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58화 (58/345)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 - 58편

(6장 - 변혁 (1))

전구와 환풍기의 시연이 효명세자 앞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에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훤하게 불이 밝혀진 공장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시찰하였다.

“영길리의 공장과는 비교할 수 없이 쾌적하군. 창문도 많고 전구도 훤하게 빛나고 있으니 모든 사물이 세세히 보이는구려. 더군다나 환풍기라는 기물이 먼지를 모두 밀어내는군.”

“그리하여도 분진이 제법 많이 날리고 있사옵니다. 저하의 폐부가 상할지도 모르니 복면을 단단히 여미시옵소서.”

“자네는 영길리의 공장을 보지 못 하여 그런 말을 하는 것이네. 영길리에서는 조각난 실과 먼지가 공장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지. 이 정도면 쾌적한 곳이라네.”

건강의 문제로 첫 사절단에 참가하지 못 한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은 효명세자의 설명을 들으며 눈을 굴렸다. 다음 사절단에는 반드시 참가할 것이라 하였는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올지는 모르겠다.

휴식시간이 주어지자 근로자들이 기지개를 펴며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햇볕을 쬐려 하였다. 한 근로자는 곰방대를 가져오더니 전구에 대고 불을 붙이려 하다 짜증을 내며 돌아섰다.

“뭐 이런 물건이 다 있어? 등잔보다 몇 배나 밝으면서 불이 안 붙네?”

“저 물건은 도깨비불이라니까. 겨울에 방 안에서 몸을 움직이면 따끔거리면서 자그마한 불길이 치솟지 않나. 전기라는 도깨비를 모으고 모아서 불을 밝힌다더군.”

“거 참 신기한 물건도 다 있어. 그럼 저 발전기라는 기물이 도깨비를 모아서 일을 시키는 물건이란 말인가? 그럼 우리가 도깨비 소굴에서 살고 있는 꼴인데?”

배움이 많은 양반들도 새로운 에너지인 전기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터득한 사람들이 손으로 꼽을 수준이었다. 축전지나 건전지라는 개념은 더더욱 이해하지 못 하였다.

당연히 서민들은 전기(電氣)라는 말을 신종 도깨비로 받아들였다. 담배를 피우며 발전기를 살펴보던 인부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설명을 하였다.

“발전기 옆에 매달린 상자가 뭔지 아는가? 축전지라 하는데 저 안에는 발전기에서 모아둔 도깨비가 갇혀 있다네. 듣자하니 다른 곳에서 풀려나 일을 한다더군.”

“우리를 대신해서 저 방적기를 관리하게 하면 아니 되나?”

“듣자하니 전기는 물과 쇠를 좋아하는데 풀려나면 사물을 불태우고 벽력같은 고함을 지르며 닿은 사람을 기절시키거나 숨을 멎게 한다더군. 그러니 이런 상자에 가둬두는 것일세.”

효명세자가 먼저 웃음을 터트렸고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급격한 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도깨비를 만들어 버렸는데 이를 서민들 나름대로 재치 있게 해석하였다.

공장 내부를 시찰한 효명세자는 다음 공장으로 향하였다. 이 공장은 숙련 기술자들이 도성에서 선발한 빈민들에게 도제(徒弟)식으로 기술을 가르치는 공장이었다.

“이 공장의 사람들은 영국 출신의 기술공이 아닌 조선 사람들로 구성된 숙련공과 이들에게서 배움을 얻는 일반 노동자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하니 부족한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방적기가 돌아가는 속도가 느린 것 같구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속도를 늦췄소?”

“여기에 있는 증기기관 여섯 대는 조선에서 만들어진 물건이고 연결된 방적기 또한 조선에서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내구성과 출력이 부족하여 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지요.”

베서머 전로를 통해 뿜어진 질 좋은 철은 증기기관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였다. 아직 조선의 기술력이 부족해 내구성이 떨어졌지만 최소한 증기기관을 수입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당연히 발전기의 출력도 저하되었다. 정품 증기기관을 사용한 공장은 수십 개의 축전지를 충전하며 여유 전력을 소모하였지만 이 공장은 전구의 빛이 희미할 지경이었다. 로버트 오언은 이를 설명해 주었다.

“영국제 증기기관의 출력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 사십 마력입니다. 반면 조선에서 만든 증기기관의 출력은 평균 이십칠 마력에 불과하지요.”

“이 오차를 줄여나가려면 십 년은 걸릴 일이지만 원가를 절감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닌가. 그나저나 영길리에서는 발전기를 어찌 생각하고 있는가?”

“거대한 장난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발전기의 개발과 이 특허에 대한 공표는 표면적으로는 그저 쓸 만한 장난감 하나를 얻은 것에 불과하였다. 오히려 증기기관을 괴상한 용도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로버트 오언이야 조선의 방침이니 어쩔 수 없이 사용할 뿐이었다. 우리를 따라온 영국의 고문단들은 공장을 모두 확인하고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였다.

“전구는 그럭저럭 쓸 만 한 물건이지만 원가를 생각하면 고래 기름으로 밝히는 등잔과 큰 차이가 없군요. 길거리에는 조금 위험하더라도 가스등을 사용하면 될 겁니다.”

“조선이야 기반이 열악한 나라이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도 되지만 저희는 이런 것을 받아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겠군요. 물론 전신은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랑제콜 분원 교수인 에이다가 알루미늄 생산이나 테르밋 반응을 모르고 있으니 이들 또한 정보를 입수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전신만큼은 쓸 만한 물건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결국 영국에서 사용할 발전기는 5대가 전부였다. 이것도 전신기에 사용할 축전지를 충전하는 용도로 각 지방에 배치될 것이라 하였다. 물론 프랑스는 달랐다.

얼마 전 국서를 보내 발전기를 100대 일괄 주문하였고 아예 프랑스에서 생산해서 조선에 일부를 보내줄 것이라 하였다. 효명세자는 나중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고 태연하게 공장 밖으로 나서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발전기야 말로 미래 같은데 아직 증기기관에만 몰두하고 있구려. 이런 일도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선택이니 굳이 강요하지는 않겠소.”

다음으로 향한 곳은 벽돌 공장이었다. 프랑스의 과학자들은 조선의 기술을 상세히 분석하였고 도자기를 만드는 등요(登窯). 특히 70m에 달하는 길이로 열효율을 높인 가마에 주목하였다.

이들은 정약용의 아들인 정학유와 함께 연구하여 서로 열을 순환시키는 가마를 만들었고 이를 연요(聯窯)라 칭하였다. 본래 20년 뒤에 개발될 호프만 가마가 탄생하였다.

여기서 한양을 탈바꿈시킬 물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효명세자가 방문하자 가마터를 관리하는 정학유가 인사를 올렸다.

“오늘도 벽돌과 기와를 쉴 새 없이 만들어내니 참 대단한 일이 아닌가. 도성의 가옥들을 매년 오천 채 씩 새로 쌓을 것이라 하였는데 나무가 너무 많이 소모되겠군.”

“세자저하께 인사를 올리옵나이다. 이런 변변치 않은 곳에 방문하시다니 마음이 무겁사옵나이다. 다만 여유를 가지고 업무를 행할 따름이옵니다.”

“도성을 새로 바꿀 계기가 되는 곳인데 변변치 않으면 어찌 하겠는가. 벽돌 생산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니 답해 줄 수 있겠는가?”

여기서 일하는 인부들은 대부분 화전민이었다. 300만이 넘는 화전민들은 산을 헤집을 때마다 계속 쏟아져 나왔고 일부는 군인으로, 재주가 있는 사람은 공장으로 그리고 나머지는 이러한 노동력으로 소모되었다.

그래도 화전민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산 속에서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산짐승들에게 시달리느니 제대로 된 봉급을 받고 일을 하여 신세가 나아진 형편이다. 정학유는 여러 채의 가마들을 돌아보며 보고를 올렸다.

“한 해에 오천 채의 집을 만들 수 있사옵니다. 집의 면적이 열다섯 파(把 - 1파는 약 3.6제곱미터)에 달하는데 벽을 모조리 벽돌로 만들면 사만 장 정도가 소모되옵니다.”

“그러하면 매년 벽돌 이억 장이 만들어져야 하겠군. 그리하여도 여력이 남는다니?”

“연요는 지극히 효율적인 물건이옵니다. 보통 가마는 한 번 사용하면 사람이 드나들기 위해 열을 식혀야 하는데 연요는 계속 불을 태우며 앞으로 나아가면 되옵나이다.”

여기에 설치된 가마는 10개였는데 각기 24개의 방을 두고 있었다. 세 개의 방에서는 불이 타오르고 다른 세 개의 방에서는 벽돌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최소 이만 장이 넘는 벽돌이 나왔는데 이는 잘 정돈되어 거중기를 통해 수레 위에 올라 한양의 공사장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정학유는 진흙을 짓이기는 인부들을 보며 말했다.

“보통 가마는 고작 일만 장의 벽돌을 넣어도 불량품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 가마는 열이 한 번 들어가면 나흘 내내 가해지옵니다. 앞에서 솟구친 열이 가마를 건조하게 만들고 뒤이어 불이 올라오니 지극히 효율적이옵니다.”

“자네의 부친인 정약용이 화성을 쌓을 적에 가마를 동원한 것을 기억하고 있네. 이를 자식이 더욱 발전시켰으니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닌가. 정학유에게 비단 서른 필을 내리고 인부들에게는 각기 급료를 제공하여라.”

이러한 기술들이 서양에도 퍼져나가겠지만 어차피 곧 개발될 기술들이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도성으로 돌아가는 효명세자는 서양식으로 개축되는 한양을 보며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다른 것은 부족하지 않은데 상수도(上水道)가 문제로군. 런던의 하수도처럼 오물과 찌꺼기가 가득한 몰골이 싫어서 정화조를 만들어서 해결하였지. 그런데 물은 아니 되는가.”

“그야 겨울동안 물이 얼어서 터져나가기 때문이옵니다. 이점버드 브루넬이 말하기를 강철로 만든 관을 석 자(1m) 이상 파묻고 이를 석면으로 감싸야 할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답이 없군. 겨울동안 상수도가 얼어서 터지면 봄이 되자마자 땅을 뒤엎어 이를 고쳐야 하지 않겠나.”

이게 다 한반도의 기후가 가혹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상수도에는 두터운 단열재와 열선을 비롯한 수많은 안전장치를 두지만 겨울마다 상수도가 얼어서 터지는 일이 발생한다.

상수도를 포기하고 새로 건축되는 몇 가구를 엮어서 공동 정화조를 만드는 선에서 타협을 보았다. 정화조야 내부에서 세균이 활동하며 어느 정도 열을 내니 얼어 터지지는 않으리라.

효명세자는 굳이 가마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궁궐로 향하였다. 경복궁 터는 새로운 건물을 짓는 사람들을 위하여 건설 자재를 보관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를 살펴보더니 나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지금은 힘을 축적하고 있으니 허허벌판이 되어 잡초가 자라나는 궐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구나. 전쟁에서 승리하여 문제가 해결되면 새로 증축함이 어떠한가.”

“실로 옳은 말씀이옵니다. 청과 일전을 벌여 승리하면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격이니 경복궁을 증축하여도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철도 노선은 벌써 개경에 닿을 수준이었다. 다음 달에는 철도 개통식이 순조와 함께 진행되리라.

전신은 이미 경기도를 넘어 충청도, 강원도 동부 그리고 황해도에 닿기 시작하였다. 에이다가 다시 개입하여 만든 모스 전신기. 에이다의 아버지의 이름을 딴 바이런 전신기는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궐 입구에서 전신으로 올라온 장계를 전달받은 효명세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고민하였다. 그러더니 궐을 지그시 바라보며 나에게 말하였다.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군. 당장 논의를 시작할 것이니 마음을 단단히 먹도록 하라.”

무슨 소식인지는 모르지만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논의를 시작한 효명세자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였다.

“임진년 말엽(양력 1833년 초)에 당도한 청나라의 사신에게 주상전하께서 계략을 쓰셨지. 덕분에 청나라는 우리에게 사신도 보내지 아니하고 신경도 쓰지 않음을 알고 계시오?”

“세자저하께서 말씀하신 바가 지극히 옳사옵니다. 신이 얼마 전 정사로 청나라에 다녀왔음에도 아무도 접견하려 하지 아니하여 교역만 시행한 뒤 돌아오게 되었사옵니다.”

다들 당시의 일을 알고는 있는지 헛구역질을 하고 괜히 시선을 돌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 순조는 해인초를 이용해 집단 기생충 역류를 일으켰고 이를 괴질이라 포장하였다.

어떠한 의서를 찾아보아도 알아낼 수 없는 끔찍한 증상이기에 이를 조선 흉역(凶疫)이라 칭하며 아직까지 제대로 된 교역을 하지 않는 형편이었다.

조선에 사신도 보내지 아니하였으며 매년 단 한 번 있는 연행사도 제대로 대접하지 아니하였다. 지난 연행사의 대표인 권돈인(權敦仁)은 당시의 일을 고변하였다.

“어느 누구도 접촉하려 하지 아니하였으며 식료를 주고 마음대로 음식을 해 먹으라고 통보하였사옵니다. 덕분에 간장과 기름에 밥을 비벼먹으며 물품만 거래하였사옵니다.”

“그러한 청나라에서 우리의 의도를 눈치 챈 것 같아 염려가 되는구려. 평안도에서 올라온 장계인데 청나라 사람이 국경을 넘어 이 나라를 염탐하려 시도하였소.”

모스부호를 통해 전해진 전신은 다시 번역되어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내용에 의하면 삼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국경에서 사로잡혔다는 말을 하였다.

국경을 건너온 명분은 홍삼을 사들인다는 말이었다. 효명세자는 청나라가 아직도 정상적인 나라라 생각하고 이들이 첩자라 판단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들이 도성이나 하다못해 개성까지만 내려와도 이 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을 거요. 청나라가 이 나라의 움직임을 수상히 여겨 첩자를 파견하였으니 어찌 하면 좋겠소.”

“실로 흉측한 일이옵나이다. 홍삼을 사들인다고 변명하며 이 나라를 정탐하고 돌아갈 것이 아니옵나이까. 이들을 어떻게든 저지해야 할 것이옵니다.”

“청나라의 법으로도 밀수는 모조리 사형이며 이 나라의 법으로도 같은 처벌을 내리옵나이다. 목숨을 걸고 홍삼을 사들이느니 서신으로 요청을 하여 홍삼을 더 사들이면 될 일이 아니옵니까?”

의견이 마구 제시되었는데 다들 핵심을 모르고 있다. 이 시기의 청나라는 계획적으로 첩자를 파견하여 다른 나라를 염탐할 능력도 없다.

평안도 일대에서 발각된 놈들은 죄다 밀수꾼이다. 아마 청나라의 왕공족이나 그들에게 물품을 공급하는 상인들이 점점 많아지는 홍삼 수요로 인해 밀매에 손을 댔으리라.

조선에게 인삼 수출량을 늘리자고 제안을 하면 쉬운 일인데 이를 외교로 풀어나가자니 번국에게 요청을 하는 꼴이라 안 한 것이다. 그러니 이를 이용하여 명분을 만들려 하였다.

“저들이 첩자이건 아니건 이는 양국의 법을 어긴 일이옵나이다. 그러하니 처음 몇 번은 사로잡아 고스란히 돌려보내고 나중에 때가 되면 법으로 엄히 처벌하시옵소서.”

“막아낸다 하여도 첩자를 돌려보낸 격이니 수상하게 생각할 것이 아닌가.”

“저들이 건너온 명분이 홍삼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옵니까. 홍삼을 헐값에 넘겨 뇌물로 삼으면 첩자를 보낸 사람도 몇 년 동안 만족하여 가만히 있을 것이옵니다.”

청나라와의 전쟁을 벌일 때가 머지않았는데 마침 전쟁의 명분이 필요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아편전쟁 같이 어설픈 명분의 침략은 국제 사회의 불신을 불러오는 법이다.

그러니 청나라가 저지르는 범죄를 몇 번이고 참아가며 온화한 태도를 취하다 더 이상 참지 않고 법대로 처벌하면 어떻게 될까?

청나라의 입장에서는 반역이지만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서양 열강 입장에서는 너무나 착한 조선이 두들겨 맞다가 일방적인 위험에 처하는 격이다. 이를 서양의 외교방식을 기준으로 설명하였다.

“서역에서 보면 우리 조선은 범죄자들을 몇 차례나 용서하였사옵니다. 결국 참지 못하여 처벌을 내리니 청나라가 법도를 무시하고 억지로 화를 낸 격이옵니다.”

“상국과 번국의 관계에 의하면 우리가 반역을 저지른 것이지만 서역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응당 취해야 할 대처를 참고 참다 적용한 것으로 보이겠군.”

“증좌도 만들면 더욱 좋은 일이옵니다. 이들을 돌려보내며 여러 차례 양해의 뜻을 담은 서한을 보내시옵소서. 여기에 홍삼을 사들인 양을 기록하면 더욱 좋사옵니다.”

홍삼 천 근 정도는 청나라에게 밀수로 내어줄 수 있다. 이들은 대놓고 저지르는 밀수에도 조선이 대처하지 못 하고 쩔쩔 매는 모습을 즐기면서 더더욱 많은 밀수꾼을 파견하리라.

그러다 전쟁 준비가 끝날 무렵 법을 들먹이면서 처형하고 시신을 돌려보낸다. 서양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청나라 입장에서는 반역행위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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