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35화 (35/289)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35. 첫 실전은 혹독하다(3)

"헨슨."

아시엘의 얼굴에 약을 발라주던 헨슨은 제르닌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예?"

"지하의 규모가 얼마나 되지?"

상당히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그의 장난기 하나 없는 진지한 표정에 헨슨은 아시엘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약이 묻지 않은 손가락을 꼽아보였다.

"8개입니다. 통로는 하나밖에 없고... 아니, 그런데 방금 다녀오신 것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왜 이제야 이런 걸 물으십니까?"

그가 의아하게 눈을 꿈뻑이자 제르닌은 더더욱 인상을 구겼다.

"너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우리가 다녀왔던 걸 아니 거짓말도 할 수 없을 테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결국 아시엘이 답답함에 끼어들었다. 제르닌은 잠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며 턱을 톡톡 두드리다 이내 한숨푹 내쉬었다.

"자세하게 따져 묻지 마. 나도 모르겠으니까."

여자의 울음소리를 들은 카이스와 제르닌은, 전속력으로 지하의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소리를 따라가기만 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거라 여겨 별 생각 없이 속도를 낸 것이었지만- 그들은 곧 길을 잃고 말았다.

"...뭐야?"

뒤늦게 이상함을 눈치챈 제르닌과 카이스가 발걸음을 멈췄지만, 이미 자신들이 있는 장소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밖에서 봤을 때 이렇게까지 넓다고 생각되진 않았는데."

제르닌은 중얼거리며 복도의 끝을 가만히 주시했다. 어둠에 휩싸인 통로는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환영 마법에 걸려든 것 같군."

낭패라는 기색을 얼굴에 역력히 드러내며 그는 카이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 역시 모르겠단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 해보일 뿐. 하지만 겨우 경비대 지하에 환영 마법이라니- 제르닌은 들려오는 끊어지지 않고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환영 마법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2가지 뿐. 태양의 위치를 확인하며 걷는 것과 소리를 따라 방향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경험이 풍부한 기사인 제르닌에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환영 마법이라고요?"

헨슨의 놀란 목소리에 순조롭게 이어지던 제르닌의 이야기가 끊어졌다. 그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했다.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우릴 함정에 빠뜨리려고 작정한 게 아닌 이상, 그런 게 있었다면 네가 한 마디도 안 할 리가 없으니까.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우린 환영 미궁을 빠져나갔다. 그 뒤에 갖혀있던 그 여자를 만났어. "

헨슨이 항의하는 것을 무시하며 제르닌은 조곤조곤 이야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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