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 - 47편
(4장 - 인재 고용)
로버트 리스턴과의 접견은 의외로 쉽게 이루어졌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본래 훨씬 북쪽인 에든버러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명성을 쌓아 런던에 병원을 차려두고 왕래하고 있었다.
“이런 누추한 곳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환자가 제법 많아져서 조금 불편하실지 몰라도 잠시만 참아 주십시오. 병원이 다 이런 꼴이 아니겠습니까?”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외과 의원은 비슷하긴 할 겁니다. 조선은 사실 외과 의술이 부족해서 이 정도로 커다란 곳은 없지만요.”
에이다는 병원에 가면 병이 걸린다는 이 시대 기준으로 옳은 논리를 내세워서 아예 오질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닌 것이 나이팅게일이 위생 개념을 정립하기 전에는 청결이라는 개념이 대충 정립되어 있을 뿐이었다.
일준이는 세탁을 끝내고 건조하는 붕대에 남아있는 핏자국과 이물질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는데 이 시대 기준으로는 청결한 병원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며칠 전에 한센 팍과 닐슨 조가 숨이 멎은 사람의 숨을 되돌리는 것을 보고 새로운 세상을 엿보았습니다. 이 의술이 동방에서 개발된 의술입니까?”
“동방에서 개발된 것이라 할 수도 있겠군요. 저희가 여름에 물놀이를 하다가 사고를 겪어서······.”
심폐소생술에 대해 알고 있는 내가 설명을 하니 로버트 리스턴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였다. 그는 나름 해부학 지식도 있는 사람인지 이를 의학적으로 해석해 결론을 내렸다.
“사람의 심장이 멎고 숨이 멈추면 가슴을 압박하여 심장을 뛰는 것처럼 만들고 입으로 호흡을 불어넣어 주는 방식이군요. 좋은 방법이니 제가 널리 퍼트려 보겠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일준이는 비위생적인 병원을 보면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이 시대에는 세균 이론이 없으니 위생 개념 또한 현대의 기준과 달랐다.
냄새가 병을 일으키거나 외부에서 유입된 물질이 병을 일으킨다는 애매한 개념이 전부이다. 소독약을 도입해 보았자 별다른 쓸모가 없을 것이 분명하였다. 물론 로버트 리스턴은 이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였다.
“닐슨 조가 제 병원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제 실력이 부족하지 않으니 사지 절단은 물론이며 각종 외과적 부상을 입은 환자들도 머무르고 있습니다.”
“병원 내부를 한 번 시찰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요. 닐슨 조가 병원의 개선점을 찾아내 주시면 더욱 고마운 일입니다.”
상식을 초월하는 런던의 인구밀도로 인해 로버트 리스턴의 병원은 현대의 기준으로 지나치게 많은 환자가 머물고 있었다. 대략 현대의 6인 병실에 15명 정도가 수용될 지경이었다.
“이보시오 의사양반! 아래쪽에 감각이 없으니 어떻게 된 거요!”
“에······. 응급수술을 했고 절단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제 실수로 반대쪽 허벅지도 절단했으니 양 다리가 모두 절단되었어요! 치료비와 입원비는 공짜로 할 테니 그냥 푹 쉬세요.”
“왼쪽과 오른쪽을 헷갈려서 모두 잘랐다고? 당신 의사 맞소?”
“선생님은 마차바퀴에 양 다리가 짓눌렸습니다. 왼쪽은 뼈가 으스러졌고 오른쪽은 골절이 심했지요. 다리 한 쪽이나 두 쪽이나 큰 차이는 아니니 이해해 주시지요.”
가끔 실수도 있을 수 있다면서 너스레를 떠는 로버트 리스턴을 보니 의사인지 백정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환자는 멍하니 있다가 발작하듯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이를 알고 있으니 대기하고 있던 우락부락한 간호사들이 아편을 강제로 먹여 잠재웠다. 이 병원의 1층 병실은 사지 절단 수술 대상자가 있었는데 몇 사람은 이미 죽어 있었다.
“이 환자도 결국 발열로 인하여 목숨을 잃었군. 유가족에게 연락하게.”
절단면의 세균감염으로 인한 환자가 감염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리스턴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시체를 치우라 하였는데 일준이가 고민을 하며 말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시나 보군요.”
“제가 아무리 절단수술의 달인이라 하지만 이십 퍼센트 정도의 희생자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혹시나 사망률을 낮출 방법이 있습니까?”
“생각은 해 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조선에 살면서 다산 선생님의 아래에 있었는데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흙과 먼지에 독이 있다 하셨지요.”
일준이는 사소한 것부터 리스턴을 설득해 나갔다. 비누로 손을 씻어 먼지를 덜어내면 손의 상처가 빨리 치유되는 것부터 예를 들고 다음으로는 리스턴을 칭찬하였다.
“선생님의 수술 성공률이 높은 이유가 있습니다. 수술용 톱을 새 것처럼 반질반질 윤이 나게 만들어서 다른 톱으로 교체하며 사지를 절단하시더군요.”
“제가 지식이 없이 결과를 도출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다산이라는 분의 이론에 의하면 제 수술용 톱에는 흙먼지가 묻어있지 않겠군요.”
졸지에 정약용이 질문세례를 받겠지만 우리가 미래인인 것을 알고 소독 개념을 신뢰하였으니 이 시대의 수준으로 해석해줄 수 있으리라. 일준이는 설명을 마치고 다음 제안을 하였다.
“제가 요오드를 알코올에 녹인 약제를 개발했는데 이론대로라면 표면의 독을 씻어낼 수 있을 겁니다. 대용으로 석탄산(페놀)용액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그런 이론이 있기는 하지요. 끓는 물이나 인두 혹은 식초로 환부를 씻으면 예후(豫後)가 좋아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만 이론을 학문으로 정립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리스턴은 아마도 위생과 세균 개념도 없는 세상에서 세상과 싸워가며 이론을 제시하느니 그냥 몇 번 시험해보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았다.
이 시대의 의사는 저명한 학자는커녕 일개 전문직에 불과하다. 그나마 명성이 있는 로버트 리스턴도 어지간한 학자 앞에서는 입도 뻥끗 못 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런 한계로 인해 새로운 의술을 개인적으로 시험해보려는 리스턴에게 내가 먼저 좋은 제안을 하였다.
“새로운 이론을 시험할 장소가 있습니다. 저희 조선은 조만간 청나라와의 전쟁을 벌일 생각인데 조선으로 오셔서 외과 의술의 기반을 마련하시고 이론을 시험해 보시지요.”
“조선에는 훌륭한 의원들이 많지 않습니까? 설사 치료제인 열수환과 발기부전 치료제인 홍삼도 있지요. 더군다나 바이런 영애의 아편 의존을 치료한 동방의 의술도 있다더군요.”
“대부분의 의술이 내과에 한정되어 있어서 문제입니다. 아마 리스턴 선생님의 외과 의술이라면 조선 전체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겠지요.”
로버트 리스턴은 한참동안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여 승낙하고 오히려 제안을 하였다. 아주 화끈한 방식으로 소독 개념을 시험하려는 것 같았다.
“전쟁에서 조선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치료하겠지만 이론을 완벽히 정립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샘플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저에게 자율권을 조금 주십시오.”
“조선의 병사들을 수술할 때에는 소독을 하고 진통제를 투여한 수술을 하겠지만 비교군인 청나라 병사들은 그런 것이 없이 절단수술을 진행한다는 말씀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조선 사람을 차별하여 치료할 수 없으니 다른 나라 사람을 대조군으로 삼아야지요.”
이 시대에는 국제법도 적십자도 없었기에 포로는 부상을 스스로 치료해야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총에 맞아 너덜거리는 사지를 깔끔히 잘라주면 자비로운 태도이다.
“물론 제 욕심도 끼어 있습니다. 청나라 병사들을 치료한 제가 포로로 잡혀도 융숭한 대접을 받을 것 같군요. 만약 조선이 패배해도 목숨은 부지하지 않겠습니까.”
“청나라 놈들이라면 자신들의 사지를 잘랐다고 선생님의 사지를 잘라버릴 것 같은데요.”
“그럼 제가 스스로 절단해야지요. 다른 사람의 의술을 제가 왜 믿겠습니까?”
로버트 리스턴이 먼저 웃고 일준이의 웃음도 터져 나왔다. 셋 다 웃고 있는데 웬 목이 길고 훤칠한데다 얼굴에 피멍이 잔뜩 올라온 사람이 프랑스어로 중얼거렸다.
“이 사기꾼이 의사양반한테 사기를 치려고 하네.”
“갈루아 자네는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왜 병실 밖으로 나와 있나!”
일준이는 주먹을 움켜쥐고 뒤를 돌아보았고 갈루아라 불린 청년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는데 로버트 리스턴은 삿대질을 하며 면박을 주었다.
“프랑스에서 올라온 애송이들이 패싸움을 벌여 한 명이 죽고 여섯 명이 중상을 당해서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쏘다니다니! 더군다나 닐슨 조에게 사기꾼이라고 말을 하다니 제정신인가?”
“제 수학 실력에 대해 모욕을 하였으니 당연히 사기꾼이 아닙니까?”
“저는 모욕한 적도 없습니다. 그저 갈루아가 입학 자격이 없다고 말했을 뿐이지요. 애초에 낙제점을 받은 사람이 뭔 자격이 있다 하는지.”
이제야 기억났다. 젊은 천재이자 불꽃같이 세상을 살다 간 에바리스트 갈루아. 내가 수학을 배우지 않았지만 역사학도로서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
성격이 괴팍하고 오만하여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 한 불행한 청년이다. 로버트 리스턴은 한숨을 쉬면서 진료를 보려 내려갔고 갈루아는 일준이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말하였다.
“닐슨 조! 네가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데다 젊은 천재인 바이런 영애와 약혼하였다는 소문을 듣고 동지들과 함께 영국까지 건너왔다. 네놈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마!”
“증명은 뭔 증명이야. 내 전문은 과학 중에서 화학이라 전문 분야가 다른데 네 논문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비를 걸고 있는데 또 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나?”
“야 일준아. 아무튼 논문을 보고 굉장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말해. 너무 굉장해서 네 수준에서는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고 얼버무리면 될 거야.”
일준이는 내 역사적 지식을 신뢰하고 있으니 한숨을 내쉬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갈루아의 논문을 보았다. 그러더니 한참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는 말하였다.
“설명이 너무 부족한데. 머릿속에서 이론을 제대로 정립하지도 못 한 것 아닌가?”
“천재에게 설명은 필요 없지. 네가 올바른 천재라면 내 이론의 위대함을······.”
“뭔가 알 것 같지만 전공이 아니라서 상세한 것은 모르겠어. 그러니 이 논문을 다른 수학자들이 볼 수 있도록 추천장을 써 주도록 하지. 이 정도면 만족하나?”
가우스를 시작으로 이 시대의 유명한 수학자의 목록을 알려주니 추천장이 하나씩 완성되었다. 여섯 개의 추천장을 쓴 일준이는 이를 갈루아에게 돌려주고 말했다.
“추천장을 작성했으니 네 논문을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하고 평범한 사람에게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주석을 달고 풀어써서 보내 봐라.”
“이 논문을 보고 이해를 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수학자인데 왜 그런 일을 해야 하지?”
“너와 대등한 재주를 가졌다고 해도 서로의 머릿속을 뜯어볼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이론을 저술하고 화합물을 발견해도 이를 쉽고 편하게 사람들이 사용하게 만든다!”
일준이의 말을 들은 갈루아가 입도 벙끗하지 못 하였다. 일준이 입장에서는 현대 과학을 이 시대의 과학과 접목시킬 수 있도록 수준을 낮추고 방법을 개선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발명한 물건들도 그대로 내놓지 않은 것 알잖아? 박람회의 신사숙녀들이 편히 알아보고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 천재면 뭘 해! 상대에게 수준을 맞춰줘야지!”
일준이가 수학 괴물인 에이다에게 시달린 스트레스도 반영된 말 같았다. 갈루아는 충격을 받고 우두커니 서 있다 논문이 구겨질 정도로 움켜쥐고는 말했다.
“내 이론을 좀 더 정립하여 어지간한 수학자라면 모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수정하겠소. 좋은 충고를 받았으니 노력을 할 거요.”
“만약 논문이 제대로 통과되고 명성이 퍼지면 너를 그랑제콜의 수학과 정교수로 추천하겠어. 부교수로는 내 약혼자인 에이다를 추천할 것이니 연구를 할 짬이 나겠지.”
“그랑제콜 본원 교수라면 몰라도 분원 교수 자리가 날 줄은 몰랐는데. 오히려 조선에서는 개인적인 연구를 더욱 많이 할 수 있으니 논문이 인정되면 좋겠군.”
갈루아도 깨달은 것이 있는지 말투가 정중하게 바뀌더니 꾸벅 인사를 하고 병실로 돌아갔다. 인사를 받은 일준이는 갈루아가 들으라는 듯이 프랑스어로 말했다.
“저놈이 뭘 잘못 먹었나. 그나저나 동지들이라는 말이 좀 이상하지 않아?”
“갈루아는 원래 공화주의자 혁명가들과 한패였어. 오로지 혁명이라는 단어에 몰두한 애송이들인데 이리저리 이용만 당하다가 성공도 못 거두었을걸.”
- 옛 동지들은 나에게 실망하여 떠나갔소. 지금은 다른 동지들과 함께 하지만 헤어질 거요.
병실 안에서 갈루아의 답이 들려왔는데 대체 누구를 친구로 삼았을지 궁금했다. 병원 밖으로 나와 우중충한 런던의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돌리려 했는데 웬 패거리들이 몰려들었다.
“닐슨 조! 자본에 미치고 권위주의에 몰두한 놈이 갈루아를 문병하러 오다니!”
“니들은 또 뭔데? 갈루아 친구들이냐?”
갈루아가 기존에 사귀던 공화주의자 혁명가들 대신 사귄 새 친구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용어를 듣기만 해도 머리가 딱딱 아파올 지경인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분명하다.
이들은 마르크스 이전에 인도적 정책과 부의 평등 및 분배를 실현하려는 자들이었다. 물론 그 수단은 강압적이지 않은 이상적이고 자발적인 호응이라는 애매한 말에 불과하였다.
일준이는 이들의 자기소개를 듣고는 아예 콧방귀를 뀌면서 답하였다. 역사를 잘 모르고 사상에 대한 관심이 없는 일준이도 이들의 말을 듣고는 바로 반박을 시작하였다.
“과학적 발명이 실용품이 되고 이 실용품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서민에게까지 혜택을 주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 이 간단한 원리를 모를 줄은 몰랐는데.”
“너의 발명품 중 대다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명시하지 않았나? 이를 생산하는 노동 계층은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파업을 주도하여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야 할 거다.”
“그야 모든 물건은 과도하면 독이 되니 당연한 일이지! 내가 발명한 것 중에 정말로 위험한 것은 카드뮴 계열 염료밖에 없어. 이마저도 안전 수칙을 준수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인민의 피와 땀이 결국 네 발명품을 위해 소모되지 않겠는가. 네놈이 고국인 조선으로 돌아가면 수많은 인민들이 자본가의 아래에서 고통을 겪게 될 거다!”
이들이 스승으로 모시는 공상적 사회주의자의 대표 로버트 오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 시대 기준으로는 사회주의자이지 현대에는 마음씨 좋은 공장장이라서 기준점을 삼기 위해 조선에 몇 년을 머물게 할 예정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동안 계속 대화가 이어졌는데 일준이는 자신의 발명품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거는 상대를 보고 글러브를 가져오려 해서 더 좋은 방법을 제시했다.
“잠시만! 잠시만 머리를 식히십시오. 여러분 모두의 뜻은 알고 있습니다. 로버트 오언은 조선에서 첫 공장을 설립하는데 도움을 줄 사람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자본가에 의한 독재는 조선에 없다는 말인가?”
“조선은 백성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하여 자본가들을 통솔할 예정입니다. 그나저나 바로 옆에 고통으로 핍박당하는 인민들이 있는데 시야가 조금 좁으시군요.”
이들은 프랑스에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정말로 비참한 현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들에게 찰스 디킨스를 통해 이스트엔드를 보여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였다.
“런던 근교에는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다 못해 목숨을 건사하지 못 하는 인민들이 넘쳐납니다. 부탁이니 이들의 삶을 돌아보시고 이들을 위해 일하여 주시지요.”
찰스 디킨스에게 보내는 추천장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들에게 많이 보여줘라.’ 라는 항목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영국은 수많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의 물결에 휩쓸리리라.
이 과정에서 영국은 수많은 불합리와 부패가 전면에 드러나는 것을 목격할 것 같았다. 잘만 하면 젊은 칼 마르크스가 공상적 사회주의자를 인솔하지 않을까.
이쯤 되면 유럽에서 할 일은 다 했으니 조선으로 귀국할 차례였다. 각종 물품을 먼저 보내고 1833년 11월에 조선으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영국에 도착한지 2년이 지난 뒤 조선으로 돌아가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