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12장 1화 희비(喜悲)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사업 설명회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불어났다. 오늘도 열린 사업 설명회에서는 평가를 위해 각계각층의 관료가 집결되었고 투자자인 한양의 양반들도 집결하였다.
지금 조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과장을 보태지 않고 양반들의 욕심이 절반 이상이다. 본래 역사에서도 남들 앞에서는 양이를 배격하자 말하며 뒤로는 서양에서 수입한 물건을 사들인 계층이다.
하물며 이 역사에서는 조정 주요 인사가 유럽을 다녀오고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한양의 권세가들은 유학을 다녀온 다음부터 자산의 일부를 투자하여 이를 조선에서 생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번에 개량된 증기기관은 기존 영국제 증기기관과 대등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가가 비싸고 예열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모되지만 약 사십 마력의…….”
사업 설명회에 나온 신형 증기기관은 조선의 기술자가 미국 출신 기술자의 이론을 받아들여 만들었으며 매개체가 유대인이었다.
유대인은 나와 계약을 맺은 대로 인맥을 동원하여 쓸 만한 젊은 기술자를 수배하였다. 올해 25세에 불과한 조지 헨리 콜리스(George Henry Corliss)가 주인공이었다.
자신의 이론을 막 실현한 이 젊은 기술자는 설명을 마치고 부끄럽다는 듯이 말하였다.
“조선 정부와 조선의 귀족들에게 많은 투자를 받은 덕분에 시제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증기기관이지만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겁니다.”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수준이 아니구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제품이지만 효율이 좋소.”
“연료 효율만 쓸 만한 녀석이고 아직 출력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조지 콜리스 본인은 부끄러운 듯이 말하였지만 이 사람은 증기기관의 발전을 가속시킨 유명한 기술자이다. 나도 이름만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나보니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인재였다.
콜리스(Corliss) 증기기관의 출력은 평범하지만 연료 효율이 40% 정도 좋았으며 조속기(調速機)가 달려 있어서 속도 조절이 가능했다.
김좌근은 이를 보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출력이 부족하면 더 크게 만들면 될 일이 아니오. 이 나라는 석탄 산지가 머나먼 북방이 아니라면 각지에 난잡하게 널려 있으니 연료 효율이 중요한 법이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모든 증기기관을 콜리스 증기기관으로 만들도록 폐하께 청해 보겠소. 그러하니 더욱 정진하여 제대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주시오.”
김좌근의 생각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석탄의 수출입과 이동 또한 자신의 업무인데 석탄의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눈물 겨운 시도였다. 그래 보았자 남는 석탄이 계속 늘어나는 한양의 보일러로 들어가는 꼴이 되겠지만.
이번 사업 설명회도 잘 마쳤으니 다음 과정이 시작되었다.
올해 5차 유럽 유학을 보내고 다음 6차 유럽 유학을 내가 소속된 외부에서 선별하였는데 이제는 중인 계층까지 유학을 신청하고 있었다.
“프로이센조차도 사관학교 이수는 잘 안 받아들이려 하네. 이건 좀 짜증나는 일인데.”
다만 일반 유학은 잘 받아들이지만 군사 유학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프랑스를 제외한 국가는 조선의 군사 목적 유학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였는데 이유야 간단하였다.
조선이 청나라를 박살 내면서 더 이상 군사적으로 강화하였다가는 동방의 영원한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었다.
이 정도 수준의 견제야 이해할 수 있지만 서희순은 내 말을 듣고는 속이 끓어오르는 소리를 하였다.
“이미 이 나라의 군대는 강대하건만 어찌하여 서역에 고개를 숙여가며 배우려 하는가. 잠시 쉬면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후일에 기회가 되면 다시 배움을 시작하여야지.”
“당장은 예조판서 대감께서 말씀하시는 바가 옳사오나 세상은 하루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제자리걸음을 하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일은 시간문제이지요.”
“그러하면 불란서에 재차 군사 유학을 보내면 해결될 일이 아닌가.”
“한 나라에 너무 의존하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나라의 잠재적인 적은 청나라인데 인구가 사억 명이 넘는 나라지 않습니까.”
지금 내가 한 이야기는 과장이 섞여 있다. 지금 조선의 군사적 능력은 청나라가 20년 동안 국력을 모으지 않는 한 숙련병을 위주로 공세를 펼쳐 북경을 함락시킬 수준은 된다.
청나라가 정신을 차리는 꼴은 기적도 아니고 기적이 세 번 겹쳐야 가능한 일이고 국력의 20%라도 동원하면 다행이다. 조선의 군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 능력을 과신하고 폭주하지 않는 안전장치다.
다양한 나라에 유학을 보내며 각종 전략전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물론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각인해야 한다.
“지금 조선은 구주의 열국들은커녕 묵서가(멕시코)에게도 승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성의 양반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청에게 이겼으니 왜를 정벌하여 임진년의 치욕을 되돌리자는 말이 돌아다니고 있지.”
“제가 보기에는 지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필요한 힘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더욱 많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세상을 명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서희순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하였다. 이미 양반 가문에서는 학문으로 재능을 보이지 않는 자식을 육군 사관학교나 해군 사관학교에 보내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눈앞의 승리만 보고 더 많은 군대를 육성하여 다른 나라를 정벌하고자 하였다. 반면 서양에 군사 유학을 다녀온 장성들은 유럽의 알력다툼은 물론이요, 조선군의 수준을 명확히 인지하였다.
확실한 해결책은 더 많은 사람을 유럽 사관학교에서 교육을 이수시켜 격차를 알려주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견제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단 프랑스에 소규모 유학을 보내고 대규모 군사 유학은 아예 미멕전쟁에 파병을 보내서 대신하기로 하며 다음 서류를 확인하였다.
“왜 공조에서 우리에게 서신을 보내왔지?”
“어디 보세나. 청나라에 공식적으로 수출한 증기기관 관련 서류인데?”
“제가 알기로는 영길리에서 증기기관을 다룰 수 있는 기술자를 섭외했다 하였습니다.”
청나라로 수출된 증기기관은 조선에서 생산한 1세대로 정확히는 영국의 증기기관 특허를 사들여 그대로 복제한 녀석이다.
출력도 별로이며 연료도 많이 먹어서 슬슬 교체할 녀석이지만 엄연히 사용하는 물건이다.
청나라에는 올해 총 100대가 수출되었는데 서류의 내용은 말이 안 되었다.
“청나라에서 증기기관을 총 팔백오십 개나 설치하고 조면기를 삼천 개가 넘게 설치했다 하더군. 이 나라에서 한 해에 생산되는 증기기관이 일천여 개에 불과한데 어찌 이런…….”
청나라에서 몇 달 동안 설치한 증기기관이 조선 전체에서 생산되는 증기기관과 대등한 수준이 되었다. 물론 품질은 제각각이었으며 신품부터 중고까지 다양하다는 보고가 첨부되었다.
이 수량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소리인지 뇌가 이해를 못 하다가 서류를 살펴보니 가관이었다. 분명 증기기관이 설치되기는 하였다.
[청주(青州 - 현 웨이팡 시) 증기기관 80대, 조면기 400대 설치]
[박산(博山 - 현 쯔보 시) 증기기관 60대, 조면기 300대 설치]
서류에는 공조에서 파견된 기술자가 순차적으로 증기기관을 설치하였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서희순은 서류를 모두 확인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역시 청나라는 대국이라네. 영길리에서 얼마나 많은 증기기관을 사들이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군. 이쯤 되면 우리의 판단과 첩보가 틀렸음을 폐하께 알려야 할 것일세.”
“말이 안 됩니다. 영길리에서 증기기관 칠백오십 개를 청도까지 가져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영길리에서 생산되는 증기기관의 대다수는 영길리 안에서 소모될 겁니다.”
지금 영국의 증기기관 생산량은 5,000대 정도이다. 그마저도 상당수가 적은 출력의 증기기관이며 공장에서 쓰이는 고출력 증기기관은 잘해야 2,000대가 조금 넘는다.
증기기관 750대면 전체 생산 물량의 1/3이 넘어간다.
이 말도 안 되는 사태에 어처구니를 상실하였는데 조희순은 손가락을 들이대며 서류의 숫자를 가리켰다.
“공조에서 파견된 인원이 분명 증기기관을 팔백오십 개나 설치하여서 피로를 호소한다는 보고라네. 그러하면 청나라에 설치한 증기기관이 땅에서 솟아났단 말인가?”
서희순의 말을 들으니 촉이 왔다. 조선 생산 증기기관과 영국 생산 증기기관의 차이점은 약간의 크기 차이와 각종 부품에 기입된 문자가 근로자를 배려해 한글 위주라는 차이만 있었다.
문자 기입이야 표준이 중요하니 영국에서 증기기관을 들여올 때부터 적용되었다.
당연히 청나라에 수출한 물건에도 이 규칙이 지켜져 기입된 문자가 한자로 각인되어 있었다.
“증기기관이 땅에서 솟아나면 차라리 나았을 겁니다. 옆에서 옮겨왔군요.”
“증기기관을 옮겼다 하였는가?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이런 상황을 현대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필수 전략자원인 황산조차 외국 원자재가 없이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 하는 주제에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에서 벌어졌었다.
신형 전차를 양산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책임도 의무도 없이 서류를 조작하는 작자들 말이다. 2022년 전선에 배치될 최신예 전차가 2022년까지 공장조차 지어지지 않았다.
공장을 설립할 예산을 받아놓고 서류를 조작해서 공장 현황 사진을 보여주고 기계와 부품을 죄다 뜯어서 횡령했다던가.
그 나라와 같은 꼴을 청나라가 보여주고 있었다.
* * *
박현상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도광제의 명령으로 조-청 전쟁에서 패전을 거듭한 장수들의 재산 대부분을 압류하였으며 이 예산에 횡령의 손길이 다가왔다.
도광제는 청도 일대에서 보내온 증거 사진을 흡족한 표정으로 어루만졌다.
조선에서 수출된 기계가 설치된 공장 사진을 보며 이를 평가하였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이제 조선과 같이 물산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 아니겠느냐?”
청나라 내부의 부패한 관리를 염려하여 사람을 보내고 사진으로 증거를 찍으라 하였다.
이 관리는 제법 긴 시일이 걸렸지만 각 공장의 담당자와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가져왔다.
다른 사진에도, 또 다른 사진도 증기기관과 조면기가 보였다. 매번 공장의 풍경이 바뀌고 공장을 담당하는 관리의 모습도 바뀌는 데다 아예 주변의 전경을 사진에 담아 증거로 삼았다.
해상도가 낮고 탁한 기운이 맴도는 흑백 사진이지만 도광제에게는 조작할 수 없는 증거라고 인식되었다.
황궁에서 보고를 올리는 관리는 고개를 숙이고 말하였다.
“황상께 아뢰오니 앞으로 숙련된 기술자를 배정할 때까지 몇 년은 시일이 걸릴 것이옵니다.”
“그러한 일은 되었다. 이 사진이라는 기물로 증거를 남긴 것도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나.”
배정한 예산은 증기기관 1,000대와 조면기 5,000대의 설치 분량이고 이 예산은 서류상으로 거의 다 집행되었다. 다만 150대의 설치는 여러 악조건으로 실패하였다 명시되었다.
기존의 엉망진창인 예산과 달리 입금과 출금 그리고 자금 사용 출처가 명확하였다.
여기에 사진으로 증거를 갖추었기에 도광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선의 맹렬한 공세를 이틀 내내 막아낸 공을 감안하여 청도의 공장을 담당하게 하였는데 옳은 일을 하였도다. 혹여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하여보거라.”
“공장에는 노동자가 필요한 법이옵니다. 감히 청컨대 각지의 백성을 공장에서 일하게 하며 이 백성을 징집하고 중간 관리를 파견하여 주시옵소서.”
“옳은 말이로구나. 즉각 공장을 가동하고 물산을 양성하도록 하라.”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요, 멀리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조선군을 상대로 뇌물을 먹이고 이틀 동안 가짜 전투를 벌여 시간을 번 관리는 이제 가짜 공장을 만들었다.
조선의 기술자가 증기기관과 조면기를 설치하면 영국의 기술자가 이를 해체하였다. 순차적으로 공장을 설치하고 해체하며 그 사이사이 심혈을 기울여 증거로 사용될 사진을 찍었다.
그 과정에서 평균 7회 이상 설치, 해체 그리고 시험 가동을 반복한 증기기관과 조면기의 수명은 거의 다 깎여 나갔지만 덕분에 예산의 대부분을 횡령할 수 있었다.
청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이동한 공장은 혹시나 있을 도광제의 시찰을 대비하여 북경 인근에 설치되었다.
관리는 완벽한 증거 인멸을 위해 다시 청을 올렸다.
“신의 판단으로는 공장이라는 새로운 문물에 적용하려면 새 관리가 필요한 법이옵니다. 하오니 얼마 전 과거에 합격한 젊은 관리를 배정해 주시옵소서.”
“그 또한 옳은 말이다. 이토록 혜안을 보이니 짐이 마음이 놓이는구나.”
도광제를 속이는 데 성공한 관리는 절을 올리고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새로 배정될 신입을 기대했다. 공장을 어떻게 사용하건 문제가 벌어지면 아무튼 젊은 관리 탓이라 하면 되었다.
며칠 뒤 관리 한 명이 파견되었다. 공장에 파견된 젊은 관리 홍수전은 공장으로 향하며 기도를 올려 자신의 스승이 되었어야 할 사람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주님께 청하오니 부디 임 대인께서 주님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게 하소서.”
영원한 안식은커녕 원한을 담은 죽음이었지만 홍수전은 아직도 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에게 비결을 알려준 임칙서가 과로로 세상을 떠난 것을 애통해하였다.
고작 한 달의 만남이었지만 홍수전은 여러 비결을 듣고 과거에 합격하였으며 마침내 첫 관직에 올랐다.
그는 잔뜩 기대를 하고 북경과 천진 사이에 있는 공장 단지에 배정되었다.
“장군님을 뵙습니다! 광주의 변방 관록보촌 출신인 저 홍수전이 인사를 올립니다!”
“이거 걸물이 왔군. 광주라 하면 영길리의 군대를 상대로 맞서 싸운 고장이 아닌가?”
서른 살도 안 되는 홍수전의 신상을 들은 관료는 피식 웃으며 손짓을 하였다. 아직 가동되지 않은 공장의 내부를 알려준 관리는 영국인 기술자를 불러와 소개를 /시켜(해)/주었다.
“이 친구는 영길리에서 고용된 프레디라는 기술자일세. 자네가 할 일은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황상께서 명하시어 영길리와 조선에서 사용하는 증기기관을 가동하고 수많은 문물을 양성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라 하셨습니다!”
“목청 한번 우렁차니 마음에 드는군. 나는 나이를 많이 먹은 데다 군문의 일에 능하여 잘 모르고 있네. 앞으로 공장은 자네가 관리하도록.”
관리가 휘적거리며 자신이 착복한 예산을 재산으로 바꾸려고 사라지자 홍수전은 프레디를 빤히 바라보았다.
영국 군대를 상대로 맞서 싸운 경험은 있지만 원한은 없었다.
찰스 디킨스라는 사람을 만나 여러 대화를 나누어 보아서 이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면 영국 기술자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폭언을 내뱉었다.
“이 공장을 관리하라고?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는군.”
“초면부터 무슨 말이오. 나는 엄연히 황상께서 내린 명을 받들어 이 공장을 관리할…….”
“관리라는 소리가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 하였소. 기계를 상세히 보기나 하시오.”
인상을 찌푸린 프레디는 공장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었다. 조선에 의해 일곱 번이나 설치되고 프레디를 시작으로 한 기술자에게 일곱 번이나 해체된 증기기관은 이음새가 엉망진창으로 늘어져 있었다.
“이게 증기기관이라는 물건이오. 말이 증기기관이지 과부 만드는 기계라 불러주시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증기기관이 뭔지는 소문을 통해 듣기는 하였지만 이음매가…….”
증기기관을 살펴본 홍수전의 표정을 확인한 프레디는 시험 삼아 증기기관을 가동시켰다. 우렁찬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증기가 솟구치자 홍수전이 화들짝 놀라 말하였다.
“이거 망가진 기계가 아닙니까?”
“교체 직전 수준의 기계가 되었지. 평균적으로 이동 중에 바닥에 넘어진 것이 세 번. 조립과 분해를 일곱 번이나 하였는데 멀쩡할 리가 있나? 조면기도 비슷한 꼴인데 가동시켜 보겠소?”
홍수전은 프레디의 말을 듣고 진실을 깨달았다. 참신한 방법으로 횡령하여 폐기 직전의 공장을 자신에게 떠넘긴 꼴이니 당장에라도 고발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막대한 예산을 착복하였다면 고발을 하여도 뇌물로 모든 증거를 인멸하여 자신에게 죄를 덮어씌우리라.
결국 홍수전은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개판이네.”
“여기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해보시오.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보구려.”
홍수전은 한숨을 내쉬며 공장 기계들을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임칙서가 말하기를 한 명의 올바른 관리가 백 명의 부패한 관리를 몰아낼 수 있다 말하였다.
그런 말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정신이 마모되기 시작하였다. 그는 각종 기도문을 암송하며 엉망진창이 된 공장을 조금이라도 본래대로 되돌리려고 사력을 다하였다.
이러한 풍경은 다른 공장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졌다. 아예 비어버린 공장에서 술을 퍼마시며 절망에 빠진 젊은 관리들이 생겨나며 청나라는 더욱 다채로운 방법으로 예산을 착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