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54화 (154/345)

154. 14장 5화 쿨리(1)

효명제에게 장계를 올리기 위해 붓을 놀리는 권돈인을 보면서 본래 역사 중국 대륙의 마약 생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자료를 보면서 대륙의 기상에 할 말을 잃어버렸지.

“노사 그 친구의 배치도를 보니 선로 인근에서 아편이 수십만 근은 생산되겠군.”

권돈인의 예측과 달리 중국 대륙에서 대놓고 아편을 생산하면 상식을 초월한 막대한 물량이 튀어나오지.

이 양을 계산하다 권돈인이 내 의견을 물어보았다.

“박 후작 자네가 보기에는 아편의 생산량이 백만 근을 넘을 것 같은가?”

“육천만 근 정도는 생산될 것 같습니다.”

“한 결의 땅에서 아편을 생산하면 마흔 근 정도가 나온다네. 토지가 백육십만 결이 필요한데 이 나라에서 세금을 거두는 농토의 칠 할이 아닌가! 농담은 하지 말도록!”

권돈인은 나에게 눈을 흘기며 서신을 작성하였는데 난 진실을 말했다.

본래 역사에서 1900년대에 중국 대륙 내부의 아편 유통량은 35,000톤, 약 육천만 근에 달한다. 현지에서 소비되는 양을 감안하면 아편 총 생산량은 오만 톤이 넘어갈 수도 있다.

즉 중국 대륙에서 아편을 생산하는 토지의 양은 한반도 전체 경지 면적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막대한 양이니 내부에서 소비되다 못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 버렸다.

서신을 정리하고 효명제를 접견하자 이미 기정진이 꾸중을 듣고 있었다.

“기정진은 공부 대신으로 부임하기 이전에 사소한 원한에 휩쓸려 이러한 일을 저지르게 되었구나. 청나라의 열차 노선 인근에 이만 결에 달하는 양귀비밭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신이 사소한 일로 국가의 대계를 망치게 되었사오니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아편 문제를 수습하려는 효명제는 우리가 가져온 보고서도 읽었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며 나와 권돈인을 한 번씩 훑어보고 말하였다.

“외부에서 가져온 보고서는 더욱 심각하구나.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며 육백만 근에 달할 것이라? 이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짐에게 설명하도록 하여라.”

근거를 제시하라는 말에 내가 나서게 되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다음 앞으로 일어날 일,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을 일에 대해 말하였다.

“공부 대신이 저지른 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청나라는 태상황께 호되게 당한 이후 위신이 땅에 추락하였고 각지를 통솔하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익히 알고 있노라. 다만 한 해 생산량이 육백만 근이면 말이 안 되지 않더냐. 영길리의 수출량을 넘어서는 양이로다.”

“신이 사료하기로는 이를 순식간에 뛰어넘을 것이옵니다. 철도 공사를 수행하며 이미 청나라의 지방관들이 경쟁적으로 아편을 심어나갔사옵니다. 이것이 철도를 통해 드러났사옵니다.”

중국 대륙 지도 위에 반투명한 기름종이를 올리고 크레용으로 기정진의 철도 노선과 아편 농장 배치도를 대충 덧그렸다. 그러고는 붉은 크레용을 들어 설명을 시작하였다.

“청나라 남부의 열차 노선에 이만큼의 아편 농장이 있습니다. 이러한 농장이 청나라 남부 일대에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가정하면 아마 이 정도로…….”

새빨간 반점을 각 대도시 인근과 옥토라 불리는 고장 일대에 덧그렸다. 이것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 전성기 기준 15%의 농토가 아편 농장인 지역도 있다.

이 시기에는 아직 아편 재배 초창기이니 전성기 생산량의 10% 정도인 3,500톤을 생산하고 있으리라.

지도를 확인한 효명제는 눈을 찌푸리며 말하였다.

“아편에 밥에 올려 먹거나 국에 풀어 밥을 말아 먹을 수준이로구나.”

“공부 대신은 어디까지나 생겨날 아편 농장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옵니다. 차라리 나은 것이 열차 선로를 통해 아편이 전해지면 운임도 아낄 수 있고 편하기도 하옵니다.”

“그 말도 틀리지 않구나. 이토록 아편을 많이 재배하고 있으니 덮어놓고 막기만 하면 판로가 여럿으로 쪼개져 밀수를 실시할 터. 차라리 공개된 장소에서 사들이는 것이 나은 일이지.”

이렇게 말해도 아편이 유입되면 대한에 자연스럽게 중독자가 생겨나게 된다. 밀수를 막게 되었지만 공식 수출 창구가 열린 꼴이니 효명제는 한참을 고민하다 말하였다.

“앞으로 아편을 사사로이 거래하는 자는 십 년 이상의 징역으로 엄벌에 처할 것이다. 아편 유통을 막아내지 못한 관리는 외방(外邦 - 외국)에서 삼 년 이상 근속에 처한다.”

“하오나 유입되는 물량을 바다에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옵니다.”

“아직 아편을 금지하지 않은 영길리에 아편을 판매할 것이다. 아편이 유입되어 일어나는 손해를 감안하면 차라리 교역을 통해 손해를 보는 것이 나은 형편이 아니더냐.”

영국 입장에서는 비극이 따로 없지만 효명제의 뜻이 정해졌다. 아편을 수출하던 나라에 손해를 보면서 아편을 헐값으로 팔아치우는 정책이다.

영국에서 뭐라 반발하려 하여도 결국 아편을 불법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저지른 행위에 대한 처벌로는 합당한 수준이리라.

결국 대한국 황제의 칙령이 작성되었다. 아편의 시세를 가급적 낮추어 최소한의 물량만 사들이라는 명령이었다. 이는 아무런 이득도 보지 않고 즉시 영국으로 수출될 예정이었다.

“이번 업무는 태자가 주관할 것이다. 외부의 관료들은 속히 태자를 보좌하도록 하여라.”

중국 대륙에서 생산되는 아편과의 기나긴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대한도, 영국도 아닌 청나라의 백성임을 알고 있으니 속이 답답해졌다.

* * *

조선과 청나라의 전쟁에 투자한 프랑스에서는 이미 수백 척 단위의 무역선을 남중국 일대에 보내 거래를 이어갔다. 기존의 영국 상인을 대체한 이들은 모든 물자를 거래하였다.

개항지에서 거래되는 주요 물품은 청나라 차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수출되는 고무였다. 이전에 영국에서 거래하는 아편은 이미 한물가 버린 상품이 된지 오래였다.

오늘도 한 무리의 배가 프랑스의 개항지인 복주로 입항하였다.

정상적으로 항해하지도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배가 예인되자 선장이 갑판 위에서 들것을 내려보내며 짜증을 냈다.

“야 이 멍청한 놈들아! 물 마실 때는 언제나 끓여 마시라 했지!”

잠시 베트남 고무나무 농장에 들러서 물건을 선적하였던 배에 장티푸스가 퍼져 나갔다.

엉덩이에 기저귀를 차고 있는 간부는 선장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그게 쉬운 일입니까? 배에서 내려 신선한 물을 마시는데 뜨거운 물을 마시라니요?”

“닐슨 조의 스승인 여유당이 대부분의 질병은 물을 통해 전파된다 했잖아! 그나마 열수환 여유분이 있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네놈들 모두 떼죽음을 당하고도 남았어!”

환자가 무더기로 실려 나오자 선장인 제롬은 분통을 터트리며 간부들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집단으로 장티푸스가 걸린 환자가 계속 이송되고 최종 보고가 올라왔다.

“선장님께 보고 드립니다! 이번 항해에 참가한 제 4선단의 총원 천이백칠십 명! 장티푸스 환자 이백이십 명! 개중 중증은 서른 명이 넘습니다!”

장티푸스의 잠복기는 제법 긴 편이며 치사율도 30%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다른 선단의 장티푸스 감염 사례를 통해 손해를 짐작한 제롬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고함을 쳐댔다.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이백이십 명이면 오백 명가량이 장티푸스에 감염되었다는 소리잖나! 오백 명이 감염되면 이백 명은 죽고 백 명은 반송장이 되는데 이게 뭔 꼴이야!”

화를 낸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이쯤 되면 손실이 아닌 자신의 선단은 물론 회사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기에 제롬은 즉각 지시를 하달하였다.

“할 수 있는 치료는 모두 하고 손실 선원 보충해야지 별수 있겠나. 중환자 숫자는?”

“이미 심각한 환자 스무 명가량은 가망이 없습니다.”

“줄초상을 치르고도 남겠군. 물건 하역하고 본국에 서신 보내서 상황 보고해.”

무역을 진행하는 동안 잠복기 환자들이 계속 생겨나며 본국으로 귀환할 수도 없으리라.

제롬은 아예 다른 배를 통해 귀국할 마음을 먹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하려 하였다.

“그리고 최소한의 항해 인원이라도 모집해야 하니까 잡부 이백 명으로 모집공고 올려. 청나라 사람이건 어떤 사람이건 상관없으니 본국에 딱 한 번 다녀올 사람으로 기간 잡고.”

“명령 받들겠습니다 선장님. 잡부 이백 명 본국에 다녀올 사람으로 모집하겠습니다.”

“급료는 너무 급한 티를 내지 않으려면…… 오십 프랑으로 잡아. 그 정도면 충분하지.”

부선장은 장티푸스로 실려 가버리고 어눌한 간부가 제롬의 명령을 받았다.

장티푸스로 죽어가는 선원을 관리하며 거래를 이행하길 며칠. 제롬은 길거리를 지나가다 공고문을 확인하였다.

[낭트 무역회사 선원 및 잡부 이백 명 모집. 급료 오십 프랑 혹은 은자 열 냥]

“이 멍청한 놈이! 가장 중요한 모집기한을 안 적어두면 어떻게 해!”

지금은 모든 비용을 감축할 때였다. 최소 백 장 이상이 인쇄된 공고문의 비용은 물론이요, 기한도 적어놓지 않아 어중이떠중이들이 문의를 위해 찾아오면 거래가 지연될 수준이었다.

숙소로 쏜살같이 달려온 제롬은 이번 일을 진행한 간부의 방문을 두들겼다. 잠시 뒤 멍청한 짓으로 속을 터트린 간부가 방문을 열었다.

“선장님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만주벌판을 달리는 그루시처럼 헐떡거리시는군요.”

“오냐! 만주벌판에서 청나라 군대를 도륙한 그루시처럼 네놈을 박살 내주마!”

물 흐르듯이 정강이를 걷어차고 배에 주먹을 날린 제롬은 고꾸라지는 간부의 뒤통수를 잡고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러더니 하늘로 치솟은 엉덩이를 걷어차며 화를 내었다.

“멍청한 놈의 새끼야! 본국 한 번 왕복하는 기간은 일 년으로 잡으면 될 거 아니야! 급료를 적어두고 모집 기간을 안 적어서 공고문을 내놓아! 뭔 일이 일어날지는 알고 있냐!”

“죄송합니다! 제가 머리가 좀 둔해서! 억! 잠시만! 선장님!”

“그 둔한 머리통을 부싯돌로 써 먹어주마! 이 개구리보…….”

-선장님! 제롬 선장님! 잡부를 소개하기로 한 중개업자가 방문하였습니다!

콧김을 뿜으며 간부를 내려다본 제롬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정리하였다.

이미 공고문을 회수하라 지시하였지만 소문을 들은 중개업자가 계속 몰려오리라. 기간을 적어두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의 잘못이며 상대와 조건이 맞지 않으면 잘 설득해 돌려보내야 했다.

의외로 제롬을 찾아온 사람은 청나라 관리로 보이는 자였다.

“공고문을 확인하고 찾아왔습니다. 분명 선원 및 잡부 이백 명을 모집하고 급료는 은자 열 냥이었지요?”

“보신 바가 맞습니다. 제법 대처가 빠르시군요.”

“사람이 넘쳐나는데 이 정도는 간단하지요.”

콧수염을 매만지는 청나라 중개업자를 확인한 제롬은 끓어오르는 속을 다스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아편 파이프에 아편 한 덩어리를 넣어 불을 붙인 상대는 태연하게 말하였다.

“모집 기간을 적어두지 않았지만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렇긴 하겠지요. 아마 여섯 달을 생각하신 것 같은데 모집 기간을 적어두지 않은 저희의 실수입니다. 기한은 일 년으로…….”

“기한이건 뭐건 상관없습니다. 사람이 넘쳐나니 관리가 힘든 사람들을 판매해야지요.”

기한이건 뭐건 상관없고 사람을 판매한다는 말에 제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실상 노예무역을 실시하자는 말을 들은 제롬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하였다.

“저는 분명 이백 명을 은자 열 냥에 모집하기로 하였는데 애초에 시세가 말이 안 됩니다. 노예 혹은 종속 계약을 맺은 채무자의 시세는 은자 오십 냥이 넘어갑니다.”

“가격에는 문제가 없다 하였습니다. 오히려 제가 환영할 입장이지요.”

“시세를 알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믿기지 않는군요. 어디 한번 보기나 합시다.”

유럽에서 공식적인 노예무역은 근절되었지만 비밀리에 거래되는 상품이 노예였다. 은자 10냥 정도에 거래되는 노예는 아이들이거나 노년이 다 되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청나라에서 판매하는 노예들을 확인하려는 제롬을 중개업자가 안내하였다. 그는 중개업자가 아닌 청나라 지방 관리였는지 복주의 관아 인근으로 안내하였다.

천 명 가까이 모인 사람을 확인한 제롬은 자신을 따라온 간부에게 턱짓을 하였다. 한때 노예무역에 손을 대었던 나이 많은 간부는 이들의 신체를 확인하고 답하였다.

“아주 좋은 물건입니다. 대부분 농사에 종사한 자들이며 가끔 뱃일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런 하자가 없을 리는 없지. 대부분 아편에 중독되어 금단증상을 보이는데.”

“그 정도야 꽁꽁 묶어서 석 달 정도 방치하면 해결됩니다. 그 과정에서 좀 죽을 수도 있겠지만 약에 취한 놈들에게 일을 시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

표준 시세의 20%로 이런 쓸 만한 인력을 구할 수 있다면 무조건 해야 하는 장사였다.

제롬은 마지막으로 이들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하였다.

“이런 질 좋은 노…… 예가 아니지. 장기 근무 계약이 가능한 사람들을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기업 비밀입니다.”

대충 얼버무렸지만 관아 인근에 사람을 가둬 뒀으니 아예 청나라 관리들이 아편 중독자들을 모아둔 것이 분명하였다.

그는 간부에게 프랑스어로 속삭이듯 말하였다.

“이 나라는 제정신이 아니야. 아무리 보아도 청나라 관리들이 아편 농장을 경영하는 것 같군. 이 사람들은 그 농장에서 나온 아편에 중독되었겠지.”

“대체 얼마나 돈에 미쳐 있기에 저런 짓을 저지를까요? 한때 아편으로 잉글랜드 놈들과 전쟁을 벌인 나라의 관리들이 아편 중독자를 양산하다니요.”

“더 이상 생각하지는 말자고. 돈에 미친놈들을 상대하는 법은 돈을 내는 거야.”

조-청 전쟁 패전 이후 1841년부터 청나라 내부에서 생산된 아편은 이미 한 해 생산량이 3,000톤에 달하였다. 이는 영국에서 수출하던 아편의 양을 가볍게 넘어서는 양이었다.

박현상의 예측보다는 조금 적은 양이지만 나라를 갉아먹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제롬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거래를 시작하였다.

“일괄 구매하겠으니 조금만 비용을 절감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한 명당 은자 아홉 냥으로 거래하도록 하지요.”

거래가 진행되며 먼저 은자 구천 냥이 전달되기로 하였다. 분위기를 알고 땅에 엎드려 통곡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던 제롬은 측은한 마음이 들어 한 사람에게 중국어로 질문을 하였다.

“그러니 아편을 피우지 말지 왜 쓸데없는 거에 손을 대는가?”

“동네 어르신이 한 대 피워보라 하셨습니다.”

“동네 어르신이 한 대 피우라 하였다고?”

“다음으로는 어르신의 하인들이 와서 아편을 판매하였지요.”

스스로 아편을 찾아 나섰다면 모르지만 동네 어르신이 권유했다는 말을 들은 제롬은 이상한 징후를 느꼈다.

팔려나가게 된 농부는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해 속사포같이 말하였다.

“거기다가 쌈지에 아편을 잔뜩 넣어 주셨는데 여기에 빠져서 이 년 만에 가산을 탕진하게 되었습니다. 제 딸 둘에 아내는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고 아들은 어르신의 노비가 되었지요.”

“혹시 자네가 가지고 있는 땅이 질이 좋았는가?”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그 땅마저도 헐값으로 뜯기게 되었습니다.”

중국 대륙에서 생산된 아편은 기존 중독자를 충족시키고도 양이 남았다. 이를 생산하는 관리들은 좋은 토지를 가지고 있는 농민들이 목표로 삼아 아편을 퍼트렸다.

아편에 중독되면 몸이 늘어져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다. 이로 인하여 농사를 못 짓게 되니 막대한 채무가 발생하며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온 가족이 노예 신세가 되는 것이다.

제롬은 이 중독자의 가족이 어떻게 되었는지 짐작하고 할 말을 잃었다. 아들은 머슴으로 죽도록 일하고 있으며 두 딸과 아내는 도저히 언급할 수도 없는 일을 겪으리라.

“선장님! 계약서는 어떻게 작성하시겠습니까!”

“나도 사람이고 이들도 사람이기는 하니 적당히 작성해야지.”

청나라 관료들은 기한을 정해두지 않아서 영원히 노예로 쓸 수도 있었지만 제롬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프랑스인이었다.

그는 펜을 놀려 계약서 원본을 작성하고 조건을 말했다.

“자네들은 앞으로 육 년 동안 베트남에서 일할 거라네. 육 년이 지나면 급료를 받고 귀환할 수 있으며 아마 은자 육십 냥 정도는 받아갈 수 있겠지.”

“그러면 가족을 노비 신세에서 해방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네가 일을 잘해야지. 아무튼 열심히 해보게.”

이렇게 말은 하였지만 이들이 일하게 될 곳은 베트남의 고무나무 농장과 각지의 치수 사업이었다. 아마 6년이 지나면 여기 모인 사람들 중 30%는 죽어 나가리라.

제롬이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였지만 다른 선장들은 더 가혹한 조건을 제시하였다. 영국의 유일한 개항장인 향항(홍콩)에서는 대규모 계약이 실시되었다.

“한 사람당 은자 열 냥이라니 구식 브라운베스 머스킷보다 싸잖아? 오천 명 주시오.”

오천 명을 구매해서 베트남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영국인 선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프랑스에 제시할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이후 수많은 청나라 백성들이 헐값에 노동자로 팔려나갔다. 이들의 표준 계약은 근무기간 10년에 급료 없음으로 작성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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