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74. 마탑(1)
돌아왔습니닷! 그리고 시작 전에 한마디 해보자면..
1) 이 소설은 BL이 아닙니닷ㅋㅋ 약간의 삘이 날 뿐이지☞☜ 그냥 여성향 냄새가 좀 나는 순수 판타지라고 생각해주세요ㅎ 그리고 당연히 NL커플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지켜봐주세요ㅎ
2)카이스가 선물한 귀걸이는 아시엘이 요긴하게 사용 중이죠ㅎ 경비대 사건 때 그것에 걸린 통신마법이 꽤 활약했었슴다. 그리고 대장간에서 레이피어와 단검 둘다 받고 쫒겨났어요. 제 묘사가 모자랐나보네요ㅠㅜ
수정하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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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압!"
소년의 기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퍼졌다. 텅 빈 이른 아침의 연무장, 공기가 깔끔하게 목검에 갈라지며 파공음이 일었다.
소년- 아시엘은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몇 차례 더 검을 휘둘렀다. 수련을 시작한지 적어도 몇 시간은 지났는지 그의 몸과 머리는 땀에 푹 젖어 있었다.
"핫!"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것을 반복하던 아시엘은 곧 숨을 몰아쉬며 움직임을 멈췄다.
송글송글 맻힌 땀방울이 그의 머리칼을 타고 흘러내려 땅에 똑, 떨어졌다.
"하아아아.."
아시엘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자리에 철푸덕 퍼질러앉았다.
또 루이카엔이 옮겨다 준 것인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숙취 때문에 어질어질한 머리를 차가운 냉수 한 컵으로 가라앉힌 아시엘은 곧바로 연무장으로 달려왔다.
사실 아직도 속이 메스꺼웠지만 가만히 온갖 잡생각에 잠겨 있는 것 보다는 나았다.
전날 밤, 루이카엔과 대화를 나누다 술에 완전히 취해 버렸었다. 잠시 그때를 상황을 떠올려보던 그는 곧 머리를 감싸쥐며 울상을 지었다.
"나 무슨 헛소리라도 한 거 아냐? 이야기 끝나자마자 뻗어버리기까지 하고.."
혹시 언짢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시엘은 끄으- 하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몸을 옆으로 툭, 눕혀버렸다.
최근 들어 골치 아픈 문제들이 마구 튀어나오는 것 같아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정체불명의 남자들에 수상한 구슬, 그리고 대공 슈베이만.
"이게 다 무슨일이야.."
그가 머리를 마구 쥐어뜯으며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한 그 때, 갑자기 입구 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시엘?"
".....!"
후다닥! 아시엘은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재빨리 일으켰다. 그 꼴을 본 목소리의 주인- 제르닌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소년을 내려다 보았다.
"뭐하냐?"
"하, 하하.. 아뇨. 아무것도."
아시엘은 멋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목검을 주워들고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어쩐 일이에요?"
"너 찾으러. 역시나 여기에 있었군?"
제르닌은 가지고 왔던 수건을 툭 던지듯 소년의 머리에 덮어주었다. 아시엘은 고맙다는 듯 작게 웃어보이고는 땀을 대강 닦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 왜 찾으셨어요?"
"너랑 나랑 지난번 사건 때문에 대전회의에 참석하라는 황제폐하의 전언이 있었어. 그리고 루이카엔이 찾는다."
루이카엔, 이라는 말에 아시엘은 몸을 움찔했다. 제르닌은 그런 그의 이상한 반응에 의아해져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죄라도 지었나."
"..아, 아뇨."
아시엘은 어색하게 웃었다. 제르닌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몸을 돌렸다.
"싱겁기는. 가자."
아시엘은 성큼성큼 앞서가기 시작하는 그의 뒤를 황급히 따랐다.
연무장을 벗어난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버릇처럼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던 아시엘은 조금 앞에서 걷고 있는 제르닌의 등을 바라보았다.
"선배. 대전회의는 어떤 거에요?"
"그날의 안건과 새로운 법의 제정, 그리고 흉악범의 처분 따위를 논하지. 뭐.. 가 보면 알 수 있을거다."
"흐음."
아시엘은 발걸음을 빨리 해 제르닌의 옆으로 따라잡았다. 제르닌은 힐끗 그를 내려다보고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뭐..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분위기는 딱딱하지만 너라면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겠지."
뒷말은 거의 혼잣말처럼 끝맻은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카이스는 오늘 따로 임무가 있다고 하더군. 그래서 함께 가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전달받았는데 루이카엔 씨는 왜 또 부르신대요?"
"몰라."
제르닌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둘 사이에 대화가 끊어졌다. 말없이 열심히 걷기만 하던 그들은 곧 생활관의 앞에 섰다.
제르닌은 한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간 아시엘은 로비 한켠에 걸려있는 시계에 시선을 주었다.
아직 기상시간 후 20분밖에 지나지 않아 있었다. 아시엘은 7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침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한 9시 쯤은 됬을 거라 생각했는데."
"네가 너무 일찍 일어난거야."
제르닌이 이마에다 대고 손가락을 탁 튕기자, 아시엘은 익 하는 소리를 내며 알싸하게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왜 때려요!"
"쿡. 가자."
제르닌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다시 성큼성큼 집무실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 왜 맞은 거지? 아시엘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똑똑.
아시엘이 옆으로 다가온 것을 확인한 제르닌은 손을 들어 두어 번 노크했다.
"들어간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슥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책상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던 루이카엔이 두 사람을 반겼다.
"어서들 와."
"루이카엔 씨, 어째 눈이 조금 붓지 않았어요?"
아시엘이 의아한 목소리로 묻자 그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눈가를 가렸다.
"숙취 때문에.. 많이 부었냐?"
"아뇨.. 뭐, 그렇게 심하지는 않은데요."
"그래?"
루이카엔은 그제야 손을 내리고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앞의 의자 두 개를 발로 밀어주며 '앉아' 하고 말했다.
"그래서, 부른 용건은 뭐지?"
"거 참 딱딱하네. 너희 둘, 오늘 오후에 열릴 대전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건 알고 있지?"
그의 말에 아시엘과 제르닌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고 아시엘.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듣지 못했는데 파티장에서의 일은 어떻게 됬어? 보고해 줘. 갑자기 없어졌을 때 일도."
"아, 참. 그랬었죠."
아시엘은 머쓱하게 웃으며 뒷통수를 긁적였다. 그리고는 저녁에 있었던 일들을 머릿속에서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차근차근 보고하기 시작했다.
황자를 만난 일부터 해서 거래자들을 찾아 낸 것, 그리고 일전의 것과 똑같은 구슬을 빼돌린 것. 하지만 마지막 바깥에서 아울이란 남자와의 이상한 대화까지.
말을 끝맺으면서 아시엘은 죄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결국 마약 거래를 막는 건 실패했어요. 아마 그 서류는 아울이란 자가 그대로 가지고 있었을 테니까..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지.. 거기다 그 구슬이란 것도 빼앗았다며. 그 정도면 큰 성과지."
루이카엔은 그에게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건 그렇고 그 구슬.. 지난번에 너네가 보여줬던 거랑 비슷한 거지?"
"네. 제 6 경비대에서 발견되었던 거랑 똑같은 거였어요."
아시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머릿속으로 지난번에 봤던 수상한 구슬을 떠올렸다. 집무실에서 잠깐 본 것이 다였지만, 그것에서 풍기는 불길한 마력은 뇌리에 똑똑히 박혀 있었다.
"그게 뭔지부터 밝혀야 할 텐데.."
루이카엔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역시 같은 생각인 듯 제르닌도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슨 수로? 황실 마법사들에게 맡긴다면 결과는 가장 확실하겠지만- 그 중에 대공의 편도 대다수 섞여 있으니 안전하지 않아."
맞아. 루이카엔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두 선배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던 아시엘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끼어들었다.
"저.. 제가 방법을 생각해 보긴 했는데요."
"뭐?"
순간, 두 남자의 놀란 시선이 그에게로 확 쏠렸다. 그 기대 어린 눈빛에 아시엘은 심히 부담스러움을 느끼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 황실 마법사는 안 되니까, 마탑에 맡겨보면 어떨까 해서."
"마탑?"
마탑- 말하자면 마법사의 탑. 마법사들의 길드와 비슷한 곳이다. 마법사들이 모여 연구와 관련된 여러 의뢰를 받아 처리하며 그것으로 자금을 모아 각자의 수련에 정진하는 조직이었다.
루이카엔은 석연치 않은 듯 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아시엘- 그쪽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아니야?"
"아, 그건 걱정 마세요."
아시엘은 장난스럽게 히죽 웃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