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97화 (195/345)

197화

17장 7화 한센 체제

우리가 개입하지 않은 본래 역사에서는 삼정의 문란이 날이 갈수록 거세졌다. 결국 궁지에 몰린 농민들은 1862년 전국적인 민란을 일으켰다.

이 원흉들을 찾기 위해 학부와 내부(內部), 별칭으로 내무부라 불리는 부서에 협조를 요구했다. 이들은 1842년부터 국가고시에 합격한 관리의 신분 상세를 보내주었다.

“이놈은 왜 여기에 있어? 이런 놈이 합격할 정도로 국가고시가 쉬운 시험인가?”

개편된 국가고시는 과거제도처럼 부정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시험이다. 예전 시험을 계승한 대과, 수학과 과학을 위주로 보는 이과 그리고 의술과 각종 기술을 요하는 잡과가 있다.

대과의 난이도는 각종 역사 지식이 필요해 폭증하고 이학 국가고시는 현대의 고등학교 2학년 과정 수준이지.

그런 난이도의 시험을 탐관오리들이 통과했다. 마치 콩나물 사이에서 썩은 콩을 골라내듯이 내가 알고 있는 인명 혹은 부임하고 나서 돈을 탐내 문제를 저지른 놈들을 골라냈다.

“탐관오리도 유능해야 하지 무능하면 하기도 전에 걸리잖아. 평상시에는 뒷돈만 챙기면서 적당히 즐기다가 기회 한 번 잡고 수탈을 돌릴 생각이네.”

대놓고 재물을 탐내는 놈들은 탄핵을 당하거나 아예 파직 혹은 구속 수사를 받아 이 목록에 없다. 결국 남아 있는 놈들이 생각하는 짓은 손금 보듯 훤히 알 수 있었다.

이들의 행동 양식은 조선시대 탐관오리와 같다. 평상시에는 적당히 뒷돈을 챙겨 상사에게 뇌물을 보내며 때를 기다린다.

이후 수탈이 일상화된 부임지에 가면 연간 1만 석 단위의 재물을 횡령한다. 특히 며칠 전 확인한 백낙신의 경우에는 본래 역사에서 1년 동안 5만2천 석의 세금을 부과하였다.

서류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본래 역사에서는 방곡령을 주도했다고 쓸데없이 높은 평가를 받는 탐관오리도 보였다. 바로 양주 조씨 출신의 신임 관리 조병식(趙秉式)이다.

“이 인간이 십 년이나 빠르게 문과에 급제해? 국가고시에 인성 판단이 필요하지 않나?”

국가고시에 인성 관련 항목을 추가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현대에도 수많은 안전장치를 걸어둔 제도를 통과하는 놈들인데 이 시대에는 의미가 없다.

“애초에 탐관오리에겐 의미가 없구나. 뛰어난 재능을 세상 망치는 데 쓰는 놈들이잖아.”

내무부에서 보내온 자료에 의하면 15명 정도가 부패관료의 싹수가 보인다고 하였다. 여기에 초임 관료 시절부터 드러난 백낙신, 조병식, 김후근 이 세 놈은 무조건 제거해야 한다.

하나같이 법망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뇌물을 받거나 자금을 멋대로 융통하는 놈들이다. 방법을 보니 교묘하기 짝이 없어서 주의만 주는 수준에 그친다더라.

쓰레기만 확인하다 뇌가 불타버릴 것 같아서 옥석을 가려냈다. 기준점은 1862년 진주에서 시작된 농민봉기에서 민란 수습을 위해 힘쓴 사람들이다.

당시 철종의 왕권은 조선 역사에서 가장 약한 수준이다. 여기에 삼정의 문란이 일상화될 정도로 부패가 극심한 상황이다.

이 기준으로 확인하니 쓸 만한 인재들이 보였다. 홍문관으로 첫 관직을 시작한 조구하(趙龜夏), 철종의 명을 받고 수습에 나선 선전관이 있다.

여기에 아예 농민봉기를 주도한 양반 고제환(髙濟煥)도 떳떳하게 관직에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의외의 인물이 얼마 전 무과에 당당히 급제하였다.

“최제우가 무과에 합격해? 이 양반 개명 전 이름을 알아서 다행이네.”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의 초명 최제선(崔濟宣) 석 자가 무과 합격자에 있었다. 정확히는 육군 사관학교 입학시험의 갑과 차석, 전액 장학금에 한 품계 높게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제우의 이름 석 자를 확인하고 나머지 인재를 확인하자 묵은 속이 확 쓸려 내려갔다.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인물들, 조선시대 말기의 혼란에서 자긍심을 지킨 새 인물들을 위주로 다음 대 정부의 중진을 편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리라.

장계를 정리하여 효명제에게 보고를 올렸다. 열 장에 달하는 장계를 미리 확인한 효명제는 외부 관료들을 모두 소집하여 추후 외교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미 우상(右相 - 우의정)을 통해 들은 바이다. 정녕 구주 일대에 변란이 일어나겠는가?”

“노서아 입장에서는 지금 오스만의 힘을 줄여놓고 진출하지 않으면 급속한 해군력 증대로 나아갈 길이 막히지 않겠사옵니까?”

“혹여나 노서아의 군주 니콜라이가 타협을 볼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지.”

“타협을 보려 해도 노서아의 모든 선박은 좁디좁은 흑해의 출구를 통과할 것이옵니다. 오스만의 수도 인근을 통과하는 경로이니 막대한 세금을 부과할 것이옵나이다.”

효명제도 크림 전쟁을 회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한참을 생각하던 효명제는 회의실로 쓰이는 전각을 한번 돌아본 다음 말하였다.

“그러하면 이 나라는 영길리와 불란서에게 어느 정도 협력하여 이 나라 백성들이 살아가는 연해주를 받을 것이라. 그러하면 노서아와의 사이가 틀어질 것이 아니더냐.”

“전쟁에서 패한 노서아가 택할 길은 개혁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옵니다. 아마 십여 년 동안 웅크린 채 상처를 치유할 것이 분명하옵니다.”

“상처를 치유한 다음에는? 노서아의 핵심은 구주와 닿은 서방 영토가 아니더냐? 이들이 복수에 나선다면 수십 년 뒤 우리 대한을 노릴 것이다.”

효명제는 30년 뒤의 일을 예측하였다. 우리 대한제국이 중립을 표방하며 슬쩍 영국과 프랑스의 원양 함대를 지원하면 원한이 남는다.

잘못하면 북방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며 그때쯤 되면 나는 뒷방 늙은이요, 효명제도 태자에게 권력을 내놓을 시기이다.

“외교는 눈앞의 이득이 중요하지 않다. 짐이 보기에는 노서아의 원한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구나.”

“실로 그러하옵니다. 설령 이 나라가 노서아의 군대를 몰아내고 영토를 얻어내도 머나먼 북방의 차디찬 설원을 얻어내는 것이 전부이옵니다.”

“그러하면 노서아에게 무엇을 줘야 훗날의 변란을 막을 수 있겠느냐.”

효명제는 외교 관련 업무를 할 때마다 정신적인 압박감에 시달리는 태자, 본래 역사의 헌종을 염려하고 있었다.

자식이 갈 길에 불꽃길 말고 꽃길을 깔아놓으려는 정이자 훗날의 대한제국을 염려하는 모습이다. 쓸모없는 변란을 막아내기 위해 나는 쓸모없는 짓을 추천하였다.

“노서아가 미국 대륙 북방의 설원 하나를 가지고 있사옵니다.”

“설마 노서아에게 잘 보일 목적으로 알래스카를 사들이자는 말이더냐? 그 땅에서 얼음이라도 가져올 생각이더냐?”

효명제는 한참을 웃다가 찔끔 새어 나온 눈물을 닦았다. 그러고는 숨을 고르고 나서 말하였다.

“외부대신이 알래스카에 있는 해달로 수익을 벌충할 수 있다 판단하였는가? 이미 씨가 말라버려서 자취를 감춘 짐승이 아닌가?”

“익히 알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이 거래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사옵니다.”

“그 목적을 논해보거라.”

알래스카는 당장 사금이 마구 튀어나오는 땅이다. 여기에 철광석, 석탄 그리고 석유와 천연가스까지 필수적인 자원이 모조리 튀어나오는 땅이기도 하고.

그냥 꿀꺽 삼키고 싶어지는 금박 아이스크림에 석유와 석탄이 박혀있는 최고로 맛좋은 땅이지. 문제가 있다면 미국의 존재다.

태평양 제해권을 두고 경쟁자로 삼은 대한제국이다. 장기적 경쟁자가 미 대륙에 터전을 잡는 꼴을 가만두고 볼 수 없을 거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국제 관계를 통해 알래스카 구매의 정당성을 논하였다.

“첫째는 노서아에게 군사 자금을 지원하고 동시에 주둔군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영토가 넓은 노서아는 곳곳을 공격당할 것이 확실하옵니다.”

“영길리의 해군은 전 세계를 드나들지. 알래스카를 판매한 자금으로 병사를 고용하고 기존 주둔군을 철수하여 다른 곳의 방비를 키울 수 있겠구나.”

“이미 노서아의 확장 정책은 한계를 드러냈사옵니다. 대지주가 관리도 못 하는 땅을 놀리는 꼴이니 차라리 팔 수 있을 때 비싸게 파는 것이 옳은 일이옵나이다.”

효명제도 구매 자체는 용인할 수 있다는 눈치였다. 알래스카 구매자금을 전쟁 용도로 사용하고 외부 영토의 방어를 굳히면 크림전쟁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이쑤시개 한 개로 파도를 막는 수준에서 이쑤시개 두 개로 늘어난 꼴이지만.

여기까지 이해한 효명제가 고개를 끄덕여서 다음 설명을 시작했다.

“둘째로 미국의 견제이옵니다. 신이 판단하기에는 알래스카를 구매할 것이라 뜻을 표시한 순간 미국 정부가 움직여 자신들이 구매할 것이 분명하옵니다.”

“짐 또한 그러한 생각을 하였다. 대한이 알래스카를 구매할 경우 두고두고 미국과 앙숙 사이가 될 것이다.”

“하오니 공동 구매가 좋을 것 같사옵니다. 대한에서 총 자금의 삼 할을, 미국에서 총 자금의 칠 할을 내놓고 대한은 생산된 물자의 삼 할만 얻어가는 조건이옵니다.”

이 조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고. 알래스카의 막대한 지하자원을 확인한 미국이 전쟁을 불사하며, 혹은 수십 배의 가격을 제공하고 대한제국의 권리를 다시 사들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시대에는 냉동고나 마찬가지인 땅이다.

효명제는 나를 바라보고 한참을 고민하다 말하였다.

“그렇게 하면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구나. 이미 서부를 개척하며 억지로 확장하는 와중에 머나먼 북방의 동토를 또 개척하면 인적 소모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의 유일한 약점은 땅에 비해 인구가 적은 것이옵니다. 이토록 소중한 인구를 북방의 동토에 밀어 넣지 않을 것이옵나이다.”

“이해는 하였다. 그러하면 구매 비용은 얼마 정도가 되겠는가?”

“달러로 따지면 팔백만 달러 내외가 될 것이옵나이다.”

현대 기준으로 3억 달러가 좀 넘는 돈이다. 냥으로 따지면 사천만 냥에 달하며 대한제국이 3할을 내도 1,200만 냥의 막대한 자금이며 어지간한 국가사업이 가능하다.

이걸 5년 분납으로 내면 적당하리라.

그럼 알래스카의 가치는? 현대 기준으로 약 10억 달러, 이 시대 기준으로는 2,500억 달러이자 1경 3천만 냥이 조금 안 된다.

초기 개척단계에서 사금만 캐내도 1,200만 냥 정도는 손쉽게 벌 수 있는 땅이다. 조약을 계속 유지해서 생산된 물자의 3할을 얻어낼 수 있다면?

그쯤 되면 박현상의 냉동고에서 박현상의 보물창고로 바뀔지도 모르지.

당연히 이 사실을 알 길이 없는 효명제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하였다.

“관계 개선과 견제를 위해 굳이 이런 악수를 두어야 하겠는가.”

“신의 판단이 부족할 수도 있사옵니다. 하오나 이 또한 간언이옵나이다.”

“판을 제대로 짜려면 악수를 두어야 할 때도 있겠지.”

효명제는 먼 훗날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알래스카 구매로 인한 자금 낭비를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였다.

“악수를 한번 두어보자꾸나. 노서아가 전쟁을 일으킬 작정이라면 우리의 제안을 아주 달게 받아들일 터. 미리 미국에 연락을 보내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하여라.”

다음 항목은 북경 대사관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효명제는 보고서를 다시 확인하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청나라의 부패는 익히 알고 있노라. 부패한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부패한 관료를 보낸다고?”

“부패 관료는 아니며 선을 넘나드는 놈들도 쓸 데가 있사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짐 또한 몇 번이고 보고를 들었다. 청렴한 관리는 청나라에 적응하지 못하여 심한 울병(鬱病 - 울화통)을 앓고 놀기를 좋아하는 관리는 몇 년이고 있으려 한다고.”

“어떠한 향락인지 신 또한 들은 바가 있사옵니다.”

청나라에서 공작비를 제대로 사용하는 관리들은 무한 순환의 고리를 창조해 냈다. 도광제가 만들어낸 공장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

물론 도광제는 바보가 아니다. 어중간하게 머리가 좋은 그는 수입하는 물건에 품(品)이라는 도장을 사방에 찍게 만들어 청나라 생산 물품과 수입품을 구분하였다.

결국 부패한 관리들은 자신이 공장을 가동하였다는 증거로 도장이 찍히지 않은 직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리들이 도장이 안 찍힌 물건들을 공작비로 사들여 판매한다.

부패한 청나라 관리들은 공작비의 두 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자금을 돌려준다. 그것도 모자라 올해의 감찰도 잘 넘길 수 있었다며 수많은 향응과 접대가 실시된다.

이 소문을 어디서 듣게 되었냐고? 아내한테 들었는데 자기 육촌 남동생이 상해에서 향락에 빠졌다가 물을 건너온 육촌 남동생의 아내에게 덜미를 잡혔다더라.

“외부대신의 처가 육촌이 참으로 끔찍한 일을 당하였다던가.”

효명제도 소문을 알고 있었다. 당시 아내는 지나가듯 말하였는데 내용이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물을 건너 향락을 접대받는 자리까지 육촌의 안사람이 건너갔습니다. 이후 은장도를 휘둘러 이루 말할 수 없는 참극이 일어났사옵니다.”

날고 기는 안동 김문이라 소문이 덜 퍼져 나갔다. 육촌의 처가인 파평 윤씨도 너무 끔찍한 일이라 소문을 퍼트리지 않으려 애썼다더라.

결국 신문기사로 ‘상해에서 부부싸움 발생. 남편 중상’이라 요약되었다.

효명제는 괜히 허벅지를 더듬고 목을 가다듬은 다음 중요한 말을 하였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참극은 청나라의 백성들이 겪고 있지. 그러한 고통이 얼마나 이어질 것 같더냐? 언젠가는 변란이 일어날 것이다.”

청나라는 본래 역사에서 멸망까지 60년 동안 겪을 일을 10년 동안 몰아서 겪고 있다. 조만간 황하의 물줄기가 바뀌며 나라가 혼란에 빠져 민란이 벌어질 예정이고.

바로 염군의 난이라 불리는 사태이다. 아마 염군의 난은 본래 규모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지거나 홍수전에게 흡수되리라.

효명제는 안타까운 것 같은 표정으로 우리 모두를 살펴보았다. 특히 젊은 관료들은 어린 시절 겪은 삼정의 문란을 떠올리라는 듯이 한 번씩 눈을 마주친 다음 말하였다.

“혼란을 겪고 일통에 성공한 중원의 세력은 언제나 이 나라를 윽박질렀다. 옛 고려도, 전조도, 이 나라도 중원에게 압박당하고 고통을 맛보아야 하였다.”

다른 외부 관리들이 침을 삼키고 서로를 돌아보며 긴장하는 가운데 효명제의 말이 이어졌다.

“조만간 일어날 변란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개입할 여건을 만들어라. 이번에 중원을 쪼개놓지 않으면 추후 백 년 동안 대한이 모든 핍박을 당하리라.”

이미 중원 세력과 대한제국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유럽 국가들의 관계면 앙숙 정도로 끝날 일이나 중화사상을 가진 이들에게는 굴욕을 안겨준 국가이다.

홍수전이 원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정부는 자연스럽게 대한제국 정벌을 원하며 폭주하겠지.

4억에 달하는 인구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청나라는 10년이 지나면 대한제국의 국력을 5배 이상 넘어서는 거대한 국가로 탈바꿈한다.

아마 물량공세를 극복하더라도 위신이 사라지고 동방 최강국이라는 위치 또한 사라지리라.

효명제는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하였다.

“중원이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체계가 정립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옵니다. 중원의 분열은 열국(列國)의 힘을 빌리더라도 이룩하게 허(許)하여 주시옵소서.”

그게 가능한 일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청나라가 멸망한 후계 국가를 분열시키는 일에만 모든 정치적, 외교적 역량을 투자해야 하리라. 외국과 협력해도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나의 염려를 짐작한 효명제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마지막 조언을 남겼다.

“외부는 각지의 변란을 통솔하고 이 대한이 어지러운 열국 사이를 나아갈 길을 만들어야 하는 부처이다. 조만간 이 사실을 각 부처에 공표할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효명제는 뒷짐을 지고 회의장을 떠났다.

다음 날부터 전해진 공문은 대한제국이 앞으로 겪을 외교, 경제 그리고 군사적 시련을 대비하라는 뜻을 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에서는 이 변화를 ‘한센 체제’ 라고 규정하였다.

대한제국이 앞가림을 하며 눈앞의 일을 처리하다 마침내 우뚝 서서 세계 질서에 끼어들기 시작한 증표였다.

#작가의 말

청나라 부패관료의 순환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장 안 지음 → 근로자 납치 → 정기 납품일 다가옴 → 납품해야 될 물건 대한제국 관료에게 사들임 → 물건 가격 2배로 줌 → 향응 제공 → 근로자 2배로 납치 → 반복

청렴한 관리는 향응이고 뭐고 너무 끔찍해서 도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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