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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립 셀레니스 기사단-94화 (94/289)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90.양극화의 그림자(3)

후끈하게 달아올랐던 식당 내의 공기가 마치 칼바람이라도 불어닥친것처럼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따뜻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가시가 되어 네 사람에게 박혔다. 케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누구에게랄것 없이 어버버거렸다.

"저, 저놈 뭐야?"

"아마 저희가 옷을 갈아입기 전에 봤던 자들 중 하나겠죠. 우린 여기까지 오는데 꽤 헤맸으니까 저 자가  우연히 먼저 와 있다가 저희를 알아본 거에요."

아시엘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식당에 있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을 경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잘생긴 총각이라며 친근하게 말을 붙이던 여주인과 호감가는 미소로 그들을 안으로 불러들였던 주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보통이면 정말이야, 내지는 에이, 설마 정도의 말이 나올 타이밍이었지만 이 곳 사람들은 남자의 말에 한 치의 의심도 표하지 않았다. 그만큼 황제에 대한 혐오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일까.

한 가지 다행이랄 점은 타지에서 왔던 여행자들이 눈치를 보며 자리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었고, 반대로 나쁜 점은 술을 퍼마시며 파티를 벌이던 용병단이 금방이라도 칼을 빼들 기세로 눈을 홉뜨고 몸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그 때.

".....!"

아시엘은 갑자기 정면에서 날아오는 무언가의 기척을 느끼고는 몸을 살짝 비틀었다. 다음 순간 그의 볼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간 그것은 쨍그랑, 하는 듣기 싫은 파열음과 함께 벽에 처박혀 산산조각났다. 그는 조금 놀란 눈으로 병이 깨지며 함께 벽에 진한 자욱을 남긴 술을 바라보았다.

"...이게..!"

후두둑 바닥에 떨어지는 유리조각을 확인한 케빈은 이를 악물며 술병이 날아온 쪽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카이스 역시 무표정이던 얼굴을 팍 찌푸리며 곧장 허리춤의 검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아시엘은 재빨리 그를 붙잡았다.

"카이, 안 돼! 여기서 먼저 검을 뽑으면 상황만 복잡해져."

"하지만.."

그는 굳은 눈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검자루를 움켜쥔 카이스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때 술병을 던진 용병패 중 한 사람이 취기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조소를 띄며 입을 열었다.

"흥! 겨우 술병 정도로 골로 가면 재미 없지. 잘 피했다, 꼬마야. 그나저나 더러운 황제의 똥개들이 이 촌딱에는무슨 일이신지?"

"이봐, 물을 게 따로 있지. 개가 하는 일이 뭐가 있겠어? 황제가 싸질러 놓은 똥을 주워먹으러 가는 길이겠지."

마찬가지로 잔뜩 취한것처럼 보이는 다른 용병이 시시덕거리며 끼어들자 루이카엔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말이 좀 심한데. 똥이 뭐냐, 똥이. 그리고 우리가 셀레니스의 기사라는 증거는 있나?"

"그딴 건 필요 없어. 그 아니꼬운 기사들의 이름이 잠깐이라도 붙었던 놈들은 싸그리 땅에 파묻어버리면 되는 거니까. 일전에도 그런 것들이 있었거든. 황제의 기사네 뭐네 하면서 거들먹거리던 놈들이. 그래서 어떻게 해 줬는지 알아? 흠씬 두들겨서 쫒아 줬다네!"

부하들의 행동을 바라보던 용병 대장은 껄껄 웃으며 테이블을 두드렸다. 아시엘은 조금어이가 없어지려고 했다. 셀레니스 기사단 중에는 때리고 오면 왔지, 절대로 맞고 순순히 돌아올 만큼 성격 좋은 사람은 없었다. 그의 의문을 풀어준 것은 루이카엔이었다.

"간간히 그런 놈들이 있기는 하지. 쥐뿔도 안돼면서 간 크게도 사칭하고 다니는 녀석들이 말이야. 네놈들같이 뇌가 근육이거나 진짜인지 가짜인지, 황금인지 똥인지 구분 못하는 바보들한테 삥이나 뜯고 다니는 한심 놈들."

"뭐야?"

쿠당탕. 그의 도발적인 말에 술이 잔뜩 오른 용병들은 당장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식당 내에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 방금 전까지 기분 좋은 술기운에 취해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던 이들이, 지금은 취기가 주는 무모한, 혹은 무식한 용기를 방패로 당장이라도 싸울 태세를 취했다.

"잠깐! 저들은 진짜-"

"시끄러워! 진짜면 어떻고 가짜면 뭐 어때! 주먹으로 뭉개고 칼로 썰면 거기서 거기지."

처음 그들을 알아본 남자가 외치려 했지만 용병대장은 그를 윽박지르고 호기롭게 자신의 커다란 칼을 꺼내들었다. 뒤이어 그 아래의 용병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뽑았고, 술을 마시던 사람들도 앞에 놓인 술병들을 거꾸로 들었다.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아시엘은 이제 어쩔 거냐는 뜻을 담은 눈짓을 단장에게 보냈다. 하지만 루이카엔은 자신에게 맡기라는듯 싱긋 웃기만 했다. 그리고는 다시 눈앞의 남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라, 덤비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대한테? 참고로 말하자면 제국의 기사에게 해를 입힌 자는 엄벌에 처해진다고."

"입만 산 것을 보아하니 역시나 허섭스레기로군. 그냥 오늘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해, 애송이."

용병 대장은 험악하게 웃으며 아시엘의 허벅지보다 더 굵어보이는 팔뚝을 흔들었다. 이제 싸움을 피하기는 글렀다는 생각에 아시엘은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케빈과 카이스 역시 귀찮다는듯 혀를 차며 몸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이카엔은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으며,

"글쎄. 정말로 운이 안 좋은건 당신네들 같은데?"

싸움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

대장의 얼굴이 처음보다 더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명백한 조롱, 조롱이었다. 거기다 케빈은 한술 더 떠 주머니에서 1실버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 손가락으로 틱, 튕겼다.

땡그랑, 하고 동전이 바닥에 부딪혔다가 튀어올라 뱅글뱅글 몇 바퀴 돌고는 옆으로 쓰러졌다.

"내 생각도 그래. 뭣하면 돈이라도 걸까?"

"이.. 망할 새끼들이.....!"

결국 대장은 무섭게 포효하며 루이카엔에게 달려들었다. 그 뒤의 부하들도 오오오! 하는 함성을 내지르며 걸리적거리는 의자며 테이블을 걷어차 부수고 내달리기 시작했고 식당 안에 있던 남자들도 모조리 네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죽어라아아아!"

루이카엔은 커다란 칼을 위협적으로 치켜올리고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용병 대장을 여유롭게 올려다 보았다.적의 칼이 자신에게 떨어지려는 순간, 그는 기다렸다는듯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집어던졌다.

"크억!"

우당탕탕! 정확히 적의 안면을 직격한 나무의자는 남자와 함께 바닥으로 내팽개쳐져 산산조각이 났다. 루이카엔은 쌍코피가 터진 얼굴을 감싸쥐고 몸을 일으키려는 남자의 명치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짓밟았다.

"커헉!"

그는 단말마처럼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곧 축 처져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 대장이 단 몇 초 사이에 이빨이 깨지고 코피를 줄줄 흘리는데다 거품까지 물게되자 함께 달려들던 용병들은 멈칫하고 물러섰다.

"난 아직 죽기는 일러서 말이야, 아저씨. 그건 그렇고- 정말 어느 쪽이 운이 안 좋은걸까? 이래도 계속 할거야?"

루이카엔은 유유자적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그의 회색빛깔 눈동자가 너무나도 싸늘해서, 남자들은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응?"

그가 한번 더 묻는 소리에 떼로 덤비던 이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 중의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너희는 넷 뿐이다! 이 많은 수를 당해낼 수 있을것 같나! 저 꼬마는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를 것 같은데?"

얼마나 마셨는지, 눈이 제대로 풀리고 온몸이 취기에 새빨개진 남자였다. 졸지에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는 꼬마' 가 된 아시엘은 고운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케빈은 킬킬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곧 후배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급히 입을 막아야 했다.

그들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남자들은 그의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시끄럽게 외치기 시작했다.

"그래, 겨우 넷 뿐이라고!"

"맞아! 오늘 네놈들 다 이 가게에서 기어 나가게 해 주겠어. 더러운 황제의 개들!"

"나참, 오글거려서 원."

루이카엔은 심드렁한 얼굴로 귀를 후벼팠다. 그 반응이 그들의 심기를 제대로 건들였는지, 남자들은 이를 부득 갈고는 다시 고함을 내지르며 우르르 달려들었다.

"죽여 버리겠어!!"

"흐음."

루이카엔은 정확히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검을 가볍게 피했다. 푸욱, 시퍼렇게 날이 선 검은 그의 바로 옆의 벽에 깊이 박혔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그는 씨익 장난꾸러기같이 웃었다. 케빈 역시 재미있겠다는듯 우두둑, 손을 풀었고 아시엘은 귀찮게 되었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카이스는 무뚝뚝한 얼굴로 차분히 주먹을 그러쥐었다.

"그럼, 놀아볼까?"

루이카엔은 유쾌하게 외쳤다. 그리고 단장의 말에, 세 사람 역시 더 이상 사양하지 않기로 했다.

"책임은 루이카엔 씨가 지는 거에요? 난 몰라요."

아시엘의 말에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히죽 웃었다.

"물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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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가 되었습니다\( ˚ ▽ ˚ ) /

곧 1주년이기도 해고 100회가 다가오기도 해서 이벤트를 해볼까 합니다☞☜

캐릭터 인터뷰를 진행해볼까 하는데요, 혹시 아시엘이나 카이스, 루이카엔.. 등등의 캐릭터들에게 궁금한 개인적인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꾸벅)

예시) 아시엘에게 질문! 좋아하는 색깔은 뭐에요? Or 이상형은?

작가에 대한 것도 좋아요!ㅎㅎ필요없으시겠지만..ㅎ..ㅎㅎ

음..음..음 설마 아무도 안 해 주시면..음.....ㅠ

질문 기한은 99화 업데이트 까지입니다. 90~99편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외전격 특별편도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대해 주세요!ㅎ

이 공지는 질문 종료까지 매편 아래에 복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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