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20화 (217/345)

220화

19장 2화 대한제국 박람회(2)

이번 박람회는 대한제국의 문화를 알리려는 시도가 꽤 있었다. 이미 교류가 시작되고 20년이 지나 물품 판매가 많이 되었으며 이제는 민간 문화를 알릴 차례였다.

전체적으로 엄숙하고 소박한 멋을 살리려는 귀족층과 상반된 서민 문화가 전래되었다. 개중에 의외로 인기를 끄는 곳은 발효식품과 관련된 공간이었다.

식품관은 환기가 필수적인 공간이라 일부러 누각과 주변 공간으로 배정해 두었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발효식품이 있어서 전시관 주변에 접근하자 메주 냄새가 풍겨왔다.

“메주 냄새가 생각보다 독한데. 유리 덮개라도 좀 줘서 냄새를 줄여야 하나.”

-히야 신선한 메주 냄새, 청국장 냄새도 나는데?

-이게 본토의 맛이지, 우리가 먹는 건 콩 스튜였다니까?

한 무리의 서양인이 독일어로 메주 냄새를 평가하며 누각으로 향했다.

이 말도 안 되는 평가를 듣고 일준이에게 물어보았다.

“된장이나 간장은 발효식품인데 서양에서 인기가 있네?”

“난 현상이 네가 생각을 다 하고 넣은 줄 알았는데.”

유럽에서 찾아온 부호들이 쉴 새 없이 발효 식품이 전시된 누각에 드나들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넣은 공간인데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네.

“현대를 생각하면 감개무량할 정도의 반응인데?”

“맛 좋은 소스에 사람들이 열을 올리는 미식의 시대잖아. 에이다도 된장 관련 소스를 꽤 많이 찾더라고.”

일준이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나와 함께 누각으로 향했다. 메주 냄새가 진동하는 누각 근처에서 유럽인들은 접시에 대고 코를 벌름거리며 이를 즐기듯이 평가하였다.

“하인을 시켜 메주를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실패했었지. 이게 진짜 향이로군.”

“나는 발효가 아니고 건조를 시킨 것 같군. 생각보다 까다로운 물건이야.”

서양인들이 종지에 담긴 된장에 코를 대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니 현대의 일이 떠올랐다. 냉장고에 김치를 넣어두면 스컹크 취급을 받는데 왜 이럴까.

일준이는 이 모습을 보고는 신랄하게 평가하였다.

“저 양반들이 완성품을 먹지 발효 중 나는 냄새에 신경 쓸 사람들이 아니잖아. 저 멀리 시골에 하인을 보내서 메주를 띄우고 김치를 만들어낼 거야.”

“그럼 이해가 되네. 기껏해야 블루치즈 수준으로 생각할 것 같은데?”

현대의 외국에서 청국장 요리를 하면 악취가 난다고 항의가 들어온다더라. 반면 이 시대의 귀족 저택이라면 악취고 뭐고 다른 저택까지 퍼질 이유가 없다.

귀족들이 발효식품을 만들어도, 발효식품을 먹어도 개인의 취향일 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대이다.

일준이는 현대의 일을 떠올리듯이 이야기했다.

“우리가 한때 닥치는 대로 김치를 먹이고 좋은 평가를 받으려 해서 문제였지. 이렇게 귀족적인 고급 음식으로 인식이 되면 자연스럽게 퍼져나갈 거다.”

일준이의 말대로 전국 각지에서 연구를 위해 수집된 발효식품들이 가공되어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양인들은 여기에 달라붙어 미식을 충족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개중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파스퇴르가 주도하는 발표현장이었다. 파스퇴르는 수많은 메주에서 곰팡이를 채취하여 이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었다.

“대한제국의 발효식품은 각 가문에서 이어져 오는 곰팡이를 통해 만들어냅니다. 마치 우리 프랑스의 치즈가 각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같지요.”

“그럼 유럽에서는 동일한 발효식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말인가?”

“완벽히 같은 식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대신 종균(種菌 - 균의 씨앗, 원하는 미생물 집합)을 투입하면 비슷해지지요.”

파스퇴르는 자그마한 갈색 유리병에 담긴 메주 조각을 딸랑거렸다.

일준이는 이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하였다.

“파스퇴르는 딱히 유도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움직이더라. 각 메주에 피어난 곰팡이 차이를 분석하고 메주의 발효 결과물을 파악하던데.”

“이러다가 파리 된장이나 런던 된장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되는데.”

“그전에 나올 물건이 대한제국에서 만들어낸 유럽 치즈겠지? 이게 진짜 식품 혁명이지.”

일준이의 말 대로 식품공학계의 혁명이나 마찬가지다. 이 시대의 발효식품은 내가 보아온 바로는 균주가 없이 하늘의 운에 따라 원하는 미생물이 번식하기를 기대한다.

그나마 가장 많이 먹는 빵조차도 맥주나 막걸리의 효모를 기반으로 만들어내니 말 다 했지.

파스퇴르의 연구가 진척되면 누구나 원하는 미생물로 발효식품을 만들 수 있다는 소리다.

잠시 전시관을 살펴보니 서양인들이 간장을 국물에 조금씩 타서 맛보고 있었다.

“맛이 아주 깔끔하고 좋은데? 이건 어떻게 만들어 냈나?”

“기업 비밀입니다!”

잠시 줄을 서서 대기한 다음 간장 국물을 슬쩍 맛보았다. 글루탐산나트륨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간장에 화학조미료를 녹여 판매하는 것이 분명했다.

잔꾀에 불과하지만 이 물건들은 서양에서도 불티나게 팔리리라. 전시관 밖으로 나와 옷을 팡팡 털어 메주냄새를 없애고 다음 전시관으로 향했다.

다음 순서로 잡은 곳은 생물관이었다. 여기에는 2층에 화석을 전시하며 1층에는 생물의 ‘번식’과 관련된 연구 발표가 나와 있었다.

예정대로 대한제국의 김성문이라는 석사, 내 처가인 안동 김씨의 먼 친척이 대표로 연구한 박사학위 논문 발표 패널이 걸려 있었다.

안동 김씨의 일원이라 기본적인 지원도 화려하였다. 만주에 있는 목장 두 개와 수십 명의 인부를 동원한 연구인데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보았다.

“소의 정자는 몸 바깥으로 나와도 최대 72시간 동안 보존할 수 있다?”

“기간이 지나 폐기해야 될 샘플을 잘못 사용한 덕분에 발견했지. 그전까지는 24시간이 한계로 인식했었어.”

일준이는 질린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니 축산업계에 혁명에 가까운 내용이 상세히 쓰여 있었다.

-본래 씨수소는 10마리의 암소와 교배할 수 있음. 우수한 씨수소에서 정자를 채취.

-정자를 38도의 온수에 보관. 72시간 보관이 가능하나 가급적 24시간 이내에 사용할 것.

-이론상 한 마리의 씨수소를 통해 300마리의 암소를 교배할 수 있음

“한 마리의 씨수소로 삼백 마리의 암소를?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일이지?”

“이미 만주의 목장의 협조를 받아 시험을 했었다. 수태 확률은 좀 낮은데 기관총 쏘듯이 마구잡이로 시험을 해보았고 성공을 거뒀지.”

“그럼 이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 심사는 통과했고?”

“통과 안 시켰다가는 국립이학대학에 김성문을 시작으로 연구생들 모두가 소 떼를 끌고 난입했을걸?”

이 정도 고생은 해야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한다는 소리다. 다만 이 미치광이 같은 생각을 처음으로 한 사람이 궁금하다.

구석에 있는 인명 목록을 보니 파브르의 이름 옆에 ‘프랑스 유학 학부생 에드몽 알비우스’라는 논문 협력자 이름이 적혀 있는데 무려 중요 협력자로 적혀 있었다.

“대한제국 사람이 아니고 프랑스인이 중요 협력자라고?”

“프랑스 사람이긴 한데 레위니옹 식민지의 흑인 노예 출신이야. 바닐라 인공 수분(受粉)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다.”

“국립이학대학 소속이면 여기 올 만큼 교육은 받았다는 소리잖아? 교육을 받았는데 왜 네 학생이 되어 있어?”

일준이는 괜히 고개를 젖혀 올리고 비웃음을 섞어서 설명해 줬다.

“프랑스가 여전히 꼰대 기질이 남아 있었다. 기초 교육 정도는 시켰는데 대학 교육은 시킬 수 없다 하더라.”

프랑스가 많이 발전했다는 증거다. 본래 역사의 프랑스라면 흑인이라는 이유로 연구 성과를 빼앗아 버리고 계속 노예 대접을 했으리라.

그나마 여러 인종적 차별이 경감되어서 교육이라도 시켰겠지. 다만 자존심 때문에 대학 입학은 못 시키겠어서 대한제국으로 보낸 것 같았다.

“학부생으로 이런 논문을 통과했다고? 그럼 네가 계속 부려먹을 거냐?”

“저기 저쪽에 알비우스가 있잖아.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봐라.”

그랑제콜에서 방문한 교수들은 검은 피부와 대조되는 하얀 양복을 입은 알비우스와 악수를 나누며 그를 추켜세우고 있었다. 아마 이번 성과로 그는 일준이처럼 명예 프랑스인이 되리라.

다음 순서를 확인하니 말과 돼지의 교배 방법이 적혀 있었다.

어느새 우리 주변에 다가온 영국인과 미국인의 모임은 이 발표 내용을 좋게 평가하였다.

“쓸 만한 연구인데? 기차를 이용해 이웃 농장에서 소의 씨앗을 운반하면 적당하겠군.”

“난 못할 것 같은데. 기차역에서 농장까지 이백 마일(320㎞)이나 떨어져 있는데 옮길 수가 있나.”

“하긴 기차도 없이 육로로 하루에 이백 마일을 이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디 있나?”

“말을 타고 날아다니면 모를까. 차라리 소 한 마리를 운송…… 운송하다가 씨수소가 죽으면 또 난리가 나겠군.”

전체적으로 유럽인들은 오밀조밀하게 농장을 형성하여 괜찮은 일이라 생각하였다. 반면 미국인들은 그냥 안 될 것이라 생각해서 기술의 일부만 받아들이기로 했고.

다른 동물도 확인하고 마지막 패널을 확인했는데 사람 머리통만 한 시커먼 벌레 그림이 있었다. 화들짝 놀라서 확인해 보았는데 주제가 <곤충의 번식>이었다.

“곤충의 번식? 이 시대에 웬 곤충의 번식?”

“파브르의 눈을 트이게 하려고 좀 시켜 봤다. 장점이 광적인 수준의 집중력과 어마어마한 관찰력이라서 곤충이 아닌 박물학(博物學) 전반을 다루게 해 볼 작정이야.”

파브르가 연구한 주제는 남가뢰의 번식이었다. 머리는 개미와 닮았고 배는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이 곤충은 나에게도 선물로 보내진 적이 있는 곤충이다.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잘 건조한 남가뢰를 선물로 보내왔다. 이 시대의 남가뢰는 맹독성 곤충인데도 자양강장제와 정력제로 사용되었다.

내용에 의하면 남가뢰 추출물에 대한 화학적 분석을 실시하다 분석을 포기하고 연구를 선회했다더라.

그래서 남가뢰의 번식과정을 분석하였는데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다.

-남가뢰의 애벌레는 수천마리가 태어나 들꽃 위로 이동한다. 여기서 모든 곤충의 등에, 심지어 옷에도 달라붙는다.

-개중 호박벌의 등 위에 오른 애벌레를 제외한 모든 애벌레는 죽는다.

-호박벌의 둥지로 들어간 애벌레는 내부에서 꿀과 애벌레를 섭취한다.

-이 과정에서 일곱 번의 변태를 거쳐 성충이 되어 둥지 밖으로 도망친다.

“미쳤냐.”

순간 파브르가 겪었을 일을 상상해 보았다. 남가뢰가 알을 낳는 곳을 찾아 땅을 수없이 파헤치면서 연구를 시작했으리라.

이후 산과 들을 오가며 눈썹 크기의 남가뢰 애벌레를 추적한다. 그다음 순서는 남가뢰 애벌레가 선택한 모든 곤충의 경로를 추적하여 생태를 파악했으리라.

남가뢰 애벌레가 올라탄 곤충 가운데는 장수말벌도 있었다. 심지어 그는 장수말벌의 둥지를 공략하여 남가뢰 애벌레의 행방을 찾은 다음 이런 평가를 남겼다.

-한반도에서 가장 끔찍한 악마의 곤충, 벌 학살자 그리고 요한묵시록의 황충

-이 거대한 벌에 쏘일 경우 지독한 고통에 시달릴 수 있음

“연구를 위해 장수말벌 둥지를 공략했다고?”

“제정신이 아니지? 장수말벌에게 쏘여 한 달간 의식 불명이 되고도 연구에 몰두하더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광기의 산물이 여기에 있었다. 파브르는 본래 역사와 같은 집착적인 연구를 실시하였고 성공을 거두었다.

보통 학자라면 대충 ‘남가뢰 애벌레는 호박벌에 달라붙는다.’라는 내용이 너무나 끔찍할 정도로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일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대해 평가하였다.

“다들 미쳤다고 말하던데 이 연구 이후로 기생충과 관련된 연구가 진전되었지. 얼마 전 다른 연구팀에서는 꿀벌을 죽이는 진드기가 내장에 파고드는 것을 규명했더라.”

“파브르가 오로지 한 종류의 곤충을 연구했는데 의외로 성과가 있네.”

“한 가지 주제에 집착적으로 파고들어 논문을 만들어 내면 자연스럽게 다른 성과가 따라오지. 당장 파브르의 노력 덕분에 양봉업자들이 피해를 경감할 수 있게 되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브르를 찾아보았다. 그는 방문객들과의 대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상현 정체불명 동물’을 비롯한 기괴 생물관의 생명체들을 관찰하였다.

이후 기술관을 확인하면서 제법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아직 신기술이 나올 시기는 아니지만 기존 기술을 계속 개량하면서 다음 기술 도약의 토대를 갖추고 있었다.

문화관이나 국가관은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몰려들었다. 특히나 한 구석에 배치한 청나라의 경극 공연은 제법 많은 외국인들이, 정확히는 영국인을 제외한 사람들이 방문했다.

“연극 주제가 아편전쟁이라니 말 다 했네.”

경극의 내용은 임칙서에 대한 찬양이었다. 그의 위대한 정신과 끝없는 충성심을 부각하였고 아편전쟁과 관련하여 처절할 정도의 사투를 드러내었다.

마침내 프랑스에서 보낸 거대한 폭발물이 등장했다. 이후 향용 용사들의 육탄 돌격으로 철갑 증기선을 무력화시킨 임칙서가 다시 방어전을 시작하였다.

이후 영국군을 상대로 처절한 사투가 벌어졌다. 마지막으로 영국군이 돌아가자 승리를 찬양하는 것으로 경극의 막이 내렸다.

“내용 자체는 괜찮은 것 같은데? 영국 입장에서는 욕설이나 마찬가지라 문제지만.”

“이 경극이 청나라 전체에 퍼져나갔다는 걸 생각해 봐라. 그리고 배우들이 죄다 객가다.”

“배우들이 객가라고?”

일준이는 중국어를 몰라서 구분 못 하겠다는 듯이 들려오는 말을 점검하였다. 반면 나는 중국어를 어설프게라도 익혀두었다.

배우들의 발음은 억지로 사투리를 교정한 것 같았다. 여기에 한국에서 쓰이는 한자음, 고대 중국어와 흡사한 발음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오랫동안 고립된 언어인 객가어를 사용한다는 증거이다. 이걸 보면 홍수전의 사상은 청나라 대중의 에게 서서히 영향을 끼치고 있으리라.

그래 보았자 객가 중심이라 한계가 명확하지만. 경극이 끝나고 다음 경극을 준비하는 동안 홍수전이 사람을 왜 보냈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청나라의 예술품을 설명하던 사람들은 홍수전 혹은 다른 관료의 명령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프랑스 교수들에게 다가가 어설픈 프랑스어로 간절히 청하듯이 말하였다.

-프랑스는 우리에게 도움을 준 국가가 아닙니까. 학문에도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학문에 도움이라니요? 혹시나 기술자 파견을 원하십니까?

-아닙니다. 한 일백여 명 정도를 프랑스에 유학 보낼 생각입니다.

이번 기회에 프랑스를 찬양하는 경극을 상영하고 유럽에 사람을 보내려는 의도였으리라. 아무리 봐도 홍수전의 의도인데 놈은 국제 외교 괸계를 모르고 있다.

이 말을 들은 프랑스 교수는 주변을 돌아보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하였다.

-죄송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이번에 일본에서 유학생을 보낼 예정이니 십 년은 기다리십시오.

-일본에서 유학생을 얼마나 보내기에 그런 말을 하십니까?

-이백 명 이상입니다.

도광제가 저지른 실책이 홍수전에게 엿을 먹였다. 일준이는 이 대화 내용을 듣고 허벅지를 꼬집어 웃음을 참아가며 말하였다.

“멍청한 놈들, 베트남 반란 사건으로 프랑스에 엿을 먹여놓고 유학을 보내려 해?”

내 말이 그 말이다. 도광제가 해외에 나온 청나라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순간 이들은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되었다.

홍수전은 이 사실도 모르고 ‘한때 우호적’이었던 프랑스에 유학을 요청하였다. 외교적이면 몰라도 ‘청나라 사람의 외국 진출’에는 회의적인 국가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홍수전이 유학을 보낼 수 있는 국가는 영국 정도이다. 그 영국 사람들은 박람회장 여기저기 퍼져나가서 경극의 내용을 알려주고 있겠지.

“차라리 영국이라면 약간의 유학생을 받아들일 텐데 하필 경극 내용도 문제였네.”

“오히려 일본이 이득을 보게 생겼네. 아이고, 속 시원하다!”

일준이의 말대로 속이 후련해지는 결과였다. 이번 박람회에서 청나라가 얻은 것은 그나마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영국의 적대였다.

오히려 일본 전시관에 있는 일본인들에게 프랑스 학계의 교수들이 달려들었다. 이들은 거의 강요에 가깝게 일본 학자들에게 요청을 하였다.

“이번에 그랑제콜의 신규 유학생을 유치할 계획입니다. 일본에서 이백 명을 모집하지요.”

“네? 저희는 어떠한 요청도 한 적이 없는데요?”

“아무튼 이백 명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모든 비용은 우리 프랑스에서 지불할 예정이니 목록을 작성해 주시지요.”

일본인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상대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시하였다.

청나라의 헛발질로 이들은 제법 큰 이득을 거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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