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장 - 기병 (3) >
급작스럽게 우수리스크의 서쪽 변방으로 향한 조선 기병들은 어떠한 훈련이 있을지 고민을 하였다. 이번에는 또 다른 창의적 훈련이 자신들을 괴롭힐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훈련은 없었다. 하루 동안 배불리 먹고 마시고 일대를 순찰하며 마음대로 쉬라고 말한 안드레이는 다음 날 기병들을 소집하여 말하였다.
“서쪽에서 마적 삼백여 명이 출몰하였다. 일대에 사는 조선 사람들이나 여진족(입관하지 않은 변방의 사람들)을 약탈하려 하는 것 같은데 너희에게 훈련용으로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다.”
“그러하면 실······. 실전입니까? 저희는 아직 훈련도 안 끝났는데 전투를 치르는 겁니까?”
“기껏해야 마적일 뿐이니 염려하지 마라. 제대로 된 군대라면 너희들이 고전을 면치 못 하겠지만 마적이라면 정규군도 아니지 않나?”
안드레이와 그루시의 상식에 의하면 상대는 대규모 원정군에 소속된 첨병이다. 이들은 정찰병을 노리는 적들을 선제 타격하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분명했다.
보고에 의하면 아직 방심하고 있어서인지 이동 속도도 느리고 기강도 엉망이지만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안드레이는 이를 감안해 조선 기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이천 명에 달하며 상대는 삼백 명이다! 너희가 제대로 훈련을 받았다면 별다른 희생 없이 첫 실전을 치를 수 있겠지! 그러면 명령에 따라 움직여라!”
훈련을 거듭하며 모의 대결도 실시한 조선 기병들은 머뭇거리며 호응하지 않았다. 자신들 중에 가장 나은 실력을 가진 사람도 프랑스 교관을 상대로 승률이 삼 할도 되지 않았다.
조선 기병들은 하나같이 뱃속에 납덩이가 들어간 것처럼 속이 아파오고 목이 저려왔으며 오금이 덜덜 떨렸다. 이를 감지한 임건보가 미리 정해둔 대로 앞으로 나서서 말하였다.
“마적들을 피해 없이 소탕한다면 저희에게 휴가를 주십시오!”
“휴가? 좋다! 내가 예상하기로 너희들 중 서른 명 정도가 죽거나 중상을 입을 것 같군. 기본 휴가는 일주일에 한 명이 줄어들 때마다 하루의 휴가를 주겠다!”
포상휴가라는 단어가 조선 기병들을 움직이게 하였다. 진군이 시작되고 군가가 울려 퍼졌다.
“기름에 튀긴 양파가 좋다네! 맛있으니까 양파가 좋다네!”
“기름에 튀긴 양파는 맛없어! 그 느끼하고 질퍽거리는 맛이 뭐가 좋다고!”
“그럼 무슨 군가가 좋겠나? 다들 군가는 불러야지?”
우크라이나 출신인 카자크에게서 배운 <카자크는 두나이를 넘었다>라는 군가를 개사하여 제창하였지만 아직도 속이 후련해지지 않았다. 마침내 한 기병이 다음 군가를 제창하였다.
“아······. 아! 싸이라! 싸이라! 싸이라!(Ah! ca ira, ca ira, ca ira)”
“역시 그 군가가 가장 좋지. 괜찮아(ca ira – 씨 이라)를 제창한다!”
프랑스 혁명시기에 불린 노래 가운데 군가로 편입된 씨 이라는 경쾌한 가락으로 조선 사람들의 군가가 되었다. 이들은 프랑스 교관들의 훈련을 받았으니 프랑스어를 섞어 불렀다.
“아 씨이······. 아쎄이 아쎄이 아!”
“뭔가 발음이 어긋난 것 같은데 괜찮나?”
“아 씨이라 보다는 아쎄이 아! 가 발음이 조금 더 편하지 않나?”
훗날 뒤틀릴 대로 뒤틀려 아쎄이라는 추임새를 넣는 군가로 변질된 혁명기의 명곡 씨 이라가 제창되었다. 변방을 정찰하는 카자크 병사들의 안내를 받은 조선 기병들은 미리 정해진 매복지에 도달하였다.
“마적들의 진군속도가 느려서 내일 새벽 즈음에 여기에 도착할 것 같군. 골짜기의 길목을 앞뒤로 막아야 하는데 적들이 사방으로 도망칠지도 몰라.”
“그러면 누군가가 미끼 역할을 해야 할 것 같군요. 적이 마적이라 하였으니 저희의 복식을 갖춘 창기병들이 나서서 앞에서 머뭇거리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즉석에서 전술이 완성되었다. 전방에서 스무 기 정도의 창기병이 머뭇거리며 정탐하다 바로 도주하고 후방을 흉갑기병의 벽이 가로막는다. 이후 총기병의 사격으로 적을 분쇄하고 창기병이 마무리하는 방식이었다.
수적 우위와 매복에 좋은 골짜기를 선점한 조선 기병들의 사기는 출중하였지만 이들을 인솔한 카자크 기병들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적이 방심하였어도 훈련된 팔기군의 잠재력은 얕잡아 볼 수 없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잘못하면 적이 도주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생각이 교차하는 와중에 목표물이 된 팔기군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지휘관을 담당한 자는 투덜거리며 말을 몰다 짜증을 섞어 중얼거렸다.
“염병할 놈들 같으니. 뇌물을 먹일 돈을 지들이 만들지 우리에게서 각출해?”
“아편 피우고 싶어 죽을 것 같습니다. 사지에 개미가 올라오는 것 같군요.”
“그래도 닷새만 더 버티면 쌍성자에 도착할 수 있어. 일대에는 입관하지 않은 부족들이 많으니까 사금을 약탈해 돌아가자고.”
이들이 머나먼 길을 온 이유는 약탈이었다. 주변에는 더 이상 약탈할 마을을 찾기가 힘들고 일부 마을은 보호를 부탁하며 뇌물을 주었기에 이런 머나먼 길을 떠나왔다.
새벽이슬과 밤안개가 동이 뜨며 막 걷혀갈 무렵 저 멀리 전방에 말에 탄 사람들이 보였다. 덜컥 겁을 먹은 팔기군이 말을 돌리려 하였지만 상대도 화들짝 놀라 어쩔 줄 몰랐다.
“아무리 보아도 우리보다 훨씬 나은 준마(駿馬)를 타고 있는데?”
“저놈들 조선인입니다! 저 복식을 보십시오!”
4m에 달하는 창을 옆으로 늘어트린 채 두정갑을 입은 조선 기병들과 팔기군은 서로 대치한 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처음에는 도주하려 하였던 팔기군이지만 조선만큼 만만한 나라가 어디에도 없었다.
“조선군이 쌍성자에 있다면 인삼을 기르는 농민들이 있다는 뜻 아니겠어! 마구 날뛰어서 놈들을 도륙하고 빼앗을 건 모조리 빼앗자고!”
“그러다 조선군의 반격을 당하면 우리 모두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싸울 줄 알면 달려들거나 증원을 부르겠지! 조선만큼 만만한 놈들이 없으니 어서 움직여!”
함성과 함께 돌진이 시작되자 조선 기병들은 말을 돌려 재빨리 달아났다. 후방에는 함성을 들은 흉갑기병들이 길목을 막았고 총기병은 대열을 붕괴시키기 위해 때를 기다렸다.
“엉망진창인데. 저런 대형을 유지해서 어떻게 싸울 수가 있지?”
“어차피 마적이 아닌가. 경기병들이 난입하기 전에 적의 기세를 꺾어두자고.”
기병은 오밀조밀한 대형을 갖추어서 난입을 막는 것이 상식이다. 이러한 상식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본 총기병들은 대수롭지 않게 능선으로 내려가 사격을 준비하였다. 반면 카자크 기병들은 의문을 표시했다.
“아니······. 팔기군이라며. 팔기군이 저래도 돼? 저건 완전 도적떼의 움직임이잖아?”
팔기군은 눈앞의 상대를 쫓기 위해 주변을 경계하지도 않았다. 그 틈을 타서 총기병이 제대로 된 위치에 도착했고 느긋하게 조준을 시작하였다.
브라운베스를 개조해 만든 기병용 소총이 불을 뿜자 열댓 명의 팔기군이 바닥에 자빠졌다. 즉시 반격에 나선 팔기군이 꺼낸 물건은 활이었다.
“놈들이 사격을 실시한다! 소총 재장전!”
“웬 재장전이야! 기습을 성공해도 적이 응사한다고! 이탈해서 다음 사격장소를 노려야지!”
카자크 기병들은 조선 총기병의 실수를 보며 복장을 터트렸다. 기록에 의하면 팔기군의 활솜씨는 어지간한 머스킷과 비슷하다 하였는데 이럴 때에는 일제사격 후 이탈이 답이었다.
그러나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화살은 능선 중간에 박힐 정도로 위력이 부족하였다. 화살은커녕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은 조선 기병들은 재차 일제사격을 날렸다.
“당장 퇴각해! 모두 퇴각!”
“밀치지 마라! 내가 먼저 퇴각한다고!”
카자크 기병들의 상식이 붕괴되는 것과 동시에 팔기군의 대열이 붕괴되었다. 아직 죽은 병사가 서른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사기가 무너져 무질서한 퇴각을 시도하였다.
서로의 말이 뒤엉키고 악다구니를 다투는 모습을 확인한 카자크 기병들은 도둑떼보다 못한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프랑스 교관도 입을 벌린 채 어처구니없는 몰골을 지켜보았다.
“마적들을 모조리 죽여라!”
반면 조선군은 기세가 올랐다. 첫 실전에 긴장하였지만 적은 기본중의 기본도 모르는 마적에 불과하였다. 후방에서 흉갑기병들이 달려와 길을 막고 동시에 경기병들이 난입하였다.
첫 대열에 선 경기병들이 기병도를 찌르자 팔기군도 발악에 가깝게 창을 휘둘렀다. 그러나 조선군은 이미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법도 익힌 병사들이었다.
발작적으로 휘두른 팔기군의 창날을 기병도로 걷어내고 수천 번이나 연습한 찌르기가 날아들었다. 멋만 낸 두정갑이 꿰뚫리고 폐가 찢긴 팔기군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백병전이 벌어지자 조선군도 피해를 입었지만 이미 수십 번이나 밀짚 위에 낙마한 경험이 있었다. 반사적으로 팔다리를 웅크려 몸을 보호하고 뒹굴어 피해를 최소화 하였다.
“이러다가 포로로 잡을 놈도 남지 않겠다! 적당히 죽여!”
팔기군의 실력은 바닥을 기고 있어 한 합도 나누지 못하고 치명상을 입었다. 몇 분도 싸우지 않았는데 팔기군은 대부분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조선 기병들 가운데 일곱 명이 부상을 입은 것이 전부였다. 더 이상의 적이 보이지 않은 조선군이 칼을 들이대자 팔기병은 말에서 내려와 굽신거리며 항복하였다.
“제발 살려줘! 살려달라고! 항복!”
사지가 멀쩡히 붙은 채 포로로 잡힌 7명의 팔기군은 우수리스크 내부에 있는 요새에 끌려와 심문을 받았다. 이 시대의 심문은 폭력과 고문이 수반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지금부터 아는 걸 다 말하도록. 첫 질문부터 하겠는데 본대의 규모는 얼마인가?”
의자에 꽁꽁 묶인 팔기군은 안드레이의 뒤에 있는 덩치 큰 카자크 병사들과 눈을 부라리는 조선군 간부들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본대라는 말에 상대가 우물쭈물 거리자 안드레이는 팔을 높이 들었다. 실력은 부족해도 나름 군인이라고 정보를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라 생각하였다.
“그··· 저··· 본대는······.”
“안 불어? 네가 귀족 출신이라도 불구가 안 되게 족치는 방법은 많아!”
안드레이는 바로 상대의 뺨을 후려쳤다. 동시에 조선 기병들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부젓가락을 화로 속에 밀어 넣었고 몽둥이를 머리 위에서 빙빙 돌리며 눈빛을 보냈다.
안드레이도 프랑스 기병들도 상대가 순순히 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자신의 지위와 군인으로서의 정신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본대는 없습니다! 저희 삼백여 명만 여기까지 온 것이니 믿어주십시오!”
“지금 뭐라고 했지? 어설픈 거짓말을 했다가는 맞아 죽을 줄 알아!”
“진짜라니까요! 저희는 길림성 소속 주방팔기(駐防八旗 - 지방군)이며 저희가 무슨 원정을 올 힘이 있다 하십니까!”
“말이 안 되잖아! 그럼 네놈들은 정찰을 할 목적도 아니고 무력으로 적을 압박할 목적도 아니고 마적들과 같이 뭉쳐서 약탈이라도 하려고 이 머나먼 길을 달려왔다는 말이냐!”
“저희가 일대를 약탈하러 온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이 패배하는 순간 안드레이는 자제력을 상실하여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탁자가 두 쪽으로 갈라지자 팔기군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하였다.
“저희가 오게 된 것은 길림장군(남만주, 연해주를 담당하는 지휘관)께서 황상의 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드리자면 길지만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놈과 말을 하느니 그냥 술이나 퍼 마시련다. 심문은 임건보 네가 해라.”
뇌에 과부하가 일어난 안드레이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감자로 만든 독한 소주를 들이켰다. 카자크도 약탈을 하지만 약탈보다는 전쟁이 우선이라는 것은 군인으로서의 상식이다.
사실상 자살행위와 같은 명령, 예를 들면 러시아 원정 당시 연전연승을 거듭하는 나폴레옹의 원정군을 상대하는 행위는 가급적 자제하지만 완수하려고 노력은 한다.
설령 포로로 잡혀도 정보를 최대한 은폐하려는 상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이러한 상식을 한 순간에 죽이고 또 죽이며 아예 무덤을 파기 시작하였다.
“황상께서 저희 길림장군님께 명을 내리셨습니다. 쌍성자 일대에 노서아 오랑캐들이 조선 사람을 잡아들여 인삼을 재배하고 금품을 갈취하니 조사하라는 명령이었지요.”
안드레이를 대신해 심문에 나선 임건보는 입술을 짓씹었다. 청나라 황제의 명령을 일대를 총괄하는 장수가 받았다면 조만간 일이 터지고도 남을 것이 자명하였다.
“그러면 조만간 너희처럼 약탈에 미친 머저리들이 아니고서는 제대로 된 기병들이 오겠군. 그게 본대가 아니면 뭐야! 네놈이 또 거짓말을 했어!”
“이미 길림장군님의 명으로 승전보를 담은 장계가 올라가고 수급도 즉석에서 제작해서 조정으로 올라갔는데요. 일이 다 끝났으니 본대가 올 염려도 없지 않겠습니까?”
임건보의 눈동자가 사방으로 요동쳤다. 조선의 병사라면 아무리 기강이 엉망이어도 형식적인 일처리는 하고 장계를 올렸다. 간혹 가짜 장계를 올리지만 일부 부패한 하급 관료가 저지르는 짓이었다.
길림장군이면 남만주와 연해주를 총괄하는 지위이다. 이쯤 되는 관료면 가짜 장계를 올릴 사람이 아니라는 상식이 존재하였다. 그러한 상식이 여지없이 붕괴된 임건보는 정신을 추스르고 다음 질문을 하였다.
“장계를 이미 올린 것도 문제이지만 수급(首級)을 즉석에서 제작해?”
“간단한 일 아닙니까. 만주에 멋대로 들어와 살고 있는 한족들을 약탈하고 죽인 다음 머리통만 증거로 보냈지요. 은자를 수급과 같이 보내면 제대로 된 수급으로 인정해 줍니다.”
“네놈들이 도둑이냐 아니면 기병이냐! 군인의 의무는 백성을 지키는 법인데!”
분노한 임건보가 기병도를 뽑아 휘두르려 하자 상대는 눈을 질끈 감고 자신들의 무고함을 증명하려 하였다. 역관과 프랑스 기병들이 임건보를 말리는 사이 상대는 다급하게 말했다.
“저희는 뇌물을 먹이지 않아서 약탈에 끼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변방까지 나온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가짜 장계를 통과시키는데 들어가는 자금을 각출했기 때문입니다.”
“이 미친놈들아! 정신이 나간 버러지들아! 네놈들에게는 상식이라는 것이 있냐! 길림장군이 네놈들까지 닦달해서 뇌물로 먹일 자금을 각출했다고?”
“저희에게는 상식입니다. 저희는 힘이 없고 가난해서 이런 식으로 변방을 약탈해야 하지요. 힘이 있고 돈이 많다면 주변의 한족들을 약탈할 수 있었을 겁니다.”
임건보는 뒷목을 부여잡더니 기병도를 떨어트리고 눈빛이 풀린 채 구석으로 기어들어가 쪼그려 앉았다. 안드레이가 말없이 술병을 건넸고 임건보는 병나발을 들이켰다.
옆방에서 심문을 진행하던 그루시도 괴성을 지르며 길길이 날뛰고 임건보의 옆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아 술을 들이켰다.
그루시는 몸을 관리하느라 술을 끊었지만 정신이 너무나 피폐해져 다시 술의 힘에 의지하려 하였다. 셋은 감자소주를 쉴 새 없이 들이켜며 안주로 팔기군 포로들의 증언을 들었다.
“장비요? 장비야 알아서 챙기지요. 훈련은······. 가끔 주변에 사는 한족들에게 뇌물을 비롯한 각종 세금을 뜯어내면서 합니다. 마을에서 여럿이 모여 날뛰면 다들 설설 기지요.”
심문이 오갈 때마다 상식이 무너져 구석에 쪼그려 앉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상대는 각종 기밀 정보는 물론이요 부대 배치까지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사람들의 상식을 붕괴시켰다.
옆방에서는 아예 아편을 찾는 사람까지 있으니 아편 대신 진통제로 준비한 모르핀을 주었다. 술의 힘으로 가까스로 정신을 복구한 안드레이는 그루시를 일으켜 세우고 말했다.
“우리가 운이 아주 좋은 모양이군. 일대를 관할하는 길림장군 샹캉(祥康)이라는 자가 철저히 부패해서 이런 상식조차 결여된 머저리임이 분명해.”
“그럼 가짜 장계가 일상화된 것은 말이 되고? 청나라 군대가 모조리 썩지 않는 한 이런 관행이 생활화 될 리가 없지 않나?”
“아니 그게 말이 돼? 인구가 수억 명이 넘는 거대 제국의 사람들 대다수가 저런 몰골이라고? 프랑스 사람들은 그렇게 상식이 없나?”
그루시와 안드레이의 의견이 대립하였다. 그루시는 청나라 전체가 부패하였다 생각하였고 안드레이는 길림장군이 거느리는 북방 일부 군대가 부패하였다 생각하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뇌물이 일상화 되었다고? 보급이 없다고? 훈련은커녕 약탈만 한다고? 일대에 청나라 백성들이 풀포기처럼 땅에서 자라나다가 풀처럼 썰려나가겠나?”
둘의 대립된 상식은 보고서로 정리되었다. 안드레이는 조금이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하여 청나라의 북방 군대가 부패하였다는 보고를. 그루시는 상식을 포기하고 청나라 군대가 모두 부패하였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작가의말
니콜라이 1세 : 상식적으로 일부 군대가 부패하였겠지
루이필리프 : 애초에 상식이 죽었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기는 하군
상식 1839년에 연전연패 시작!
오늘 나온 군가는 프랑스 군가인 “Ça Ira” 입니다. 들어보시면 정말 아 싸 이라가 아니고 아쎄이 라고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