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14장 8화 악성 종양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태자는 효명제에게 보고를 올리기 위해 준비하였고, 그사이에 나는 에도 막부를 향해 전신을 보냈다.
대한해협을 통과하는 해저 전신이 얼마 전 완공되어서 바로 정보를 보낼 수 있었다. 에도까지 왕복 세 시간 걸리는 전신을 먼저 보내서 아편 유입에 대해 물어보았다.
[얼마 전 일본에서 동래로 보낸 화물에 금지 품목인 아편이 있습니다. 이 물건은 분명 청나라에서 수입된 아편 같은데 혹여나 막부에서 아편 수입을 허가하였습니까?]
짜증과 초조함이 밀려왔다. 대한제국은 아편으로 인해 청나라가 비참하게 몰락한 꼴을 보아왔으니 조정 신료는 물론이요, 백성들까지 아편을 경계하고 해악이라 생각하였다.
청나라와의 전쟁에 참가한 장수와 병사들의 증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아편에 취하여 심양성에 분변을 바르고 싸움조차 못 하고 약탈이나 일삼는 군대라 증언하였지.
반면 일본은 이런 인식이 없다. 상황을 보아하니 중국 문물이라면 껌뻑 죽는 몇몇 부류들이 약으로 분류하여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속에서 신물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미치겠네. 아주 미치고 팔짝 뛰겠어.”
초조하기는 대한에 유학 온 난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중 아편의 해악을 아는 이들은 모르는 이들에게 정보를 전해주었다.
결과는 아편의 해악이 막대하니 철저히 단속하자로 귀결되었고, 사쿠마 쇼잔은 설명이 끝나고 나에게 다가와 질문을 하였다.
“십덕 후작님께서도 아편의 해악을 잘 아시는 것 같군요.”
“누가 아니라 하겠습니까. 제가 어린 시절을 영길리에서 보낸 덕분에 잘 알지요.”
“만약 일본에 아편이 퍼지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요?”
애석하지만 지금 일본의 상황을 고려하면 최소 오 년은 혼란에 빠지리라.
그래도 이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니 적당히 거짓말을 섞어 답했다.
“큰 문제는 생기겠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아편을 몰아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관료들이 아편을 끊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백성들이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관료들이 아편의 수입을 엄금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한번 아편에 맛 들인 사람들은 양귀비를 길러 아편을 만들고 돈을 벌어들이게 마련이지요. 가뜩이나 높은 세금에 허우적거리던 사람들이 양귀비를 안 기르고 배기겠습니까?”
일본은 농민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여 상업 체제를 구축하였다. 어떻게든 굴러가던 상업사회가 아편이라는 충격을 받으면 생산성이 저하되게 마련이다.
이 생산성 저하에 직격탄을 맞는 사람들은 농민들이다. 결국 아편을 생산하며 쌀 대신 아편을 팔아서 삶을 이어가리라. 사쿠마 쇼잔도 심각한 표정으로 답하였다.
“도호쿠(동북 : 東北 )같이 가난한 지방에서 양귀비를 기를지도 모르겠군요. 이 지역 농민들은 다른 곳보다 훨씬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보셨습니다. 다른 지방이야 생산성이 좋으니 견뎌낼 수 있지만 이 두 지역에 아편이 대량으로 유출되면 사방에 양귀비밭이 생겨날 겁니다.”
“십덕 후작님도 같은 예측을 하시니 참 난감한 일입니다. 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아편을 수입했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아마 막부에서 멋대로 무역을 한 것은 아니고 아마 남아도는 아편 물량이 새어나가거나 홍수전이 계획적으로 일본에 아편을…… 여기까지는 너무 나간 것 같으니 정보를 입수해야 하리라.
세 시간이 지나자 내가 보낸 전신의 답이 돌아왔다. 에도 막부에서는 내 전신을 확인하고 의문을 가득 담아 답신을 보내왔다.
[막부에서는 청나라와 교역을 실시한 적이 없습니다. 대한에서 들여온 미곡을 사방으로 배분하기 위하여 상선을 활용하니 청에 간 적도 없지요. 사방에 전신을 보내 조사하겠습니다.]
“이 양반들이 수입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그럼 아편이 왜 들어온 거야?”
태자가 한참 동안 접견을 하느라 나를 찾아오지 않았는데 다음 전신이 한 시간 뒤에 도착하였다. 막부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전신을 보내왔는데 내용이 더 가관이었다.
[사쓰마 번에서 오란다(네덜란드)상인을 앞세워 청나라와 무역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명분은 막부가 멋대로 대한에게 개항을 실시하고 이득을 나누었다는 것입니다.]
[데지마(出島 - 나가사키의 개항장)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서 청나라에 오가는 오란다 상인이 합류하였으며 총 12척에 달하는 배가 출입을 반복하며 사람과 물자를 오가게 하였습니다.]
“데지마 관리에 소홀하다니. 생각해보니 대한에서 개국을 급격히 진행하긴 했지.”
에도 막부의 관리들이 많은 지원을 하고 물자를 보내오는 대한제국을 중점적으로 관리하지 조금씩 물자를 운반하는 네덜란드에 주목하겠는가.
사쓰마 번에서는 그 틈을 타서 청나라와 교역을 실시한 것이 분명하였다. 이 또한 내가 추진한 정책의 나비효과가 돌아온 상황이다.
[이들은 금과 은을 반출하고 당약이라 불리는 약재와 각종 문물을 수입하였습니다. 이는 막부의 실책이나 이미 수입된 물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관리를 할 수 없습니다.]
“관리를 못 하면 막부라는 이름을 왜 달고 살아! 이 모지리들 같으니!”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솔직히 막부가 지방 번들을 통솔하지 못 하는 상황을 알고 있었으나 대한의 군대를 파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효명제를 접견하러 들어가니 태자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일본에서 보낸 전신과 답신을 제출하니 효명제는 눈을 지그시 감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일본과 동맹을 맺어서 마음이 놓였는데 각 지방을 통치하는 영주가 이런 행위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외부 부대신이 보기에는 일이 어떻게 진행되겠는가?”
내 예상을 차근차근 이야기하였다. 일본은 인구가 많은 편이니 아편이 대한으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찬 예측도, 도호쿠에 대유행을 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측도 이야기했다.
“결국 새로운 문물에 굶주리던 젊은이들이 잘못된 문물을 들여온 격이로구나.”
“실로 그러하옵니다. 신 박현상이 아뢰오니 일본에 이 사실을 널리 퍼트려야 할 것이옵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지 않더냐. 그 거대한 청나라도 아편을 수입하며 은이 유출되어 나라가 어지러워지며 도탄지경에 빠졌다. 청나라보다 구조가 불안한 일본은 어떻게 되겠는가?”
내가 넘어간 심각한 문제를 효명제가 짚어주었다. 청나라에서 아편을 판매할 때 일본의 어설픈 물건 대신 금과 은을 아편 대금으로 결재하리라.
사쓰마에서 유입된 아편은 수많은 중독자를 양산하며 퍼져나간다. 이 중독자들은 가산을 탕진한 다음 아편을 더 깊숙이 퍼트려 금과 은을 가져가고 또 아편을 사들이리라.
일본의 금값은 지나치게 싸서 대한에서도 조약을 맺을 때 이 금은 교환비율을 신경 써서 관리하였다.
그런 관리도 없는 상황에서 아편이 유입된다면 일어날 일은 하나다.
“금과 은이 마구잡이로 유출되며 각 지방의 체계가 붕괴될 것이옵니다.”
“바로 보았구나. 잘못하다가는 일본 전체가 아편에 물들어 무너질 것이다.”
본래 역사에서 일본 제국이 중국을 망가트리기 위해 아편을 팔아댄 행동이 되돌아왔다. 이제는 위조지폐를 찍어내 중국 경제를 망가트리려 한 행동까지 돌아오게 되었다.
이 사태는 위조지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해악이다. 실물 화폐가 유출되고 마약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니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인데 일본의 막부는 상황을 모르고 있구나.”
“아바마마께 아뢰옵니다. 아편의 위험을 설파해야 하니 유학을 온 난학자들을 돌려보내고 속히 교수들을 파견하는 것이 옳은 일이옵니다.”
“제대로 기반도 갖추어지지 아니하였는데 사람을 보내면 아니 되는 법이지.”
태자의 조언을 중단한 효명제는 한참동안 생각을 하더니 허탈하다는 듯이 말하였다.
“나라를 잘 경영하여 강성해져 이웃을 하나 머슴으로 삼을까 하였지. 머슴과 약조를 하니 난데없이 풍(風 - 중풍)을 맞아버린 격이로구나.”
그나마 막부가 대한제국과 조약을 맺어서 희망이 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조약조차 없었으면 청나라에서 무절제하게 유입되는 아편이 나라를 망하게 만들 수준이다.
새로운 머슴이 아편이라는 이름의 질병에 쓰러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주인의 의무다.
여러 방안을 생각하여 효명제에게 건의하였다.
“하오면 여러 대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할 것이옵니다. 막부와 교토의 화족에게 경고를 하여 아편의 진출을 막아내며 사쓰마를 견제해 아편의 유입을 막아주시옵소서.”
“짐 또한 그러하고 싶지만 방도가 없다. 화란(네덜란드)을 비롯한 서양의 열국에서는 아편이 금수품이 아니다. 무역에는 개입할 수 없되 경고는 할 수 있겠구나.”
“또한 영길리는 여전히 청나라에 아편을 한 해 일천 톤, 백육십만 근을 수출하고 있사옵니다. 이 아편이 사라지면 일본으로 향하는 아편 또한 줄어들 것이옵니다.”
“영길리가 아편을 수출하지 않게 하라니?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이 더 쉬운 일이로구나.”
영국은 유일한 개항장인 홍콩에 들러 아편을 판매하였다.
이는 프랑스가 틔워준 최소한의 숨통이며 영국이 다시금 혐오스러운 수단을 동원하지 않게 하려는 방안이기도 하였다. 이 아편이 사라지면 일본으로 유입되는 아편이 줄어들겠지.
효명제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려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회의를 소집하며 말하였다.
“영길리와 서역의 열국에 서신을 보내 이번 사태를 논하겠다. 명분이야 일본을 통해 금수품인 아편이 들어와 난행(難行)을 겪고 있다 할 것이니 염려하지 말거라.”
일본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지나친 내정간섭은 최후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말이었다.
효명제가 각국 대사들과 접견을 하는 동안 다른 일을 수행하였다.
* * *
다음으로 할 일은 정보 입수였다. 일준이가 추천한 대로 두 달 전에 천주교 예비 신부들을 북경에 유학을 보냈다. 이들은 대한제국 내부에서 신부 교육을 받은 1기에 해당되었다.
이번 일을 주선한 일준이와 함께 서신을 읽었다. 신학생들의 대표인 최양업 예비 신부는 일을 어리숙하게 처리하지 않고 몇 페이지에 달하는 상세한 보고서를 보내왔다.
[외부 부대신께서 말씀하신 밀명을 수행하고 결과를 보고 드립니다. 부대신께서 말씀하신 ‘주님의 가르침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 목적을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보고서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처음에는 배상제회를 목적으로 삼지 않고 예전 조선에서 천주교 신자가 생겨난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더라.
선교사가 없이 자발적으로 신자가 생겨난 조선 천주교의 역사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유일한 사례였다. 당연히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며 연구를 하여도 답이 나오지 않았으리라.
[이 과정에서 배상제회와 접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이들이지만 약간의 지원금을 내어주자 자신들의 속내를 모조리 드러내니 마음이 누그러질 지경이었습니다.]
“지원금을 내어주자 속내를 드러냈다고? 드러낸 속내가 제대로 된 게 아닐 텐데?”
일준이가 코웃음을 치면서 비웃었지만 나는 보고서의 내용에 집중하였다. 최양업을 비롯한 예비 신부들은 배상제회라는 단체에 가입하지는 않고 후원자 자격으로 개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세한 내부 규정과 회칙 그리고 분류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었다. 이놈의 단체는 상륜, 중륜 그리고 하륜의 3단계로 나뉘는데 각 단계에는 10개의 지파가 있다.
“딱 보아도 사이비 종교 제도인데? 겉으로는 평등하다면서 계급에 따라 특권이 있겠지?”
“기존 배상제회 핵심 구성원과 만주족 고관들이 모인 상륜이 있네. 다음으로 객가가 주도하는 중륜은 각 지방의 분파를 담당하는 권한이 전부야. 딱히 특권은 없는데.”
일준이는 사이비 집단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으나 내 입장에서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홍수전은 이미 배상제회를 정치적 집단으로 승화시켰다.
[조사한 정보에 의하면 배상제회의 운영 자금은 각 객가들이 보내는 약간의 후원금과 만주족 고관들이 내놓는 기부금입니다. 이를 지방 선교에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홍수전은 각 지방의 토호들에게 공장 건립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홍수전 개인은 어떠한 이득도 챙기지 않고 있습니다.]
“만주족 고관들이 배상제회에 가입해서 기부금을 낸다고?”
일준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몇 번이고 보고서를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사이비 종교로 시작한 배상제회가 공장 설립을 통해 정치 세력으로 성장했으리라.
일준이는 홍수전이 아예 사이비 종교 교주이자 마약상이라 생각하며 비꼬았다.
“머리 한번 좋네. 본래 사이비 종교는 정치와 연결되어 자금세탁을 담당하잖아. 거기에 마약을 끼얹어서 돈을 불려 나가겠지?”
“내가 보기엔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마약으로 자금세탁을 하면 도광제가 모를 리가 없잖아?”
계속 이어지는 보고서는 홍수전이 사사로운 이득에 휘둘리지 않고 큰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었다. 김대건 안드레아는 간부 풍운산과 여정을 다녀온 기록을 논하였다.
[저는 풍운산이라는 회주 휘하의 대신과 함께 객가의 마을로 향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삿된 우상을 섬기는 사당을 불태우고 배상제회의 회칙을 전파하였습니다.]
[풍운산은 허례허식이 아닌 상제에게 봉헌하는 종교가 옳다 하였고 객가들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객가의 마을 주변에 양귀비밭이 여럿 있으니 기묘할 따름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지극히 정상이니까 당연한 일이지. 아무리 보아도 이놈은 청나라를 망가트리기 위해 아편을 퍼트리는 것 같아. 아니라면 객가들이 아편을 판매해 돈을 만지게 하거나.”
“청나라를 망가트릴 목적으로 마약을 판매한다고? 그럼 일본은?”
“일본에 마약이 넘어간 사건은 휘하 조직원이 멋대로 저지른 사고 같은데. 조직을 완전히 통제하지 않으니 수습하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홍수전은 직접 만나보지 않았지만 아주 제대로 미친놈이거나 완벽한 정상인이다. 녀석이 만들어낸 새로운 배상제회는 사이비 종교가 아닌 제대로 된 정치 단체라 볼 수 있다.
그놈의 아편만 아니라면 청나라를 되살리기 위한 올바른 이들의 집단이지만 아편을 보면 목적이 보인다.
일준이는 김대건 안드레아의 보고서를 다 읽고서 절박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이걸 어떻게 개입하지? 현상이 너라면 뭔 수를 쓸 수 있지 않겠어?”
“홍수전 본인은 아무런 이득을 챙기지 않고 아편을 퍼트리는 데 여기에 개입할 명분이 없어서 문제지. 돈을 챙기면 물고 늘어질 수 있는데 그게 아니잖아.”
일반적으로 마약 조직을 소탕할 때에는 자금 흐름을 추적하여 소탕한다. 마약 생산을 명령하는 상부 조직은 하부 조직을 쥐어짜 내 최대한의 이득을 챙긴다.
반면 배상제회는 상륜의 일부 인원, 홍수전이 대신으로 임명한 선교사들이 양귀비 재배를 추천하며 이로 인한 이득을 챙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홍수전은 정치세력을 구축했다.
“홍수전이 배상제회에 만주족을 끌어들이지 않은 상황이라면 모르겠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함부로 개입할 수 없어. 녀석의 제안으로 도광제가 공장을 만들고 조언가로 활동하잖아.”
“이 미친놈 때문에 일본도 그렇고 대한에도 마약이 유입되는데 암살하면 안 될까?”
“거기서 끝나는 일이면 암살을 했겠지. 이미 배상제회는 청나라 내부에 뿌리를 뻗어버렸는데 홍수전을 제거한다고 되겠어? 각 대신들이 아편을 더 많이 퍼트릴 거다.”
홍수전은 청나라를 망가트리고 역모를 일으키기 위해 양귀비 재배와 아편 생산을 조절하고 있으리라.
대한이나 일본에 퍼져나간 아편은 돈을 벌려는 아랫놈들이 저지른 사고이다. 교주인 홍수전이 죽으면 통제도 불가능하고 양귀비밭은 그대로 남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정책은 단 하나였다.
“태평천국의 난이라도, 하다못해 배상제회의 역성혁명이라도 좋으니 뭐라도 일어나라 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청나라는 무너질 거고 대한은 그 틈을 타서 최대한의 이득을 챙겨야지.”
청나라가 질긴 목숨을 이어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신에 홍수전이라는 암이 퍼져 버렸다. 언제 그 거대한 암덩어리가 터질지는 모르겠지만 대한이 할 일은 하나였다.
홍수전이 역성혁명을 성공하면 새로운 중국 정부를 무너트린다. 만약 역성혁명에 실패하여 내란이 일어나면 여기에 개입하여 청나라를 여러 갈래로 쪼개는 것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 급한 일은 아편을 막아내며 각 열국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에 걸친 사업이니 외교관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