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 - 17편
(2장 - 양성화(陽性化) (4))
짐을 챙긴 조일준은 자신이 기술을 가르치던 인부 열 명을 시켜 각종 장비를 아예 수레에 올려 상의원으로 향하였다. 효명세자의 명이 내려졌으니 이를 제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상의원은 조선시대에 나름 권세를 누리는 관청 중 하나였으며 소속된 장인이 700명이 넘는 거대한 기관이었다. 이미 효명세자에게 이야기를 들은 공조판서 박기수(朴綺壽)는 조일준의 행렬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이미 세자저하께서 명을 내리셨으니 염려하지 말게. 그렇지 않아도 자네가 필요하던 차였는데 상의원에 부임하다니 잘 된 일이군.”
“이탄재(履坦齋 - 박기수의 호) 대감께서 제게 물어보실 것이 있다 하였으니 부족한 재주를 어디에 쓸지 염려하여 낯을 들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렇게 겸손하여 하지 말게. 마침 자네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으니 짐을 옮기는 일은 아랫것들에게 시키고 나를 잠시 따라오게나.”
장흥고와 비교할 수 없이 큰 기관인 상의원은 왕실의 의복을 만들고 보물을 관리하는 관청이었다. 당연히 수많은 장인들이 끝없이 일하고 있었으며 이 장인 가운데 새로운 부류의 장인이 태어나고 있었다.
바로 유리를 가공하는 파리(玻璃) 장인이었다. 불볕더위에 불이 활활 올라오는 화로를 에워싼 장인들을 살펴본 조일준은 바닥에 널린 파편을 집어 들고 말하였다.
“유리를 만들고 계시는군요. 제가 조정에 출사할 적에 유리를 만드는 법을 알려 드렸는데 상의원에서 이를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군요.”
“경서(經書)에서 익힌 말만 앞세운 철부지들처럼 가만히 웅크려 있으면 무얼 할 수 있겠나. 유리를 수입하는 값을 생각하여 직접 만들어 보았는데 아직 기술이 부족하지.”
청나라와 일본도 유리를 만드는 기술로 각종 물품을 제조하고 있었는데 조선은 수입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박기수는 다른 나라가 만들 수 있다면 조선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물론 손재주가 좋은 장인들도 쉽게 적응하지 못 하여 수입한 유리 제품을 보며 목표로 삼는 것 같았다. 박기수의 방침에 만족한 조일준은 시제품으로 나온 유리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였는데 생각보다 더 하더군. 품질이야 개선할 수 있지만 균질함도 부족하고 기껏 만든 물건도 이렇게 뿌연 기운과 누런색과 녹색이 맴돌고 있다네.”
색이 들어있는 이유는 모래 속에 잠들어 있는 금속이 녹은 탓이며 뿌연 색은 불순물이 어설프게 녹은 탓이 분명한 것 같았다. 조일준은 마침 잘 된 일이니 여러 조언을 하였다.
“저 또한 유리에 대해 연구하여 보았습니다. 지남철(자석)로 속에 있는 사철을 걸러내고 체에 여러 번 쳐서 불순물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를 수행하면 품질이 좋아질 겁니다.”
“자네가 장흥고에 묶여 있으니 그런 이야기를 널리 퍼트리지 못 하였군. 다들 이야기를 들었는가? 지시대로 어서 움직이도록 하게!”
장흥고와 달리 공조 휘하 상의원은 나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관청이었다. 조일준이 주변을 살펴보니 유리를 거울로 만들려 하였는지 외국에서 수입한 여러 종류의 거울도 보였다.
서양에서 수입한 거울도 있었고 동양에서 만든 거울도 있었다. 이 시대에는 아직 질산은을 이용한 거울 제조법이 없었으니 현대인의 기준으로 거울의 품질이 조악(粗惡)하였다.
반사율이 떨어지고 어두운 색이 있는 주석을 바른 거울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개중 한 거울은 테두리에 옻칠을 하였으며 품질이 훨씬 부족하고 어딘가 들뜬 느낌이 있어서 조일준이 물어 보았다.
“이 거울의 품질이 가장 좋지 않군요. 혹여나 시제품을 제조하였습니까?”
“그 거울은 왜국에서 수입한 녀석이라네. 왜인들이 손재주가 좋으니 서역에서 수입한 거울을 베껴 만들었는데 만들기 쉬운 물건 같아서 목표로 삼았지. 뜯어보아도 좋네.”
거울을 분해한 조일준은 내부를 살핀 뒤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일본제 거울의 유리판 뒤에는 수은을 먹인 종이가 붙어서 반사판 역할을 하였다.
서양에서 들어온 거울은 품질이 그나마 나았지만 여기에도 수은이 함유되어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박기수는 조일준의 굳은 표정을 보더니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였다.
“당장에 이런 거울을 만들라는 뜻은 아닐세. 험난한 일이 기다리고 있어도 여러 물산을 만드는 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지. 그리 하여야 손해를 덜어내는 법일세.”
수은과 주석의 합금으로 거울을 수은에 중독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질산은을 이용한 거울 제조법을 도입하면 초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조일준도 생각만 해 두었다.
이 막대한 초기 비용은 나름 욕심을 가진 박기수가 벌충해 줄 것 같았다. 질산은 도금 방식을 적용하기로 마음먹은 조일준은 반짝반짝 윤이 나는 은비녀를 가져와서 말했다.
“여러 방법을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서역에서는 뒷면에 주석과 수은을 섞어 바르고 이를 굳히지만 더 좋은 방법도 있지요. 이를테면 이 은비녀처럼 빛나면 어떠하겠습니까?”
“주석보다 은이 몇 배는 휘황찬란하게 빛나지 않겠나. 당장에는 힘든 일이지만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니 천천히 성과를 내놓아 보게.”
방법을 모르고 있다면 수많은 선구자들처럼 실패를 거듭해야 하지만 조일준에게는 현대의 지식이 있었다. 차근차근 유리 제조 공정부터 개선시킬 조일준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반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효명세자에게 불려나가 아랫사람들을 관리하지 못 한다며 질책을 당한 조만영은 집으로 돌아와 분통을 터트렸다.
“미치광이를 보았나! 이간질을 시작하자마자 눈치를 채고 이런 짓을 저질러!”
끔찍한 일을 경험한 장흥고 관리들이 조만영에게 보고를 올렸지만 뭐라 할 수 없었다. 명분이야 조일준이 가지고 있고 엄히 문책하면 죄를 물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방법이 없다.
평상시에 장인 관계를 드러내듯이 서로 존대를 하던 효명세자가 자신을 안타까운 듯이 바라보는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일준의 근무지를 아예 공조 휘하 선공감으로 옮겨 버렸다. 손을 대고 싶어도 댈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을 직접적으로 책망하지 않고 사태를 묻은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장인어른인 자신을 책망하면 효명세자 스스로의 권력도 깎여나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다행일 뿐이지 사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조일준 그놈의 눈치를 보니 박현상 이놈도 만만치 않은 놈일 거야. 녀석이 인영이의 말을 잘 듣고 응한다 하였는데 이 모습도 거짓이 아니겠는가.”
그나마 정치적으로 직격탄을 맞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 조만영은 놀란 가슴을 달리며 술을 한 잔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술을 한 잔 들이켜려는 순간 다시 분통이 치밀어 올랐다.
조만영과 친하게 지내게 된 박현상이 자신에게 면담을 청하여 이틀 뒤 여기에 응해야 하였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홍문관에서 약속한 일이었다.
심지어 정약용을 만나보는 자리라 하였으니 거절할 방법도 없었다. 다시 화가 치밀어 올라 술잔을 내던진 조만영은 밤잠도 설친 채 다음 날을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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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준이가 알아서 일을 진행하겠다고 말했을 때에는 조금 걱정하였지만 생각 외로 잘 처리했다. 녀석은 오늘 있었던 일이 생각나지도 않는지 놋그릇에 담긴 냉면을 빨아들였다.
“너 비위도 좋다. 나 같으면 국수를 몇 년 동안 입에도 안 댈 텐데 냉면을 시켜 먹을 생각을 하냐. 난 이야기만 들어도 속이 니글거린다.”
“그런 좋은 모습을 보았는데 비위가 왜 상해? 냉면 불기 전에 어서 먹기나 해.”
화학조미료가 없고 육수도 옅은 냉면을 먹으니 현대의 짜릿한 맛이 그리웠다. 이 심심한 맛에 양념장을 넣어 보았지만 기본적인 맛이 부족하니 짜릿한 맛이 더욱 그리워졌다.
육수 맛을 보니 이 시대에 화학조미료를 만들면 잘 팔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취생활을 하며 화학조미료의 힘을 여실히 체감했으니 녀석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화학조미료를 만들면 어떨까?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으니 정로환보다 기술이 좀 더 필요해도 만들 수 있을 텐데.”
“글루탐산나트륨? 현대처럼 세균을 이용한 당밀 분해 공정을 하면 수율이 좋은데 이건 내가 모르는 방법이고 화학적으로 만들려면 필요한 물질이 많지.”
녀석은 육수를 쭉 들이켜고 잠시 생각하다가 방법을 찾아낸 것인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미료의 값이 비싸다 해도 향신료보다 비싼 값이면 팔리지도 않겠지? 그러면 순수 추출로는 어림도 없고 최소한 발전기는 필요할 것 같은데.”
“발전기? 조미료를 만드는데 발전기가 왜 필요해?”
“다시마의 분해에 필요한 염산과 글루탐산나트륨 추출에 필요한 수산화나트륨을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이걸 르블랑법으로 만들어서는 단가 맞추기가 쉽지 않아.”
지금 일준이가 르블랑법으로 제조하는 물질의 가격은 대충 알고 있다. 어느 정도 농도가 높은 염산 한 홉(구 척관법 기준 60ml)에 상평통보 한 냥에 달한다.
잘못하다가는 화학조미료 한 수저에 은 한 냥 가격이 나올지도 몰랐다. 일준이는 내 표정을 보더니 육수를 모조리 마시고 말하였다.
“일단 화학 추출이 아닌 일반적 추출법으로 시제품을 시험해보는 것이 어때? 이걸 통해서 발전소를 만들기 위한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차근차근 진행하자. 발전기야 지금 서양에 만들어 졌으니 이 기술자를 받아들이거나 기술이전을 받으면 될 거야.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고.”
“네 말도 맞아. 그러니 지금까지 비축한 시약으로 거울이나 하나 만들어 보려고. 아예 거울을 조만영에게 선물하면 속이 더 뒤집어지지 않을까.”
“상대에게 엿을 먹이고 선물을 하겠다. 나쁘지 않은 생각 같으니 가능하면 해 봐.”
일준이가 조만영의 속을 뒤집어 놓았으니 이제 내가 뒤집힌 속을 달래줄 차례였다. 정치적으로도 수세에 몰리고 자금난도 겪을 조만영이라면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았다.
이미 정약용에게도 이야기를 해 두었고 이야기의 주제도 대략적으로 정해 놓았다. 얼마나 잘 설득할 수 있을지 궁금하여 다음날 조만영의 동생 조인영의 눈치를 보았는데 불편함을 억지로 감추고 있었다.
“필사본을 완성하였습니다. 대제학 대감님께 올리기 전에 확인하여 주심이 어떠합니까.”
“확인할 필요가 무어가 있겠나. 자네가 어련히 잘 하였을 것을.”
조인영은 다른 사람 눈치를 보고 억지로 친한 척을 하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이간질을 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면 지금은 해 온 일이 있으니 태도를 유지할 뿐이었다.
생각 외로 일이 잘 풀리니 내일 있을 면담이 기대되었다. 퇴근한 다음 집에 돌아가기 전에 소설을 보내기 위해 김조순에게 찾아가니 소식을 듣고 나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박현상 자네가 또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더군. 권세가 드높은 풍양 조씨를 건드려 무얼 얻으려고 하는가. 자네가 내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재미있는 일을 하니 관심이 생겼네.”
소문이 퍼지기 마련이었고 김조순은 제법 핵심적인 이야기에 접근해 있었다. 거짓말을 해 보았자 얻을 것도 없으니 우리의 목적을 뭉뚱그려 말했다.
“별 일은 아니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하였나. 내 보통 사람 같으면 거짓말을 논하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보겠지만 자네는 아니야.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믿어야지.”
나와 일준이의 태도는 이 시대의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대부분의 나라는 출세를 위해서 고위 관료에게 연줄을 만들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능력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반면 우리는 아무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차근차근 정계에 진출하고 있었다. 김조순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보더니 슬쩍 웃으며 말하였다.
“풍양 조씨를 상대하려면 내 힘이 필요할 걸세. 자네들이 아무리 힘을 써 보았자 상대가 엉덩이를 뭉개며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지. 무슨 일을 원하는가.”
“이 나라에 웅크리고 있는 모든 물산의 양성화(陽性化)입니다. 작게는 창고에 보관된 물자부터 크게는 밀매되는 홍삼 그리고 은결(隱結 - 장부에 없는 농지)까지 모두 다입니다.”
서양과의 교역이 시작되고 혼란스러운 조선의 사정이 알려지면 교역은 곧 약탈로 변할지도 몰랐다. 기껏 실시한 교역이 약탈로 돌아오면 내 생명은 물론 조선의 운명도 위험해진다.
적어도 서양과의 본격적인 교류를 하기 전 내부를 다스려야 하였다. 부족하고 질이 떨어지는 무기라도 엄정한 군기(軍氣)를 유지하고 훈련을 철저히 하면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는 정부가 자금을 통제하지 않더라도 일어날 변화에 대처해야 할 충분한 역량이 필요하였다. 김조순은 내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놀란 표정으로 말하였다.
“자네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 젊은 사람이니 목표를 크게 잡는다 하여도 그 멀고 험난한 길을 어찌 걸어가려 하는지 모르겠군. 왜 그런 일을 하는가.”
“그야 조정이 많은 자금을 융통하면 자연스레 제 녹봉도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하게. 아니면 농(弄)이라도 한 것 같은데 재주가 없군.”
한참을 웃어댄 김조순은 새어나온 눈물을 닦으며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지팡이를 찾으려다 그냥 자리에 앉은 채로 말하였다.
“어디 잘 하여보게. 다음 목표는 풍양 조씨에서 밀매하는 인삼에 관련된 이야기가 분명하군. 내 아래에도 인삼을 밀매하는 녀석들이 있으니 화를 키우지 말게나.”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감님께 어떠한 해도 없이 이득이 생기게 노력할 것입니다.”
“이득이야 내가 알아서 취할 것이니 염려하지 말고 돌아가게. 이렇게 몸이 불편해서야 자네들을 도와 줄 수도 없을 것 같군.”
김조순은 조금이라도 오래 살려둬서 힘을 빌려야 하는 사람이었다. 억지로 권유하는 대신 사태가 돌아가는 꼴을 보고 조금만 힘을 보태달라고 해야 하리라.
마침내 조만영을 만날 날이 되었다. 억지로 불편한 기색을 숨긴 조만영은 내가 권유한 대로 정약용의 집에 방문하였고 나와 일준이도 같이 자리에 참석하였다.
“호조판서 대감께서 이 누추한 집에 방문하시다니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존대를 하지 마시지요. 다산 영감께서는 저보다 십 년 넘게 나이를 드신 분이 아닙니까. 서학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영상(領相 - 영의정)의 자리에서 일하고 계실 분이십니다.”
“그래도 서로의 품계가 있는데 존대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좋아 보였지만 분노가 조만영의 속에서 들끓고 있었다. 일준이를 잠시 노려보다 나를 노려본 조만영은 몸을 훌쩍 돌려 방으로 향하였다.
간단한 주안상을 두고 술이 한 순배(巡杯) 돌아갔다. 억지로 표정을 관리하는 조만영을 보며 정약용은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을 통하여 화두를 던졌다.
“두 젊은이가 도움을 주어 제 안목이 넓어졌습니다. 덕분에 세상에 일어나는 여러 일을 알 수 있었고 개중에 대감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겨났지요.”
“제 도움이라 하시니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이미 영돈령부사님과 친분이 있으신 분이 부족한 저에게 도움이라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홍삼이 제법 필요한 일이 생겼으니 풍양 조씨의 힘이 필요합니다.”
홍삼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조만영은 눈을 부릅뜨며 정약용의 옆에 앉은 우리를 살펴보았다. 아마 홍삼 밀매로 자신을 협박할 것이라 생각한 것 같은데 그런 엉성한 수단은 쓸 생각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