이카엔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기, 루이카엔 씨. 지금 어디로 가는 거에요?"

"우리가 매일 가는 단골 무기상이 있거든."

"대장간이요?"

"아니. 그렇게 말하기는 조금 애매한데.."

말끝을 흐린 그는 제르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루이카엔을 따라 아시엘도 그를 바라보자 결국 그 눈빛에 진 그는 간단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 영감님이 운영하는 곳인데 꽤 오래 됐지. 대장간은 아니고 대륙 곳곳에서 생산되는 검을 모아 파는 곳 정도다."

그 설명에 납득한 듯 아시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르닌이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그 영감, 성질이 장난 아니지. 어이,꼬마.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루이카엔도 꼼짝을 못 하니까."

"네?"

아시엘이 되물었지만 그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꼼짝도 못 한다는 말에 걸맞게 미소짓고 있는 루이카엔의 볼이 살짝 경직되어 있었다. 왜 저러지? 아시엘과 카이스는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골목길을 조금 더 빠져나가자 곧 완전히 인적이 드문 곳이 나왔다. 야시장이 열리는 구역을 벗어난 건지 아까까지의 밝은 불빛과 활기참, 온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차가운 바람만이 휘이잉 하고 좁은 길을 쓸고 지나갔다.

"으- 추워."

아시엘이 몸을 살짝 움츠렸다.이른 봄이자만 아직 새벽의 공기는 많이 차가웠다.

"조금만 더 가면 돼."

힐끔 곁눈질로 아시엘을 한 번 쳐다본 루이카엔은 곧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얼마 안 가 허름한 간판이 걸린 너덜너덜한 문짝이 나타났다.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건지 한쪽 구석에는 거미 한 마리가 열심히 집을 짓고 있는, 상당히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아, 어째 느낌이 안 좋은데. 저절로 드는 그런 생각에, 아시엘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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