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00화 (200/345)

200화

18장 1화 세계의 대한제국(1)

대한제국의 외교 정책은 전 세계에 잔잔한 파장을 불러왔다. 영국을 비롯한 열강의 시선으로 볼 때에 대한제국의 국력은 유럽의 중하위권 국가에 불과하였다.

호사가들은 대한제국을 유럽의 막내, 동방의 대장이라 평가하였다. 어떻게 보면 신흥국에 대한 질시이며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인종차별의 흔적이었다.

“오늘 강의도 잘 끝난 것 같군요. 자유 연구 과제를 잘 진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영국 왕립 과학협회의 주요 과학자 중 한 명인 마이클 패러데이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대학 강의를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오며 동료 교수에게 질문을 하였다.

“대한제국에서 보내온 흄 후드를 우리 측에서 개조할 예정이라 하였는데요.”

“효과가 좋은 물건이니 부족한 점은 바로 개조를 해야지요. 대한제국의 과학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몇 분야는 이미 우리를 뛰어넘은 것 같기도 합니다.”

동료 교수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려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제국은 그만큼 뛰어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오로지 기초 과학 투자가 더딘 것이 약점이었고 이마저도 빠른 속도로 극복하였다. 연구실로 돌아온 패러데이는 얼마 전 대한제국에서 돌아온 서신을 다시 확인하였다.

“이게 정말 위험한 물건일지도 모른다고?”

책상 위에는 콜라 원액이 담겨있던 사람 머리통만 한 유리병이 있었다. 식각 처리에 안료를 발라 고풍스러운 멋을 담은 글귀는 다음과 같았다.

<샤인 콜라, 신비한 힘과 정열을 당신에게>

박현상의 동방 콜라가 대유행을 하자 수많은 유사품들이 나왔다. 개중 영국의 한 회사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더더욱 신비로운 콜라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신비한 힘과 정열을 담은 샤인(Shine) 콜라가 대표적이었다. 맛은 불티나게 생겨난 아류작 콜라와 흡사하나 원액은 신비한 녹색을 띠는 병 덕분에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 병은 영국의 유리 제조업체인 화이트 프라이어스(Whitefriars)의 특제 제작품이었다. 패러데이는 돋보기와 프리즘을 가져온 뒤 유리병을 어두운 구석에 놓았다.

잠시 뒤. 자외선을 받은 유리는 영롱한 형광색을 내며 발광하였다. 이 모습을 지켜본 패러데이는 조일준이 얼마 전 보내온 자문의 답신을 다시 확인하였다.

-자외선을 조사하면 형광을 발산하는 현상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분석해 보았습니다. 현재까지는 신비한 굴절 현상이라 인식하였으나 이는 굴절이 아닌 것 같습니다.

-광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어서 다른 에너지가 방출되는지 유무를 확인했습니다. 여러 실험을 거쳐 포화상태의 수증기가 담긴 상자에 넣자 기이한 궤적이 나타났습니다.

-방출 현상을 방사선(radioactive ray)이라 하겠습니다. 수증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입자가 방출됨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에너지는 피부를 뚫지 못합니다. 그러나 몸 내부로 유입될 경우 모든 에너지가 소모될 때까지 꾸준히 전류, 혹은 다른 에너지를 방출할 것이라 봅니다.

-또한 샤인 콜라 원액은 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형광 유리 내부의 물질인 우라늄이 융해될 정도이니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샤인 콜라 복용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덤덤한 말투로 분석한 형광 유리의 보고서를 보고 식은땀을 흘려댔다. 그 또한 콜라열매와 홍차의 향이 담긴 샤인 콜라를 즐기고 있었다.

“결국 샤인 콜라를 마시면 최악의 경우에는 뱃속에 이쑤시개를 하나씩 넣는 꼴이잖아?”

이 시대에는 아름답고 신비한 힘을 지닌 최신 기술, 우라늄 유리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담긴 내용이었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파월 교수님 계십니까?”

“패러데이 소장님 아니십니까?”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인 베이든 파월은 화이트 프라이어스 유리 공장의 투자자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연구실은 지금도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구석에는 대한제국에서 선물한 거대한 흄 후드가 가동되었으며 광학 조사를 위한 카를 자이스의 특제 주문 렌즈가 놓여 있었다. 여기에 수많은 서적이 그의 학식을 보증하였다.

책상에 놓여 있는 샤인 콜라 원액 병을 확인한 패러데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조일준이 보내온 답신을 보여주며 말했다.

“교수님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샤인 콜라의 유리병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유리병에 문제가 있다니요? 오 이런, 닐슨 총장이 직접 답신을 보내왔군요.”

후덕한 체격의 베이든 파월 교수는 한참 동안 답신을 읽었다. 몇 번이고 자문서와 유리병을 번갈아 본 다음 말끔한 턱을 쓰다듬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다.

“이 안개상자를 직접 만들어 실험을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바로 보셨습니다. 제가 고체 이산화탄소와 유리로 만든 상자 그리고 송풍기를 준비하죠.”

“유리 샘플과 우라늄은 제가 준비해 두겠습니다. 콜라병을 제조하면서 유리의 우라늄 농도를 이리저리 만진 적이 있었는데 샘플은 많이 가져올 수 있지요.”

두 교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에서 사용되는 윌슨 안개상자, 방사선의 관측을 위한 실험 기구를 만들어내었다. 안에 우라늄이 놓이고 수증기가 상자 안에 가득 차올랐다.

우라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선이 수증기를 강제 응축시켜 안개로 바꾸었다. 자문 답신과 흡사한 형상으로 이동 경로가 관측되자 두 교수 모두가 놀라서 평가를 남겼다.

“정말로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입자가 관측되는군. 이건 기적 같은 일이야!”

“이건 과학적 증명이야. 우라늄은 역시 신비한 힘을 담고 있는 것 같군요.”

“신비한…… 힘이라? 정체불명의 힘이니 몸에 해로울 수 있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신비한 힘이 분명하군요.”

마이클 패러데이는 철저히 과학적인 사고관념으로 이 현상을 분석하였다. 그의 입장에서 지금 관측된 미지의 힘은 유해할 가능성도, 몸에 이로울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었다.

반면 나름 명성이 있는 베이든 파월은 이를 신비한 힘이라 찬양하였다.

이 결정적인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패러데이는 반사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근처에 있던 자석을 가져와 상자 근처에 가져다 대며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입자가 자기장을 만나면 회절 현상을 일으키는군요. 여기에 궤적이 두꺼운 입자와 궤적이 얇은 입자가 있는 것 또한 관측되었습니다.”

“두 종류의 힘을 가진 입자라. 이것 참 대단한 물건 아닙니까?”

아예 우라늄 덩어리를 넣자 방사선이 더욱 격렬히 발생하며 수많은 입자가 튀어나왔다. 이 발견을 확인한 과학자들이 몰려와 안개상자를 확인하며 평가를 남겼다.

“혹시 다른 물질들도 이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데 제조법 좀 알려주시지요.”

“오 세상에, 신비한 힘과 정열이 내 몸 안에 있다니.”

대부분의 교수들이 이러한 평가를 내리는 상황에서 몇몇 강사나 초임 교수들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고개를 돌렸다. 이들은 몇 안 되는 대한제국 유학파 출신 교수들이었다.

“닐슨 총장님이 보면 꽤나 싫어할 물건인데.”

“우리가 저런 말 했다가 한 시간 내내 설교 들은 적도 있었지?”

“한 시간 사십이 분이었어, 과학자로서의 행동 방식이 아니라고 하셨지.”

마이클 패러데이는 이 상황을 덤덤하게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하였다.

위대한 과학자들의 계보를 따라 가설과 실험, 그리고 관측을 통한 분석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상이라는 것은 패러데이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에도 미혹이 있었으며, 다른 과학자들은 더욱 큰 미혹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하여 조일준과 제자들에게 없는 비(非)과학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다.

스스로의 이론이 옳을 것이며, 이론에 대한 성찰을 별로 하지 않고 무작정 실험을 실시한다. 대부분 실험에 실패하고 다음 이론을 세운다.

그 과정의 반복에서 우연에 가까운 발견을 성공한다. 이 발견에 대한 성찰이 없이 자신의 위업이 오로지 인류에게 이로울 것이라 멋대로 생각한다.

반면 조일준은 이론을 세우고 성찰과 비판 그리고 우연한 성공조차도 철저한 분석에 몰두한다.

패러데이 자신도 이러한 생각을 가지려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하였다. 반면 조일준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 이런 사상을 터득하고 있었다.

“닐슨 총장은 정말 사람이 맞나? 그는 이 세상에서 뭘 보고 있는 거야?”

허탈한 표정으로 방을 나선 마이클 패러데이는 옆 실험실을 지켜보았다. 처음 도입할 때에는 닐슨의 코끼리라 멸칭을 듣던 흄 후드 10여 대가 가동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그는 흄 후드를 보낼 당시에 함께 보낸 조일준의 편지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야 실험에 쓰일 무딘 칼을 얻었다.’라고 지나치게 겸손한 편지를 보냈다.

그 무딘 칼은 화학 실험의 성공률을 3배 이상 끌어올리게 만들어주었다. 조만간 흄 후드의 안전성을 더욱 증진하여 불소 분리실험도 진행할 계획까지 세울 수 있었다.

“정말 무딘 칼일 수도 있어. 닐슨이 보는 지금의 과학은 어린아이의 흙장난이요, 푸줏간에서 녹슨 도끼로 고기를 분리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이지.”

패러데이는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가며 생각에 잠겼다. 이토록 뛰어난 과학자가 왜 자신에게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자문에 빠짐없이 답해줄까. 이 의문에 스스로 답하려 하였다.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가 종이 위에 조일준의 과학적 업적을 꾸준히 적었다. 그러고는 이를 한참 살펴본 뒤 진실에 가장 근접한 답을 내놓았다.

“닐슨 총장은 다른 세상의 사람이로군. 마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복음을 전파하듯 이 세상에 과학을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성과를 내놓잖아?”

조일준이 독점하는 발명은 전쟁 병기와 관련된 성과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적절한 특허 비용과 도입비용을 제공하면 청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와 공유하였다.

패러데이의 예측에 의하면 조일준은 이미 전 세계의 과학 발전을 평균적으로 5년 앞당겼다. 이는 그저 눈에 보이는 수치일 뿐 실질적으로는 그 이상의 잠재력을 불어넣었다.

복도를 지나가는 두 무리의 과학자들 가운데 소수에 속하는 대한 국립이학대학 출신 제자들이 그 잠재력이었다.

“철저한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학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패러데이는 늙어서 주름이 잡힌 자신의 손등을 확인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의 나이는 이미 환갑이 넘어갔으며 머나먼 미래의 과학을 볼 수 없는 나이였다.

그는 얼마 전 대한제국에서 돌아온 과학자들이, 정확히는 생물학자로 분류될 이들이 연구하는 <푸른곰팡이의 유효 물질 분석> 논문을 확인하고 말하였다.

“벌써부터 철저한 과학적 사고방식을 도입하는군. 그 제자에 그 스승이라니까.”

그러한 좌절과 달리 패러데이는 다시 펜을 들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한 명의 과학자로서 삶을 마치는 그 날까지 더 많은 연구와 발견을 이룩할 생각이었다.

* * *

패러데이의 예상과 달리 영국 정치인들은 대한제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였다. 박현상은 이미 영국에게 러시아와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자신들이 중립국을 자처할 것이라 선언했다.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친구이자 보수당의 대표인 더비 백작 에드워드 스미스 스탠리는 총리 자격으로 대한제국의 서신을 분석하였다.

그는 서신을 한 차례 훑어본 뒤 눈을 흘기며 말했다.

“한센 이 양반 참 대단한 사람이라니까. 러시아와의 분쟁을 이제 파악하고 참전을 독촉하려 했는데 우리에게 먼저 중립국을 자처하는 의사표현을 하다니.”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 조짐이 보이자마자 수에즈 운하를 지키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였다. 이 대책을 막 수립하고 의회를 소집할 무렵 대한제국의 국서가 도착하였다.

국서의 내용에는 앞으로 유럽에서 일어날 분쟁과 그 전개과정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분쟁에서 대한제국이 중립을 표방할 것을 명시하였다.

“내 생각도 같네. 그에게는 유럽의 정세가 손금 보듯 보이는 것 같군.”

“실질적으로 양국에 이득을 다 제공하고 대한이 최종적인 이득을 가져가겠다는 뜻 아닌가?”

외교 서신을 살펴본 디즈레일리는 피식 웃으며 내용을 다시 확인하였다. 대한제국은 영국이 거부할 수 없는 선에서 중립국으로서의 책무를 제시하였다.

-대한제국은 이번 전쟁에서 중립을 선언할 예정입니다. 이에 의거하여 대한제국 본토의 군수품 매매와 물품 지급을 중단할 예정입니다.

-군사적 행동은 연해주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에 대한 보호와 이들의 신병 확보에 국한할 예정입니다. 영국을 비롯한 교전국에 이주민들의 신병 보호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이는 청나라의 무장 강화와 군대 양성에 대한 대응을 위한 방침입니다. 원한다면 조약을 통하여 이번 분쟁 한정으로 중립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답드릴 예정입니다.

둘 다 대한제국의 공식 국서를 확인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억지로 웃었다. 자료에 의하면 청나라는 대한제국을 통해 수천 톤에 달하는 선박용 철판을 먼저 구매하였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가 백여 척에 달하는 구형 선박을 매매하였다. 유럽의 행동을 대한제국이 비난할 수도 있으나 이를 명쾌하게 외교적으로 되갚아 주었다.

적성국에 군함을 판매한 입장에서 영국은 한 번 정도 대한제국의 행위를 눈감아 줄 의무가 있었다.

스미스 스탠리는 눈을 슬쩍 감고 박현상의 답신을 음미하듯 입맛을 다시며 말하였다.

“본래 쓴 물을 잔뜩 들이켤 줄 알았는데 달달한 맛을 섞어서 거절할 수 없게 돌려줬군.”

“내 말이 그 말이지. 한센 후작은 사람 심리와 국제 정세를 절묘하게 꿰뚫는다니까.”

“시간도 절묘하지. 내일 아침이면 의회가 개회하는데 의제로 삼기 가장 적당하겠어.”

디즈레일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총리실 안을 걸어 다니며 생각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스미스 스탠리에게 마지못해 이야기하였다.

“우리 입장에서 대한제국을 참전시키려면 막대한 이득을 돌려줘야 하지 않나. 그렇다고 중립국을 자처하는 걸 내버려 두어도 적잖은 이득을 돌려줘야 하고.”

“디즈레일리 자네 말이 옳아. 참전을 시키면 골칫덩이요 중립국으로 내버려 두면 이득을 챙기고. 그렇다고 러시아와 붙으면 더욱 큰 문제 아닌가?”

“당장 가까스로 유지되는 홍콩 개항지가 즉시 타격을 입을 걸세. 대한제국 해군은 우리 원양함대를 상대할 정도의 힘은 있어.”

“결론은 우리의 국익을 위하여, 그리고 대한제국의 국익을 위하여 중립 요청을 받아들이자는 말이군.”

스미스 스탠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디즈레일리는 콧방귀를 뀌며 저 남쪽, 프랑스를 바라보았다. 아마 중립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에는 자존심을 적당히 세워주는 제안을 하였으리라.

영국보다 빠르게 전운을 감지한 박현상이 미리 판을 보아 이득을 제공하겠다고 명시하였다. 둘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을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정확히는 이 조언대로 대한의 전쟁 중립 선언을 인정하는 것이 답이다. 스미스 스탠리는 수에즈 운하와 흑해 일대에서 남하하는 러시아의 지도를 보며 말하였다.

“예전 웰즐리 공작 시기처럼 어설프게 대한제국을 자극했다가는 뭐라더라?”

“죽도 밥도 안 된다는 말이 있지.”

“아 맞아, 그 속담처럼 끔찍한 손해를 볼 거야. 동방의 강대국 지위이니 적당히 어르고 달래서 더 큰 이득을 챙겨와야지.”

“일단 러시아의 동방 수비군을 격멸할 수 있게 상해에 석탄이나 잔뜩 쟁여두라 해야겠어.”

디즈레일리는 머리를 굴려 대한제국의 다음 수를 예측하였다. 아마 러시아에게 떼어준 연해주를 할양받으려는 속셈 같은데 연해주는 이미 대한제국에 가까운 영토이다.

거주민의 90%이상이 대한제국 사람이다. 심지어 거기 거주하는 카자크 기병조차도 이들에게 얹혀사는 신세나 마찬가지이다.

러시아는 만에 하나 흑해로 진출해도 전쟁 손해와 이후 함대 유지비를 감당하기 위해 영토를 포기해야 하리라.

더군다나 대한제국 입장에서는 자신이 개발한 물건을 되찾는 수준이다.

여기까지 고려해 정세를 파악한 디즈레일리는 자신의 생각을 덤덤하게 말했다.

“시기가 너무 좋은걸? 연해주를 예전에 받아가려 했다면 해군이 부족해서 관리도 안 되었겠지. 여기에 러시아가 부동항을 노리고 후방을 공격했을 걸세.”

“수에즈 전쟁이 벌어지면 그런 문제가 일어날 리 없지. 참 좋은 시기기는 하군.”

디즈레일리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스미스 스탠리는 피식 웃었다. 그는 분위기도 환기할 겸 대수롭지 않은 듯이 농담을 하였다.

“그러면 자네가 보기에는 십 년 전에 연해주를 할양한 것이 이번 전쟁을 예측하고 한 행위라는 말인가? 그게 사람인가 아니면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 엘리야인가?”

“하긴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이 세상을 한번 살아보고 다시 태어난 사람이면 모를까.”

총리 스미스 스탠리와 중진 의원 디즈레일리 둘 다 자신들의 말을 듣고 총리실이 떠나가라 웃어댔다. 그러고는 허벅지를 주먹으로 치면서 웃음을 억누르고 헤어졌다.

대한제국의 절묘한 외교적 방침은 유럽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오로지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제국은 유럽의 여러 호사가를 즐겁게 만드는 도구도 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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