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13장 1화 욕심은 끝이 없고(2)
세 대의 신형 직조기는 기계의 폭이 기존 직조기보다 줄어들고 부품 또한 줄어들었다.
에이다는 우리에게 기계의 상세를 알려주었다.
“자카드-에이다 신형 방적기 차세대 모델은 여러 공학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어냈어요. 이 녀석들의 이름은 휴이, 두이 그리고 루이에요.”
“혹시나 제 이름이나 제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루이라 하셨습니까?”
“풀 네임은 휴버드, 듀포드, 루르드인데요. 아무려면 좋으니 기계의 상세를 설명해 드릴게요. 콜리스식 신형 증기기관으로 조속기를 달아서…….”
나도 가까스로 이해하고 나폴레옹 3세는 아예 이해하지 못했으나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이 기계는 조선에 모인 최고의 기술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모조리 뽐낸 기계이다.
콜리스의 조속기가 달린 증기기관으로 가해지는 힘을 제어하며 휘트워스의 초정밀 설계로 오차를 줄여 정밀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에이다가 개발하는 프로그래밍 기술이 빛을 발한 모델이다.
“결과만 말씀드리자면 원단의 폭을 조금 희생하여 직조 정밀도를 2배로 끌어올렸어요. 여기에 천공카드의 형식도 변경하여 매번 새 카드를 파내지 않아도 돼요.”
에이다가 보여준 천공카드에는 작은 나사가 박혀 있었다. 기존의 천공카드가 거대한 펀치로 구멍을 뚫고 재활용하려면 녹여서 사용해야 했는데 이건 구멍을 나사로 막는 구조였다.
그나마 이해를 한 나와 달리 나폴레옹 3세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이 되물었다.
“그렇다면 이 작은 회화로 초상화 수준의 직물을 직조할 수 있습니까?”
“초상화 수준으로 정밀한 옷감을 만들 수는 없어요. 이론적으로는 160수 원단으로 옷감을 직조할 수 있지만 기계이니 80수가 한계이지요.”
에이다는 로켓 안에 담긴 나폴레옹의 회화를 상세히 확인하고는 아쉬운 표정으로 평가하였다.
“이런 조악한 그림을 인쇄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요?”
“저도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태피스트리(tapestry – 색실을 짜 넣는 그림 공예)의 웅장함을 생각하면 크기를 더 키워도 될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이 녀석들은 색실을 총 열 가지 색상만 사용할 수 있지요. 날실 두 종류와 씨실 여덟 종류가 한계이잖아요. 그러니 색상을 정하는 것도 문제인데…….”
에이다는 그림 솜씨는 별로였는지 커다란 종이를 가져와 스케치를 하고 이런저런 색을 지정하려 하였다. 나폴레옹 3세와 둘이 이야기를 하니 복잡한 공학 이야기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방금 전 마신 꿀물의 효과도 보지 못하고 에이다의 말에 속이 다시 뒤집혀 버렸다.
오늘 하루를 제대로 잡칠 것이라 생각하며 화장실 밖으로 나왔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외무승지가 아닌가? 어제 태자전하와 함께 주연을 벌인 사람들이 모두 산송장이 되어 돌아갔다 하였는데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사소한 일입니다. 오히려 완당 대감께서 그랑제콜에 계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찌하여 여기 계시는지요.”
추사 김정희가 연구실에서 상자를 받아들고 나오다 나를 만났다. 그는 상자를 옆으로 내려놓고 뚜껑을 열더니 현대와 흡사하게 튜브에 담긴 물감을 보여주었다.
“자주 방문하기는 한다네. 내가 회화를 만들 때 가장 좋은 물감을 받기 위하여 그랑제콜에 간혹 사람을 보내지. 얼마 전 신형 물감을 만들었다 하여 이번엔 직접 방문하였고.”
“기존의 물감은 유리병이나 돼지 오줌보에 담겨있었는데 이번 물감은 다르군요.”
“영길리에 거주하는 화가인 존 랜드라는 자가 사용하기 편하고 변질도 안 되는 좋은 물감의 특허를 제출하였더군. 그랑제콜에서 특허를 사들여 양산 초기 물량을 나에게 주었지.”
튜브의 뚜껑을 열고 점을 찍었는데 놀랍도록 선명한 물감이 새어나왔다. 김정희는 물감을 다시 통 속으로 넣더니 기쁜 듯이 말하였다.
“지난번에 풍악산의 회화를 그릴 때에는 물감을 섞을 때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지. 이제는 순수한 물감으로 더 높은 채도(彩度)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으니 마음이 놓이는군.”
“순수한 물감이라 하셨습니까? 굳이 순수한 물감을 쓰는 이유가 있습니까?”
“색을 섞으면 채도가 떨어져 둔탁한 색이 되어버려 골치가 아프더군. 화사한 색을 위해서는 가급적 물감을 섞지 말아야지.”
내가 미술에 대해서는 지식이 좀 부족하여 뭔지 이해는 못 하겠지만 김정희는 나에게 머리가 더욱 어지러운 미술 이야기를 하려고 하였다.
조선의 전통 문화로 인해 화가의 평가가 안 좋았지만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니 김정희 본인은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관직에서 물러나도 대감 소리를 듣는 게 그 증거다.
다만 김정희의 제자들이 서예에 관심이 있지 회화에는 관심이 없어서 이야기를 논할 사람이 필요했나 보다.
또 속이 뒤집힐 것 같아서 김정희를 데리고 에이다에게 향했다.
“그렇지 않아도 회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있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완당 대감의 지식이 꼭 필요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회화라? 내 지식이 필요하다니 참으로 기묘한 일이로군.”
다시 에이다의 연구실로 돌아가니 커다란 종이에 사람의 형상을 그려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나폴레옹 3세와 에이다가 있었다.
둘은 김정희를 보더니만 바로 달려들어 말하였다.
“완당 정희 김 화백 아니십니까! 저는 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입니다.”
“완당 대감님!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셋은 어느새 한 덩어리가 되어 토론을 벌였다. 프랑스에 머무르며 나폴레옹의 그림을 직접 목격하고 이를 통해 화풍을 배운 김정희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회화를 옷감으로 옮기고 이를 다시 전시할 목적이라. 그러하면 물감이 아닌 형형색색의 실을 사용하는 자수로군.”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실의 색상은 많아보았자 열 개인데 사람의 색은 수백 개는 되잖아요? 샤를 외교관은 제가 굳이 흑백으로 직물을 직조하자고 하는데 천연색을 원하세요.”
“병치(倂置)혼합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가? 노란색과 빨간색을 옆에 두고 멀리서 보면 주황색이 된다네. 이런 색의 조합을 고려하고 각 실의 균형을 맞춘다면…….”
셋은 어느새 한 몸이 되어 토론을 하였다. 최고의 공학기술자와 최고의 화가와 함께한 나폴레옹 3세는 지식이 없어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맞장구를 쳤고 에이다가 답을 내었다.
“열 장 정도를 만들어 보면서 점진적으로 질을 높여가야겠네요. 완당 대감님도 처음 해 보시는 일이라 자신이 없으시잖아요?”
“내 입장에서도 회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당장 하고 싶군. 물감을 굳이 섞을 필요도 없이 붓으로 찍어서 점(點)으로 회화를 그릴 수 있을 것 같으니 해 봐야지.”
여기에 나폴레옹 3세가 끼어들어 이런저런 지시를 내렸고 내가 기억하는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과 흡사한 외모의 나폴레옹을 김정희가 밑그림으로 그렸다.
“색상이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기본 형태는 이렇게 잡아둡시다. 어떠한 상징도 도구도 없이 나폴레옹 한 사람이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원하시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백부님을 뵌 것은 아주 어린 시절이지만 아주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만나봤는지도 모르지만 나폴레옹 3세의 나이를 생각하면 피폐하다 못해 찌그러진 나폴레옹을 만났겠지. 모두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나폴레옹을 그린 김정희는 못내 아쉽다는 듯이 말하였다.
“내가 알기로는 상당히 초췌하였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친족의 증언이니 믿어보겠습니다.”
“너무 멋진데요? 제가 알고 있는 황제 나폴레옹은 키가 작고 얼굴이 찌그러져…….”
“그건 영국 놈들의 왜곡이오! 백부님의 신장은 백칠십 센티미터가 확실히 넘었소이다! 그 준수한 외모는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는 않고! 다만 사투리는 좀 심하셨지.”
김정희가 간단한 채색작업에 들어가자 에이다가 이를 구획별로 나누어 천공카드로 옮겼다. 이 아득한 작업은 며칠에 걸쳐 이어졌고 나도 가끔 방문하여 경과를 지켜봤다.
“색을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복장은 오버로크 기능이 있는 재봉틀로 덧씌우도록 하고 다른 묘사에 집중하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점점 더 백부님의 모습에 근접하고 있으니 마음이 듭니다. 완당 화백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저야 새로운 회화를 창안하는 시험장소이니 궁금할 뿐입니다.”
이미 완성품이 하나 나왔지만 이 완성품은 시험용도이기에 철저히 분석되었다.
일준이는 총장으로서 이 모습을 지켜보더니 미완성 나폴레옹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우리 막내 이모가 나 어린 시절에 조현모 롱 쿠션을 샀던 기억이 나는데.”
“조현모 롱 쿠션? 웬 롱 쿠션?”
“막내 이모가 조현모 콘서트장에서 넘어져서 아킬레스건까지 끊어져서 잘 알아. 아킬레스건 봉합수술을 받은 다음에는 다음 콘서트에 못 간다고 쿠션을 껴안고 사시더라.”
“그건 다키마쿠라(抱き枕 - 껴안는 배게)인데…….”
다키마쿠라를 알게 된 것은 어떤 쇼 프로 덕분이었다. 그 끔찍한 내용은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으며 이후 다키마쿠라는 한국에서 오타쿠의 상징이 되었다.
사실 다키마쿠라는 오타쿠의 애인이자 증명서나 마찬가지이지만.
일준이도 이 사실을 아는지 나를 노려보며 말하였다.
“내가 막내 이모 예전 모습을 잘 아니 딱히 반박은 안 하겠는데 이상한 생각 하지 마라.”
“에이다나 닐슨 조 다키마쿠라는 개인의 인격을 위하여 만들지 못하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키마쿠라로 만들 수 없고 왕족을 만들었다가는 왕실 모욕죄가 추가될걸?”
“다른 건 다 좋은데 그놈의 다키마쿠라라는 단어 좀 안 쓰면 안 되겠냐? 일본어잖아!”
“그럼 죽부인에서 명칭을 따와서 솜 남편이나 솜 부인은 어때? 영어로는 코튼 바론(cotton baron – 솜 귀족)이나 코튼 레이디(솜 영애)로 만들면 될 것 같은데?”
이 시대에는 사람과 비슷한 형상을 만들고 장난감으로 사용하는 시대이다.
유럽에서는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정교한 인형을 만들고 오토마톤(Automaton)이라 부르며 애용하였다. 원격 조작을 하는 물건도 있으며 단순한 행동을 반복하는 물건도 있었다.
일준이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에이다의 책상 위에 있는 작은 오토마톤인 ‘글 쓰는 소년’을 보며 말하였다.
“그게 팔리긴 할까? 오토마톤을 생각하니 잘하면 잘 팔릴지도 모르겠는데?”
“잘 팔릴지도 모르지만 다른 효과도 있겠지? 지금 에이다가 만든 기계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그런데 솜 남편이 유행해서 각종 커스텀 도안의 요구가 생긴다면?”
“배우기 힘들어서 안 배우던 놈들도 기계 사용법을 익히고 더 많은 기계를 사들이겠지. 시도할 가치는 있어.”
우리의 흉측한 기대에 부응하듯 나폴레옹의 태피스트리, 커버로 만들어 솜을 넣고 솜 남편으로 만들어낼 물건이 빠르게 완성되었다. 12회차에 걸친 시험 끝에 열흘 만에 완성된 것이다.
완성도는 매우 높았으며 나이가 많은 프랑스 교수들은 이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폴레옹 3세는 아예 감동의 눈물을 닦았으며 에이다가 깡충깡충 뛰며 자화자찬을 하였다.
“이 정도면 대성공이에요! 완당 대감님도! 여러 자금을 지원해 주신 샤를 루이께도! 그리고 저에게 소개해 준 한센에게도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걸 몇 장이나 인쇄할까요?”
“저는 두 장이면 충분합니다. 하나는 제가 태피스트리로 전시하고 다른 하나는 부친께 보내드려 백부님을 추억하게 만들면 충분하겠군요.”
전성기의 당당한 모습을 인쇄하고 그 위에 색실을 오버로크로 수놓아 옷감을 표현하였으니 누가 보아도 예술작품이라 할 만하였다.
일준이는 완성품을 보면서 말하였다.
“스무 장을 인쇄해주지 않겠어? 천공카드는 계속 인입하면 되고 실은 충분하잖아?”
“스무 장이요? 근데 나폴레옹의 초상화나 마찬가지인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도 돼요?”
“나폴레옹은 평범한 황제가 아니고 권력을 국민에게서 양도받은 황제야. 프랑스를 소유한 황제가 아니고 프랑스인의 황제(Empereur des Français)이니 문제가 없을 거야.”
에이다는 우리의 생각을 모르고 아무려면 좋다고 스무 장을 인쇄하였다.
이 나폴레옹들 가운데 18장을 챙겨가서 옷감을 덧대고 솜을 넣어서 솜 남편, 정확히는 다키마쿠라를 만들어냈다.
며칠 뒤에 좋은 상품을 소개할 자리라 하여 그랑제콜 교수들과 유럽에서 건너온 주요 인사들을 소집하였다.
이런 좋은 소식에 양위를 준비하는 순조가 끼어들게 되어서 문제였다.
“외무승지가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어서 사람을 소집했다 들었구나. 얼마나 좋은 물건이기에 이토록 당당하게 사람을 모으는지 궁금하기에 직접 나서게 되었다.”
“폐하께 이를 어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를 일이옵니다.”
“소개할 물건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솜 남편이 무엇인지 궁금하니 시작하여라.”
상자에 담긴 나폴레옹 ‘들’을 보면서 얼마나 처참한 평가를 받을지 걱정하였으나 순조는 눈을 굴리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일준이는 한숨을 쉬며 눈을 지그시 감았고.
이미 벌어진 일이고 이번 기회에 최신 기술 전파를 추구하고 있으니 대의를 위해 몸을 희생하기로 하였다.
소집된 사람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상품 설명을 시작하였다.
“제가 소개할 상품은 완당 대감의 그림과 에이다 교수의 기술을 결합한 상품입니다. 제가 상품의 주요 고객인 프랑스 사람이라 가정하고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상자의 뚜껑을 열고 나폴레옹 솜 남편을 꺼내니 에이다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순조는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나는 나폴레옹 전쟁에 참가한 프랑스인이 빙의한 듯이 말하였다.
“모든 프랑스인의 황제 폐하께 병사 한센 보고를 드립니다! 기침하셨는지요!”
벽에 기대둔 나폴레옹은 아무 답이 없었으나 나는 열정적인 나폴레옹 추종자를 연기하였다.
일준이 혼자서 웃음을 터트리고 다른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나폴레옹의 솜 남편을 등에 매달고 말 위에 올랐다.
“황제폐하가 알프스 산맥을 넘어가셨듯이 당당하게 달려 보겠습니다!”
“미쳤어……. 미쳤다고! 여보 당신이 추천한 사업이죠!”
에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허우적거리다가 일준이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일준이의 거대한 몸이 사정없이 흔들렸는데 정곡을 찔린 일준이도 낄낄거리면서 웃기만 하였다.
마무리로 나폴레옹의 솜 남편에게 경례를 올리고 시연이 모두 끝났다.
모두가 이 광기에 침묵하는 와중에 에이다가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나폴레옹 다키마쿠라를 집어 던지며 말했다.
“한센은 한센의 감정만을 우선시 하나요! 고작 솜 덩어리를 사람으로 대접하다니 이게 미친 짓이 아니라면 뭐예요!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짓을 하지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저는 열렬한 나폴레옹 추종자를 연기하였을 뿐입니다.”
“역겨워! 짜증 나! 이제 솜 덩어리에 벌거벗은 모습을 직조한 놈들이 어떤 추잡한 짓을 할지 몰라! 이걸 상상하니 저절로 구역질이 날 것 같아요!”
“그거야 개인이 잘 조율하면 되고 직조하는 공장에서 아악!”
“닥쳐! 닥치라고! 제정신이야! 당신 제정신이냐고!”
에이다는 날 밀치고는 쪽가위를 가져와서 솜 남편을 찢어버리려 하였는데 늙은 교수가 이 행위를 몸으로 막았다. 늙은 교수는 흙먼지가 묻은 나폴레옹을 조심스럽게 털어내고 말하였다.
“사소한 일은 집어치우고 당장 살 거요. 가격은 얼마요?”
“브누아 교수니이이이이임!”
“나도 구매하겠소! 두 개를 구매할 거요!”
“알베르 교수님 당신마저도!”
뇌세포가 모두 타들어 간 것 같은 표정의 에이다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서 나를 노려보았고, 18개의 나폴레옹은 경쟁 끝에 모두 팔려 나갔다.
순조는 이 모습을 보더니 결론을 내렸다.
“정상적인 물건은 아니지만 잘 팔리는 물건이로구나.”
“폐하께서 이토록 칭찬하시니 신의 마음이 놓이옵니다.”
“정상적인 물건이 아니라 하였다. 더운 여름에는 몸을 시원하게 하려고 죽부인을 껴안는 일이 있으나 솜 덩어리를 껴안다니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순조는 수많은 나폴레옹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한 것 같았다. 그러고는 에이다에게 정중히 권유하였다.
“에이다 교수에게 감히 말하니 나쁘지 않은 일이로구나. 사람의 취향은 각기 다르니 수많은 물건을 만들어내야 할 거다. 신형 직조기를 대량으로 판매하고 기술을 끌어올릴 기회이지.”
“폐하의 뜻이 옳아요. 다만 끔찍한 행위를 생각하니 뇌가 망가지는 것 같아요.”
“제약을 걸어두어야겠구나. 옷을 모두 입은 회화로 한정하며 대대로 추앙받는 성웅(聖雄)은 만들어낼 수 없다. 또한 오백 년 이내의 인물이나 왕족은 솜 남편으로 만들 수 없다.”
그 정도 제한이면 어지간해서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시대에는 초상권 개념도 없으니 후손에게 로열티를 줘야 할 일도 없고.
다들 나폴레옹을 양산하자면서 환호성을 질렀는데 순조는 에이다와 일준이 그리고 나를 번갈아가면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첫 발주를 넣었다.
“삼국지의 인물인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제갈량을 솜 남편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 이 위엄차고 화려한 색상으로 넷을 묘사하여 벽에 기대어 두면 멋질 것 같구나.”
이 사업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몰랐지만 첫 상품은 중국에도 수출할 수 있는 삼국지의 유명 인물이었다.
순조의 개입에 감사하며 솜 남편 양산사업을 실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