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50화 (50/345)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 - 50편

(5장 - 개혁 (1))

효명세자는 점진적이면서 빠른 개혁을 촉구하였지만 시작부터 다짜고짜 활동할 수는 없었다. 한양에서 일하는 관료들이라면 몰라도 각 지방에서 올라온 유생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잠시 쉴 필요가 있었다.

또한 조정의 모든 관리를 동원하여 업무를 진행하여도 불가능한 개혁이니 더더욱 많은 인력이 필요하였다. 효명세자는 이를 단번에 처리하기로 했는지 별시(別試)까지 준비하였다.

“이번 갑오년의 식년시를 시행할 예정이며 그와 동시에 별시도 진행할 예정이오. 별시에 응할 수 있는 자는 서역 사절단에 다녀온 이들로 제한할 것이니 유념하도록 하시오.”

“하오나 관직은 부족하며 녹봉은 더더욱 부족하옵나이다. 별시로 새로운 인재를 선별함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오나 나라의 재정이 문제이옵나이다.”

“나라의 녹봉을 훔쳐 먹는 도둑을 만드는 식년시가 더더욱 문제가 아니겠소. 이미 고반(커닝), 설화(짜고 치기), 이석(자리 옮기기), 혁제(매수) 그리고 여럿이 모여 접으로 움직이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거늘. 이번 식년시에서는 엄히 단속할 예정이오.”

효명세자의 선언에 순조조차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 초기에는 관직 진출의 길을 열어주었지만 이제는 경직된 사회를 만드는 핵심이 된 과거제도를 뜯어 고칠 생각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휴식이 필요하고 서양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적응을 할 시간이었다. 효명세자는 할 말을 모두 마쳤는지 우리 하나하나의 손을 잡아주며 당부를 하였다.

“모두 영길리와 불란서에 머물며 온갖 고생을 하였으니 내 중히 여길 것이오.”

“신을 이토록 중히 여기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듣자하니 이광로(이항로의 개명 전 이름)가 익힌 것은 한낱 탐광자들이 행하는 광업과 광맥을 찾는 방법이라 하였소. 조만간 이 나라 곳곳을 돌아다닐 것인데 가능하겠소?”

“제 나이가 올해 마흔둘에 불과하니 산천을 누빌 자신이 있사옵니다.”

사절단 유생들이 익힌 학문에 대해 칭찬을 하고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효명세자는 내 손을 잡아주면서 안타까운 듯이 말하였다.

“생각 같아서는 자네를 당장 승정원의 도승지(都承旨 - 왕의 비서실장)로 삼고 싶으나 당상관의 품계는 과거 시험에서 합격해야 얻을 수 있다. 그러하니 다음 별시에서 필히 합격하도록.”

“세자저하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옵니다. 또한 비변사 제조인 김유근 대감의 기대에도 부흥해야 마땅한 일이옵니다.”

“조만간 혼사를 치를 예정이었지. 조일준은 코가 꿰어서 혼인을 하였지만 자네도 그리 될지 모를 일이로군. 처가에서 새로운 집을 미리 배정해 두었으니 거기로 짐을 옮기도록 하라.”

세도가인 안동 김씨에서 내려주는 집이 얼마나 크고 웅장할지는 짐작이 안 갔다. 모두와의 악수를 나눈 뒤 밖으로 나오니 프랑스에서 조선으로 온 사람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

특히나 갈루아는 가뜩이나 날렵한 체격에 배를 타고 건너오는 동안 멀미에 시달려 지방질이 거의 없는 몸이었다. 그는 추위에 몸을 덜덜 떨면서 말하였다.

“이러다 얼어 죽겠군. 내가 알기로 조선의 도읍 한양의 위도는 프랑스보다 훨씬 낮은데 코트를 껴입어도 뼛속까지 추위가 스며드니 견딜 수가 없어.”

“이 정도 추위면 그리 추운 편이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겨울 추위는 스웨덴보다 조금 덜 춥고 여름 더위는 잠시 들렀던 인도보다 조금 덜 더울 것 같군요.”

“그게 나라인가? 이 나라에 영국과 대등한 천이백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상상을 할 수 없네. 코트를 껴입는 계절이 지나면 바로 더위가 몰아치다니!”

그나마 영국 사람들은 조금 버텼지만 프랑스 과학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따듯한 차와 두툼한 모피 갖옷을 관원들이 건네주었고 갖옷을 입은 그루시는 이 기후를 좋게 평가하였다.

“이런 혹독한 나라라면 병사를 징발하기 좋고 훈련하기도 좋지. 먹고 살기 힘들어서 병사로 나서는 사람들이야 말로 악착같이 싸우기 마련이니까. 하트만 자네도 동의하나?”

“적어도 기본은 하기에 마련이지요. 다만 프랑스처럼 공화국이라는 이름에 취하여 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몰려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훈련한 병사들이 있었다면 모스크바의 끔찍한 추위도 견뎌냈을 것 같군.”

주한미군 장성이 한반도에 대해 내렸던 평가와 일치하니 좋은 일이 아닐까. 각자에게 배정된 숙소로 사람들을 옮기자 일준이는 에이다에게 팔을 잡혀 아예 끌려가 버렸다.

나는 안동김씨의 현재 수뇌인 김유근과 함께 처가로 돌아갔다. 김유근은 가마의 창문을 열고 너스레를 떨면서 말하였다.

“우리 서진이가 자네가 보낸 편지를 받을 때 마다 밤잠을 설칠 지경이었다네. 이 년 동안 서신으로만 주고받은 마음을 잘 품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저 또한 당장 달려가고 싶었으나 장인어른과 함께 소개를 받아야 마땅하니 참고 있었습니다. 가마를 조금이라도 빨리 몰 수 있겠습니까?”

“당연한 일이지! 그나저나 서역에서는 쇠로 만든 거대한 마차가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가마를 만드는 기술자는 당도하지 않았는가?”

“원체 큰 물건이라 한 달 뒤에 도착합니다. 집채만큼 큰 철마(鐵馬)이지요.”

조선에 오기로 결심한 이점바드 킹덤 브루넬은 아예 영국에서 구입한 증기기관차와 철도 레일을 가져올 예정이었다. 다만 기관차를 처음으로 수출하게 되어 하역작업이 문제가 되었다.

결국 기관차를 하나하나 분해하여 배 위에 올리는 과정 때문에 시간이 오래 소모되었다. 지금쯤 인도에서 막 출발했을 기차를 생각하며 처갓집에 도착하였다.

김유근의 동생이자 김조순의 차남 김원근은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 옛 김조순의 집을 지키는 사람은 그의 셋째 아들이자 본래 역사의 안동김씨의 수뇌가 된 김좌근이었다.

“형님을 뵙습니다. 그나저나 조카사위 왔는가? 내가 관직에만 있었으면 자네를 미리 만나봤을 것인데 과거에 합격하지 못 하였으니 감히 나아가지 않았네.”

“처숙부님을 뵙습니다. 소문을 듣자하니 경학(經學 - 사서오경을 배움)을 그만두시고 다른 학문을 제 아내가 될 사람과 익힌다고 들었습니다.”

“그것 또한 경학일세. 경제를 논하는 경학과 사서오경을 논하는 경학이 같은 한문을 쓰니 경제학이라 칭해야겠지. 실은 자네에게 도움이 되려는 서진이가 먼저 익히게 되었지.”

경제학은 쉬운 학문이 아니며 내가 받아들인 비교우위론을 비롯한 새로운 경제학은 영국에서도 막 개척된 학문이었다. 김좌근과 내 아내가 될 김서진이 이를 얼마나 익혔는지 궁금했다.

안내를 받아 안채로 향하니 단 한번 보았던 김서진이 나에게 인사를 올렸고 나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주고받았다.

외모는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한문을 독파하고 시와 서예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이었다. 인사를 마치고 침묵이 이어지니 이를 깨트리기 위해 말하였다.

“내 영길리에 머물며 오매불망 당신을 생각하였소. 벗이 약혼을 하고 혼인을 치르게 되니 가슴 속에서 장침(長針)이 자라나 폐부를 쑤시는 것 같더구려.”

“머나먼 길을 다녀오시는 동안 병환이 없으시니 다행이고 성과를 거두시니 더욱 다행입니다. 제가 부족하지만 심혈을 기울여 사소한 이문을 논하는 학문을 익혔습니다.”

“어찌하여 익히게 되었는지 심히 궁금하구려.”

경제학은 이 시대의 조선에서는 천대받는 학문이다. 서양이야 교역이 생활화 되어서 회계사라도 고용하는 형편이지 조선에서는 기껏해야 상인이 장부를 쓰고 부인이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이 전부였다.

김서진은 내 말을 듣고 부끄러운 듯이 몸을 배배 꼬더니만 자신이 작성한 가계부를 내밀었다. 가계부에는 안동김씨에서 표면적으로 거래하는 물자에 대한 자료가 기입되어 있었다.

“남편이 밖에서 나라의 일을 하고 돈을 벌어오면 아내가 이를 정리하고 회계를 하여 살림을 꾸리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이로는 부족하다 생각하였습니다.”

“이토록 상세한 장부를 기입할 수 있음에도 부족하다 생각하였소?”

“조만간 제 남편이 되실 분은 나라의 일을 넘어서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논한다 하였습니다. 그러하니 더욱 많은 것을 배우려 하였고 아직 부족한 배움만 거두었습니다.”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을 어느 정도 익힌 김서진의 장부에는 더욱 효과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법과 물자를 생산하는 법에 대한 계획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특정 장인이 비교우위를 가지는 상품을 계획적으로 주문할 방식을 논하였다. 아마 본인의 재능도 있겠지만 새로운 학문을 순수한 마음으로 익히는 열정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아마 김좌근도 조카의 배움에 질 수 없어서 경제 관련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을 것 같았다. 놀라움을 뒤로하고 장부를 덮은 채 그녀의 손을 잡고 말하였다.

“이 작은 손으로 얼마나 많은 서적을 넘기고 얼마나 많은 계산을 하였을지 상상하여 보니 내 고난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구려.”

“그야 나라의 일을 넘어서 세상의 일을 논하는 분과 혼사를 맺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조만간 조정의 이문을 논하며 거래를 총괄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거요. 내 이 길을 열어줄 것이니 혼사를 맺고 더더욱 정진하도록 합시다.”

처음에는 안동 김씨를 뒷배로 삼으려고 결정한 결혼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토록 헌신적으로 임하는 아내를 두었는데 이를 사랑하지 않고 버린다면 사람도 아니다.

더군다나 내가 제시한 경제학을 익힌 몇 안 되는 인물이 아닌가. 애덤스미스의 경제학을 익히는 사람이 있으니 이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미리 준비한 사파이어를 박은 반지를 꺼냈다. 상감된 은 위에 금장식이 덧붙여진 이 반지를 김서진의 약지에 끼워주었다.

“서역에서는 약혼을 맺을 때 반지를 주고받는 풍습이 있소. 내가 서역에서 살아온 사람이니 혼약의 증표로 이를 사용할 것이오.”

“조부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참으로 기뻐하실 일입니다. 이토록 영롱한 반지가 있다니 그 푸름에 이가 시릴 정도입니다.”

“청옥(靑玉)은 서역에서 정직과 성실 그리고 현명함을 뜻하는 보석이오. 이제 혼약을 치를 때가 되었으니 이제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한 가족을 이룹시다.”

결혼식은 동양 전통 방식대로 거행되었다. 정월 대보름이 끝나고 2월 초의 기일을 정하여 나와 김서진, 조일준과 에이다 부부가 합동결혼식을 거행하였다.

내 첫날밤이야 말할 필요가 없었지만 일준이는 며칠 뒤 질린 표정으로 녹용이나 장어를 비롯한 보양식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개혁 정책의 서막, 포고문이 작성되어 배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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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세자의 개혁 정책은 음력 3월 직례(直例)라 하는 명칭으로 시작되었다. 얼핏 보면 일방적인 선언 같았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에 가까운 포고문이었다.

- 이번 갑자년부터 새로운 법도를 규정하는 바이다. 갑자년 유월 초하루를 기준으로 두 가지 용어와 법칙을 혼용한다. 둘을 혼용할 수 있지만 가급적 새 법도로 교정하라.

첫째. 더욱 정확한 태양력을 혼용한다. 달력에 대한 상세는 조정에서 인쇄하여 매 해 각 부목군현에 배정할 것이다. 각 절기와 명절은 양력이 아닌 기존 음력을 따른다.

둘째. 척관법이 서로 오차가 심하고 부족함이 많으니 불란서의 단위를 함께 사용한다. 이 땅의 둘레와 어디에나 흐르는 물을 기반으로 만든 단위이니 이보다 정밀한 단위는 없으리라.

셋째. 조만간 만들어낼 새 화폐를 시작으로 세금제도를 개편한다. 새 세금제도는 후일 널리 퍼트릴 것이나 이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원한다면 기존의 대동법을 따라도 된다.

넷째. 병인년(1836년)부터 균역법을 완전 폐기한다. 균역법을 대신할 제도에 대해서는 후일 안내할 것이며 환곡 또한 정해진 양을 각 지역마다 배분하여 환곡을 새로 고칠 것이다.

다섯째. 주상전하의 명을 따라 서양의 복식을 존중하고 이 나라의 법도와 상충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스스로 원한다면 상투를 깎고 양복을 입되 이를 강요하지 말라.

여섯째. 서역의 승려들과 면담을 거쳐 서학의 법도를 고치게 되었다. 서학교도는 앞으로 제사를 올려도 되며 위패를 훼손하지 아니하여도 된다. 이를 스스로 나와 깨우치도록 하여라.

이 포고문이 달라붙자 한양은 물론이요 각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자신들이 공격을 당할까 노심초사하는 서원과 향교의 유생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반응을 알아보려고 경기도 포천까지 내려와 슬쩍 살펴보니 유생들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직례 포고문을 읽어보고 씁쓸한 듯이 감상을 내렸다.

“이게 나라가 변한다는 건가 안 변한다는 건가?”

“이런 포고문은 내 생전 처음 본다네. 처음 세 개는 권고이지. 더군다나 균역법이야 우리와 별 상관이 없는 문제이고 환곡은 돈 나올 구석이 조금 줄어드는 수준이 아닌가.”

“서양의 복식을 입어도 된다 하였으니 서역에 다녀와 오랑캐의 습속을 잘못 배운 놈들이 세상을 어지럽힐 지도 모르겠군. 더군다나 무부무군을 일삼는 서학을 포용하실 줄은 몰랐는데.”

본래 중요한 문제는 다른 민감한 사항으로 숨기는 법이었고 효명세자는 이를 철저히 이행하였다. 유생들은 기존 단위의 수정과 세금제도의 개편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렸다.

오히려 서학교도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상소문을 작성하러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이를 확인하고 보고를 올리니 효명세자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조만간 세금을 피할 길이 없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군. 잘 된 일이니 새로운 농법을 적용한 논을 확인하러 가 보도록 하지.”

현대의 용산 일대에 배정된 그랑제콜 분원은 바쁘게 움직였다. 이점바드 브루넬은 한창 증기기관차의 조립과 운반 경로를 설정하였고 나머지는 새로운 건물에서 자신의 연구실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유스투스 리비히였다. 그는 각 해안가의 어부들을 닦달해 모아놓은 정어리를 가지고 인산 비료를 만들고 있었다.

“세자저하께 아뢰오니 비린내가 사방에 진동을 하니 백성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형편이옵니다. 부디 이 일을 막아 주시옵소서.”

“새로운 두엄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일이니 염려하지 말라.”

세자가 다가오건 말건 정어리 뼈에 담긴 인산을 확인하고 분류하며 비료를 계량하는 유스투스 리비히는 뒤늦게 방문을 알아차리고 인사를 올렸다. 효명세자는 논을 살펴보며 말하였다.

“새로운 비료의 재료가 인산이라는 성분이라 하였네. 뼈에서 우러나온 진액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논에 뿌리면 얼마나 효과적일 것 같은가?”

“적정량을 논에 뿌리면 삼 할 정도의 작황 증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두 논을 서로 비교하여 보시면 제가 가져온 비료의 효과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조선의 비료는 두엄 비롯한 유기질 비료였다. 현대에는 농지의 미생물 공급을 위하여 뿌리는 수준이며 그리 많은 영양분이 없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오로지 채소만 먹는 수준이다.

식물 생장의 삼대요소 중 하나인 인산의 효과는 확실하였다. 사람으로 따지면 단백질을 대량으로 섭취한 격이니 발육 차이가 눈에 띄었다. 효명세자는 이를 살펴보고 말하였다.

“적어도 이 할 이상은 증가할 것 같군. 그러하면 조선의 모든 논에 인산 비료를 뿌릴 수 있겠는가? 이 나라의 농지는 최소 이백만 결에 달한다네.”

“당연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디선가 뼈나 인산염 광물이 솟아난다면 모를까 지금의 추세로 보면 어업이 활성화되도 기껏해야 십만 결의 농지에 비료를 공급할 겁니다.”

물론 그 예측은 틀렸다. 지금쯤 일본과 협약을 맺고 돌아온 조만영이 성과를 보고할 것이고 인산염 광물이 매장된 다이토 제도를 조선에서 헐값에 임대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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