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81화 (181/345)

181화

16장 7화 새 민속놀이

카를 마르크스가 한양까지 내려오는데 한 달이 넘게 소요되었다. 만주에서 각 공장을 취재하는 과정에 공장장들에게 한양까지 내려갈 예정이라 밝혔고 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다.

‘내 본가가 황해도에 있으니 미리 서신을 보내두겠네. 언제라도 머무르게.’

‘내 본가는 평양이라네. 염려하지 말고 푹 쉬고 더 많은 취재를 하게.’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훈훈한 봄바람이 느껴졌다. 산천초목이 물들고 잎이 피어나는 동안 마르크스의 수염은 더더욱 두툼해졌으며 취재 기록 또한 두툼해졌다.

“참 기이한 일도 다 있어. 한양에 가까워질수록 물가가 상승하는데 급료는 거의 비슷하네.”

마르크스는 자신이 조사한 공장 봉급, 주택 가격 심지어 사탕과 같은 생필품 물가를 비교하였다. 심양과 황해도를 비교하였을 때 급료가 10% 높아지는 동안 물가가 25% 상승하였다.

이로 인하여 생활상이 변모하였다. 요동 일대의 서민들은 공장에서 일하거나 농사를 마치고 편히 쉬며 적당히 저축하거나 술을 비롯한 사치를 즐길 여유가 있었다.

반면 황해도로 내려오니 공장에서 일을 마친 근로자들이 몇 시간 동안 잡초를 뽑으며 농사를 보조하기까지 하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물가 대비 급료의 불균등 현상이 관측되었다. 마르크스는 오늘 방문하기로 한 양반 가문에 전신을 보내고 기차역에 앉아서 자신의 자료를 정리하였다.

“결국 프롤레타리아들이 물가가 낮아서 살기 편한 북방으로 이주할 것 같은데? 거기다가 대한제국에서는 언제나 길을 열어두니 이거……. 인구가 얼마나 빨려 나가는 거지?”

마르크스는 황해도 금천역에 앉아 주변 경치를 즐겼다. 봄이 되어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예성강의 모습과 인근의 논밭을 바라보며 또 다른 자료를 수집하였다.

만주 일대의 농민들은 농사를 마구잡이로 짓는다. 적당한 관목림을 모조리 벌채하고 큰 돌만 대충 골라낸 다음 보리와 밀을 마구잡이로 파종해 말 그대로 마구 수확한다.

반면 개성 일대의 농민들은 자투리땅까지 모조리 알뜰살뜰하게 경작하고 산비탈에도 논밭을 만들어둔다. 고생은 몇 배로 하고 수확은 줄어드는 격이다.

여기에 마르크스의 눈을 자극하는 포고문이 있었다.

<이주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심양으로 떠나십시오.>

포고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기차 노선 인근의 새로운 토지 지급, 3년 동안 생필품 및 식량 지급 그리고 기존 자산의 국가 매입 및 처분.

마르크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이러다가 대한제국 본래 영토가 다 비어버리는 꼴 아닌가?”

“어이고! 한눈에 알 수 있었네. 자네가 혹시 전신을 보낸 곡염 카를이라는 사람인가?”

그런 상념이 단번에 끊어졌다. 군청색 연미복을 입은 양반과 옆에 한복을 입은 두 양반이 다가와 마르크스와 악수를 나누었다.

“태상황께서 지어주신 별호가 곡염이라. 참 어울리는 별호로군.”

“너무 막중한 별호라서 어깨가 짓눌리는군요. 공장장님께서 추천하시기를 자신의 벗인 고산자를 찾아가라 하셔서 바로 연락을 넣어보았습니다.”

군청색 연미복을 입은 김정호는 갓조차 쓰지 않고 단정히 다듬은 머리를 흩날렸다. 그는 자신의 호를 듣고는 옆에 있는 친구를 바라보며 답해주었다.

“고산자(古山子)? 그냥 백원(伯源)이라 부르도록 하게. 이쪽은 내 벗인 혜강(惠岡)이야.”

“백원 이 친구야, 자네를 자(字)로 부르라 하면서 나를 호로 부르라 하나? 내 자는 운로(芸老)일세. 아니면 서양 사람이니 그냥 날 최한기, 이쪽을 김정호라 부르게나.”

본래 역사에서 대동여지도를 만든 두 실학자는 카를 마르크스와 악수를 나누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타고 온 말에 올라 마르크스에게 정중히 물어보았다.

“나와 운로는 예전에 이 나라 강산을 돌아다닌 적이 많아서 말을 잘 타네. 자네는 말을 좀 타는가?”

“탈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빠르지만 않다면 괜찮을 것 같군요.”

마르크스는 엥겔스와 함께 승마를 익혔다. 본래 목적은 화려하고 사치가 가득한 사교생활을 할 작정으로 배웠다.

당연히 자기합리화를 할 때에는 혁명이 일어날 때 병사들의 앞에 서기 위해서라 변명하였지만. 아무튼 말 타는 솜씨는 평균 이상이었다.

20리를 내리 달려 김정호의 저택에 방문하자 하인들이 뛰어나와 손님을 맞이하였다. 카를 마르크스는 저택을 확인하고 저절로 휘파람이 나왔다.

김정호의 집은 기존의 목조 주택을 대규모로 개수하였다. 벽 측면에는 보일러가 4대나 달려 있으며 모든 벽은 두툼한 벽돌 벽 위에 회반죽을 바르고 다시 채색을 하였다.

비싼 재봉틀을 두 개나 두었으며 하나는 마을 아낙이 재봉틀을 놀리고 있었다. 백성들에게 은혜를 입히려는 대한제국 특유의 씀씀이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참 대단한 집이로군. 저쪽에는 혹시 축사가 있습니까?”

“바로 보았네. 우리 집 노비였던 사람이 나라의 명으로 면천되었네. 이후 내 도움을 받아 돼지를 기르고 있지.”

마르크스가 만족스러운 점이 여기에 있었다. 대한제국은 노비들을 단순히 해방시키지 않고 이들에게 임무를 주었다.

어차피 다른 곳으로 이사해 보아야 노비라 배척을 받을 사람들이다. 그러하니 배척을 받지 않도록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기회를 주었다.

“어르신! 돼지 분변을 조금 늦게 치워서 죄송합니다!”

노비였던 사람들이 달려와 김정호에게 덮어놓고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김정호는 이들에게 괜찮다고 손짓하며 바로 답을 하였다.

“내가 말을 거세게 달려왔는데 벌써 치울 줄은 꿈도 못 꾸었지. 최 서방과 김 서방은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있게.”

“알겠습니다!”

새 품종의 가축들을 길러 퍼트리는 일을 면천된 노비들이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양반가는 자본을 투자하여 이득을 얻고 노비들은 배척을 받지 않을 충분한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마르크스가 보기에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ㅎ’ 자도 통하지 않을 세상이 대한제국이었다.

그는 괜히 하늘을 올려다보다 기와를 보고 피식 웃었다. 기와의 막새(맨 끝의 기와)만 푸릇푸릇한 청기와이니 체면과 재물 자랑을 동시에 하는 격이다.

하인이 상을 내오자 김정호는 마르크스에게 얼음을 띄운 매실차를 권하며 말하였다.

“한때는 도성에서 꿈을 품고 있었으나 이제는 낙향하여 풍류를 즐기고 있다네.”

“굳이 낙향하실 필요가 있으신지요? 혹시나 한양의 물가가 너무 비싸서 그러십니까?”

“아니지. 사실 내가 젊은 시절에는 지도 제작을 꿈꾸고 있었네. 산천을 두 발과 말을 타고 뛰어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하였지. 당시 지도가 바로 이…….”

청구도(靑邱圖)라 적힌 김정호의 지도는 미완성 상태였다. 마르크스가 보아도 정밀도는 매우 부족한 지도라 유럽 기준 18세기 초에나 볼 수 있는 물건이리라.

“청구도를 반 정도 완성할 무렵에 세상이 뒤집히더군. 서력으로 1833년이던가?”

“그 시기에 대한제국이 새 학문을 받아들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바로 보았네. 그나마 이 지도 덕분에 내가 이토록 출세할 수 있었어.”

김정호는 난처한 표정으로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설명하였다.

“지금은 태상황께서, 당시에 주상전하께서 명하시기를 온 나라에서 지도를 잘 만드는 사람을 소집하라 하였지.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확인하였네.”

“유럽의 지도 제작법을 배우신 것이로군요.”

“아무렴, 그 이후로 재주가 좀 있다 하여 죽도록 불려 다녔지. 여기 운로와 함께 삼남지방부터 요동 심지어 청나라까지 다녀오며 지도 제작법으로 수많은 측량을 하였어.”

김정호는 서재에서 자신이 담당한 측량 업무를 보여주었다. 몇 장의 흑백사진과 수많은 서류를 확인한 마르크스는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측량을 익히셨다면 돈을 많이 만지셨을 것 같은데요?”

“그야 당연한 일 아닌가? 명성은 충분하지, 경험도 충분하지. 그러면 뭘 하겠나?”

“부르…… 지주들의 토지 거래에서 힘을 쓰셨을 것 같습니다.”

김정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찬장에서 소주를 꺼내 한 잔을 따라주었다. 백주대낮에 대뜸 술을 마신 김정호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한양에서 하루하루 일하고 어설픈 지도나 만들던 내가! 측량 회사를 차리고 안동 김문이나 풍양 조문의 송사를 수습했다 이 말일세!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닌가!”

“그러면 계속 일하셔야지 어찌하여 낙향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꿈이 생겼으니 응당 낙향해야지. 내가 잠시 고향에 내려와 서원에 들르니 수많은 기록이 있었어. 내가 알지 못하던 과거의 역사들이 잠들어 있었고.”

김정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이 손수 마련한 별실로 안내하였다. 거대한 방에는 창문도 두 개만 나 있었고 집보다 더욱 두툼한 벽돌 벽이 철저히 보호하였다.

방 안으로 들어간 마르크스가 본 것은 거대한 탁자 위의 녹색 벌판이었다.

대체 뭔지 몰라 자세히 살펴보니 벌판 위에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뭐긴 뭐인가. 황해도 연안에서 임진년에 벌어진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전장이지.”

각 지방 서원의 사학자들은 연구비를 위해 수많은 역사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더욱 많은 기록이 수집되고 정리되어 김정호의 손으로 들어갔다.

김정호는 여기서 역사와 지도를 결합할 생각을 하였다. 최한기는 자신이 가져온 자료를 담은 서적을 꺼내 보여주며 말하였다.

“내가 이 전장을 만들기 위해 흑전장정(黒田 長政 - 구로다 나가마사)의 후손을 만나려 왜국에 잠시 다녀온 적이 있네. 덕분에 많은 기록을 수집할 수 있었어.”

“사람을 본뜬 기물이 있지 않습니까? 이걸 사람의 손으로 만드실 수 있습니까?”

카를 마르크스는 화들짝 놀라 녹색 벌판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가로와 세로가 각기 2×2m에 달하는 거대한 벌판에는 언덕, 숲, 진지 그리고 하천도 대략적으로 구현되었다. 여기에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커다란 사람들이 도열하여 있었다.

한쪽은 흰옷에 창과 활을 패용한 조선군, 반대편은 가죽 혹은 대나무 재질의 갑주를 입은 일본군이었다. 병사들의 무장도 가지각색이며 양 측의 지휘관이나 장수들은 말 위에 올라 있는데다 두정갑이나 카부토(일본식 투구)의 형태도 다양하였다.

“처음에는 오롯이 구현하려 하였으나 주요 장수들을 구현하고 병사 열 명을 인형(人形) 하나로 묶어 둘 수밖에 없었네.”

“나도 백원도 눈이 빠지는 줄 알았지.”

“이거 테라코타(terracotta)로 만든 조각 위에 색칠을 한 것 아닙니까?”

엄지손가락 크기의 사람은 도자기를 구워내듯 형태를 잡아 세밀한 조각칼로 조금씩 갈아내 만들었다. 여기에 물감을 계속 덧칠하여 색을 입혀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기병이었다. 두정갑을 걸친 기병은 말과 사람을 분리할 수 있으며 이 두 모델은 자석으로 결합되어서 더욱 질이 높았다.

김정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내 지인인 완당(阮堂) 대감께서 권한 방법이지. 사류재(四留齋 - 이정암) 장군의 모형만큼은 완당 대감께서 직접 만들어주셨네.”

카를 마르크스는 프로이센 사람이다. 사회의 이단아로 유럽을 떠돌아다니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프로이센 사람의 기질이 남아 있었으며.

“이건 프로이센에서 불티나게 팔릴 겁니다!”

단숨에 그 기질에 불이 붙어버렸다.

김정호는 그 모습을 보면서 수염을 쓰다듬고 말하였다.

“아직 시작도 안 하였다네. 자네가 보로서(普魯西 - 프로이센) 출신 아닌가? 보로서에서 들여온 모의 전투를 이 인형들로 해볼 수 있지.”

김정호와 최한기는 눈을 마주치고 동전을 던져 진영을 정하였다. 이후 초기 포진대로 병력을 배치하고 서로 책자와 주사위를 손에 들고 전투를 개시하였다.

“조총 왜병 여섯 기 앞으로 보내겠네. 일제사격 실시.”

프로이센에서 만들어낸 워 게임 크릭스필(Kriegsspiel)은 이미 영국을 포함한 모든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었다. 사교 클럽에서 할 일이 없으면 너도나도 몰두하는 놀이이다.

크릭스필은 지도 한 장과 체스 기물, 심지어 돌멩이만 있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이다. 반면 김정호와 최한기가 창안한 놀이는 막대한 자본과 노력이 필요한 상류층의 유흥이다.

“좀 봐주면 안 되나? 피해 판정에서 주사위 세 개를 굴려 처음에는 십사, 다음에는 십칠?”

“한번 굴러간 주사위는 다시 굴릴 수 없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진 않잖아?”

“참 난감한 일이로군. 조총 왜병 전멸이야.”

어느 정도 놀이가 진행되자 김정호와 최한기는 말을 제 자리로 돌려놓고 카를 마르크스를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 놀이는 유럽에서 통하고도 남았다. 최근에 유행하던 솜 남편처럼 부르주아들이 덮어놓고 투자할 물건이라 아예 이 자리에서 독점할 생각에 외쳤다.

“이 놀이를 유럽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건 팔리고도 남습니다! 각지의 클럽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놀이를 즐길게 분명하지요!”

“아직 미완성이라 문제일세. 이 도면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면이요? 그거 대한제국 기존 영토를 나타낸 전도가 아닙니까?”

길이 7m, 폭 3m에 달하는 거대한 대한제국 전도가 벽에 걸려 있었다. 김정호는 등고선까지 나타낸 정밀한 지도를 손으로 툭툭 치며 말하였다.

“조만간 임진년의 변란은 물론이요 삼국의 흥망을 비롯한 이 나라의 모든 역사를 거대한 지도로 구현할 생각일세. 이 정도는 완성해야 쓸 만하지.”

“아닙니다! 캠페인(Campaign – 전역) 단위로 먼저 완성하시지요! 같은 시대별로 분류하고 모델을 다양화하여서 각종 상황 설정을 하셔서 전장을…….”

상류층 생활에 흠뻑 빠진 카를 마르크스가 청산유수처럼 말을 쏟아냈다. 김정호와 최한기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다 점점 산으로 가는 말을 듣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유명 전투 몇 개의 전장과 인형을 판매하고 자유 전투를 구현하라는 말인가?”

“그냥 등고선만 구현한 전장을 판매하시지요. 채색과 구현 작업은 개인이 하는 쪽이 더 좋습니다.”

“젊은 친구가 재주가 아주 많군. 이거 귀한 손님을 모시게 되었어.”

보름 동안 김정호의 집에 머문 카를 마르크스는 다시 자기합리화를 시작하였다. 부르주아의 값비싼 유희에 손을 대는 행위는 자신이 혁명군 총사령관이 되었을 때 필요한 전략적 식견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합리화를 끝낸 카를 마르크스는 아예 계약서를 체결하고 엥겔스를 통해 이를 유럽에 퍼트리려 하였다. 한양으로 내려가는 날, 김정호는 마르크스와 악수를 나누며 말하였다.

“자네는 재주도 많은 사람이야. 내 벗들은 내가 하는 일을 계집애나 하는 소꿉장난으로 생각하고 있거늘.”

“본래 천재는 배척받게 마련입니다. 새로운 놀이인 전쟁 기교(戰爭 技巧, Battle-Craft)가 전 세계에 팔려나가 누구나 이를 즐길 수 있기를 기원하지요.”

“내가 천재라니. 아무려면 좋으니 한양에 내려가서 더 많은 걸 보게나.”

카를 마르크스가 저 멀리 사라지자 최한기도 말에 올라 김정호와 작별을 나누었다.

“나도 돌아가 보겠네. 그나저나 자명(子明 - 남병철의 호) 이 친구는 자신이 순학자라면서 공룡이라는 녀석을 전쟁 기교에 집어넣을 것 같은데?”

“어차피 같은 전장을 사용하지 않겠나? 공룡을 사용한 전쟁 기교라. 더 잘 팔릴 것 같은데?”

김정호가 골똘히 생각해 보니 이쪽이 더 잘 팔릴 것 같았다. 전쟁 기교의 규칙상 엄지손가락 크기의 사람 인형의 의복을 채색하고 이쑤시개 크기의 병장기를 들려줘야 한다.

반면 공룡은 몇 종류를 제외하면 색도 모르고 형태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그저 뼈를 얽어서 ‘대충 이러한 형상이다.’라며 뭉뚱그려 복원한 것이 전부이다. 그러니 모형이 조금 어긋나도 규칙에만 맞고 전장 점수만 충족하면 올릴 수 있었다.

김정호는 새로운 놀이의 이름을 즉석에서 창안하였다.

“새 놀이의 이름은 화석 기교라 하면 어떠하겠나?”

“공룡 기교라 하는 것이 나아 보이는데?”

“그러다 봉황파에게 두들겨 맞을지도 모르네. 아니면 환상 기교?”

“어이구, 고산자 이 친구는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를 않네. 일단 곡염의 말 대로 전쟁 기교를 완성하고 새 물건을 생각하도록 하게.”

2년 뒤 출시되고 조만간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될 전쟁 기교는 마르크스의 도움을 받은 김정호의 손에 차츰차츰 완성되었다.

이 놀이는 전 세계에 퍼져나가 모든 귀족들의, 나중에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게 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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