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화
20장 2화 민족주의
수에즈 조약이 최종 체결된 뒤 각 국가의 사절단들은 귀향길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가장 늦게 귀국하게 된 나폴레옹 3세와 오찬을 즐길 기회를 찾았다.
“후작님의 고견을 받아들인 덕분이지요. 제 이름이 프랑스 전역에 진동하고 있습니다.”
내 목적은 나폴레옹 3세를 빠르게 프랑스로 돌려보내기 위해, 또한 베트남을 비롯한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해 크림 전쟁을 이용했다.
베트남은 관리 부족과 군인들의 부패로 인한 아편 반란 사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하여 반강제로 개혁을 시작하였고 프랑스에 막대한 채무를 짊어져 버렸다.
프랑스의 여론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한쪽은 우리가 대한제국을 ‘개화’ 시키듯이 베트남도 열강의 반열에 올릴 수 있다는 온건한 주장이다.
당연히 다른 한 쪽은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인도차이나 반도 전체를 병합하자는 과격한 주장이다.
영국을 능가하는 인도차이나 식민지를 원하는 이들도 제법 많은 형편이었다. 그런 과격파의 생각과 달리 베트남은 이번 크림전쟁을 통해 식민지라는 운명을 탈출하였다.
나폴레옹 3세는 다시금 질 좋은 와인을 들이켠 다음 자랑스럽게 말했다.
“제가 뭐라고 불리는지 아십니까? 빈곤한 인도차이나의 국가를 이십 년이 지나기도 전에 부흥시킨 희대의 명재상이라 하더군요.”
“그리고 나폴레옹과 대등한 군사 지휘관이라 하겠지요?”
“오 제발! 그 말씀만큼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전 절대 전쟁을 안 할 겁니다! 하더라도 제가 전선에 나서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지금쯤이면 크림 전쟁에서 귀환한 프랑스 병사를 통해 나폴레옹 3세의 위업이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갔겠지. 그만큼 베트남이 지원한 물품이 많다.
무기로는 대한제국이 ‘수출한’ 구형 브라운베스와 프랑스식 전장포를 비롯한 많을수록 좋은 물건들이다. 여기에 미리 미곡을 구매하여 전선에 즉시즉시 투입하였다. 또한 몸을 놀리는 군인들이 가장 좋아할 설탕도 잔뜩 보냈다.
나폴레옹 3세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프랑스의 가장 빠른 소식을 알려주었다.
“박 후작님 덕분에 제가 국무의회 의장 자리를 역임하게 되었습니다.”
“확정된 일입니까?”
이건 제법 놀라운 일이다. 그는 국무의회 의장 자리에 올라가기 전 1년 정도 내각 주요 자리에 머무르며 경험을 축적해야 할 사람이다.
경험 축적도 없이 즉시 내각의 최고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나폴레옹 3세는 저 멀리 항구에서 귀향길에 오른 군인들의 행렬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가장 먼저 파리로 돌아간 병사 오만여 명이 이미 루이필리프 2세 전하께 요청을 하였다더군요. 크림 전쟁에서 자신들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나폴레옹의 이름 덕분이라 하였습니다.”
“그 정도면 확정이나 마찬가지로군요. 참전 용사들의 대접을 하려면 전권 대사님을 국무의회 의장에 앉혀놓아야 할 거구요.”
“여기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에마뉘엘 그루시 명예원수와 오귀스트 마르몽 명예원수가 참전 용사의 대표로 저를 맞이할 예정이더군요.”
뒤통수를 거세게 맞은 것 같이 머리가 멍해졌다. 그루시는 진작 죽어 나자빠졌어야 할 사람이고 마르몽도 몇 년 전에 죽었어야 할 인물이니까.
“그 양반들 어떻게 살아 있답니까? 에마뉘엘 원수는 올해 나이가 아흔 살에 마르몽도 여든 살이 넘었는데요?”
“말하기를 ‘대한제국에서 욕을 하도 먹어서 죽질 않는다’라고 하더군요. 다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요즘 들어 몸이 허약해져서 제대로 거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였지요.”
나폴레옹 3세는 별일도 아니라는 듯이 거위 다리로 만든 콩피(기름으로 만든 저온조리)를 썰어서 먹었다. 그러고는 오찬이 진행되는 방의 샹들리에를 슬쩍 올려다보고는 중얼거렸다.
“저는 백부님의 군사적 명성을 뛰어넘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군사 관련 업무 대신 외교와 내정에 몰두할 계획이지요.”
“베트남의 도시를 정비한 그 솜씨가 프랑스에서 발휘될 것 같군요.”
“물론이지요, 베트남의 그 끔찍한 기후를 상상하면 프랑스는 천국입니다. 내정은 그럭저럭 계획을 잡아 두었는데 외교 관련으로 좀 사소한 문제가 있군요.”
나폴레옹 3세는 외교적 방면에서는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저 대전제를 설정하고 그에 맞게 판을 짜다가 실패하여 보불전쟁을 일으켜 버렸지.
반면 베트남에서 고생을 하며 어느 정도 외교적 감각이 트인 것 같았다. 이번 7개국 분할 및 독립은 내가 유럽에 심어놓은 과제이자 함정임을 직감했으리라.
“박 후작님께서 특정 지역에 대한 영토 분할을 요청하고 투자를 권고한 이유는 잠재적인 불안 요소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섣불리 손을 댄 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을 거구요.”
“말씀대로 우습게보면 큰코다칠 지역입니다. 영국이야 디바이드 앤 룰 정책을 가동하다가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있으며 프랑스도 덮어놓고 투자만 하다가는 곤경에 빠지겠지요.”
“저도 그 생각이 들더군요. 일대는 종교는 둘째치고 여러 민족이 얽혀있는 지역 아닙니까?”
“민족이라니요?”
이 시대의 민족주의, 학술 용어 내셔널리즘은 서양에서 막 태동하기 시작한 관념이다. 이 시대의 서양은 봉건제의 영향이 남아 있어서 같은 나라라도 언어가 다른 경우가 있었다.
아예 한 국가에 속해 있어도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며 생활 방식까지 다른 경우까지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알자스-로렌 지방같이 말이다.
제법 놀라운 일이라 포크를 움직이던 손이 멈추었다. 나폴레옹 3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는 말하였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동질감. 이를테면 민족주의(Nationalism)라 불릴 관념 말입니다. 유럽에는, 특히 프랑스에서는 별로 부각되지 않는 요소이지요.”
여기까지 예측했는데 두루뭉술하게 넘길 수는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대로 답해주었다.
“동양에서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관념이나 서양에는 부족하지요. 그 관념이 막 아랍에서 태동하기 시작하였는데 제가 분할한 국가는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들입니다.”
“박 후작님의 함정을 제가 먼저 알아차렸군요. 이런 지역을 자신의 편의를 위해 마구잡이로 나눠 버리면 무슨 문제가 벌어지겠습니까? 내란 아닙니까?”
내란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럽의 관심이 쏠릴 정도의 분쟁은 일어나리라.
나폴레옹 3세는 시종이 채운 와인을 들이켜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다.
“이틀 전 돌아간 영국 외교관들과 오찬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에게 논하기를 위도와 경도로 땅을 편하게 나누자 하더군요.”
“참 무식한 작자들이군요. 자신들이 사는 런던 시가지를 네모로 나누어 건물을 썰어버리기라도 하자는 말입니까?”
“예전의 저라면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머나먼 동방에 머무르며 여러 배움을 얻었지요.”
동아시아는 상고시대부터, 아무리 늦게 잡아도 기원후 11세기쯤 민족 관념이 생겨났다. 하다못해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진 중국도 ‘천자’ 아래에서 별 불만 없이 살아간다.
이런 민족 관념을 나폴레옹 3세가 자연스럽게 흡수한 것이다. 그는 와인 잔을 슬쩍 흔들고 다시 한 모금을 들이켜고 말하였다.
“저희 프랑스가 관리하는 국가는 가급적 기존 민족의 생활 반경을 유지하여 국경을 분할할 예정입니다. 영국이 엿을 먹는 동안 우리가 이득을 챙길 작정이지요.”
“동양에서의 생활로 많은 배움을 얻으셨군요.”
“남들은 동양의 신비라 하지만 저는 동양의 사상과 역사도 익혔습니다. 이는 신비가 아니고 언젠가 모든 국가와 민족이 나아갈 길이라 생각합니다.”
제국주의의 표본으로 식민지를 찍어내던 나폴레옹 3세는 어느새 시야가 풍부해지고 사려 깊은 사람이 되었다. 그의 변화로 세상은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먼 훗날, 결국 제국주의의 식민지 양산이 시작되어 아프리카가 식민지가 될지도 모른다. 설령 식민지가 되더라도 프랑스의 주장으로 기존 부족들의 생활 반경대로 영토를 나누리라.
훗날 수많은 내란과 민족 학살의 어두운 역사가 사라지고 좀 더 긍정적인 방향의 발전이 이루어지리라. 오찬을 마친 다음 그와 악수를 나누며 훗날을 기원하였다.
“박 후작님께서 만들어 둔 함정을 덮어버리고 그 자리를 프랑스의 속령이자 서로 다른 민족이 땅을 나누어 불만 없이 살 수 있는 국가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럼 이득이 얼마나 커질지 모르겠군요. 앞으로 동방에서 큰일이 하나 터질 것 같은데 프랑스가 협력해주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베트남 군대를 잘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군부 고문관들이 아직 남아서 활동 중이니 염려하지 말고 청나라를 두들겨 패시지요.”
나폴레옹 3세가 남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청나라와 전쟁을 다시 벌일 때 프랑스가 남부를 공략할 것이라는 계획 입안이다.
다른 의미는 대한제국 이후 청나라 이권을 가져갈 국가가 프랑스라는 말이고.
이후 한 달의 항해 끝에 대한제국에서 파견한 국제 구호협회와 함께 한양으로 돌아왔다.
* * *
당연히 첫 일정으로 효명제에게 보고를 올려야지. 수에즈 조약의 제반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니 효명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쌍성자 일대는 본디 노서아의 도움을 갚기 위해 제공한 땅이나 이제 온전히 우리의 땅이 되었구나. 그나저나 이 나라가 그 거대한 열차 노선을 설립할 필요가 있더냐.”
“응당 설치해야 할 노선이옵나이다. 머나먼 노서아와 교역을 행할 이유도 있사오며 북방의 관리와 소식 전달을 위해 필요하옵나이다.”
“차근차근 진행하면 될 일이니 그리 큰 염려는 하지 않겠다. 다음으로는 오사만과 노서아의 영토를 일부 분할하여 독립을 추진하는 이유가 궁금하구나.”
“그야 구주의 관심을 신생 독립국에 쏠리게 한 목적이옵나이다.”
효명제는 내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장에서도 무슨 행동만 취하면 즉각 견제를 실시하려는 유럽 열강들이 영 탐탁지 않았으리라. 더군다나 효명제의 마음에 와 닿는 말도 듣게 되었다.
그는 나폴레옹 3세의 발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월 전권대사이자 차기 불란서 총리의 말이 마음에 닿는구나. 이 나라는 옛적부터 한 몸으로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었으며 이는 아족류(我族類 - 우리 겨레)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이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각자 겨레를 지니고 풍습을 정돈할 시대가 된 것 같사옵니다.”
“그 또한 좋은 일이지. 그러나 이 겨레가 변질되었다가는 서로를 헐뜯고 깔보며 분열시키는 흉측한 일이 일어날 것 같구나. 이를 심히 경계하도록 하라.”
효명제가 운을 띄우자 관료 여럿이 헛기침을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게 제법 민감한 주제인 것이 청나라에서 들려오는 첩보에 의하면 객가 세력이 한족을 억압한다든가.
그나마 객가가 각 지역 단위로 뭉쳐서 활동해 이 정도이다. 효명제는 대놓고 헛기침을 몇 번 해서 주의를 환기하고는 나에게 조용하게 권고를 내렸다.
“내년 초에 북경 대사관을 설립하고 미리 준비한 인재들을 특별히 배치하도록.”
“폐하의 명을 받들겠사옵나이다.”
“어설픈 인재들을 보내면 아니 되는 법이다. 부디 심혈을 기울이도록 하라.”
내가 물러나자 다음 순서로는 파견된 국제 구호협회 의사들의 차례였다. 이들이 하나하나 인사를 올리자 효명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하나하나 맞잡으며 말하였다.
“지금까지 이 나라의 의술은 내과에만 치중하여 부상을 치유하는 일에는 소홀하였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환자를 치료하였는가?”
“한 명의 의원이 삼천여 명의 환자를 치료하기에 이르렀나이다.”
“참으로 크나큰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이 경험을 각지에 퍼트리도록 하라.”
이외에도 효명제는 의술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였다. 개중에는 나름 괜찮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전선에서 활약하는 일개 잡부도 의술을 익혀서 성과를 거둔다는 말이었다.
“앞으로 백성들을 가르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이런 기초 치료법을 알려줘야겠구나.”
“총상을 입었을 때 일 분 이내에 지혈하면 목숨을 건질 사람도 오 분이 지나서 뒤늦게 지혈하면 숨이 넘어가곤 하옵니다. 부디 이를 널리 퍼트리시옵소서.”
이후에도 제법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정상 국가로 돌아오는 대월과의 협력, 아예 우호관계를 넘어서 핵심 동맹이 된 프랑스와의 우호 관계 구축에 관한 논지였다.
모든 일이 끝나고 하루를 푹 쉬고 난 다음 일준이의 연구실에 놀러갔다. 녀석은 내가 정리한 수에즈 조약 서류를 확인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네 정책치고는 굉장히 정상적이라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
일준이는 조약 내용을 확인하고 고생 좀 하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전부였다. 다른 사람에게는 굳이 안 알려줘도 일준이에게만 알려줄 생각으로 힌트를 줬다.
“정상적? 이거 지뢰를 삼중으로 매설했는데 정상적으로 보여?”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영국이나 어설프게 혐오스러운 짓을 하다가 지뢰가 터지지 프랑스는 빗겨나가잖아? 고작 민족주의라는 사상이 유럽 전체에 퍼져서…….”
일준이는 골똘히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였다. 그러고는 프로이센에서 앞으로 몇 년을 머무르게 될 청나라 유학생들을 떠올리고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민족주의를 청나라 유학생을 통해 전파할 생각이야? 청나라의 만주족과 한족을 이간질시키려고? 천자 개념이 아닌 ‘민족’ 개념의 주입을 하겠다고?”
“그건 좀 오래 걸릴 일이잖아. 넌 공친왕이 보낸 수많은 사람 가운데 홍수전의 끄나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객가민족이야 말로 민족주의를 가장 흡수하기 좋은 부류잖아.”
“에이 설마, 홍수전이 알아서 제지…… 아니네, 각 지역별로 따로 노니 제지를 못 하네.”
객가는 홍수전을 상전으로 모시지 않는다. 자신들을 인솔하는 대표이자 객가의 일원으로 모실 뿐이다.
이 사실은 일본에 멋대로 아편을 팔아치운 놈들 때문에 드러났다.
홍수전이 철저히 관리했다면 아편을 특정 국가, 예를 들면 영국에 수출하거나 아예 대한제국을 엿 먹일 생각으로 수출했으리라.
그런데도 아편은 마구잡이로 퍼져 나가 버렸다.
결국 배상제회는 절대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하지 못하였다. 이들은 이익에 얽매인 어설픈 연합에 불과하다.
이들이 민족주의를 받아들여 한 몸으로 뭉칠 계기가 마련된 상황이다. 일준이는 이 사실까지 알아차리고 중얼거리며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였다.
“그러면 민족주의가 발호해서 문제가 벌어지자마자 청나라 내부로 그 소식이 전해지겠네. 홍수전과 각 객가 세력에게 동시에 전해지겠고.”
“지금까지 애매하게 객가민족의 이름으로 집결한 사람들이 각성하겠지. 이들이 혁명을 촉구하면 홍수전은 자신이 생각한 때가 아닌 엉뚱한 시기에 내란을 일으켜야 할 거다.”
홍수전은 머리가 좋은 편이라 대한제국을 확실히 이기거나 최소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부를 단속하고 혁명을 일으키려 하리라.
물론 홍수전의 상상과 부족한 정보보다 대한제국의 발전이 훨씬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회심의 일격을 준비한 홍수전이니 대한제국의 타격도 만만치 않겠지.
그렇다면 이 계획을 더욱 빠르게 촉발시켜야지. 홍수전도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청나라 내부를 들끓게 만들어 억지로 혁명을 일으키는 거다.
홍수전은 일부 성공을 거두어 정권을 휘어잡을 것이다. 그 반동으로 인해 대한제국을 상대로 준비도 안 된 전쟁을 벌여야 하겠지.
일준이는 내 말을 듣고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방안이고 한 겹 까보면 유럽에게 엿을 좀 먹이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약간 어긋난 방향이지. 그런데 세 겹을 까니 이 꼴이 나네.”
“내가 지뢰 매설에 소질이 있어.”
“그냥 핵폭탄을 묻어둔 꼴이잖아. 그것도 청나라 내부에서 터지는 핵폭탄.”
핵폭탄 맞다, 처음에는 지뢰고 다음에는 연쇄폭발이며 청나라까지 가면 핵폭탄으로 커지는 민족주의의 폭탄.
홍수전이 혹시나 이 폭탄을 통제할지도 몰라 다른 선물도 하나 준비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