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68화 (238/345)

268화

22장 3화 위대한 프랑스(3)

프랑스 군인들의 ‘프랑스식 요리’는 계속 만들어졌다. 이 시대의 프랑스 요리는 버터를 비롯한 기름을 듬뿍 넣고 디저트를 아주 달콤하고 기름지게 만들어 냈다.

더군다나 귀족 계층인 장교와 어느 정도 기술을 가진 취사병에 의해 만들어지는 요리들이었다. 이 요리들은 프랑스인의 입맛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요리들이었다.

물론 프랑스인의 입맛에 괜찮은 요리일 뿐, 전통과 문화를 실시간으로 핍박하고 모욕하는 행위였다.

파스타의 본고장인 나폴리에 파견된 장교는 민가에 방문해 통보를 하였다.

“이 지역은 토마토를 이용해 소스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더군. 그 소스를 사들이겠다.”

“돈만 주시면 못 드릴 것도 없지요.”

나폴리는 파스타의 본고장 중 하나이다. 이 지역에서는 태양에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수확하고 대량으로 가공하여 일 년 내내 먹을 소스를 만든다.

가족 단위로 모여 피땀을 흘려 만들어낸 소스가 징발 대상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적당한 가격에 사들여서 좋은 일이라 생각한 농가는 소스 항아리를 하나 내주었다.

현대에는 포모도르(pomo d'oro)라 불리는 소스는 엄청난 양의 토마토를 수확해 껍질을 벗기고, 졸이고 허브를 비롯한 향신료를 넣어서 볶은 소중한 음식이었다.

“맛은 괜찮으십니까?”

“흠…… 역시나 이탈리아 반도 요리라니까.”

잘 보관된 포모도르 소스 항아리에서 소스를 한 수저 떠먹은 장교는 복잡한 감칠맛과 산미에 만족하였다. 그러나 자신에게 내려온 임무를 되새기며 억지로 트집을 잡았다.

“이런 기름기도 없이 시큼한 맛만 가득한 식초를 계속 먹다가는 전투력이 감소하겠다!”

“식초라니요! 토마토를 얼마나 졸여댔는데 식초 맛이라 하십니까!”

“시끄럽다! 마을 광장에서 대육군 방식의 배식을 실시할 예정이니 꼭 참관하도록!”

나폴리에는 파스타에 필요한 모든 재료가 있었다. 최초로 파스타 건면을 만들어낸 노력과 위대한 소스를 이탈리아 반도에 퍼트린 자부심도 함께하였다.

그 자부심은 프랑스식 요리로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장교는 거대한 솥에 물을 끓이고 널찍한 팬에 소스를 끓이는 광경을 농민들에게 보여주며 말하였다.

“너희들의 토마토소스는 깊은 맛이 부족하다. 고기를 잔뜩 넣어서 우려내도 이 부족한 맛을 보충할 수 없어서 맛을 더할 물건을 준비했다.”

“이건 생크림 아닙니까?”

이 시기는 식물성 생크림이 없는 시대이다. 생크림은 갓 짜낸 신선한 우유를 내버려 두어 위에 분리된 지방이 많은 우유만 걷어낸 물건이다.

이탈리아 농민들 입장에서 생크림은 함부로 접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버터를 만들어내고 남은 저지방 우유를 버터밀크로 발효시켜 먹는 것이 이들의 식생활이다.

그 느끼하고 지방이 풍부하며 부드러운 맛을 내는 생크림이 자글자글 끓고 있는 포모도르 소스 위에 부어졌다. 마을 아낙은 경기를 일으키며 솥으로 달려들었다.

“이러시면 안 돼요! 저희의 전통이…….”

“그 전통이 위대한 프랑스의 미각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나?”

생크림이 섞이고 다진 고기가 들어간 소스가 다시 끓어올랐다. 만들어낸 당시의 피보다 더 붉은색이 아닌 완연한 분홍색으로 변질된, 이탈리아인의 시선으로는 아주 기괴한 소스였다.

장교는 소스를 한 수저 떠먹어 보고 제법 괜찮은 작품이 완성된 것 같아서 만족하였다. 그러고는 즉석에서 이름을 창안하였다.

“이 소스가 마침내 풍부한 맛을 머금게 되었군. 색상이 장미색이니 로제(rosé)라 하지.”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 반도에는 장미꽃과 관련된 성인이 계시던데?”

인근에 파견된 장교가 주거니 받거니 맞장구를 쳤다. 나폴레옹 3세가 원하는 반응, 민중의 이탈리아 통일 열망을 부추기기 위한 잔머리가 실시간으로 굴러갔다.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말인가? 그분이 잠든 아시시에 우리의 작품을 가져가 보자고.”

“나폴리의 맛없는 음식을 이렇게 개조하였다 공표해 보세.”

“개소리 집어치우시오! 이런 흉물을 아시시에 가져간다고!”

“프란체스코 성인께서 영면을 취하신 대성당의 장미들이 가시를 피워낼 거다!”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는 모든 이탈리아 반도가 섬기고 존중하는 성인이었다. 그가 창설한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전 세계에 퍼져 청빈과 봉사를 실시하는 단체이기도 하였다.

위대한 성인 프란체스코를 언급한 순간 나폴리의 모든 사람들이 격분할 만하였다. 그러나 장교들은 코웃음을 치면서 더더욱 화를 부추겼다.

“여기는 이탈리아 반도 남부고, 아시시는 이탈리아 반도 중부잖아? 어떻게 가려고?”

“다른 나라인 토스카나의 일을 왜 참견하고 있지? 우리는 위대한 프랑스 군인으로서 이탈리아 반도 전역에 파견되었지만 너희들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의 일이잖아?”

병사들 모두가 장교들의 대답을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않아도 가혹한 군기와 부조리의 악순환을 당하는 병사들은 이탈리아인의 홀대를 통해 가학성향을 충족하였다.

장정들 대다수가 눈을 질끈 감고 분노를 삭였으며 노약자들은 성호를 긋고 기도를 올렸다. 어느새 소스가 완성되고 20분 이상 푹 삶아진 건면이 배식되었다.

“네놈들이 먹는 알 덴테(al dente – 심지를 남길 정도로 덜 삶는 조리법)는 파스타를 손으로 주워 먹기 편하도록 만들어진 조리법이지?”

“세상에, 얼마나 낙후되어서 식기조차도 만들어내지 못하지? 아아 이것은 ‘포크’라는 것이다!”

본래 파스타는 손으로 먹는 음식이었다. 르네상스 이후 식기가 발달하며 파스타가 같이 전파되었고 다른 국가에서는 당연히 포크로 파스타를 먹었다.

그러나 오랜 전통을 가진 지역, 나폴리를 비롯한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옛 전통을 지켜 여전히 손으로 먹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지적을 당하자 모두가 다시금 분노를 터트렸다.

“아니다! 씹는 맛을 내기 위해서 조금 덜 삶는 거다!”

“손으로 파스타를 게걸스럽게 퍼먹는 주제에 말은 많아.”

“우리가 길거리에서 맨날 보는 모습은? 노점상에서 손으로 파스타를 퍼먹는 놈들은 뭐고?”

나폴리 시민들은 프랑스 군인들의 식사를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들이 인간의 영혼을 퍼먹는 모습처럼 보았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음식은 자신들을 모욕하는 식사였다.

자신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낸 건면은 아무런 탄력이 없을 정도로 흐느적거렸다. 이 위에 뿌려진 소스는 프란체스코 성인을 모욕하기 위한 기름기가 가득한 흉물이었다.

빵조차도 자신들의 방식이 아닌 프랑스식 바게트를 사용하였다. 여기에 장교들은 더더욱 속이 터지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동네의 건면은 군용 식량으로 쓰기 괜찮을 것 같아.”

“보존 기간이 몇 년이나 되더군. 근데 이런 건면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내다니.”

“제조법을 적당히 가공해서 공장에서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이탈리아 반도는 낙후된 지역이라 공장도 제대로 안 돌아가는데 우리는 신형 증기기관을 사용하지 않나.”

사람들을 비웃듯이 프랑스의 병사들과 장교들 모두가 포크로 파스타를 말아 우아한 식사를 즐겼다.

모든 식사가 끝나자 장교들은 달콤한 초콜릿으로 입을 달래며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앞으로 너희들의 생활은 많이 변할 거다. 우리 위대한 프랑스의 공업기술력으로 네놈들의 건조 파스타를 대량 양산하고, 맛 좋은 소스를 통조림 형태로 판매해 주마.”

“그리고 포크도 통조림에 끼워서 팔아주지. 이 정도면 괜찮은 거래 아닐까?”

“이탈리아 반도에 갈기갈기 쪼개진 나라들에게 포크를 배급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수에즈 운하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겠지. 아무튼 재료를 공급해 줘서 고맙다!”

장교의 인솔하에 병사들이 사라지자 나폴리 시민들이 말끔히 정리된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가슴 속에서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저놈의 새끼들을 습격하자고! 사람이 몇 명 다치더라도 괜찮아!”

“그랬다가는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뭔 짓을 저지를지 몰라! 놈들은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의 허가 하에 들어왔다고! 잘못하면 놈들이 나폴리를 불태워 버릴 거다!”

“나도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방데라는 지역 하나가 아예 소멸해 버렸다고.”

“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을 셈인가! 이대로 당하고만 살 거냐고!”

지금까지 이탈리아 반도의 시민들은 하루하루 농사를 짓거나 공장에서 일하며 평온한 삶을 이어갔다. 나라가 어떻게 분열되어 있건 높으신 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대로 분열되어 있다면, 제대로 된 힘을 가지지 못하면 자신들의 문화가 침탈당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나폴리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하나씩 내놓았다.

“이대로 계속 있으면 우리가 할 일이 사라지겠지. 프랑스에서 기계로 파스타를 계속 뽑아내면 파스타 장인들이 모두 길거리에 나앉을 거야.”

“그리고 공장에서 만들어낸 프랑스제 소스, 저 느끼한 흉물을 뱃속에 넣어야 하고.”

“잘못하면 빵조차도 프랑스 놈들이 만들어내겠지. 그럼 우리 자식들은 어떻게 살까?”

“프랑스 놈이 되는 거 아니겠어! 손자쯤 되면 프랑스어를 나불거리겠지!”

이탈리아 반도의 식량을 프랑스가 지배하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세한 상황을 알지 못하는 평범한 농부들 입장에서는 현실처럼 다가왔다.

* * *

프랑스의 병사들이 이탈리아 반도에 파견되고 고작 두 달이 흘렀다. 이탈리아 각지의 일곱 왕국은 오스트리아의 개입과 프랑스군의 파견으로 현재의 구도가 안정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 예측과 달리 수많은 시민 활동이 감지되었다. 각지의 이탈리아 통일 운동가들에게 연락망을 구축한 나폴레옹 3세와 관료들은 정기 보고회를 열었다.

“우선 샤르데나의 국왕 비토리오는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였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요청을 받아들인 우리 프랑스에 대해 불만을 가득 담은 서신을 보냈지요.”

“그 서신은 다른 나라의 눈을 속이기 위해 보낸 것 같군요. 속내는 어떻습니까?”

“통일 이탈리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감사를 표시하였습니다. 물론 공화정 국가의 창설에는 반대하였지만 양쪽이 모두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이해했지요.”

“예상외로 잘 수긍하였군요.”

본래 역사에서 이탈리아 통일전쟁을 치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는 프랑스의 간접적 지원에 만족하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공화정 세력을 포섭하여 통일이라는 뜻만 이룩하면 되었다.

나폴레옹 3세는 만에 하나라도 비토리오가 배신하여 계획을 유출할 것을 염려하였다.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다음 보고가 시작되었다.

“다음 순서는 토스카나, 모데나, 파르마입니다. 이 세 지역의 군주들은 우리의 대육군이 질서를 정리하고 민간인 시찰을 실시하는 태도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집회나 반란 모의에 대해서는 언사를 보낸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이탈리아가 우리 프랑스처럼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의 열망을 가진 시민들을 맞이한 적이 있겠습니까? 당연히 모르고 있습니다.”

“뇌물을 그토록 퍼먹였으니 당연한 처우로군요. 뇌물로 삼을 물건을 계속 보내서 시선을 돌려보지요.”

나폴레옹 3세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규모가 작은 왕국들은 프랑스 장교들을 통해 보낸 ‘선물’에 취하여 현실을 외면하였다.

프랑스 장교들은 시민 집회나 반란 모의가 발각되어도 대충 눈감아주고 넘어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들이 무력을 행사하는 일은 오로지 프랑스군이 피해를 입었을 때 한정이다.

“그러고 보니 몇몇 급진주의를 표방하는 장교들이 집회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던데?”

“막 보고를 올리려 하였습니다. 특히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양시칠리아, 이탈리아 반도 남부에서는 집회의 수준을 넘어서서 몇몇 단체가 통일을 주장하였습니다.”

“아주 좋군요, 우리가 파견한 지식인들의 활동은 잘되어갑니까?”

“적당한 자금 원조와 언변으로 각지의 연락망 구축을 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통일 운동가이자 공화주의자인 주세페 마치니를 중심으로 움직이더군요.”

이미 나폴레옹 3세는 이탈리아 통일에 대한 방법론을 개인적으로 연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부각된 주세페 마치니는 민족성이라는 요소를 탐구하는 철학자이자 사상가였다.

다만 그의 주장에는 문제점이 여럿 있었다. 나폴레옹 3세는 그의 주장을 되새기며 약간의 수정 방향을 권고하였다.

“지원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내고 약간의 안건을 수정해 보지요. 그 친구는 토지 재분배를 거부하는 입장인데 자금 지원을 좀 해서 이 의견을 수정합시다.”

“의장님, 자금은 땅에서 솟아나는 게 아닙니다.”

“공장 설립과 제반 투자 제안 그리고 비료 공급 제안은 어떻습니까. 공화정이 되건 왕정이 되건 우리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를 널리 실천하자는 명목이지요.”

“유교 자본주의 도입 말씀이군요. 투자 형식으로 적당히 뒤틀어서 말이지요.”

박현상이 주장한 현대 자본주의 체계는 유럽에서 ‘유교 자본주의’라는 명칭으로 받아들여졌다. 자본주의의 틀을 갖춘 채 유교의 사상인 의(義)를 중시하는 방침이었다.

한창 사상계를 들끓게 하는 공산주의의 완벽한 대척점이자 천적이나 마찬가지였다.

나폴레옹 3세는 콧수염을 슬쩍 쓰다듬고는 다음 의제를 내놓았다.

“우리의 노력을 감안해도 이탈리아 반도에서 시민운동이 일어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군요. 다음은 우리 프랑스가 크림 전쟁 이후 지배하게 된 영토에 대한 논의를 하겠습니다.”

지도가 펼쳐지고 레바논 일대를 포함한 프랑스의 영토가 드러났다. 현대의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 그리고 요르단을 포함한 방대한 영토에는 영국이 그어놓은 선이 드러났다.

“보시다시피 우리는 크림 전쟁 이후 새로운 영토를 할양받았습니다. 영국은 무턱대고 경도와 위도를 중심으로 선을 그어 영토를 나눠놓았지요.”

“보기만 해도 속이 다 뒤틀리는군요. 지리적, 민족적 고려도 없이 선을 그어놓다니요.”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삼 년 동안 별다른 통치를 하지 않고 일대의 지도를 만들고 어떠한 민족이 살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20여 개가 넘는 민족의 분포도와 이들의 주요 거점이 지도에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나폴레옹 3세는 이 지도에 손을 짚어가며 각 민족들의 거주 지역을 쓰다듬고 말하였다.

“보기에 참으로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 민족들 모두가 위대한 프랑스의 문화를 받아들고 프랑스 군대를 통해 자주 국방을 이룩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전 의장님의 말씀에 반대합니다. 자주 국방까지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자주 국방을 해야지요. 각 민족에게 무턱대고 프랑스어를 배급하면 반대가 일어나기 마련, 그러나 군대를 파견해 자주 국방을 이룩해 준다는 핑계를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나폴레옹 3세는 가슴을 당당히 펴고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가 담당한 새 영토의 질서는 우리 프랑스가 만들어낼 겁니다. 각 국가는 군대를 만들어내며 귀족과 지주들 그리고 왕족들이 프랑스어를 배우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서로 간의 영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천명(天命)을 가진 국가로서 제후국의 분쟁을 다스릴 의무가 있지요. 봉건 시대를 생각해 보십시오, 중앙의 왕이 계약을 실시하여 봉신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나폴레옹 3세는 미리 준비한 프랑스의 국기를 하나씩 지도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수에즈 운하를 가리키며 자신의 뜻을 이야기하였다.

“이 나라들은 프랑스어를 보조 언어로 활용하며 프랑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프랑스의 사람들이 활약하는 국가가 될 겁니다. 일단 수에즈 운하의 배후지가 될 것 같군요.”

“그럼 이들에게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얻는 이득은 무엇입니까?”

“중동 지방에, 나아가 인도까지 우리 프랑스의 영향력을 확보할 기반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영국이 좀 엿을 먹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관료들의 눈에 프랑스의 깃발이 붙은 각 민족의 세력권과 그 위를 무참히 가로지른 영국의 국경이 보였다.

나폴레옹 3세는 이 국경을 손으로 건드리면서 자신의 뜻을 밝혔다.

“서로 분열된 민족이 한 몸이 되고 프랑스의 이름 아래에 집결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조만간 영국의 손에 들어간 성지 예루살렘이 독립운동에 휩쓸릴 것 같군요.”

나폴레옹 3세는 동양에서 배워온 천명 개념을 철저히 활용하였다. 중국이 수많은 통합하였듯이 수많은 민족들을 조금 느슨하게 결속시키고 이용하려는 방침이었다.

그 기나긴 계획이 막 막을 올렸다.

마침 프랑스군을 지극히 경계하는 유럽 입장에서는 헛힘을 빼는 파견이며 프랑스 입장에서는 먼 훗날을 위한 장기 투자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