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화
19장 9화 전기 자동차(1)
대한제국의 사회는 설파제라는 새 약물을 접하고 뒤흔들렸다. 여전히 외과 의사의 숙련도가 유럽에 비해 부족한 입장이라 너 나 할 것 없이 설파제를 사용하였다.
대한제국에 판매된 설파제는 유럽에 수출된 양과 대등한 총 40만 회 투약 분량이었다. 이 물량은 고작 2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긴급사태 비축용을 제외한 모두가 판매되었다.
짬이 나서 일준이의 집에 방문하자 녀석은 안방에 누워서 지금까지의 일을 이야기했다.
“피곤해 죽겠네. 설파제 하나 생산하려고 흄 후드 스무 대를 관리하지. 여기에 베어링이 매일 깨져 나갈 정도로 암모니아 생산용 볼 밀링을 돌리고 있어.”
이미 국립이학대학은 물론이요 약학 전담기관인 약원에도 문의가 빗발칠 정도로 들어왔다. 나야 전쟁 막바지라 좀 살 만했는데 일준이는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설파제 만들고 약효 점검하다가 죽겠다. 일 년에 고작 이백만 회 투약 분량을 생산하는 것이 전부인데 요구치는 오백만 회 투약 분량이 넘어가네.”
“그걸 다 만들었다가는 인구 폭탄이 터질지도 모르겠는데.”
말이 오백만 회 투약 분량이지 수십 년이 지나면 일억 회 투약 분량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이토록 항생제가 많이 유통되면 죽을 사람이 살아나게 마련이지.
그렇게 되면 인구 증가가 급격히 가속될 수도 있었다. 내 말을 들은 일준이는 코웃음을 치면서 답했다.
“천만 회 투약 분량을 내놓는다 해도 질환을 치료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소모된다. 하루에 두 번 투약, 한 번 투약할 때 열흘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오십만 명만 혜택을 받아.”
“그래도 매년 오십만 명이 살아나면 자식을 낳고 수가 더 늘어나잖아?”
“나도 생각 다 하고 만들어낸 물건이거든요. 식량 생산이 늘어나지 않는데 인구 증가가 일어나는 경우는 없더라고. 거기에 설파제는 만능약이 아니야.”
녀석은 잠시 중얼거리며 암산을 하더니만 미래의 일을 가정해 말해주었다.
“이미 외과 시술에서 소독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야. 전장의 더러운 환경으로 환부가 감염되는 사람이 설파제 덕을 많이 보지 일반 노동자는 별로 안 본다.”
“하긴 열강이라면 부상자에 대한 소독이 상식이 된 시대이기는 하지.”
“계산대로라면 현시점에서 설파제 단 하나 때문에 살아남는 사람은 사만 명 내외. 투약분량의 이 퍼센트 정도라고 보면 될 거야.”
“이 정도면 많이 만들어도 되겠는데?”
일준이는 내 말을 듣고는 눈을 크게 치켜뜨고 한동안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베개에 머리를 기대고 짜증을 억누르면서 푸념을 시작하였다.
“많이 만들어? 그게 가능하면 진작 천만 회 투약 분량을 뿌려댔지!”
녀석은 두서없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벤젠 추출, 암모니아 제조, 시안화나트륨을 비롯한 각종 화학물질과 가공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하다 못해서 원유(原油)라도 줘!”
“석유 캐내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줄도 알지? 우리가 소유한 유전들 평균 깊이가 천 미터가 넘을 걸? 그거 천공할 도구는 만들 수 있고?”
“필요한 원유는 연간 백 톤 정도인데 노천 유전에서 가져올 방법 없냐? 역청탄에서 벤젠 분류하다가 피를 토하고 죽을 것 같아.”
“러시아 바쿠 유전이 있잖아.”
러시아가 점령한 아제르바이잔은 노천 석유를 만들어내는 공장이었다. 아예 정제공장을 두고 석유를 추출하는데 일준이가 못 구할 리가 없었다.
내 말을 들은 일준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상체를 벌떡 일으키고 외쳤다.
“그 귀한 석유를 러시아 내륙으로 수출해서 등잔불 붙이는 용도나 고약 용도로 쓰더라! 내가 얻은 원유는 고작 일 배럴 어치도 안 된다고!”
일준이가 자리에 털썩 누우며 다 포기한 듯이 ‘석유를 좀 내려주십시오 하느님’이라고 중얼거리며 성호를 그었다.
생각해 보니 대한제국에서 채취할 수 있는 유전이 딱 하나 있었다. 그리 깊이 채취할 필요도 없이 심도 50m 정도만 파고 들어가면 펑펑 석유가 솟구치는 유전이.
바로 랴오허(遼河 - 요하) 하류의 유전이다. 현대에는 중국 내수용으로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100톤 정도는 금방 채취할 수 있지.
랴오허 유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일준이는 이마를 탁 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을 번쩍번쩍 뛰어다니며 고함을 치면서 호들갑을 떨어댔다.
“어쩐지! 내가 눈앞에 유전을 두고도 못 찾았네!”
“그건 또 뭔 소리야. 혹시 아는 이야기라도 있어?”
“요동에 새로 생긴 염전에서 기묘한 일이 일어나더라고. 갯벌을 개수한 염전인데 간혹 역한 냄새가 나는 소금과 관련해서 문의를 했었어!”
녀석은 산더미처럼 쌓인 서신을 마구잡이로 헤집더니 마침내 몇 년 전 전달되었던 서신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눈에 불을 켜고 나에게 요청하였다.
“이거 당장 파러 가야지! 사람 좀 소집해서 파내면 몇 달밖에 안 걸려!”
“다 좋은데 네가 설파제 공정 담당 안 하면 금방 품질이 떨어질걸?”
일준이는 내 말을 듣고 한숨을 푹 쉬고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는 말하였다.
“형님, 이 조일준 아우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제발 석유를 주십시오.”
“왜 나한테 부탁해! 우리 집안의 큰 어르신이 있잖아.”
“큰 어르신?”
“태상황 폐하가 우리 큰 어르신이지 뭐야. 지금 북방에서 동티단을 끌고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 문제의 근원을 찾아달라고 상소를 올려보자.”
이 대한제국에서 가장 한가롭게 원하는 일만 하는 순조가 가장 적당한 인물이다.
가문의 큰 어르신인 이유? 순조는 우리를 아주 먼 손자로 보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조선에 떨어지고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우리를 비호한 사람이기도 하고.
상당히 감정적인 사람이라서 우리에게 대놓고 친한 척을 하였다. 그 증거는 나와 일준이를 부를 때 자(字)나 직책으로 부르지 않고 계속 이름으로 부른 것이다.
자기가 한자로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니 여전히 아들이나 손자뻘이라 생각하겠지.
“동티단이 죽도록 고생하겠지만 뭐 어때. 네가 사람 몇 명 보내서 원유가 유출되는 장소를 찾아내는 작업만 도우면 될 일이야.”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 말이 그렇지 태상황 폐하를 움직이고 있잖아?”
“지금 태상황 폐하는 조정 입장에서 골칫거리야.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할걸?”
골칫거리라는 말을 들은 일준이가 질겁했는데 사실이 이렇다. 태상황이 어디 한 군데 방문하면 비상이 터지고 모두가 모래 한 톨 없게 청소를 한다.
미리 말이라도 하면 다행이지 말도 없이 불쑥불쑥 방문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하더라. 일흔이 되면 몸이 안 움직여 예순 시절에 실컷 즐기겠다는 명분이던가.
순조를 조금이라도 요동에 묶어둘 생각으로 정중하게 서신을 작성하였다. 일준이도 내 서신을 확인하고 비슷한 내용의 서신을 작성해 한 자리에 묶어두었다.
“이걸로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긴 한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동티단이 얼마나 협조하는지에 따라서 다르겠지?”
“협조라 말하지만 노역 형벌과 마찬가지지. 근데 선물은 어떻게 보내?”
일준이의 말을 듣고 뒷골이 당겨왔다. 순조쯤 되는 사람이면 매년 선물을 세 번 정도 보내고 안부를 묻게 마련인데 아예 부탁을 하면 보통 선물을 넘는 큰 물건을 보내야 했다.
나와 일준이가 평상시 보내는 선물은 영국산 최고급 홍차나 프랑스산 와인이었다. 간혹 이런 선물 외에도 진귀한 의복이나 미술품을 보내기까지 하였다.
“보통 선물을 보내서는 격식에 어긋나는데.”
“그렇다고 쓸 수 없는 커다란 선물을 보내면 안 되겠지. 생각이나 좀 해 보자.”
한동안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는데 딱히 답이 없었다. 마차는 작년에 효명제가 선물하였고 다른 종친들도 웅장하고 쓰기 좋은 물건들을 선물하였다.
그러던 중, 밖에서 에이다의 비명소리와 쾅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일준이와 함께 뛰쳐나가니 에이다가 무너진 담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신형 전기 사륜차 시험 중에 사고가 났어요.”
“여보! 괜찮아?”
“엄마! 안 다쳤어?”
일준이는 물론이요 유나와 두 쌍둥이, 용원이와 용훈이가 달려왔다. 에이다는 넷이 염려하자 온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당당하게 말했다.
“제동장치 결합이 느슨한 채 작동시켰지 뭐에요. 유나도 용원이도 용훈이도 염려 마렴.”
“여보! 좀 허허벌판에서 가동하라고!”
“차를 튼튼하게 만들어서 괜찮다니까요? 보세요, 차체 프레임도 멀쩡하지요?”
무너진 담벼락 잔해에 묻혀 버린 물건은 정말 자동차였다. 자동차 가운데 전기 자동차가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하였는데 에이다의 자동차도 전기로 구동되는 물건이었다.
차체를 어찌나 튼튼하게 만들었는지 금속제 프레임에 바퀴 크기는 현대의 타이어보다는 못 해도 엄연한 가황고무 타이어였다.
여기에는 앞에는 강철 프레임으로 감싼 운전석을 달고 뒤에는 사람 몸통만한 납축전지를 두 개나 장착한 사륜 형태였다.
잠시 뒤 하인들이 달려와 전기차를 담벼락 잔해에서 끄집어냈다.
“주요 구획을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기어를 조금 낮춰야 할 것 같아요. 이대로라면 중량이 너무 무거워서 제동이 느려지는데요.”
“그냥 내연기관이 완성될 때까지 내버려 두라니까. 내가 보기에는 시기상조야.”
“무슨 말씀이세요! 로버트 앤더슨이 만들어 낸 전기 삼륜차는 축전지가 없어서 지속적인 가동을 못 했는데 이건 축전지를 사용하잖아요!”
“전용 납축전지를 두 개나 사용해도 삼십 분 밖에 못 움직이는 고물딱지를 어떻게 가동해!”
두 부부는 다시금 기술논쟁을 시작하였다.
에이다는 일단 크고 아름답고 잘 가동하는 물건을 만들어서 퍼트리기를, 일준이는 내연기관이 완성될 때까지 내버려 두자 하였다.
“속도는 사람 걷는 속도에, 여기에 쓰이는 축전지를 운반하려면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데! 충전에는 증기기관이 필요하고!”
“시작이 반이죠! 언젠가는 한 번 충전해서 한양에서 동래까지 오가는 전기차가 나오겠죠!”
“상용화도 문제라니까! 정제 석유나 에탄올만 넣으면 되는 내연기관이 먼저야. 이건 왕이나 고위 귀족이 아니고서는 탈 수 없는 물건이라니까?”
에이다의 이야기는 170년 뒤에야, 아마 기술 발달이 빨라져도 150년 뒤에야 이룩할 꿈이었다. 반면 일준이는 잘만 하면 수십 년 이내에 이룩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였다.
둘의 논쟁에 아이들까지 끼어들었다. 대체 교육을 어떻게 시켰는지 유나는 일준이 편을, 용원이와 용훈이는 에이다 편을 들어서 자기의 뜻을 이야기했다.
그 순간 촉이 왔다. 다섯 명의 언쟁에 끼어들어 중재를 시작했다.
“잠깐, 분명 왕이 아니고서는 탈 수 없을 거라고 말했지?”
“그건 닐슨의 말이 맞아요. 물론 시제품에 불과해서 개선은 할 수 있죠.”
“그럼 왕이 타서 시험해 보면 되는 것 아니야? 안전은 보장되어 있어?”
모두가 내 말을 듣고 미치광이를 본 것처럼 눈을 굴려댔다. 에이다는 한참을 생각하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을 해주었다.
“제동장치를 강화하고 안전장치도 추가하죠. 여기에 운전수도 붙이면 되겠네요.”
“전용 운전수는 몇 명이나 있어?”
“연구용 모델을 운행해 본 사람은 열 명 정도구요. 숙련된 사람은 저를 제외하면 두 명이요.”
에이다가 승리의 미소를 짓자 일준이는 날 구석으로 끌고 가더니 눈에 불을 켜고 낮은 목소리로 경고를 보냈다.
“너 설마 태상황 폐하를 시험용 전기 자동차에 탑승시킬 생각이냐?”
“뭐 어때. 요동의 허허벌판에서 숙련된 운전수가 조종하는 차인데 사고가 나겠냐.”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감당…… 생각해 보니 걷다가 넘어지는 수준이라 차가 뒤집히면 모를까 찰과상만 날 것 같은데?”
이 물건을 조금만 개량하고 안전성을 추구하면 순조의 새로운 어가(御駕)가 될 수도 있었다.
에이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니 그녀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말했다.
“좋은 방안이에요! 태상황 폐하께서 전기 사륜차를 시험 운행해 보시면 되겠죠!”
그녀는 모든 귀한 자재를 아낌없이 사용하여 한 달 만에 기존 전기차를 개수하였다. 교체용 부품은 물론 전용 축전지까지 모조리 서신과 함께 요동으로 배송시켰다.
“역사 최초의 교통사고를 내는 거 아닌가.”
“그건 프랑스에서 팔십 년 전에 일어났어.”
심지어 효명제까지 자동차에 관심을 보였다. 지엄한 황명으로 사고를 대비해 각종 안전장치를 만들어내라 하였다.
가죽으로 고급스럽게 만든 시트에는 차량 프레임과 결합된 안전벨트도 있었다. 시험 결과 차가 뒤집혀도 타박상을 입는 정도로 안전했다.
이 골칫덩이 기계를 끌고 다니는 순조와 축전지를 지게에 짊어진 동티단을 상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순조는 이 차를 어떻게 타고 다닐까.
* * *
얼마 전까지 영국군과 함께 쌍성자를 관할한 순조는 심양으로 돌아와 다시금 휴식을 취하였다. 그에게 북방 영토는 무궁무진한 놀이터와 마찬가지였다.
효명제 이전에 나라를 다스렸을 때 영국과의 교류를 통해 홍삼 무역을 실시하였다. 여기서 비축한 자금 가운데 일부는 엄연히 순조와 왕실의 것이었다.
그 막대한 자금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교화’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순조의 낙이었다.
그러한 교화를 진행하던 중, 의외의 사람에게 서신이 도착하였다.
“호오라, 박현상과 조일준이 나에게 청하는 것이 있을 줄이야?”
순조와 가장 촌수가 가까운 사람은 사돈의 가문인 안동 김씨이며 다음으로 가까운 사람은 며느리를 보낸 풍양 조씨였다. 그다음으로 가까운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이 두 명이었다.
순조는 이들을 자신의 먼 친척으로 존중하며 언제나 아끼고는 했다. 그러던 이들이 이번에는 거대한 기계뭉치를 보내고 여기에 정중한 서신을 첨부하였다.
[태상황 폐하께 문안인사를 대신하여 진귀한 선물을 보내옵나이다.]
[에이다 교수가 만들어 내고 황제폐하와 저희들이 개량한 전기 사륜차입니다.]
[이 어가를 타고 동티단을 이끌며 백성의 문제를 해결하면 더욱 좋을 것이옵니다.]
순조는 번갈아가며 서신과 조립을 실시하는 기계뭉치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조립이 끝나고 거대한 전기 사륜차가 심양성 한복판에서 구동 준비를 마쳤다.
“태상황 폐하! 전기 사륜차의 조립이 완료되었습니다!”
“어서 가동해 보거라. 당장 보고 싶구나.”
축전지를 결합하자 차량 앞의 전구가 번쩍이며 불을 밝혔다. 숙련된 운전수가 이중으로 잠긴 브레이크를 풀고 레버를 젖히자 모터가 가동되며 뒷바퀴가 움직였다.
“정말 움직이는구나! 기관차처럼 연기를 뿜어내지도 않고 조용할 줄이야!”
기계장치 특유의 굉음도 이 시대의 증기기관과 비교하면 조용한 수준이었다.
점차 속도가 올라간 전기 사륜차는 옛적 홍타이지의 무덤이 있던 터를, 이제는 청나라로 돌아간 이들이 무덤을 가져가 잔디밭이 된 장소를 가로질렀다.
“저러다가 벽에 충돌할 것 같구나!”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이 차는 좌우로 움직일 수 있사옵니다.”
운전수가 전력을 다하여 핸들을 돌리자 앞바퀴가 조금씩 움직이며 차가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순조는 이 모습을 보고 아예 명을 내려 방향을 조종하였다.
한동안 사람이 걷는 속도. 대략 시속 5㎞/h로 움직인 전기 사륜차는 축전지가 바닥나 작동을 멈추었다.
순조는 멈춰 버린 사륜차를 바라보며 질문을 하였다.
“왜 작동을 멈추었는가?”
“힘이 다하였습니다. 이 차는 두 각(30분) 정도를 가동하면 축전지를 교체해야 하옵니다.”
“계속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다음 축전지로 교체하여라.”
“아직 충전작업을 하고 있사옵니다. 축전지를 충전시키는 데 두 시진 정도가 소모되옵니다.”
순조는 선물로 함께 배송된 24개의 축전지를 떠올렸다. 이 축전지를 모조리 사용하면 6시간을 가동할 수는 있었다.
심지어 응급 충전용이라고 사람 열 명이 매달려서 구동하는 수동 축전기까지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차를 무한히 가동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 축전지의 무게가 개당 80㎏에 달하는 점은 순조에게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왕이며 수많은 사람들과 동티단이 ‘자발적’으로 자신을 섬기기까지 하였으니까.
“좋은 물건이구나. 앞으로 어가를 대신하여 이 물건을 타고 다니겠다.”
순조는 이 선물을 요긴하게 사용하기로 하였다. 심지어 박현상과 조일준은 자신을 위해 ‘백성이 겪는 문제’를 논하며 이 선물을 사용할 장소까지 마련해 주었다.
며칠 뒤, 요하 하구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티단이 소집되었다.
그 선두에는 전기 사륜차와 이를 운행하기 위한 인력들이 우선 편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