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50.5 외전1-신입 관찰기
*아시엘과 카이스가 입단한 후 3일째 되는 날의 이야기입니다
**레이 나옵니다! 아싸!
***앗싸!50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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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순찰이에요!"
"아-벌써?"
슌의 목소리에 루이카엔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원래 같이 도는 놈도 파견갔는데."
루이카엔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슌은 킥킥 웃으며 그런 단장의 어깨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면 저 애는 어때요?"
"쟤?"
루이카엔은 고개를 살짝 틀어 그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마법서에 코를 박고 있는 아시엘이었다. 귀 아래로 내려오는 머리가 귀찮은지 뒤로 반묶음을 해 버린 채 필기까지 해 가며 집중하고 있는 그를 보며, 루이카엔은 달갑잖은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데려가고 싶지만 저 녀석 낮에 심부름도 해 줬잖아. 아까 오전에는 휴온이랑 순찰도 돌았고. 같이 가자고 하기 좀 미안한데."
"그 심부름 다녀와서부터 계속 저러고 있는 건 알아요?"
"엥?"
슌의 말에 그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 3시간도 더 지났잖아?"
"제 말이요. 끌고 나가서 바깥바람이나 쐬어 주는게 어떨까 해서."
슌의 말에 이번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루이카엔은 쇼파에 걸쳐져 있던 제복을 대충 걸치고, 끙끙거리고 있는 아시엘에게 다가갔다.
톡톡. 그는 노크하듯 책이 올려져 있는 테이블을 두드려 아시엘의 주의를 자신에게로 돌렸다.
"뭐하냐?"
"아, 루이카엔씨.. 그냥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냥 공부가 아닌 것 같은데. 루이카엔의 아시엘의 옆에 놓여져 있는 종이에 시선을 주었다. 정갈한 글씨로 빽빽하게 쓰여 있는 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복잡해보이는 수식. 기사단장은 혀를 내두르며 눈을 돌려버렸다.
"으아.. 멀미난다. 야, 같이 순찰 가자."
"네?"
갑작스러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아시엘. 하지만 곧 오늘 루이카엔의 순찰 파트너가 없다는 것을 떠올렸는지 곧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 같이 가주는 거?"
"네. 준비하고 올게요."
그는 반색하는 루이카엔에게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제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2층의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루이카엔은 아시엘을 기다릴 심산으로 쇼파에 다시 주저앉았다. 잠시 지루하게 천장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아시엘이 보던 책에 시선을 주었다.
그는 호기심에 마법서를 들어 살짝 펼쳤다. 아까의 종이와 마찬가지로 아시엘이 써 둔 빽빽한 메모와 복잡한 수식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는 갑자기 종이 사이에서 뭔가가 팔랑, 떨어지자 당황하며 그것을 주워들었다.
"쪽지네."
그는 궁금증이 일어 노란 양피지 종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생일 축하해, 아시엘.레이 베르튼]
'생일 선물? 그나저나 레이 베르튼이라면-'
분명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루이카엔이 기억을 더듬으려 할 때, 2층 계단 쪽에서 청량감이 느껴지는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요, 루이카엔씨."
"어? 어어, 응."
괜히 죄지은 기분에 루이카엔은 재빨리 쪽지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느 새 새하얀 제복으로 갈아입은 아시엘은 사뿐사뿐 걸어 그에게로 다가갔다.
"가, 갈까?"
"..네."
말을 더듬는 그를 아시엘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지만 다행히도 캐묻지는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셀레니스 생활관을 나섰다.
노을이 지고 있는 초저녁의 황궁 안은 조용했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정원과 대리석으로 꾸며진 조각, 그리구 아시엘이 경탄해 마지않았던 고상한 본성이 붉은 노을빛에 감싸여 꼭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와.."
작게 감탄사를 흘리는 아시엘의 얼굴 역시 노을에 물들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루이카엔은 피식 웃으며 아름다운 황궁의 정경에 정신을 빼앗겨버린 아시엘을 위해 걸음을 천천히 했다.
"어때? 좋지?"
끄덕끄덕. 아시엘은 무언가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궁에 들어오고 나서 해질녘에 나온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져가는 태양과 동화된 듯 한 홍안으로 정신없이 정원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그를 바라보며 루이카엔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귀엽다, 정말로.
아시엘이 들었으면 펄쩍 뛸 생각을 하며 그 역시 새로운 마음으로 황궁의 정경을 둘러보았다.
기사로서 궁에 들어온 지 10년-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풍경에 더이상 감탄하지 않게 되었고, 자신에게 온 행운에 대해 감사하지 않게 되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
백색의 궁전, 아름다운 정원. 그 모든 것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 했던 것이 루이카엔은 새삼 아쉬워졌다.
아시엘은 첫번째 순찰 구역을 지나고 나서야 겨우 진정해 조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루이카엔과 나란히 걸었다.
"헤헤. 너무 흥분해버려서 죄송해요."
"죄송은 무슨. 괜찮아."
루이카엔은 근위대의 경례를 받아넏기며 아시엘에게 살짝 웃어보였다.
"내 동생이 너같았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나만 보면 으르렁거려서 제대로 이야기도 못 해봤거든."
자신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던 후배의 붉은 눈동자가 조금 커지는 것을 알아차린 그는 속으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시엘 역시 자신이 카시마엘 가의 사생아이고, 그 동생과는 배다른 형제라는 것을 알 터.
하지만 몇초 후. 아시엘은 가볍게, 발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쁜 동생 분이네요. 루이카엔 씨 같은 형한테 쌀쌀맞게 굴다니 말이에요."
"......"
이번에는 되려 루이카엔이 놀란 눈빛이 되었다. 하지만 곧 그는 다시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응, 그렇네, 하고 대답했다.
"생각보다 그리 곱게 자란 건 아닌가 봐?"
"루이카엔 씨도 5년만 길거리 생활 해보세요."
두 사람은 잡담을 나누며 세 번째 순찰 지점인 성벽에 다다랐다.
"-우와!"
마지막 계단을 밟는 순간, 아시엘은 다시 한 번 탄성을 터트렸다.
탁 트인 성벽 너머로 새빨갛게 물든 수도, 헤크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마치 도시 전체가 붉은 벨벳으로 감싸인 듯 한 착각이 일었다. 작게 보이는 지붕마다 사그라져 가는 태양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고, 창문은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어둠이 점점 찾아오고 있는 하늘 역시 뭉게구름만 몇 점 보일 뿐 티끌 하나 없는 비단결처럼 보였다.
"...."
루이카엔은 정말로 넋을 잃은 듯 딱딱하게 굳은 채 수도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시엘의 곁에 다가가 섰다. 그리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 곳의 전경은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루이카엔은 고개를 살짝 돌려 신입 기사를 내려다보았다.
휘이이잉-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소년의 금발과 청년의 갈색 머리를 흔들었다.
"아-시원하다."
"그러게. 이만 갈까? 저쪽까지 갔다가 복귀해야 해. 곧 저녁시간 이니까."
루이카엔의 말에 아시엘은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어?"
아시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저도 모르게 입에서 얼빠진 소리를 냈다.
"음? 왜 그래?"
루이카엔의 물음에 대답 대신 조금 떨어진 곳을 손으로 가리키는 아시엘. 그 곳에는 낯익은 붉은 제복의 기사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루이카엔도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에피로스. 드. 헤이타- 루아 이클립스의 단장이자 대공 슈베이만의 최측근 중의 한 명이었으니까. 차가운 성정과 깔끔하지만 인정사정 없는 일처리가 특징인, 루이카엔으로서는 마주하기 거북한 상대였다.
하지만 그 옆에 잔뜩 긴장한 채로 서 있는 소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나이는 아시엘과 카이스의 중간쯤.
저 녀석이 루아의 신입인가, 하고 루이카엔이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침 그쪽도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처음 보는 주근깨 소년 기사가 흠칫하더니, 곧 환하게 웃으며 손을 번쩍 들었다.
"-아시에엘!!"
"엥?"
루이카엔은 의아해져 아시엘을 내려다 보았다. 무슨 영문인지, 저 소년이 어떻게 널 아는지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표정이 환해지는 아시엘에 입을 열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레이!"
반갑게 부르며 달려가는 아시엘.그 레이라 불린 소년도 당장에 상관의 곁에서 뛰쳐나와 아시엘에게로 달려왔다.
와락. 만나자마자 두 소년은 뜨겁게 포옹했다. 정확히는 그냥 반가움에 달려간 아시엘을 레이가 꽉 껴안았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만-
셀레니스의 기사와 루아 이클립스의 기사가 사이가 좋은, 그런 보기 드문 모습에 루이카엔은 기분이 묘해졌다.
'아까 그 쪽지를 준 아이네. 어디서 들었나 했더니 루아 이클립스의 신입이었군.'
레이의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대충 상황을 이해한 그는 아아, 하고 웃으며 느긋하게 두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에피로스 역시 마찬가지인 듯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그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다 천천히 가까이 갔다.
"레이 베르튼 경이지? 이번에 루아 이클립스에 새로 입단한."
아시엘을 붙잡고, 이리저리 살피고 껴안고 하며 호들갑을 떠는 레이는 루이카엔의 물음에 핫, 하고 몸을 차렷 자세로 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런 그쪽은 '그' 루이스 아르셰인의 양아들인 아시엘 아르셰인인가? 마검사인."
어느새 다가온 에피로스가 차갑게 훑어보며 말했다. 아시엘 역시 군더더기 없는 자세로 경례를 해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루이카엔 드 카시마엘. 자넨 이쪽에 어쩐 일인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루이카엔에게로 신경을 돌려 버리는 에피로스. 아시엘은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은 듯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자리를 비켜주었다.
"어쩐 일이긴요. 이 구역 순찰은 우리 담당인 것, 잊었습니까?"
"....."
루이카엔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에피로스는 잠시 고민하듯 푸른색 눈동자를 굴리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음, 그랬던 것 같군."
루이카엔은 어이가 없어져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헤이타 경은 어쩐 일이십니까."
"나? 신참 교육이다."
그렇게 대꾸하면서 에피로스는 아시엘의 곁에 바짝 붙어 서 있는 레이를 힐끗 곁눈질했다. 자신에게 시선이 닿자 레이는 흠칫하며 자세를 더욱 꼿꼿이 했다.
"..말을 잘 들어서 마음에 드는 녀석이지. 군기도 들어 있고."
"군기가 아니라 공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만?"
빙글거리며 빈정대는 루이카엔의 목소리에 에피로스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러는 그쪽 꼬마야 말로. 검은 제대로 잡을 줄 아는 건가? 비리비리해선."
이번에는 아시엘과 루이카엔의 입가가 살짝 비틀렸다. 레이는 점점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잔뜩 쫄아 경직되어 자신의 상관과 친구의 상관이자 [적]이라고 지칭해야 할 루이카엔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래, 이게 보통이지.'
그런 풋내기가 불쌍해져 루이카엔은 혀를 쯧 차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여기서 그만두기로 하죠. 신참내기들 보는 앞에서 부릴 추태도 아닌 것 같고.. 무엇보다 슬슬 저녁식사 시간이라."
에피로스 역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오랜만에 자네와 이야기하니 속이 다 뒤집어지는군."
"누가 할 소릴."
마지막으로 톡 쏘아붙인 루이카엔은 옆에 서 있는 아시엘의 팔을 붙들고 그 자리를 빠져나가버렸다. 오랜만에 만난 레이가 조금 아쉬운 듯 아시엘은 뒤를 살짝 돌아보았지만 별 말 하지 않고 순순히 그의 뒤를 따랐다.
저벅저벅. 한참을 말없이 앞서가던 루이카엔은 생활관 가까이에 와서야 아시엘의 팔을 놓아주었다.
"..미안. 오랜만에 친구 만난 거였지?"
"아니에요. 거의 5년을 붙어다녔으니 좀 못 봐도 상관없어요."
아시엘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걸음을 빨리해 루이카엔의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이제 해는 거의 다 져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늘에는 막 깨어난 별들이 얼굴을 반짝이기 시작했고, 얼마 남지 않은 햇빛은 산의 끄트머리를 태우고 있었다.
"아시엘."
"네?"
갑작스러운 부름에 하늘을 바라보며 걷던 아시엘은 고개를 돌려 루이카엔을 바라보았다.
"그 레이라는 녀석. 지금은 그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지만 1년, 2년이 지나고 계속해서 대립하게 되면 언젠간 네게서 돌아서게 될 거다. 너도 그렇고."
"....."
아시엘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곧 언제나같이 어른스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지금으로선 그렇게 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레이가 절 미워하면 좀 서운할 지도 모르겠네요."
평소같은 가볍고 생기 있는 목소리.하지만 어느 한 구석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져 루이카엔은 아시엘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러자 아시엘은 씨익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다.
"뭐, 그때 되면 자상한 형같이 루이카엔씨가 좀 달래 달라구요."
"카이스는 어쩌고?"
마찬가지로 개구지게 웃으며 받아치는 루이카엔의 말에 아시엘은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마 카이스는 레이를 족치러 가고 없을 테니까요."
"하하.. 진짜로 그럴 것 같네."
결국 웃음을 터뜨린 루이카엔은 한참 아래에 있는 아시엘의 머리를 꾸욱꾸욱 눌렀다.
"악! 뭐 하는 거에요?"
"진짜 사람 마음 편하게 하는 덴 뭐 있다니까."
손을 치우려 반항하는 아시엘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그는 계속해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을 아시엘이 아니었다.
"에잇!"
세게 머리를 흔들어 루이카엔의 손을 떨궈낸 아시엘은 도망치듯이 달려갔다.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셀레니스 생활관의 하얀색 문을 붙잡고 있는 아시엘을 보며 루이카엔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먼저 들어가려나, 하고 생각했지만 아시엘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문고리를 잡은 채 몸을 휙 돌렸다.
"얼른 와요!"
"알았어, 알았어."
착한 녀석. 그렇게 작게 읊조린 루이카엔은 다시 한 번 아시엘이 재촉하자 걸음을 빨리 해 현관까지 달려갔다.그리고는 씨익 웃고 새하얀 문을 힘주어 밀었다.
스륵. 문이 소리 없이 열리자 가장 먼저 터져나온 것은 케빈의 호통이었다.
"뭐야!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고. 둘이 데이트라도 했냐?"
"미안, 미안. 어쩌다보니 좀 늦었어."
목에 뱀을 감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케빈에게 루이카엔은 손을 휘휘 저어보였다. 귀찮다는 티가 팍팍 나는 그 행동에 케빈은 얼굴을 와락 구겼다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몸을 휙 돌려 아시엘에게 말했다.
"얼른 식당으로 와. 오늘은 특별히 카이스랑 제르닌이 저녁 준비했다니까."
"와! 정말요? 오랜만에 카이스가 한 요리 먹을 수 있겠네."
아시엘은 싱글벙글 웃으며 와글와글한 소리가 들려오는 식당으로 향했다. 케빈 역시 그런 그의 뒤를 따르다, 고개를 살짝 틀어 루이카엔을 바라보았다.
"넌 안 가냐?"
"..."
루이카엔은 조금 놀란 듯 그의 얼굴을 마주보다, 이내 얼굴을 풀고 미소지었다.
"당연히 가야지. 우리 후배 음식쏨시나 좀 볼까?"
여전히 뭐라고 투덜거리고 있는 케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그는 아시엘을 따라 빠르게 식당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케빈이 자신에 대한 불평을 하며 따라오는 것을 들으며 루이카엔은 하-하고 심호흡을 했다.
이런 일상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