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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립 셀레니스 기사단-95화 (95/289)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91. 양극화의 그림자(4)

"하하! 좋은데!"

우우 몰려드는 남자들을 보며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린 루이카엔은 그들이 지척에 가까워지자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의자를 들고 크게 부웅 휘둘렀다.

"끄억!"

퍼억,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용병 무리는 신음을 흘리며 얻어맞은 곳을 움켜쥐고 몸을 푹 숙였다. 루이카엔은 그 중 두 사람의뒷통수를 붙잡고 서로의 이마를 세게 부딪혔다. 빠악! 박이 깨지는듯한 소리가 살벌하게 들렸다.

"으어억!"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기절해버린 두 사람을 아무렇게나 휙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옆에서 칼을 들고 덤벼드는 한 남자의 팔을 확 붙들었다.

우드득,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단도를 떨어뜨렸다.

"윽..!"

"네가 우리 애한테 술병 던졌지?"

루이카엔은 겁먹은 그의 멱살을 잡고 싸늘한 눈동자로 살벌하게 히죽 웃었다. 남자는 뻣뻣하게 굳어서 끅, 하고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루이카엔은 손을 탁 놓고 남자의 턱을 세게 걷어찼다.

"끄악!"

거센 발차기에 그는 저만치 나가떨어져 벽에 쿠웅 부딪혔다. 그래도 맷집은 되는 모양인지 그는 턱가의 피를 손등으로 훔치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드는 그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걷어차는 작은 발이 있었다.

아시엘은 커흑, 하는 소리를 내며 완전히 뻗어버린 그를 발로 대강 밀어 구석에 처박았다.

"꼬마다! 저 꼬마를 잡아!"

"아."

누군가의 외침에 루이카엔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던 남자들의 일부가 그 쪽으로 돌아섰다. 아시엘은 귀찮다는듯 혀를 쯧 찼다.

"저쪽도 딱히 너네들한테 나을 건 없을 텐데."

케빈은 술병을 들고 덤비던 한 사람의 손목을 탁 쳐 무기를 빼앗고 멱살을 붙잡아 올려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냅다 던지며 픽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볼링공으로 핀을 쓰러트리는 것처럼, 그들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덩치 큰 남자를 피하지 못하고 크아아! 하며 테이블 위로 우르르 쓰러졌다.

"뭐, 그래도 루이카엔 씨나 선배같은 괴물들 보다는 낫지 않아요?"

아시엘은 달려드는 남자들을 향해 테이블을 걷어찼다. 우두두둑! 나무 테이블이 박살나며 선두에 서있던 남자들과 부닥쳤고, 그 결과 우우 몰려오던 그들은 서로 뒤엉켜 엎어지고 넘어졌다.

"으극...!"

"이걸 뭐라고 하죠? 스트-라이크! 라고 하던가?"

아시엘은 바닥에 널부러진 이들을 내려다보며 놀림조로 말했다. 그러자 으득, 하고 이를 간 몇몇 남자들이 놓쳤던 칼을 그러쥐고 지팡이 삼아 상체를 일으켰다.

"이 애새끼가 정말!"

"애새끼라서 미안하게 됐네요..... 익!"

아시엘은 갑작스럽게 옆으로 날아드는 단도를 슬쩍 피했다. 순간적으로 그의 시선이 다른 곳에 팔리자, 그들 중 하나가 땅을 박차고 소년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죽어라아!"

"...!"

아시엘은 재빨리 몸을 휙 숙였다. 그의 머리 바로 위에서 아슬아슬아게 곡도가 부웅 휘둘러졌다.

"아까 루이카엔 씨도 말했잖아요?"

"윽..!'

있는 힘껏 헛스윙을 한 꼴이 된 그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아시엘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리를 확 걸어 그를 넘어트렸다.

"으악!"

우당탕!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남자는 세게 찧은 등을 쓰다듬으며 소년을 노려보았다. 아시엘은 씨익 입가에 곡선을 그렸다.

"싫다고요."

그의 붉은 눈동자에 스쳐간,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살벌한 장난기에 눈앞에 넘어져 있는 그는 물론이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이들까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그것을 알 리 없는 아시엘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의 턱을 힘껏 걷어찼다.

빠악. 뼈가 나가는것 같은 경쾌한 소리가 단말마처럼 울려퍼지고 남자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곧 또다른 이들이 악을 쓰며 돌격해왔다. 하지만 아시엘과 그들 사이에 갑작스럽게 한 소년이 끼어들었다.

"뭐야, 넌!"

"......"

카이스는 대꾸하지 않고 근처에 굴러다니는 멀쩡한 술병 두 개를 집어들었다. 그것을 몇 번 위로 던졌다가 받은 그는 술병의 주둥이를 잡고 힘껏 내던졌다. 퍼억, 퍼억! 앞서 달려나오던 둘을 훌륭하게 쓰러트린 술병은 바닥에 떨어지며 와장창 깨졌다.

"좋은데?"

아시엘은 뒤로 물러나 허리에 손을 짚고 픽 웃음을 터뜨렸다. 카이스 역시 그에 화답하듯 작게 미소짓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주먹을 살짝 그러쥐고, 목표를 바꿔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들의 명치에, 얼굴에, 그리고 옆구리에 강한 주먹을 박아 넣었다.

휘익! 카이스는 혼잡한 가운데에 누군가가 깨진 술병을 휘두르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리고는 조금도 주춤하지 않고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술병의 주인을 쓰러트렸다.

"그러게 나을 것 없다니까."

케빈은 클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그는 자신에게로 덤벼오는 거구의 남자 하나를 번쩍 들어 테이블로 집어던졌다.우지끈, 하고 나무다리가 부러지고 그 위에 올려져있던 술병과 잔들이 산산조각났다.

"앗- 싸! 어라."

케빈은 뒤를 노리고 달려드는 적의 기척을 느꼈다. 그는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뻗어 날아드는 주먹을 가볍게 잡아챘다.

"흐, 흐이익!"

"당신이 민간인이 아니었다면, 이 손은 평생 못 썼을걸."

겁먹은 청년에게 케빈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는 그대로 그의 팔을 움켜쥐고 엎어치기를 했다. 콰앙! 바닥과 청년의 몸뚱이가 무지막지게 격돌했고, 그는 커헉 하는 신음을 내며 쭉 뻗어버렸다.

케빈은 곧장 몸을 돌려, 아시엘에게 덤비다 그의 작은 주먹에 호되게 얻어맞고 덤으로 정강이까지 세게 걷어차인 이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네 사람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사람들을 하나하나 쓰러트려갔다. 저쪽은 죽일 기세로 덤벼오지만, 어쨌든 일반 시민이니 죽지 않도록 적당히. 그렇게 해도 용병들 외에는 전부 제대로 된 훈련은 커녕 칼만 휘두를 줄 아는 잡배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 안에 두 발로 멀쩡히 딛고 있는 사람은 기사 네 명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물건들도 마찬가지였다. 테이블과 의자는 있는대로 박살이 나 바닥을 뒹굴었으며 장식물들과 화분, 유리잔까지 모조리 깨어졌다.

아시엘은 그야말로 난장판, 혹은 개판이 된 식당에 널부러져있는 수많은 이들을 내려다보며 손을 탁, 탁 털었다.

"그나저나 이거 큰일이 되버렸네요. 아무리 이쪽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지만 우리가 좀 과했던 것 같아요."

"감봉 좀 먹겠지, 뭐. 별 수 없었잖아? 그리고 저 아무개 씨가 책임진다고 했잖아."

케빈은 고갯짓으로 아시엘의 옆에 서 있는 루이카엔을 가리켰다. 그러자 단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것보다 얼른 나가자. 더이상 지체하다 경비대에 걸리면 곤란해져."

"딱히 곤란할 게 뭐가 있어요?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아시엘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문을 향해-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가며 케빈이 침울한 표정으로 간단하게 대꾸했다.

"아무리 땅에 처박힌 기사의  명예라지만, 거기다 진흙까지 들이부을 수는 없잖아."

"아."

아시엘과 카이스는 대박에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 선배와 비슷한 얼굴이 되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 발로 들어왔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기사단은 콩가루 같아요."

"동감."

"하하하하! 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이제와서 수습할 수도 없으니까. 하하, 하, 하.."

루이카엔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은근슬쩍 제일 먼저 식당을 빠져나가버렸다. 저 답없는 단장 자식 같으니라고, 케빈은 살벌하게 욕을 읊조리며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쿵. 네 사람이 모두 나가고 문이 다소 거칠게 닫히자 좁은 카운터 아래에서 덜덜 떨고 있던 주인 내외는 주춤주춤 밖으로 기어나왔다. 가장 먼저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져있는 손님들과 완전 초토화가 된 식당이었다.

"...아.. 세상에.. 그것, 그것들.. 정말 사람이었나?"

마치 한바탕 악몽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인 남자는 황망하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마치 재미있는놀이를 하듯 수많은 장정들을 쓰러트린 두 청년과 두 소년의 모습이 그의 뇌리에서 도저히 지워지지가 않았다. 처음에 가게에 불러들일 때까지만 해도 그저 사람 좋아보이는 일행들일 뿐이었는데-

"..괴물이야. 사람이 아니라고."

괴물. 그의 눈에 비치는 순백의 기사들은 괴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가 멍청하게 엉망이 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망연자실해 있던 안주인이  남편의 정신을 현실로 돌려놓았다.

"잠깐만, 여보. 이것 좀 봐요."

"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운터 위에 올려져 있는 주머니를 가리키고 있었다. 끈이 풀려 살짝 벌어진 주둥이 사이로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반짝이는 금화였다.

"뭐, 뭐야?"

"잠깐만요. 여기 쪽지가.."

여주인은 돈주머니 아래에 깔려 있던 종이조각을 집어들어 침침한 눈 앞에 가져가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다.

"식당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수리비와 저희가 먹었던 음식값, 여기 쓰러져 계신 분들의 치료비와 술값입니다.. 모자라면 황궁의 셀레니스 기사단 앞으로.. 청구해 주십시오..?"

부부는 놀란 토끼 눈으로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았다. 모자랄 턱이 없었다. 오히려 차고 넘칠 만큼의 양이었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괴물' 이라는 두 글자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수습은 잘 했겠지?"

마구간에서 말을 되찾아 와 달리기 시작한지 십여 분. 케빈은 문득 생각났다는듯 앞서가는 루이카엔에게 외쳤다.

"물론이지. 가지고 있던 돈 전부 두고 왔으니까."

"그래?"

케빈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카엔은 킥킥 웃음을 터뜨리고는 가뿐하게 말했다.

"뭐. 조금 성가시긴 했지만 목적은 이뤘으니까 나쁠 건 없지."

"목적이요?"

옆에서 위태롭게 달리던 아시엘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것도 치사한 얘긴데 말이야.. 저 동네엔 폐하에 대한 반감이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었어. 아무래도 대공 전하 쪽 브로커들 짓이겠지."

"그런데요?"

이번에는 카이스가 다가와 물었다. 단장은 음- 하고 잠시 말을 고르는듯 하다가 씨익 장난스럽게 웃으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맞바람에 그의 갈색 머리칼이 뒤로 흩날렸다.

".. 훗날에, 이 지역 사람들을 회유하거나 협조를 얻을 때엔 반발심이나 거부감보다, 공포심이 더욱 편리하겠지. 말하자면 그런거야."

"네?"

"우린 단 넷이서 식당 안의 인간들을 모조리 쓰러트렸어. 그 소문은 당한 당사자들에 의해서 삽시간에 곳곳으로 퍼지겠지. 아마 사실보다 훨씬 부풀려져서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시엘과 카이스는 찝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 도시 안에서, 사람들을 무지막지하게 팬 셀레니스 기사단은 경멸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황제에 대한 인식 역시 조금 바뀌게 될 터.

"..도대체 어느 쪽이 괴물인지."

케빈은 그로서는 드물게 허탈한 소리를 냈다. 아시엘이 시선을 주자 그는 불평하는 투로 말을 이어갔다.

"눈치같은거 보지 않고 사정없이 사람들을 손쉽게 때려눕히는 우리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생각과 속한 곳이 다르다고 금세 이빨을 내밀고 돌변하는 인간들인지.. 아니면 그런 괴물들을 저 높은 곳에서 체스 게임하듯 움직이는 두 군주인가."

"......"

"알 수가 없다니까."

그는 한숨처럼 말을 끝맻었다. 그 후로 네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을 몰았다. 다그닥 다그닥, 어둠 속에 말이 땅을 박차는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렸다.

겨우겨우 안정적인 자세를 잡고 저 멀리 수평선 위에 흩뿌려진 별들과 달을 올려다보던 아시엘은 그런 침묵을깨고 사뭇 경쾌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조금 아쉽네요."

"뭐가?"

루이카엔은 그의 뜬금없는 말에 의아해져 물었다. 그러자 아시엘은 특유의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어른스러운. 그런 미묘한 미소를 얼굴에 비쳤다.

"- 그 집 쿠키랑 초코 우유, 정말 달콤했거든요."

"....."

루이카엔은 조금 멍해진 눈으로 달빛에 비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카이스와 케빈도 마찬가지였다.

잘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결코 읽을 수 없는 저 커다란 붉은색 눈동자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시엘은 한참 동안 하늘을 바라보다 한쪽 손으로 싸움으로 엉망이 된 망토의 끈을 풀었다. 스륵, 별 저항 없이 소년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그것은 곧 바람에 실려 뒤로, 저 뒤로 천천히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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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1주년이기도 해고 100회가 다가오기도 해서 이벤트를 해볼까 합니다☞☜

캐릭터 인터뷰를 진행해볼까 하는데요, 혹시 아시엘이나 카이스, 루이카엔.. 등등의 캐릭터들에게 궁금한 개인적인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꾸벅)

예시) 아시엘에게 질문! 좋아하는 색깔은 뭐에요? Or 이상형은?

작가에 대한 것도 좋아요!ㅎㅎ필요없으시겠지만..ㅎ..ㅎㅎ

음..음..음 설마 아무도 안 해 주시면..음.....ㅠ

질문 기한은 99화 업데이트 까지입니다. 90~99편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외전격 특별편도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대해 주세요!ㅎ

이 공지는 질문 종료까지 매편 아래에 복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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