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97. 사냥 개시(3)
"굉장한데? 마검사라고는 들었지만 이거 사기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에요. 저 녀석 힘이 엄청나게 세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키프스의 호들갑에 아시엘은 한쪽 손이 묶여 몸부림치는 괴물을 걱정스럽게 올려다보았다. 지금이야 마법과 검이 견고하게 그것을 붙들고 있다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루이카엔은 그런 그에게 다가가 금발 머리 위에 손을 툭, 올려놓았다.
"엣?"
"그럼 그 전에 족치면 된다는 말이네. 잘했어, 아시엘."
그는 칭찬하듯 소년의 머리를 슥슥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는 쿠에에엑, 하고 괴성을 질러대며 결박을 풀려 애쓰는 괴물을 찬찬히 살피며 입을 열었다.
"어디가 약점이고 뭐에 약한지 우리에겐 정보가 없으니까. 일단은 정공법으로 간다. 그리고 아시엘, 여차하면 마법을 풀어버려. 강제로 해제되면 큰일이니까."
아시엘은 대답 대신 힛, 하고 그에게 장난스레 웃어보이고 몸을 살짝 비틀어 단장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그래서 작전은요? 단장님."
"그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루이카엔은 쓰게 웃으며 그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콩, 때렸다. 그리고는 검을 어깨에 척 걸치며 전투 태세에 들어간 부하들과 키프스, 그리고 백작을 죽 둘러보았다.
"지금으로서는 작전을 짤 수도 없어. 일단은 좌, 우, 정면, 후방으로 나누어서 공격한다. 백작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함께 하겠습니다."
백작이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루이카엔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당신은 저희 막내보다도 실전 경험이 부족해 보이니까요. 그리고 저희들의 임무는 단지 저 몬스터를 퇴치하는것 뿐 당신까지 지켜드릴 수는 없을 겁니다. 그만큼 여유 있는 상대가 아니니까요."
"상관 없습니다. 제 몸은 제가 지킵니다."
카스란은 불쾌하다는듯 미간을 좁혔다. 그 안에서 보이는 고집스러움에 루이카엔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기사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래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2인 1조로 서로 커버를 하도록 하자. 키프스 씨, 후방을 맡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연한 말씀을."
키프스는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루이카엔은 그에게 마주 웃어준 후 말을 이었다.
"손이 묶인 오른쪽은 케빈이 맡아. 좌측은 아시엘과 카이스, 전방은 나와 백작님이 공격한다. 의이 있는 사람?"
"없습니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있게 말했다. 곧 여섯 명은 루이카엔의 지시에 따라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졸지에 병풍 신세가 된 병사들은 멍하니 그들이 하는 일들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모두 준비 됐나?"
루이카엔은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며 호기롭게 외쳤다. 그러자 곧 왼쪽에서 카이스와 아시엘의 대답이 들려왔다.
"네!"
두 소년 역시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수 있게 검자루에 손을 올리고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뒤이어 케빈으로부터"아아." 하는 조금은 신경질적인 대답이 들려왔고, 마지막으로 뒤쪽의 키프스가 "문제 없습니다아!" 하고 들뜬 음성으로 외쳤다.
그렇다면- 루이카엔은 자신의 옆에서 발도할 준비를 하고 있는 백작을 힐끗 바라보았다. 카스란 역시 준비 되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간다!"
단장은 짧게 외치는 것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앞으로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 신호를 따라, 다른 이들 역시 일제히 검을 뽑아들고 괴물에게 돌진했다.
"쿠어어어어!"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괴물은 소리를 내지르며 자유로운 팔을 아무렇게나 부웅 휘두르고, 발을 쾅쾅 구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엄청난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주변을 감쌌다.
"왠 난동이야, 이 덩치가."
케빈의 여유롭게 공격을 피하고 다리에 힘을 주어 위로 도약했다. 그는 괴물의 굽혀진 무릎을 발판처럼 밟고, 옴직이지 못하는 팔을 딛고 한번 더 높이 뛰어올라 검을 머리 위로 번쩍 쳐들었다. 빛을 반사해 새하얗던 검신에 주황빛의 선명한 검기가 맻혔다.
"이야아아압!'
콰아악! 빠른 속도로 내리쳐진 검은 빛을 내며 괴물의 어깨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하지만 완전히 베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는지 검은 중간에서 멈추고 말았다.
"쳇!"
"선배! 비켜요!"
못마땅하게 혀를 차던 그는 갑자기 들려오는 소년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카이스의 도움을 받아 높이 도약한 아시엘이 그쪽을 향해 마법진이 떠오른 왼손을 쭉 뻗고 있었다. 케빈은 재빨리 검을 거두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아시엘은 시동어를 외쳤다.
"일렉트릭 에로우!"
그의 근처에 전기로 만들어진 화살들이 생성되더니 빠른 속도로 케빈이 만들어 놓은 상처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파지지직! 화살들은 정확하게 괴물의 약해진 어깨에 박혔고, 전기가 튀기는 소리가 나며 맞은 자리에서 탄내와 연기가 피어올랐다.
"쿠에에에엑!"
괴물은 몸부림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것의 무릎 뒤쪽 부분에 정확히 파고드는 단도 다섯 개가 있었다. 파바박! 칼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히 박힌 그것들을 뿌듯하게 바라보던 키프스는 괴물이 자신 쪽으로 발을 날리자 이크, 하면서 몸을 날렸다.
콰르르르! 빗나간 다리가 근처의 나무 하나를 부러뜨리고, 빈집 하나를 박살냈다.
"흐아~ 이거 살 떨리네.. 윽!"
여유롭게 중얼거리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급하게 몸을 피해야 했다. 위쪽에서 날아온 중간 길이의 수도가 바로 옆에 푹, 하고 박혔기 때문이었다. 아군에 의해 하마터면 꼬챙이가 될 뻔한 키프스는 위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이봐, 누군지 모르겠지만 위험하잖아!"
"아아- 미안합니다!"
루이카엔은 검에 지탱해 괴물의 어깨에 매달린 채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품에서 또다른 수도를 꺼내 검기를 일으켜 적의 목에 푹 꽂아 가로로 그었다.
푸우욱! 피같은 액체가 사방으로 튀고, 그의 하얀 제복 자락도 더럽혔다. 루이카엔은 인상을 쓰며 얼굴에 묻은시커먼 혈액을 손으로 대충 닦았다.
"에이씨.. 더럽게- 우웃!"
"쿠허어어!"
괴물의 손이 빠르게 다가오자 루이카엔은 재빨리 아래로 뛰어내려 검기를 일으킨 검을 시커먼 가슴팍에 박고 매달렸다. 하지만 몬스터의 피부가 미끌거리는 탓에 그대로 배를 가르며 아래로 주욱 미끄러지고 말았다.
"어라, 노린 건 아니지만 꽤 괜찮은데?"
"단장님.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런 그의 검자루를 살짝 밟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카이스였다. 정중하게 사과한 그는 단도 하나를 더 던지고 그것을 꾹 밟고 아시엘이 마법을 마구 난사하고 있는 머리쪽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는 검을 두 손으로 비스듬하게 들고 높이 점프했다. 그리고는 옅게 푸른색 검기가 맺힌 도신을 가차없이 괴물의 머리에 찍어버렸다.
"키에에엑!"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타격은 되었는지 괴물은 다시금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땅에 내려앉은 루이카엔과 교대하듯 카스란이 뛰어들었다.
위로 도약해 떨어지기 직전 괴물의 배에 검을 꽂은 그는 품에서 단도 하나를 꺼내 암벽등반을 하듯 원래의 자리에서 조금씩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콰악! 콰악! 칼이 박히는 자리마다 검은색 액체가 튀어 백작의 준수한 얼굴에 떨어졌다. 그는 미간을 확 찌푸리고는 가슴 부근에서 칼을 확 빼 뒤로 크게 뛰어올랐다가, 미미하게 검기를 일으켜, 케빈과 아시엘의 공격으로 약해진 어깨를 콰악 베었다.
"쿠어어어어! 키에에에엑!"
그것이 결정타였는지, 괴물은 한층 더 거세게 날뛰기 시작했다. 몸이 미친듯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것에 매달려있던 케빈은 기겁하며 몸을 지탱하던 검을 꽈악 쥐었다.
"뭐, 뭐야! 갑자기 왜이래!?"
"너무 자극했어요! 빨리 벗어나야 해- 큭!"
마찬가지로 레이피어에 의지해 매달려 외치던 아시엘은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신음을 흘렸다. 카이스는 순간 설마, 하고 바닥에 묶여 있는 괴물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몬스터의 강대한 힘을 이기지 못한 검이 위태롭게 끼릭거리고 있었다.
케빈 역시 그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아시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간 손에 힘이 빠져, 그는 괴물이 날뛰는 힘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윽!"
거세게 내던져진 케빈의 몸은 곧 콰앙! 하고 짙은 흙먼지를 내며 바닥에 처박혔다.
"케빈!"
루이카엔은 경악하며 그쪽으로 달려갔다. 먼지가 대충 걷히면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그의 실루엣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윽... 아야야."
"야, 괜찮냐?"
루이카엔이 곁에 털썩 주저앉으며 묻는 말에 케빈은 대답 대신 한쪽 손을 들어보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몸은 엉망이 되어 여기저기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시엘과 카이스는 미끄러지듯 괴물의 몸에서 내려왔다. 두 사람이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몬스터는 다시 한번 몸을 크게 뒤틀었고, 그와 동시에 아시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윽...!"
"아시엘!"
카이스는 그를 부축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재촉했다.
"뭐하는 거야! 빨리 마법을 풀어버려!"
"하지만.."
아시엘은 짧게 내뱉으며 눈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들은 그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막 뛰어내린 백작이 괴물의 묶인 손 근처에 주저앉아 있었다.
".....! 뭐 하는 거야, 저 인간은!"
케빈은 분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몸을 벌떡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곧 윽, 하는 신음을 흘리며 피가 흐르는 가슴 언저리를 감싸쥐었다.
착지할 때 문제가 있었는지 백작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거리며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괴물의 사정거리 안이었다. 만일 아시엘이 마법을 풀어버린다면 바로 직격을 맞을 것이 분명했다.
괴물은 한번 더 몸을 크게 들썩였다. 아시엘은 카이스의 옷깃을 꽉 붙잡으며 몸을 움츠렸다.
"크윽..!"
"아시엘, 마법을 풀어! 빨리!"
루이카엔은 성난 음성으로 그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하지만 아시엘은 속이 뒤집어지는 고통에 숨을 힘겹게 몰아쉬면서도 고집스럽게 고개를 내저었다.
쩌적, 쩍. 검은 이제 거의 다 뽑혀가고 있었다. 백작 역시 위험을 깨달은듯 달리는 속도를 더욱 빨리 했다.
"젠장.. 형님!"
키프스는 으르렁거리듯 백작을 향해 외쳤다. 카스란은 쳇, 하고 혀를 한번 차고는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안전한 곳에 다다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몬스터는 하늘을 향해 소리를 내지르며 크게 몸부림을 쳤다.
"쿠어어어어어!"
쿠웅! 콰앙! 괴물의 팔다리에 맞은 집들과 바위가 박살나며 사방으로 파편을 튀겼다. 그리고 그것이 한번 더 괴성을 뽑아내며 오른팔에 힘을 주자, 마침내 깊숙히 박혔던 검과 얼음 창들이 쨍그랑, 부러지며 뽑혀나가고 말았다. 마법이, 강제로 깨어진 것이었다.
"윽.. 쿨럭! 쿨럭, 쿨럭!"
아시엘은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스륵 주저앉아 기침을 뱉어냈다. 입을 막은 하얀 손 사이로 새빨간 피가 타고 흘러내렸다.
"아시엘!"
루이카엔은 그의 어깨를 감싸쥐며 다급하게 이름을 불렀지만 아시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가슴은 답답하고 속은 불에 타는 것처럼 화끈거려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쿠에에에에에에엑!"
괴물이 거세게 울부짖으며 너덜너덜해진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입에서부터 새카만 연기 비슷한 것이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마력이다."
카이스는 작게 중얼거리며 아시엘의 옷깃을 꽈악 붙잡았다.몬스터는 처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게 날뛰었다. 근처의 바닥은 멀쩡한 곳 없이 갈라졌고 그나마 형체라도 알아볼 수 있던 집과 건물은 이미 가루가 되어 있었다.
루이카엔은 이를 악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병사들은 패닉에 빠져 대열이 흐트러진지 오래였고 케빈 역시 당장은 움직일 수 없어보였다. 간신히 곁에 온 키프스 역시 아까 뛰어내릴때 발목을 삐끗한듯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아시엘은 당장 기절하지 않는 것이 용해보였다.
이 상황에서 가능한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일단 철수하자."
그가 짧게 내뱉자 병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뒤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번째 사냥은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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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1주년이기도 해고 100회가 다가오기도 해서 이벤트를 해볼까 합니다☞☜
캐릭터 인터뷰를 진행해볼까 하는데요, 혹시 아시엘이나 카이스, 루이카엔.. 등등의 캐릭터들에게 궁금한 개인적인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꾸벅)
예시) 아시엘에게 질문! 좋아하는 색깔은 뭐에요? Or 이상형은?
작가에 대한 것도 좋아요!ㅎㅎ필요없으시겠지만..ㅎ..ㅎㅎ
음..음..음 설마 아무도 안 해 주시면..음.....ㅠ
질문 기한은 99화 업데이트 까지입니다. 90~99편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외전격 특별편도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대해 주세요!ㅎ
이 공지는 질문 종료까지 매편 아래에 복붙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