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02화 (102/345)

103. 10장 2화 성장(1)

효명세자의 명에 따라 호조가 즉석에서 분해되었다.

대한제국처럼 중앙 7부를 두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호조의 인원이 분해되어 각기 상공부(商工部)와 탁지부(度支部)로 재집결 되었다. 이를 감안해도 어마어마한 예산이 할당되었다.

탁지부의 임시 대신인 김좌근이 죽지 않도록 효명세자가 적당히 예산을 배분하기 시작하였다.

“청나라와 재전을 벌일지도 모르니 상당수의 예산을 군사에 투자해야 하는 법이오. 앞으로 십 년의 시간을 두어 일곱 개 사단을 열한 개로 늘릴 것이며 해군도 육성하겠소.”

“하오면 사단을 늘리면서 사단 인원도 확충하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물론이오. 신설 사단이 요동과 만주 일대를 수호해야 하니 매년 신병을 일만 명 이상 확충해야지. 최종적으로는 오 년 뒤인 1846년까지 총 십일만 대군을 육성할 목표를 세우시오.”

아득한 예산이기는 하다. 순수한 병사 봉급과 유지비만 따져도 매년 신냥으로 일천이백만 냥이 소모된다. 조정 예산이 지금 팔천만 냥이 조금 안 되니 15%가 조금 넘는 비용이다.

더군다나 신병을 육성하는 훈련비용과 장비 비용을 감안하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조선의 발달속도를 감안하면 10% 아래로 내려가겠지.

다음 주제는 해군 육성이었는데 효명세자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였다.

“영길리와 청나라가 벌인 해전의 전훈도 잊지 말아야 하오. 철갑 증기선이 대세가 될 것이지만 폭탄 몇 발에 격침당하는 꼴은 볼 수 없으니 더욱 크고 든든한 배가 필요하겠지.”

“하오면 어떠한 선박을 생산하실 예정이시옵니까?”

“우선 일천오백 톤 규모의 증기 범선 열 척과 일천 톤 이상 규모의 철갑 증기선 다섯 척을 만들면 좋을 것 같소. 이는 십 년 동안 양성할 규모이며 더욱 확충할 수도 있소.”

여기에 편성된 예산이 매년 신냥으로 일천만 냥이었다. 이 일이야 예산을 받은 이점버드 브루넬이 알아서 만들 것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통제는 필요하였다. 2만 톤에 달하는 초거대 함선인 그레이트이스턴(Great Eastern)호를 만들고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 사람이었으니 이런 일은 방지해야 하리라.

그나마 예산이 빠져나가 홀가분해진 김좌근이었지만 효명세자는 아직 부족한 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 조선이 아슬아슬하게 칼날 위를 걷듯이 국정을 운영하며 하지 못한 일을 이룩하려 하였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민간 자본이오. 이미 포상금과 채권으로 민간에 수많은 자금이 풀려났으니 은행을 만들어 이를 환수해야 하지 않겠소?”

인플레가 벌어질 정도의 자금은 아니었지만 가만히 두면 금은보화를 각 가정에 쌓아두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김좌근이 손발을 파들파들 떠는 가운데 다음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남연군은 물론이요 유럽에서 귀국한 인재들이 집합하였다.

이들은 탁지부 휘하의 각 아문에 집결하여 자신들이 유럽에서 배운 학문을 기반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은행의 도입을 뜻하셨으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중앙은행과 사립은행을 통하여 기존에 이 나라에 있던 계(契)와 보(寶)를 혁파하고 이를 나라의 돈으로 되돌려야 하옵니다.”

“은행의 체제는 알고 있으나 이를 적용하는 예산이 마땅치 아니하여 가만히 두고 있었소. 이제는 청나라에서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으니 가능한 일이오.”

동양에는 은행이라는 개념이 없이 현대에는 거의 사라진 계가 이 자리를 대신하였다. 여러 사람이 규약을 맺어 보증인을 두고 돈을 모으는 일종의 사설 적금이다.

여기에 보라는 제도는 관아에서 주최하는 공공 출자금이었다. 조선 말기로 갈수록 변질되어 강제로 고리대를 매기며 삼정의 문란에 기여한 제도라 거의 없어지기에 이르렀다.

이런 환경이니 사립은행은 익숙한 사람이 없어서 다루기 힘든 상황이었다. 효명세자는 우선 중앙은행을 설립하기로 마음을 먹고 명을 내렸다.

“배상금의 일부인 신냥 일천만 냥, 은자 이백만 냥을 출자금으로 삼아 은행을 설립하면 좋을 것 같구려. 나라에서 원금을 보장하는 것은 마땅하나 이율이 문제로군.”

효명세자가 모든 일을 할 수 없었으니 의견을 물어보았다. 서로 의견을 내놓으려고 이 자리에 모인 유럽 유학자 출신 가운데 한 명이 일어나 의견을 말하였다.

“신 윤기수 아뢰옵니다. 신이 사료하기로는 이율은 매년 육 푼(6%) 정도에서 조금씩 변동하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서역의 열국들은 나라의 성장에 맞추어 이율을 변동시키옵나이다.”

매년 6%면 조선의 성장 속도와 비교해 보았을 때 이율이 낮은 수준이다. 지금 조선의 연간 성장 속도는 공장의 도입 이후로 매년 8%를 넘어가는 수준이니까.

물론 총생산과 실질 소득이 바로 이어지지 않는 발전 구도와 아직도 농업 생산량이 주력인 조선의 구조를 감안하면 적당한 수준이었다.

경제적으로는 적당한 수준이지만 출자금을 계산하는 것은 탁지부의 몫이다.

점점 업무가 쌓여가는 김좌근의 절망한 표정을 보면서 효명세자가 다시 질문을 하였다.

“그러하면 중앙은행을 한성부의 명칭을 따라 한성(漢城)은행이라 할 것이오. 각 지방에 지점을 만들고 운영할 사람들이 필요한데 이들은 어떻게 선별하면 좋겠소?”

“신 이경재(李景在) 아뢰옵나이다. 일전에 서원을 정리할 적에 여든 개에 달하는 서원이 현판을 내리고 조정에 건물을 공헌하였사옵니다. 이러한 곳을 은행으로 다시 열어주시옵소서.”

“그러고 보니 훼철(毁撤)한 서원들을 객사로 사용하거나 전신기를 두어 역참을 보조하는 역할로 사용하였지. 이 또한 좋은 방안이니 채택할 것이오.”

국영 은행에 대한 제도는 차근차근 설립되었고 전신을 통한 계좌의 관리와 채권의 발행까지 미리 예정해 두었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남연군은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는 듯이 의견을 내놓았다.

“신 남연군 태자전하께 아뢰옵나이다. 일전에 신이 서역에 다녀올 적에 한보(漢堡 - 함부르크)에 머무른 적이 있사옵니다.”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소. 듣자 하니 에른스트라는 은행가 가문을 통하여 여러 인맥을 쌓고 편안히 지냈다 하였는데.”

“사소한 이야기를 떠올려 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서역에는 유대인이라 하여 자신의 나라를 잃고 떠돌아다니는 민족이 있사옵니다. 이들은 금전을 다루는 일에 능하니 이 나라로 들여서 은행을 만들게 하시옵소서.”

남연군의 제안을 들은 효명세자가 움찔거리며 답을 하지 않았다. 유럽 일대에서 유대인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잘 알고 있으며 이들의 금전적 영향력도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에른스트 가문이 있는 함부르크는 한창 성장하고 있는 유대인 자본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근처에는 현대에는 음모론의 소재로 쓰이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본거지도 있다.

유럽의 금융 거물들이 모조리 몰려든 조선의 경제는 대부분 유대 자본에게 잠식되리라.

이들의 끈끈한 인맥과 연줄을 동원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니 효명세자도 적당히 둘러댔다.

“남연군의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방안이 필요하구려. 유대인이라면 신의가 있으나 지나칠 정도로 금전에 몰두하는 자들이라 신의를 쌓기 전에 자금을 거머쥘 것 같소.”

“에른스트 가문 사람들이 이 나라에 들어오면 참으로 좋은 일일 것이오나 태자저하께서 원하지 아니하시면 어쩔 수 없사옵니다.”

유대인을 경계하는 사람들은 안심하고 이들에게서 경제학의 파편을 맛본 사람들은 아쉬워하는 결론이 나왔다.

다들 이야기를 정리하는 와중에 남연군과 효명세자의 의견을 듣고 촉이 왔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는 밥 먹듯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최근에 나름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그리스 독립 전쟁이 발발한 20년 전 그리스인을 주축으로 유대인 박해가 일어났다.

이 시기의 우크라이나는 유대인 박해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리라.

이들 가운데 약탈을 당해 가산을 탕진하고 길거리에 나앉은 유대인들이라면 부작용이 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의견을 내놓았다.

“신 박현상 아뢰옵나이다. 유대인들이 금전을 탐하기 이전에 이 나라가 은혜를 입히면 될 일이옵나이다. 그러하니 노서아로 돌아갈 안드레이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 있사옵니다.”

“안드레이에게 물어서 뭘 얻어내려 하는가? 혹여나 술을 얻어낼 생각인가?”

“혹여나 이 나라에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얻어낼 길이 열릴지도 모르옵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안드레이를 찾아갔다. 다른 카자크 기병들은 육로로 돌아가지만 안드레이를 비롯한 지휘관들은 조선에서 할당한 전리품을 가지고 배로 돌아가야 하였다.

기병들이니 말을 타고 시베리아 벌판을 횡단해도 될 일이지만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죄다 술고래들에 밥을 몇 그릇씩 먹는 자들이니 전리품을 술로 바꿔 먹으리라 염려한 것이다.

“염병할 놈의 재물 같으니! 죄다 바꿔서 술로 퍼마시면 좋겠는데!”

결국 안드레이는 몇 번 타보지도 않은 배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북경에서 배상금으로 내놓은 도자기를 걷어차려다가 발로 툭 건드리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한센 박이 올 줄은 몰랐는데. 돌아가는 길에 뭐 부탁할 것이라도 있나?”

“조금 고생할 일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간 다음에 하셔야 할 일이지요.”

“또 고생하라고? 지금까지 고생만 했지 재미는 그루시 원수가 다 봤는데?”

안드레이는 현실적인 푸념을 시작하였다.

머나먼 시베리아 벌판을 건너온 일, 3만 마리의 군마를 기른 일, 초보자들인 조선 기병을 기른 일, 그리고 전쟁에 대한 일까지.

“이럴 줄 알았으면 나이고 뭐고 무시하고 내가 그루시 원수를 대신해 날뛰었어야 했어.”

“본진을 지킨 것만 따져도 충분한 성과입니다. 그루시 원수가 엿새에 걸쳐 과감한 기동과 전투를 벌인 것은 본진을 수호하는 카자크 기병을 신뢰한 덕분이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 갑자기 목이 마른데 술 한잔 어때?”

안드레이는 감자소주 병을 열더니 나에게 한 잔을 크게 따라주고 한 병을 숨도 안 쉬고 마셔 버렸다. 그러더니 조선 인부들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차르께서 어떤 마음을 품으셨을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할양받은 연해주는 사실상 조선 땅이야. 동방 영향력을 투사하려고 해도 우리의 인구가 너무 적어서 불가능하겠지.”

“나중에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 노선을 만들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때쯤 되면 조선은 어지간한 유럽 국가보다 강해질 텐데? 물론 자네의 외교 덕분이지! 영국 놈들을 그렇게 엿을 먹였는데 어련하겠어!”

솥뚜껑 같은 손으로 내 어깨를 세차게 두드린 안드레이는 그래도 즐거운 전쟁이었다며 중얼거렸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달아올랐으니 안드레이에게 좀 귀찮은 요청을 하려 하였다.

“다름이 아니고 길랴로프스키 가문이 우크라이나 출신이라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지! 키이우 공국 시절부터 살아오던 가문인데!”

“그러하니 요청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일대에서 박해를 당하는 유대인들을 조선으로 보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안드레이는 생각도 못 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듯 다시 술을 한 병 들이켰다. 그러더니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그러고 보니 그리스에서 이민을 온 놈들이 유대인들을 박해하고는 하였지. 평소라면 소 닭 보듯이 넘어갔던 일인데 생각해 보니 참 이상한 일이기도 하였어.”

“이들 가운데 세력이 약해서 이주를 원하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밥 먹듯이 약탈과 폭행을 당해 아예 넝마주이 신세로 다른 유대인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자들도 있지. 조선에서 이들을 들여서 뭘 어떻게 할지 궁금하군.”

“그야 은혜를 입은 유대인들은 이리저리 쓸 방법이 많지요.”

다음 날, 안드레이는 효명세자와의 접견을 요청하였다.

이를 통해 천 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을 조선으로 이주시킬 길이 열렸으며 이들을 통제할 수단도 확보하였다.

“유대인들을 이 나라에 들여 은혜를 입히고 사립은행을 다루게 하면 될 일이옵니다. 다만 나머지 인원들을 이 나라에 함부로 두면 여러 마찰을 야기할 수 있사옵니다.”

“옳은 말이지. 서역의 열국을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은 자들이 이 나라에 방문하면 상업의 중흥 이전에 기존 상인들을 모조리 몰아낼 것 같군.”

“그러하니 이들 가운데 상업을 행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만주로 배정하시옵소서.”

유대인이 처우에 불만을 가지겠지만 국가에서 자본금을 내어주면 군말 없이 받아들일 것 같았다. 오히려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을 조선 사람보다 훨씬 폭넓은 시야로 찾아내겠지.

첫 예산 분배는 성공리에 끝났다.

만주와 요동의 개발을 위하여 두 달 뒤인 양력 4월부터 사람을 파견하기로 하였고, 예산도 김좌근을 비롯한 40여 명의 탁지부 인원이 희생하며 배정해 주었다.

잠시 짬이 생겼으니 일준이를 만나러 그랑제콜에 방문하였다.

녀석은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음에도 보고서를 정신없이 읽다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휴 깜짝이야! 노크 좀 하고 문 열어라!”

“노크 했는데 네가 반응을 안 한 거다.”

“이하응과 파스퇴르, 그리고 파브르 세 명이 보고서를 체계적으로 작성하고 있으니 읽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뭘 물어보러 왔어?”

녀석이 내려놓은 보고서는 ‘완두콩의 형질 변화에 대한 4차 보고서’ 라고 적혀 있었는데 멘델의 유전 법칙을 조금 더 빠르게 입증하려는 것 같았다.

이제 전쟁도 끝났으니 일준이를 비롯한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힘을 쓸 차례였다.

육 년 전부터 매달린 신형 소총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방문했으니 바로 질문을 하였다.

“신형 소총과 탄약 설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찾아왔지.”

“잘 되어가고 있다만 장전 방식이 문제야. 일단 림파이어(Rimfire) 개념의 탄피까지는 완성했는데 이걸 후미장전식의 총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난항이 발생하더라.”

군사 연구시설도 겸하는 그랑제콜 분원이니 수많은 최신식 소총들이 쌓여 있었다. 최초의 볼트액션 총기인 드라이제부터 미국의 M1819까지 전 세계를 가리지 않고 다루고 있었다.

일준이는 개중에 임시 사격장에 있는 철봉으로 다가갔다. 튼튼한 나무틀에 얽혀 있는 총신이었는데 녀석은 이 총신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새로 개발한 소총의 탄환 구경은 12㎜로 설정해 뒀어. 최적화된 탄환일지는 모르겠는데 사상 최초로 무연화약을 사용한 탄환을 만들었으니 기존 기술을 활용해야 하잖아.”

“구경이 제법 큰데 반동이 심할 것 같아서 염려되는걸. 최초의 무연화약 탄환인 프렌치(French) 탄환은 구경이 8㎜에 불과했거든.”

“나도 군사훈련은 받아본 적이 없어서 여러 매체에서 확인한 소총탄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만들 욕심만 있었지. 여기에 기술력 한계가 겹치니 이런 탄환이 나오더라.”

일준이가 제작한 12㎜ 무연 소총탄은 원뿔에 가까운 형태였다. 녀석은 아직도 소총탄을 정하지 못하였는지 간단히 설명하였다.

“최종 발사 시험은 각 탄환 별로 진행 중이고 불량률을 줄여가며 수정작업에 몰두하고 있지. 일단 시험용으로 만든 탄환을 종류별로 쏘아 볼 테니 감상 좀 해줘.”

일준이는 상자 안에 담긴 탄환을 한 발 꺼내고는 총신 뒤쪽에 장전하였다. 다음에는 사람 머리통만 한 커다란 발사기를 가져와서 총신 뒤에 물리고 끈을 잡아당겨 격발시켰다.

탄환이 얇은 구리판을 여러 겹 덧댄 표적에 적중하였다. 이후 탄환과 표적을 바꿔가면서 계속 발사하였는데 가끔 격발기가 뒤로 밀리는 위력을 보여주는 탄환도 있었다.

“방금 탄환은 위력이 너무 센 것 같은데. 격발장치 크기를 보니 제법 무거운 물건인데 이게 밀려난다고?”

“그야 무연화약을 총신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로 넣었으니까. 사천오백 줄(J)의 운동에너지를 지닌 탄환이니 이걸 사람이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이야.”

새로운 소총의 실전성도 의문이고 장전방식도 문제투성이였다. 결국 실전을 거치며 소총을 수정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5년 뒤에 일어날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이 떠올랐다. 멕시코 측에 소총을 여러 종류 팔아서 개량 요소를 찾아내면 양산까지 걸리는 여러 시험을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조선과 우호적인 프랑스 여기에 프랑스의 휘하에 있는 스페인과 관계가 좋지 않은 멕시코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었다.

정 안 되면 미국으로 지원을 돌리면 되니 이번 기회에 시험을 해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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