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07화 (207/345)

207화

18장 5화 방사능의 세계(2)

*시간 순서를 조금 어긋나게 하겠습니다. 일준이의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조일준은 라듐을 분리하고 총 8개월이 지난 다음 영국으로 출발하였다. 그 자리에는 자연발생설, 생물이 아무 데에서나 발생한다는 주장을 깨트리기 위한 파스퇴르도 함께하였다.

약 10개월 동안 라듐 혼합물과 함께 보관된 콩 종자가 함께 운반되었다. 40여 일의 항해 끝에 영국 인근 해역에 진출한 조일준은 신문 광고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열 배 농축한 우라늄이 생명의 빛을 전해줍니다!>

<사진 건판을 인화시키는 우라늄의 힘!>

마침내 조일준이 예상하던 일이 발생했다. 아무 물질이나 무계획적으로 넣고 보는 과학자들이 우라늄을 농축하기 시작했다.

신문 광고에는 귀부인이 반지를 끼고 그림이 있었다. 이 반지는 최대한 많은 방사선을 받아들이기 위해 외부는 금과 은으로, 내부는 농축 피치블렌드 구조였다.

“루이, 자네가 보기에는 이 광고 제정신 맞나?”

“좋다고 하면 아무거나 먹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러다 크게 당해봐야 제정신을 차리죠.”

루이 파스퇴르는 조일준과 달리 프랑스에 방문하여 백조 목 플라스크 실험을 준비하였다. 수많은 실험 끝에 그는 본래 역사보다 빠르게 학문을 정립하였고 이를 공표하려 하였다.

도버 해협에서 헤어진 스승과 제자는 각기 영국과 프랑스로 향했다.

조일준은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다.

“저는 이론 상 우라늄을 오십 배 이상 농축하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바로 이 납 상자 안에 농축된 우라늄과 열 달 넘게 보관된 콩 종자가 비축되어 있습니다!”

조일준은 먼저 자그마한 구멍을 뚫고 내부에 들어찬 라돈 가스를 포집하였다. 이후 철저히 안전을 기하며 잿빛 가루, 라듐 혼합물에 묻혀 있는 콩을 꺼냈다.

방사능에 절여진 콩이 안개상자에 들어가자마자 입자를 내뿜었다.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이 모습을 보며 조일준을 찬양하였다.

“오오 세상에! 역시 닐슨이야!”

“각 콩마다 에너지가 나오는 양이 다르군요. 추출 방식을 좀 알려주시죠.”

“이 신비로운 에너지가 가득한 콩을 심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요?”

조일준은 방사능에 절여진 콩 한 알에 매료된 사람들을 보며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 과학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신비한 에너지가 아닌 ‘정체불명’이라 말하는 것이 옳으리라.

과학이 발달했어도 무당이나 연금술사와 같이 신비로운 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조일준은 무뚝뚝한 표정의 마이클 패러데이를 한 번 바라본 뒤 실험 계획을 말하였다.

“추출 과정에 대해서는 콩의 육종 시험이 진행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떠한 특허도, 접근 불가능한 자료도 없으며 오로지 과학의 발전과 모두의 이익을 위한 방침입니다.”

조일준은 방사능에 절여진 콩을 종류별로 5알씩, 총 25알을 각 연구실에 보내며 말했다.

“이 에너지를 담은 콩이 어떻게 자라날지는 저도 모르겠군요. 함께 콩의 성장과정을 관측하며 에너지가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확인해 봅시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잘만 하면 이 콩들에서 더 우수한 콩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일준은 하나같이 감사인사를 하며 콩을 받아가는 교수들을 보며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 옆 건물에 있는 생명공학과에서 식물 종자에 방사선을 쬐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는 하였다.

그 방사선의 양은 잠재된 유전자를 자극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이 콩들은 방사능에 푹 절여져 현대라면 무조건 방사능 폐기물로 분류될 수준으로 오염되었다.

조일준이 보기에 이 콩 중에 제대로 발아하는 물건은 없을 것이며, 설령 발아하더라도 그 식물이 과연 콩으로 분류될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나마 콩이 모자라지는 않았군요. 나머지 콩은 영국 왕립협회에서 머물며 육종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닐슨이 연구 성과를 공유할 때마다 과학이 진보하는 것 같습니다!”

조일준은 여러 과학자들과 간단한 대담을 가지고 그에게 배정된 연구실로 향했다. 잠시 기다리자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소장 마이클 패러데이입니다. 잠시 대화가 가능합니까?”

“들어오세요. 그렇지 않아도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온 마이클 패러데이는 우물쭈물거리며 조일준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고민한 그는 못 미더운 듯이 눈치를 주며 말했다.

“굉장히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지금 실험은 잘못되었습니다. 우라늄에서 발산되는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또 다른 생물에게 옮겨간 꼴이 아닙니까?”

“잘못된 실험은 아닌 것 같군요. 상세한 수치 계량이 불가능할 뿐이지 않습니까.”

“이 실험 결과가 노출되면 우라늄을 퍼먹는 놈들이 더욱 많이 생겨날 겁니다. 이미 우라늄의 동물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납 중독과 흡사한 결과가 일어났습니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덜덜 떨리는 손을 움켜쥐고 조일준을 바라보았다. 상대가 별일 아니라는 태도로 가만히 있자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하였다.

“정체불명의 에너지를 신비한 힘이라 포장하여 몸속으로 주입하는 행동을 권장하십니까? 전 닐슨 총장의 사고방식을 믿었습니다.”

“전 신비한 힘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표정으로 조일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추측을 말하였다.

“피치블렌드가 채굴된 옛 기록도 조사해 보았습니다. 작센 출신의 게오르기우스 아그리콜라의 옛 자료에는 ‘나쁜 기체’로 수백 명의 광부들이 피를 토하면서 죽어갔다 하더군요.”

“아그리콜라는 삼백 년 전 사람입니다. 그 자료도 찾아보셨다니요!”

“저는 이미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정체불명의 에너지인 방사능은 아마도 사람을 천천히 죽이는 힘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신비하게 사람을 죽이는 힘이군요.”

마이클 패러데이는 조일준이 영국에 도착하기 전 주문한 유리로 만든 생쥐 우리를 떠올렸다. 그 우리의 환기구는 단 하나였으며 거대한 주사기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조일준은 농축 우라늄 상자의 기체, 라돈을 매일 조금씩 생쥐 우리에 주입하는 실험도 진행하였다. 조일준은 생쥐들이 찍찍거리는 우리를 잠시 살펴보고는 말하였다.

“제 가설이지만 이 방사선은 광물 속에 잠들어 있다가 기체 형태로 승화(昇華)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쥐를 대상으로 이 기체를 투여하고 있습니다.”

패러데이는 침을 삼켰다. 보이지도 않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에너지는 수많은 광부들의 폐를 갈기갈기 찢고 몸을 오염시키리라.

그는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장 피치블렌드 채굴을 중단해야 합니다. 저와 함께 움직여 주십시오.”

“영국에 도착하기 전에 프로이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체의 광산 사업자에게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들이 경고를 얼마나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할 일은 다 한 것 같군요.”

탁상시계가 울리자 조일준은 거대한 주사기에 보관된 라돈 가스를 생쥐 우리에 주입하였다. 이 무덤덤한 모습을 지켜본 패러데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는 닐슨이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무모한 실험을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할 일을 다 하였기에 이토록 태연할 수 있었군요.”

패러데이의 칭찬을 들은 조일준은 울컥하는 기분에 눈물이 샘솟았다. 그러나 이 울분을 다른 곳에 털어놓으려는 듯이 주먹을 세차게 휘두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주먹을 휘둘러 피치블렌드 기반의 오염물을 팔아치우는 놈들을 두들겨 패고 싶습니다.”

“그걸 참고 계시니 제대로 된 과학자이자 연구자들의 귀감이시지요. 아무려면 좋으니 이번 실험과 제자 파스퇴르의 실험도 잘 진행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이후 한 달이 지났다. 고농도의 라돈 가스를 계속 주입당한 쥐들은 점차 움직임이 둔해졌으며 마침내 죽는 쥐들이 생겨났다.

부검 결과는 극명하였다. 폐를 중심으로 신체 장기에 악성 종양이 가득했다. 쥐를 해부한 학자들은 헛구역질까지 할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너무 끔찍한데. 이 정도면 희귀 사례로 알려야 하지 않을까.”

암이 발생한 쥐의 시체는 내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 에탄올에 보관되어 표본이 되었다. 조일준은 쥐의 종양을 한동안 바라보고는 지나가듯이 말하였다.

“내장을 보니 해기스(Haggis, 순대와 비슷한 스코틀랜드 음식) 좀 먹으러 가지 않겠나?”

“전 평생 안 먹을 겁니다!”

조일준을 한참 동안 노려본 학자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방 밖으로 나섰다. 아예 진열장에 암이 발생한 쥐의 사체를 가져다 놓고 십자 성호를 그으며 말했다.

“라돈은 반감기도 짧은 데다가 반감 이후 폴로늄으로 변화되잖아. 수십만 베크렐 수준의 라돈 가스에 노출되면 사람도 위험한데 호흡이 빠른 쥐가 노출되었다면 이 꼴이 나지.”

조일준을 쥐의 표본을 조만간 찾아올 손님들을 위한 교보재로 남겨두었다. 그의 예상과 같이 손님들이 연구실에 찾아왔다.

각 연구실에 보내진 콩은 대부분 발아하지 않았으며 정말 가뭄에 콩 나듯 발아한 콩조차 유전자가 파괴되어 극심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지독한 방사능에 오염된 채 발아에 성공한 한 뼘 정도 자라난 콩 종자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두 쌍씩 뻗어 나가야 할 잎이 줄기에 다닥다닥 붙은 채 두서없이 자라났다.

다른 실험실의 콩은 잎 위에 잎이 돋아나는 기괴한 모습까지 보였다. 심지어 잎의 절반은 죽고 절반은 살거나 아예 자기 멋대로 잎이 닫힌 채 꾸준히 자라나기까지 하였다.

“간혹 이상하게 성장하는 불량 종자도 있지만 모든 종자가 이 꼴이라니.”

“닐슨 총장은 콩 수백여 개를 심어두었지요. 더 많은 샘플이 있을 것 같은데요.”

수많은 교수들이 의문을 품은 채 조일준에게 제공된 연구실을 방문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인사치레로 콩에 대해 논하다 조일준의 권유로 쥐의 표본을 보았다.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쥐의 몸을 완전히 박살 내놓았더군요.”

“우욱! 그 흉물 좀 치우십시오!”

“그러면 콩의 세포 또한 망가지지 않겠습니까? 한번 보러 가시죠.”

조일준에게 제공된 텃밭은 미리 납으로 만든 화분을 설치하여 오염을 최대한 방지하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둔 콩 중 대다수가 발아하지 않고 썩어 들어갔다.

발아한 콩조차 제대로 ‘콩’이라 불릴 식물이 없었다. 조일준은 한 뼘 정도 자라나 줄기만 20개에 잎이 제대로 움트지 않은 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은 잎만 성장시켰고 이쪽은…… 정상적인 콩을 몇 개 건지기는 했군요.”

“그게 정상적인 물건 맞습니까? 한 달이면 콩이 두 뼘은 자라나는데요?”

“모두 다 죽거나 뒤틀려 있는데 그나마 형태라도 온전하면 정상 아닙니까?”

조일준이 가리킨 콩은 기껏해야 한 뼘도 자라나지 않은 작달막한 콩이었다.

이 참담한 결과에 경악한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마셔온 우라늄을 생각하다 마침내 비과학적 결론에 도달했다.

“내 몸에 저런 끔찍한 물, 우웨에에에에으게에엑!”

“저기…… 죄송합니다만 우라늄의 에너지는 모두 몸속에 흡수된 것 같습니다.”

“자네는 우라늄 수용액을 마셔서 다행이지! 나는 알약을 먹었는데! 우욱! 우우에에에엑!”

“그러면 관장을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그래! 당장 관장 기구 가져와!”

대부분의 학자들은 조일준의 설명을 듣고 절망하거나 구토하고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며칠이 지나고, 조일준은 연구 결과를 취합하여 발표하였다.

“피치블렌드에서 추출한 우라늄은 정체불명의 에너지, 방사선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방사선에 대한 상세. 이 방사선에 과도하게 노출된 콩과 쥐의 적나라한 사진이 노출되었다. 과학자들은 온몸을 긁적거리고 헛구역질을 하며 이 끔찍한 실험결과를 지켜보았다.

“방사능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암이 발생하며 세포가 파괴됩니다. 또한 생식 능력이 소실되며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혈우병과 같은 유전 질환도 방사능으로 인한 질환입니까?”

“저는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이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얼마나 많은 양이 피폭되어야 몸에 이상을 일으키는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조일준은 오로지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서만 설파하였다. 몸에 직접 대지 않고 지켜보는 수준이라면 그리 위험하지는 않으나 신체와 접촉하면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방사능 물질이 피치블렌드에서 승화한다는 점입니다. 옛 연구 기록에서 기록된 이 위험한 기체를 방사능(Radioactivity)의 이름을 따 라돈(Radon)이라 칭하겠습니다.”

각 신문사에서 파견된 신문 기자들은 쉴 새 없이 질문을 하였고 이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마침내 조일준은 연구 결과 발표를 마치며 후대 학자들을 위한 조언을 남겼다.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신체와 접촉하지 않도록 여러 고안을 해 보았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실험 시설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나 이 기준을 바탕으로 실험에 임해주십시오.”

다음 날부터 유럽은 또 다른 광기에 휩싸였다. 귀족들이 신비한 힘을 체험하려 구매한 장신구, 신비한 발광을 하는 유리그릇을 비롯한 방사능 함유 물질들이 그 대상이 되었다.

“내가 미쳤지! 어쩐지 반지 끼고 한 달이 지날 무렵부터 손에 부스럼이 나더니!”

귀족 부인들은 비싼 값을 주고 사들인 농축 우라늄 반지를 납 상자에 던져 넣었다. 여기에 장식용으로 사들인 우라늄 유리그릇도 같이 폐기처분당했다.

부인은 자신의 몸이 언제쯤 망가질지 몰라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자 남편이 지나가듯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당신 뜯어말렸잖아! 그놈의 반지를 사들이느니 금이나 은으로 된 물건 사라고!”

아내 입장에서 남편의 소리는 뱃속에 불길을 댕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조만간 신문에 기재된 생쥐처럼 온몸에 종양이 생겨날 것이라 염려하던 아내는 극도로 분노하였다.

“생각해 보니 당신 전투 기교 모형에 우라늄 섞은 물감 발랐지! 다 폐기해!”

손바닥 크기의 거북선 모형이 납 상자에 쑤셔 박히며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남편은 눈을 부라리다 아내의 은실이 수 놓인 장갑을 가져오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이 낀 장갑에도 방사능이 있을 텐데! 찢어버려야지!”

“야! 야! 너 지금 제정신이야!”

두 부부는 서로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하인들은 어떻게든 이 부부를 뜯어말리려 하였으나 역으로 발길질에 맞고 집 밖으로 쫓겨났다.

수많은 방사능 함유 물질들이 납 상자에 넣어져 대서양 심해에 폐기처분 되었다.

신문 기사를 확인한 조일준은 마이클 패러데이와 위스키를 한잔하면서 축사(祝辭)를 읊었다.

“생기론의 종말을 기념하며 건배.”

“멍청한 신봉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날려먹는 모습을 기념하며 건배.”

독한 위스키가 흘러 들어가자 조일준은 패러데이의 잔을 채워주었다. 그리고는 대서양 심해에 폐기되기 위해 옮겨지는 납 상자들을 보면서 말하였다.

“그럭저럭 일이 잘 흘러간 것 같군요.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방사선을 뿜어내는 물질을 캐낸 광부와 이걸 가공한 업자들은 피해를 봤지요.”

패러데이는 씁쓸한 표정으로 엄중히 보관된 피치블렌드 조각을 가리키며 말했다.

“닐슨 총장께서 발명한 안개상자를 보고 방사선을 측정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려 합니다.”

“방사선을 측정할 수 있는 기구라니요?”

“방사선은 알코올이나 수증기 사이에 궤적을 남깁니다. 여기에 자기장에 의해 회절하니 입자라 볼 수 있지요. 이걸 잘 응용하면…….”

패러데이의 설명을 들은 조일준은 이 기계가 가이거 계수기(Geiger Counter)와 흡사한 구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직 미숙한 수준이나 그 구상 자체는 거의 같았다.

“어떠십니까. 저는 살날이 얼마 안 남은 노인이니 방사선에 노출되어도 괜찮겠지요.”

“훌륭한 구상이로군요. 필요한 부품이나 기능이 있다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십시오.”

다시 건배를 한 둘은 위스키를 비웠다.

이 고요하고 즐거운 때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둘의 사색을 방해하였다.

“총장님! 실험 완전 성공입니다! 닭 육수가 부패하지 않았습니다!”

파스퇴르의 흥분한 목소리였다. 백조 목 플라스크 실험을 성공하였다는 보고를 듣자 조일준은 구석에서 잔을 하나 꺼내고 문을 열었다.

“성공할 줄 알았어. 생기론의 원천 자연 발생설을 무너트린 기분은 어떠한가?”

“너무나 짜릿합니다!”

막 프랑스에서 건너온 파스퇴르는 자신의 실험 결과를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그 모습에 패러데이는 흡족한 표정으로 조일준에게 말하였다.

“제자 하나 잘 만들어내셨군요. 생물학 분야 발전은 이 친구 하나면 될 겁니다.”

“아직 많은 제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칭찬이 과하십니다.”

세 과학자는 서로 날이 새도록 술을 마시며 서로를 칭찬하고 학문을 논하였다.

이날은 훗날 ‘생기론의 종말’이라 불리는 과학계의 기념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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