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85화 (85/345)

< 9장 - 출병 >

전쟁 물자를 민간에서 구매하기 위한 자금은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었다. 작년에 사업설명회를 포함하여 80개 서원에서 자금을 모았고 이 자금만 따져도 신냥으로 500만 냥에 달하였다.

“각지의 서원에서 자금을 거두어 내후년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였지만 국운이 걸린 일이 아니더냐. 이 비용을 전쟁 비용으로 사용하고 각지의 서원에게 양해를 구하라.”

양해고 뭐고 국왕이 직접 친정에 나서는데 거절할 명분조차 없었다. 조선에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전쟁 채권 개념이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채권으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제법 많은 돈 같아도 전쟁을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양이었다. 이번 전쟁의 소모 전비는 최소한 2,000만 냥이며 은자로 400만 냥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내수사는 물론이요 상단들에게도 채권을 발행하여 이 비용을 충당하기에 이르렀고 대소신료들도 자신의 가산을 내놓았다. 여기에 전쟁 채권을 구매할 사람들이 도성에 들어왔다.

“우리는 숭양서원에서 온 유생들이오. 주상전하께서 명하시어 청음(靑陰 - 김상헌의 호) 대감을 비롯하여 병자년의 전화(戰火)에 맞서 싸운 이들의 기록을 정리하고 논하려 왔소.”

본래 1840년 양력 6월 중순에 서원들의 연구 과제 발표회가 있었다. 이들은 미리 도성으로 올라와 순조를 비롯한 조정 신료 앞에서 발언권을 얻고 연구비를 받아갈 예정이었다.

마침 좋은 일이니 내가 이들을 전담하여 맞이하게 되었다. 평양에서 이름난 서원이자 아내의 가문인 안동 김씨의 김상헌을 모신 서원이라 반갑게 맞이하였다.

“청음 대감이라 하시면 제 처가의 웃어른이 아니십니까. 이를 모신 서원에서 방문하였음은 참으로 좋은 일이나 시국이 흉험하여 주상전하께서 시일을 비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난 일 년 동안 사력을 다 하여 조사를 하였거늘 대체 어찌 된 일이오?”

마침 유생들의 연구 주제는 대부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집중되어 있었다. 서원에 배향된 사람들의 상당수는 충정을 높게 사서 배향하였으며 전쟁과 같은 시련은 이런 충정을 증명하는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이들 모두가 민감하게 생각할 주제이니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사실을 알려주었다. 조만간 청나라와 전쟁이 일어날 것이며 순조는 최전선에서 군을 지휘할 것이라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껏해야 생원시를 통과한 것이 분명한 젊은 유생이 승지인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외무승지께 논할 것이 있소! 조정의 봉록을 받아먹는 신하이면서 어찌하여 주상전하의 뜻을 만류하지 않았단 말이오! 이는 신하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책무요!”

“주상전하께서 말씀하시길 변란이 벌어지고 이를 나라로 끌어들이면 백성이 고통을 겪는 것을 염려하였습니다. 또한 뜻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해서는 이 방법 외에는 없다 하셨습니다.”

다들 전쟁의 기록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역사로 만든 사람들이니 지난 두 번의 전쟁,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기록을 알고 있었다. 또한 이 당시의 선조와 인조의 행적도 알고 있었다.

스스로 책임을 짊어지고 전선에 나서는 왕을 본보기로 삼아야지 책망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결론을 내렸다.

“주상전하께서 친정을 결정하셨으니 나라의 녹봉을 받는 신하 된 도리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소. 우리가 조만간 일어날 변란을 도울 방법은 없는 거요?”

“그야 여러 방안이 있지 않겠습니까. 병사들이 사용할 복식을 만들거나 건량을 만드는 일을 도울 수도 있겠지요. 다만 지나치게 재산을 내놓으시면 후일에······.”

“곤란한 것이 무엇이 있겠소? 우리가 모신 위패가 어떠한 분들의 것인지는 잘 알고 있지 않소이까. 이러한 때에 나서지 않는다면 인생을 헛되이 산 것이오.”

장유유서라 하여 부산에서 올라온 환갑이 넘은 유생이 먼저 발언을 하고 너나할 것 없이 이 말에 동의하였다.

“지방의 뜻 있는 유생들에게 모두 소식을 전할 것이오. 유생이라 부르기 민망한 자들도 있지만 이들도 지금까지 누린 혜택을 저버릴 수는 없을 것이니 응할 것이 분명하구려.”

순조의 친정 계획은 최고의 수였다. 지방에서 칩거하고 있을 이들조차 친정이라는 명분으로 마음이 움직일 것이 분명했고 여기에 내가 꾀를 하나 더 내었다.

[청나라는 이 나라를 병자년과 같이 병화에 휩쓸리게 하여 옛 시절로 되돌리기를 원한다.]

이 내용을 전신을 통해 양반들에게 미리 퍼트리려 하였다. 순조는 내 계획을 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노려보았지만 전쟁 전에 여론 선동이 먼저이니 태연하게 답하였다.

“신이 부족한 재주를 굴려 모든 이들의 뜻을 일치시킬 방안을 마련해 보았사옵니다.”

“한 문장으로 모두를 호응하게 만들 말이니 외부승지가 영길리의 사람으로 일하였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 말에 응하지 않을 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단순히 옛 시절로 되돌린다는 말이지만 백성들은 물론이요 양반들에게 들어가는 혜택도 모조리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비료였다.

여기에 양반들이 즐기는 외국의 문물들도 사라지고 공장제 제품도 사라질지도 몰랐다. 순조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 하겠지만 이제는 그런 행위조차 불가능하였다.

지방의 양반들이 얼마나 많은 채권을 사들일지 궁금하였지만 확인할 일이 있었다. 순조의 명령을 받은 그랑제콜은 교육을 중단하고 전시 생산체계에 돌입하여 모든 과학자가 전쟁 물자 생산에 매달렸다.

“이러다가 진짜 몸이 축나서 버티지를 못하겠다. 나를 과로로 죽일 셈이냐?”

일준이는 학과장임에도 가장 실험을 잘 하는 학자이니 생산 과정에 투입되었다. 방금 전 까지 군복에 쓰일 안료를 시험했는지 시퍼렇게 물든 손을 닦고 커피를 들이키며 나를 맞이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조금만 참아줘. 그나저나 초대형 자돌폭뢰는 만들었어?”

“만들고 있지. 스물다섯 개 가지고는 철갑 증기선 격침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이 이상 보내면 정보가 새어나갈지도 몰라서 못 만들었으니 이해 좀 해라.”

완성된 자돌폭뢰는 네 개였는데 위장을 위해서인지 표면이 새카만 염료로 칠해져 있었고 크기는 현대에 쓰이는 40인치 모니터 수준이었다. 다른 세 개는 색이 안 칠해져 있는데 일준이가 설명을 하였다.

“여기 있는 세 개는 미리 만들어둔 훈련용 자돌폭뢰야. 내부에 솜화약과 같은 무게의 모래를 넣어서 훈련을 하게 만들었지. 밀착해서 폭발시키지 않으면 효과가 줄어드니 훈련도 중요해.”

“이게 진짜 통하기는 할까 의문이기는 한데······.”

“내 말이 그 말이야. 물품을 운송할 프랑스 해군 장교에게 물어봤는데 밤중에 기습을 해도 콩그리브 로켓에 머스킷 난사에 포도탄 세례까지 쏟아질 거라 하더라.”

영국 해군이 한껏 방심하더라도 그 방심한 영국군이 어지간한 국가의 해군보다 우수한 능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목표인 철갑 증기선은 전진, 후진 심지어 자체 회전까지 가능한 배였다.

임칙서가 소집한 사람들은 포탄의 비를 뚫고 배에 접근하여 자돌폭뢰를 최소 두 개 이상 적중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 끔찍한 난이도를 상상하는데 일준이가 태연하게 말했다.

“프랑스의 선박 방어체계를 기준으로 예상 성공률은 이십 퍼센트 미만. 더 강한 영국 해군 소속 선박이니 이보다 성공률이 훨씬 낮을 거야.”

“철갑 증기선을 확실히 격침시키려면 최소 두 개, 가급적 세 개를 터트려야 한다고 했지? 결국 운이 아주 좋아야 한 척 정도를 격침할 수 있다는 말이로군.”

“대놓고 개입할 수 있다면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도 없이 백 발 정도 보내는데.”

자돌폭뢰는 조선의 개입 흔적을 없애려고 프랑스 상인에게서 구매한 솜화약으로 위조할 예정이었다. 임칙서는 이 솜화약을 틀에 넣어 즉석에서 자돌폭뢰를 제조했다 말하리라.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지만 설령 실패하더라도 폭발력은 영국 해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물건이리라. 가급적 이 물건들이 영국에게 엿을 먹이기를 기대해야지 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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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관료들은 승산이 없다 생각하였지만 사정을 모르는 지방의 유생들은 이를 단순히 받아들였다. 승산이 있으니 요동까지 나가 친정을 행한다고 여긴 것이다.

이들은 내 예상대로 여론 선동에 휩쓸려 자신들의 가산을 가지고 한양에 방문하였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식당을 슬쩍 살피니 예상대로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승산이 없으면 전쟁을 벌일 이유가 없지 않는가! 병졸들은 어느 때 보다 기강이 삼엄하며 맹렬히 훈련하고 있지. 그러니 주상전하께서 승리의 쐐기를 박으려 하시는 것일세!”

“주상전하를 앞에 두고 병졸들이 사기가 꺾여 달아나겠는가? 적에게 항복하는 놈들이 생겨나겠는가? 그러하니 주상전하 만세를 외치고 돌아가도록 하세.”

“천세이지 왜 만세라 하는가? 자네 제정신이기는 한가?”

“그야 천자국이라 자처하는 청나라 오랑캐들을 상대하시니 천명을 무너트릴 것이 아닌가. 그러하면 천세 대신 만세를 외쳐야지. 다들 외치게! 주상전하 만세!”

물론 청나라가 얼마나 거대한지 명확히 알고 국력도 아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다. 이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별다른 발언을 못 하고 상소문을 올려 순조를 말리려 하였다.

음력 7월이 지나갈 다가올 무렵 한양으로 올라와 전쟁 물자를 납부하고 채권을 받아가는 일은 일종의 전통이 될 지경이었다. 순조는 채권 구매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내 설령 패배하더라도 한 치라도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당당히 나설 것이니 염려하지 말도록 하라. 온 나라의 사람들이 한 몸이 되었으니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더냐.”

눈물을 훔친 순조는 바로 군사 훈련장으로 나섰다. 아직 사단규모의 훈련만 했을 뿐 대규모 군단 훈련을 실시한 적이 없는 각 사단은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한 채 모두 한양으로 집결해 훈련을 실시하였다.

“주상전하 납시오!”

최초의 대규모 훈련에는 당연히 순조의 명령이 필요하였고 병사들이 일제히 절을 올렸다. 절을 받아들인 순조는 장병들에게 본래 계획과 다른 연설을 시작하였다.

“기강이 삼엄하고 눈빛이 형형한 장졸들을 보니 마음이 놓이건만 조만간 변란이 있을 것이다. 세상만사가 형통하면 좋은 일이건만 청이 옛 습속을 저버리지 못 하고 이 나라를 침공할 것이라 하였다.”

본래 사기가 꺾일 것을 염려해 한양에서 훈련을 시키고 기차에 태워 북방으로 보내 ‘기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마치 우리가 조선시대로 넘어오기 전 어떤 나라와 비슷한 짓을 계획하였다.

반면 순조는 이런 계획을 모조리 무시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연설을 시작하였다. 자신도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호화로운 미사여구도 마다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그러하니 내가 함께 할 것이다. 너희를 변란의 한복판으로 보내는 책임은 모두 나라를 온전히 다스리지 못 한 나에게 있으니 숙식을 함께하고 고난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주상전하. 본래 계획과는 다르옵나이다.”

순조는 고개를 돌려 쓸데없는 말을 꺼낸 조만영을 노려보았고 다시 연설을 하였다. 병사들은 어느 새 순조의 외침에 섞인 울먹거림을 알아차리고 다시 엎드려 절을 하였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청의 군대를 모조리 격멸하는 것 외에는 없다. 저들이 더 이상 이 나라에 발을 들이지 못 하도록 요동으로 나아가 맞서 싸울 것이다.”

맞서 싸운다는 말까지 하자 병사들도 긴장하여 고개를 들었다. 청나라 군대가 조선에 들어오면 피해를 입을 이들이 백성이니 옳은 말이지만 순조는 이 여정을 함께 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순조는 눈물을 억눌러 참고 억지로 말하였다. 이 또한 여기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이기도 하였지만 감정적인 사람이니 꼭 해야 할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논할 것이 있다. 여기에는 다른 이들이 떠넘겨 억지로 군문에 발을 들인 사람도 있으며 화전을 하다 억지로 병사가 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런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니 목숨이 아까운 이들은 돌아가도록 하여라.”

- 주상전하 천세!

어디서 온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이 자리에 집결한 병사들 가운데 한 명이 목을 놓아 주상전하 천세를 외쳤다. 이에 호응하듯이 무질서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 주상전하 천세! 천세! 천세!

- 주상전하께서 명하셨다! 청나라 돼지들을 찢고 죽여라! 모조리 어육으로 만들어라!

어디선가 들리면 안 될 것 같은 외침이 기병들에게서 들려왔는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병사들은 한 몸이 되어 천세를 연호하였고 순조는 고개를 돌려 연설을 마쳤다.

이후 한 달 동안 이어진 훈련은 언제나 순조가 함께하였다. 한양의 모든 세도가들이 병사들의 뒷감당을 하였고 마침내 음력 8월 15일 한가위가 되었다.

개전까지 보름이 남은 상황에서 순조는 이들 모두를 위해 합동으로 차례를 올리게 하였다. 평상시 집에서 올리는 차례와 달리 예조에서 집전한 예식이었다. 순조는 예식이 끝나고 병사들에게 선물을 내려주었다.

“이제 전선에 나설 때가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복식과 장구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도성으로 올라오기 전 모든 장졸들에게 새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치수를 재어 두지 않았느냐.”

지금까지 조선군의 복식은 한복이었으며 시퍼런 상의와 하얀색 바지 그리고 각종 탄약을 갖출 수 있는 검은색 조끼가 전부였다.

이들을 위하여 영국 레드코트의 디자인과 흡사하지만 수입품인 코치닐 적색 염료 대신 생산이 쉬운 프러시안 블루로 염색한 청색 군복이 지급되었다.

당연히 전쟁에 참가할 조정 관리들을 위한 군복도 배정되었는데 오랜 간만에 만난 박규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군복을 확인하고 말하였다.

“참 얄미운 일이로군. 수입 염료를 사용하여 멋을 내려 하였는데 영길리의 색과 흡사한 붉은 색을 사용하지 않았는가.”

“이미 만들어 둔 물건이니 입어야지 별 수가 있습니까. 그래도 모두가 제대로 된 옷을 갖추어 입으니 서역의 군대와 견주어도 흠을 못 잡을 지경이 아닙니까?”

순조는 여전히 곤룡포를 차려 입었지만 전쟁에 참가하는 장성부터 병졸까지 모두 옷을 갖추어 입었다. 여기에 고무로 코팅한 가죽 장화와 겨울 추위를 대비한 양모 코트까지 있으니 모두 어엿한 병사가 되었다.

이제 병사들을 휴식시키는 동안 물자를 보낼 차례였다. 이런 원정군 편성에는 보인(保人)이 본래 군대의 두 배 이상이 필요한데 이들은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들로 충당하였다.

처음으로 의주행 기차에 올라간 물건은 보급에 사용할 수레와 쌀을 비롯한 식량이었다. 청나라는 압록강 너머에 병사를 파견하여 추이를 확인하고 있겠지만 이제야 식량을 옮기니 전쟁 개전까지 한 달은 넘게 남았으리라 생각하고 있으리라.

이 예상과 달리 기차가 있으니 모든 물자를 옮기는데 5일이면 충분하였다.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말은 그루시와 안드레이를 통해 미리 보내놓은 상황이었다.

막 병사들을 이동시킬 준비를 하는 양력 9월 22일 전신을 통해 의주에서 소식이 전해졌다. 그루시가 보낸 전신의 내용은 간단하였다.

- 청나라 군대 삼천여명 가량이 보급품 약탈을 노리고 압록강 도하를 시도. 모조리 격퇴하고 역으로 도하하여 선발대 육천여 명을 궤주시킴. 계속 보급품을 지키겠음.

도적떼 아니랄까봐 전쟁 소식을 듣고 요동과 만주 일대에 바퀴벌레처럼 퍼져 있다가 강 건너의 보급품을 보고 멋대로 넘어왔으리라. 아예 개전 일자도 무시한 약탈을 저지하였으니 순조는 병사들에게 이를 공표하였다.

“청나라의 선발대가 압록강을 넘어서려다 기병들에게 저지를 당하였구나. 첫 싸움에서 승전을 거두었으니 두 번 말해서 무엇을 하겠느냐. 이 기세를 몰아 청의 군대를 격퇴하겠노라!”

우레와 같은 함성 속에 출병이 시작되었다. 총 지휘관은 순조이며 휘하 사단은 6개요, 총 인원은 전열보병 2만 8천, 포병 3천, 조선 기병 6천명에 나머지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기병으로 구성된 4만 3천명의 대군이었다.

서양 기준에서는 작전 구역 하나를 담당할 수준이지만 동양에서는 절대적인 위력을 자랑하는 군대였다. 순조를 시작으로 각종 외교를 처리할 인사들과 장성들 그리고 장교들이 기차에 탑승하였다.

조선은 약속을 지켜 양력 9월 26일, 음력으로는 9월 1일 도하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청나라가 과연 어디에서 어떤 싸움을 벌일지는 모르지만 이번 사건은 세계사에 큰 이변을 불러오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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