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78화 (78/289)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75. 마탑(2)

1)아시엘이 하고 있는 귀걸이의 반대쪽은 카이스가 연락용으로 가지고 있습니다ㅋㅋ

2)요즘 부모님과 친구들이 제가 글쓰는 낌새를 알아차리신 듯 해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치를 계속 보고 있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가언으로 있고 싶군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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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 외벽의 밖 골목길. 인적이 드문 으슥한 그 곳에 로브를 뒤집어 쓴 뚱뚱한 남자가 안절부절하며 왔다갔다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일이 도대체 왜 이렇게 꼬인 건지..'

그- 게르만은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날 밤, 파티장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간 그는 아울에게 받았던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마약을 대신 매매해 주는 대가로 돈까지 더 받고 맡았던 물건을 잃어버리다니. 상인으로서의 문제 전에 자신의 생사가 직결된 일이었다.

"젠장..!"

새삼 그것을 떠올린 게르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재산을 다 처분하고 도망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상대는 그 아울과 제국의 반을 움켜쥐고 있는 대공, 슈베이만이었다. 그들에게서 빠져나갈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스스로 고백하고 엎드려 비는 것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거래 때 연락책으로 쓰던 전서구를 보내 만나기를 청했다. 그 답으로 날아온 것이 시간과 장소가 적힌 종이 한 장이었다.

"후우..."

그는 미친듯이 쿵쿵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그의 앞에서 뭉클뭉클 시커먼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흑발의 미남자- 아울이 스륵 하고 나타났다.

"...!"

게르만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잠시 그런 그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던 아울은 싱긋, 하고 미소지었다.

"무슨 일이지?"

"...아.. 그."

게르만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입을 겨우 열었다. 하지만정작 해야 할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울은 그 새하얗고 아름다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봐, 나도 딱히 한가하진 않아. 얼른 용건이나 말 해."

"그, 그것이.."

잠시 갈등하던 게르만은 곧 각오하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죽을 죄를 지었소! 어제 당신이 맡긴 그 물건을 도둑맞은 것 같소."

"물건? 아~"

아울은 고개를 갸웃했다가 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귀를 긁으며 말했다.

"대충 예상은 했었지. 셀레니스 기사단이 우리 거래를 이미 알고 있었거든."

"그럼.."

게르만은 고개를 들어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울은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물었다.

"도둑맞았다니, 의심 가는 인간이라도 있는 건가?"

"그것이.."

게르만은 말꼬리를 흐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있기는 있었다. 파티장을 빠져나가기 직전, 심하게 부딪혀 넘어졌던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

"금발에, 붉은 눈 여자애가... 하지만 확증은 없소."

"아니. 그 녀석이다."

아울은 단정적으로 대꾸하며 흘러내리는 흑발을 한 손으로 쓸어올렸다.

"또 그 놈이군. 이제 슬슬 짜증나려고 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게르만에게 시선을 주었다. 싸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그 새카만 눈동자에, 게르만은 갑자기 불길해져 몇 걸음 물러섰다.

"왜, 왜 그러는...지?"

"누가 그랬는지도 알았으니, 이제 너에게 벌을 줄 차례군."

아울은 싱긋, 미소지었다. 그와 동시에, 게르만의 얼굴은 완전히 사색이 되었다.

"살려주시오! 제발!"

털썩. 그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울은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보는 듯 그를 내려다보았다.

"호오? 미안하지만 대공 전하의 명이라. 하지만 완전히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 안심하라고."

아울은 서서히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가 서 있는 주변의 땅에서 검은색의 마력이 스멀스멀 솟아나와 점점 게르만 쪽으로 다가갔다. 게르만은 겁에 질린 얼굴로 다급하게 뒤쪽으로 기어갔다.

"살려주시오!"

"난 널 죽이지 않아. 널 죽일 이들은 바로-"

아울은 잔인하게 미소지었다. 그런 그의 눈동자는 어느 새 피같이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천천히 움직이던 검은 마력들이 주춤하더니, 다음 순간 빠른 속도로 게르만에게 쇄도해 나가 그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아아악!"

게르만은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그것들을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검은 마력은 여러 갈래로 갈라져 그의 몸을 옥죄었다.

아울은 빙긋이 웃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게르만은 옴짝달싹도 못한 채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소름끼치는 핏빛 눈동자. 그 속에 어린 것은 즐거움과 쾌감, 그리고- 광기였다.

"-널 죽일 이들은 바로, 셀레니스. 그 하얀 개들이니까 말이야."

아울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게르만은 그 압박감과 공포감, 그리고 배신감을 이기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너와 대공이 가장 안전한 울타리라고 생각했어! 언제까지나 날 지켜줄 방패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하, 그랬지."

아울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점점 더 가까이 게르만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하지만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키워지는 소, 돼지들은  그 울타리의 주인에게 잡아먹힐 운명이지. 적들의 위협도 없이, 마음놓고 살찌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 울타리였던 이들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 쫒아오기 십상이지."

아울은 킥킥 웃으며 손가락으로 시커먼 것들로 뒤덮힌 게르만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내 마력까지 빌려 줘 가면서 널 살찌웠지. 개량하기 줗게 말이야."

"..으..!"

게르만의 얼굴이 완전히 백지장처럼 질렸다. 검은 마력은 그의 입까지 뒤덮고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으..으으!"

아울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는 게르만의 어깨를 짚으며 유쾌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구. 넌 내가 훌륭한 괴물로 만들어 줄 테니까."

그는 한쪽 팔을 들어올려 손을 칼날 모양처럼 만들었다. 검은 연기같은 것이 피어올라 그런 그의 손끝을 감쌌다.

게르만은 몸부림쳤다. 소리도 질렀다. 하지만 도와주러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있을 리가 없었다. 이 주변은 이미 아울이 결계를 쳐 두었으니.

그의 커진 동공에 아찔하도록 아름답게 미소짓는 흑발의 청년이 박혀 왔다. 배를 향해 날아오는 손날 역시.

푸욱!

아울의 손은 남자의 복부를 가차없이 뚫었고, 게르만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의 새하얀 얼굴, 붉어진 눈동자 옆에 그것과 똑같은 새빨간 피가 튀는 모습이었다.

곧 지독한 고통이 찾아들었고- 그의 세계는 새카맣게 물들었다.

"에이, 더러운 게 묻어 버렸네."

남자의 배에서 손을 빼낸 아울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끝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붉은색에서 다시 흑색으로 돌아왔고, 주변에 떠돌던 검은 연기들도 자취를 감춰 버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생명이 꺼져가는 돼지같은 남자. 아울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널부러진 게르만의 몸뚱이를 내려다보았다.

"쯧. 그리 아름다운 몰골은 아니군. 뭐, 당연한 건가."

아울은 깨끗한 손으로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러자 게르만의 몸에 감겨 있던 검은 마력들이 뱀처럼 꿈틀꿈틀 움직이며 그의 코로, 눈으로, 입으로 그리고 시뻘겋게 속을 그러내고 있는 상처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것들이 완전히 죽어가는 몸으로 우겨 들어가자, 아울은 산뜻하게 미소지으며 게르만을 가뿐하게 들어올렸다.

"자아, 돌아갑시다!"

그가 장난스레 그렇게 중얼거리자, 아까 나타났을 때와 같이 검은 연기가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울과 게르만은 그 골목에서 자취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연기만이 잠시 그 자리를 맴돌 뿐,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에 흩어져 버렸다.

마법사의 탑- 일명 마탑이라 불리는 것은 편의 상 황성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로 들어가면 곧바로 그 위용을 자랑하는 10층 높이의 회색 탑을 마주할 수 있다.

옛날, 마법이 번성하던 시기에는 무려 17층까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학문이 점점 쇠퇴하며 그 규모가 작아졌다.

그리고 그 마탑의 정문 앞, 후드를 뒤집어 쓴 두 사람이 발걸음을 멈춰 섰다.

체구가 작은 소년과 키가 큰 청년. 앞에서 문을 지키던 문지기 두 사람이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정중하지만 딱딱한 목소리로 문지기가 용건을 묻자, 작은 쪽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 후드를 벗었다. 화사한 금발과 금빛 광택이 도는 붉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아름다운 소년. 아시엘이었다.

그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캐롤 교수님을 만나뵈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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