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71화 (241/345)

271화

22장 5화 외과의(1)

순조와의 접견을 마치고 은찬이를 만나려다 그 마음을 꾹 억눌렀다. 내가 움직이는 순간 모든 장교와 장성들이 발작하고 은찬이는 다시 고통을 겪으리라.

그저 사관생도들이 즐길 수 있도록 음료수나 많이 보내주라 하고 한양으로 돌아왔다. 출장을 마치고 쌓인 업무를 처리하려 하는데 외부 관원들이 없는 동안 벌어진 일을 알려주었다.

“박 후작님, 청나라에서 공식 요청서가 당도하였습니다.”

“공식 요청서? 평상시에는 뇌물로 쓸 공장제 제품이나 더 달라는 요청이던데?”

“이번에는 좀 난해한 요청이라 저희 선에서 처리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조차지 관련 문제인가?”

관원들은 머뭇거리다가 내 예상이 맞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계획은 청도와 상해 조차지를 통한 한족과 지배층 사이의 분열 유발이었다. 이 계획이 발각되어 대량의 양주십일기 유통이 들켰을 것이라 염려했다.

솔직히 말해 청나라가 정상적인 국가라면 몇 번이고 공식 항의가 들어왔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 철근콘크리트에 윤형 철조망을 설치한 장성을 만들어 버렸으니 욕 좀 먹어도 싸지.

그 염려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청나라의 요청은 참 할 말이 없는 내용이라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공식 요청서를 계속 확인하였다.

-귀국의 금창약(金瘡藥 - 상처에 바르는 약)이 효과가 신묘하며 바르면 상처가 쉬이 낫는다 하더군요. 이 약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싶습니다.

“이건 뭔 알아야 할 정보는 알지 못 하고 이런 엉뚱한 정보나 입수하고 있어?”

청나라 조정은 조차지의 무장 강화, 철근 콘크리트와 윤형 철조망이 조합된 최악의 요새 그리고 양주십일기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의도 보내지 않았다.

“대체 왜 금창약을, 우리가 사용하는 소독약을 대량으로 요청하였을까?”

외부 관료들은 내 말을 듣고 서로를 바라보며 생각을 하였다. 그러고는 언제나 변함없이 부패한 청나라를 생각하며 적당한 의견을 내놓았다.

“청나라 조정 입장에서 중요한 사항이 무엇이겠습니까? 돈을 남겨 먹는 것이지요.”

“철근 콘크리트 장벽을 보아도 별 감흥이 없었을 겁니다. 겉모습만 흡사한 장성을 쌓고 국고를 빼먹었을 것입니다.”

“철조망이야 가시덩굴을 엮어서 먹물을 좀 칠하면 비슷하게 만들어지겠지요.”

그건 표준적인 청나라의 모습 아닌가. 솔직히 말해 본래 역사의 청나라보다 지금의 청나라가 나은 편이기는 하다.

수십 년 동안 예산만 착복하고 결과물을 쓰레기로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낫다. 결과물이 쓰레기라는 것은 동일한데 반응 자체는 빠른 편이다.

관원들은 조차지에서 본 물건 대부분을 청나라에서 대충 베끼고 예산을 횡령할 수 있다 하였다. 그러다 한 가지 물건은 횡령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설프게 소독약을 베꼈다가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황족이 변고를 당하면 관련자가 모조리 죽을 겁니다.”

“외부대신님의 명으로 장벽을 넘다 부상을 입은 사람을 치료하지 않았습니까? 그 사람이 치료된 경과만 보아도 이 나라의 의술이 간접적으로 드러났을 것 같군요.”

내가 그런 지시를 내리기는 했었다. 청나라 밀입국자가 장벽을 넘다 부상을 입으면 교훈으로 삼을 겸 적당히 치료를 해서 돌려보내라는 이야기를 했지.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이 의술 자체가 전근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신묘한 의술이다.

자상(刺傷)이나 총상이면 몰라도 윤형 철조망으로 난자당한 상처라면 감염으로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 말 그대로 팔다리 전체가 갈기갈기 찢기니까.

“이제야 알 수 있겠군. 이 나라 사람들이야 십오 년 전부터 상처를 소독하고 꿰매며 재감염을 막기 위해 소독약을 사용하지.”

“지금은 의무 교육을 실시하면서 소독 관련 지식을 가르치지 않습니까? 납이나 수은은 위험하다, 상처가 생기면 깨끗한 물로 씻고 주정을 비롯한 소독약을 사용하라고요.”

“예전 방식의 의술이라면 상처에 오징어 뼈를 빻아서 바르고 대충 봉합했을 겁니다. 당연히 사는 사람 보다 죽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군요.”

철조망을 넘다 부상을 입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 칠십여 명이 넘는다. 개중에서 팔 할 이상이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니고 있겠지.

청나라 백성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정도로 온몸에 부상을 입으면 상처 감염으로 며칠 내에 죽어버리니까.

아마 소문이 퍼지고 청나라 조정에서는 조차지 장벽을 넘다 부상을 입은 사람을 찾아냈으리라. 그 부상이 완치된 모습을 보고 호기심과 자신이 부상을 입었을 때를 대비한 것 같다.

“어차피 황제 폐하께 보고할 것도 있는데 이 요청서도 함께 올려 드려야겠군.”

자리에서 일어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부 관원들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모두 소독약 제약회사 관련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가문의 돈을 털어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적당히 주식에 투자하게. 그러다가 청나라에 제조법을 보낼 것이라는 황제 폐하의 명이라도 떨어지면 주식이 홀라당 바닥에 가라앉아 버릴 거야.”

시기도 적당했다. 이제는 효명제에게 우리의 계획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일준이와 함께 보고를 올리러 갔다.

지금까지는 헤로인의 중독성과 끔찍한 금단증상에 대한 어떠한 자료도 없어서 이야기하지 못하였을 뿐인데 일준이는 얼마 전 3차 동물 실험 결과를 정리하였다.

우리 둘이 들어오자 효명제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보고를 올리게. 얼마 전 아바마마께서 소식을 전하였는데 내후년 삼월에 변란이 일어날 것이라 하였는가.”

“예측일 뿐이며 확신이 없어서 논하지 아니하였사옵니다. 하오나 이제 세 번째 검증을 마친 덕분에 감히 논할 수 있게 되어 보고를 올리옵니다.”

일준이는 영웅약 보고서, 얼마 전 헤로인의 3차 동물실험을 마친 보고서를 효명제에게 전해주고 설명을 하였다. 그 설명을 들은 효명제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보로서(프로이센)의 학자들이 청나라에 건너와 새 약물을 만들고 있음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편 치료제가 아니고 아편보다 몇 배나 끔찍한 약물을 만들 줄이야.”

“신이 개인 연구를 위하여 헤로인이라는 약을 만들고 효과를 검증하였사옵니다. 차마 사람에게 실험하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극약임을 세 차례에 걸쳐 확인하였나이다.”

“조 총장의 솜씨는 믿을 수 있지. 그러면 이 끔찍한 극약을 왜 만들어내려 하는가.”

다음으로는 내 차례였다. 아마 홍수전이 만주족 지배층을 헤로인을 통해 암살할 계획이라는 내 추측을 말하자 효명제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외부대신과 조 총장 둘이 한 몸처럼 움직여 이번 사태를 예측하였구나. 깊은 숙고와 논의가 아니었다면 그저 선무당이 사람 잡듯 날뛴 격이 되었을 것 같도다.”

“신이 확신이 부족하고 폐하께 대한 충정이 부족하여 차마 간언을 올리지 못하였나이다.”

“아니다. 그리 늦지도 않고 가장 적당한 시기에 답을 내었으니 별문제도 아니다.”

이제 효명제도 청나라에서 일어날 일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홍수전이 지배층을 싹 갈아치우고 청나라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부강한 국가를 만들지도 모른다.

결국 홍수전은 이 대한제국의 미래를 위해 사라져야 하며 홍수전이 세운 태평천국 정부도 제거 대상이다.

효명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준이를 보며 질문을 하였다.

“이런 흉험한 약을 사람에게 실험할 수는 없지. 이 약을 본래 제조한 보로서의 학자들이 조 총장이 요청한 실험 결과를 언제쯤 보낼 것 같은가?”

“신이 판단하기로는 내년 말엽이옵나이다.”

“내년 말엽이라. 그러하면 실험 결과를 이 나라의 의원들이 즉각 파악할 수 있는가?”

“그야 간단한 일이옵나이다. 이 나라에서 의원으로 활약하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회지(會誌)를 받아보기 마련. 이 회지에 공식 인체실험 결과를 기입하면 될 것이옵니다.”

효명제는 일준이에게 의사들이 헤로인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입수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아예 어의를 불러서 이를 공식적으로 재차 확인했다. 그러고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아편을 불법으로 유통한 죄인은 최소 십 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중독자는 삼 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였다. 영웅약의 형량은 이의 세 배로 하겠다.”

“그러하면 유통에 가담한 사람은 징역 삼십 년이옵나이까?”

말이 징역 30년이지 조금만 죄가 가중되어도 사형이다. 설령 목숨을 건져도 그 정도의 중범죄자는 부여도 북부의 혹한의 대지에서 지옥 같은 형무소 생활을 하고.

이 정도는 되어야 감히 유통할 엄두도, 제조를 시도할 기반도 마련하지 못하리라.

효명제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그 정도는 되어야 해악을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조 총장이 만들어둔 영웅약 특유의 향을 병사들이 사용하는 번견(番犬)에게 미리 알려두도록.”

만에 하나 청나라에서 헤로인을 대량으로 만들어도 한반도로 유입시킬 경로를 차단하는 격이다.

물론 헤로인은 대학 연구시설쯤 되어야 겨우 양산할 수 있는 약이다. 제조법을 알아도 기반이 없으면 만들어내지 못한다.

거의 없는 가능성이나 황제의 입장은 다르다. 만에 하나가 정말 일어나면 백성이 피해를 입으니 방지할 필요가 있지.

아예 서신을 작성한 효명제는 다시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내 계획에서 생각하지 못한 점을 논하였다.

“외부대신은 때가 되면 공식 국서를 보내 영웅약의 해악을 청나라에 알릴 것이라 하였지.”

“그러하옵나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홍수전이 구석에 몰려 발악을 할 것이옵니다.”

“부족하구나. 혹여나 국서를 중간에 가로채면 대사관을 통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하면 청나라의 백성들이 대한이 변란을 조장했다면서 앙심을 품을 수도 있노라.”

효명제의 말을 들으니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오히려 홍수전쯤 되면 대한제국에서 몇 번의 경고를 보내도 묵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을 장악하고 있으리라.

효명제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전 세계에서 전해온 요청 문서를 가져왔다. 그러고는 청나라에서 보내온 금창약 수출 요청 서류를 보여주면서 답을 내놓았다.

“다른 방법이 떠올랐다. 청나라의 요청을 받아들이되 한발 더 나아가면 어떠하겠는가?”

“더욱 좋은 요청이라 하시니 갈피를 잡지 못하겠사옵니다.”

“청나라에서 왜 이런 물건을 요구하겠는가? 자신의 명줄을 늘릴 수 있는 신묘한 의술이기도 하지만 변란에서 가장 많이 필요한 것이 창상과 총상을 치료하는 약이다.”

“그러하면 군의관을 육성하기 위해 홍수전이 개입한 것이 분명하옵니다.”

청나라의 요청은 만주족 조정과 홍수전의 뜻이 일치한 요청이었다. 내가 청나라를 얕잡아 보며 대충 넘기고 지나간 사항을 효명제는 이 시대 사람으로서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건 내 실책이다. 지금까지 이길 준비를 갖추어 놓고 상대가 어떻게 튀어나갈지 모르는 상황인데 손바닥 안에 있다고 생각했지.

효명제는 내 표정을 확인하더니만 푸근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사람이 백 가지 일을 하면 한 개 정도는 넘겨짚을 수도 있는 법이지. 그러하니 아예 방심을 하고 방만하게 나라를 경영하는 것처럼 나아가 보자꾸나.”

“약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라는 명목을 앞세워서 사람을 들여올 방침이옵니까?”

“바로 보았다. 이미 보로서에서 열린 국제 박람회로 청나라의 조정이 이 나라의 기술을 알고 있을 터. 의원들을 데려와서 새로운 의술을 알려주도록 하자.”

나는 효명제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면 일준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앞으로 기울이며 이 의견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였다.

“아니 되옵나이다. 이 나라의 의술을 조금만 익혀도 출혈을 제대로 막고 상처를 소독하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청나라와 전쟁을 벌일 때에 죽어야 할 병사가 살아날 것이옵나이다.”

“그럴 일이 있느냐. 청나라의 의원들이 마지막으로 받을 교육은 영웅약의 위험성이다. 조금 전에 의원들이 보는 회지에 이 사실을 기입할 것이라 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되면 이 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의원들은…….”

“그 흉험한 약을 만드는 과정을 주도하고, 그 약을 먹여서 사람을 죽인 홍수전을 섬길 수 있겠느냐? 설령 섬길 마음이 있어도 홍수전이 어떻게 하겠느냐?”

효명제는 손가락 두 개를 V자로 만들어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였다. 홍수전 입장에서 영웅약이 아편 치료제가 아닌 극약이라는 교육을 받은 사람이 나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그 의원을 죽여서 살인멸구를 시도한다. 그다음으로는 그 의원에게 재차 교육을 받은 제자들을 죽일 것이고 주변인도 무사하지 못하다.

효명제도 이 말을 강조하듯이 말하였다.

“아마 홍수전이라면 인맥이 넓고 제자가 많은 의원을 많이 보낼 것이다. 그 의원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았으며 부상자를 치유할 수 있으되 쓸 수 없는 의사가 될 것이고.”

겉으로 보기에는 방만한 황제가 적국의 힘을 키워주는 격이나 실제로는 뱃속에 암 덩어리를 넣는 꼴이다.

이야기를 마친 효명제는 나를 바라보면서 다시금 강조하였다.

“이렇게 하면 이 대한은 아무런 사심도 없이 새로운 의술을 알려주며 홍수전을 궁지에 몰아넣는 격이다. 더군다나 홍수전을 한없이 방심시킬 수도 있겠구나.”

“폐하의 혜안이 신의 부족한 계략을 완성시켰나이다.”

“그건 짐이 할 말이로구나. 영웅약이라는 약을 만든 것을 경계하여 스스로 실험을 하고, 그 실험을 통해 다른 나라의 변고를 미리 예측할 줄이야.”

효명제는 나와 일준이를 번갈아 바라보고 ‘관중과 소하 그리고 장량보다 낫다.’라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요청서의 답신을 즉석에서 작성하였다.

“오만방자하고 방심한 사람같이 글을 쓰는 것도 참으로 힘든 일이로구나. 앞으로 청나라에서 자질이 뛰어난 의원 천여 명을 받아들여 새 의술을 가르칠 것이다.”

“그러하면 약원을 비롯한 기관에서 감당할 수 있사옵니까?”

“어차피 변란이 예정되어 있지 않더냐. 각지의 의원들도 창상과 총상을 비롯한 전장에서 벌어질 부상에 대한 치료법을 익혀야 할 터. 사람이 조금 늘어날 뿐이로구나.”

이 또한 괜찮은 변명이다. 전쟁에서 쓰일 외과의를 대량으로 육성하는 대신 청나라 의원을 교육시킨다는 명분으로 명을 내리면 누구나 거부감 없이 외과 치료를 전수받겠지.

청나라에 보내는 답신은 공식 경로를 통해 북경으로 전해질 예정이었다. 효명제는 나를 바라보며 한 가지 요청을 더하였다.

“혹여나 청나라에서 건너온 의원 가운데 자질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나 또 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청나라에서 의술은 잡학(雜學)에 속하지 않더냐.”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이 나라도 근래에 들어 의술이 익힐 것이 많아져서 전문가가 되었을 뿐, 일전에는 취미 삼아 의술을 익히는 사람도 많았사옵니다.”

“그러한 기술을 지닌 이들을 잘 구슬려 이민을 받아들이도록 하라. 잘못하다가는 홍수전에 의해 대가 아예 끊겨 버릴지도 모를 일 아니더냐.”

“신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옵나이다.”

중국은 좋게 말하면 인맥, 나쁘게 말하면 인맥이 아닌 사람을 천대하는 꽌시(關系)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넘어올지는 잘 모르는 일이다.

혹시나 정말 중요한 사람이 있다면 받아들일 의향은 있다. 그 중요한 역사적 인물이 이 대한에 얼마나 건너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식 요청서가 북경 대사관을 통해 전달되고 보름이 흘러 1858년 5월이 되었다, 청나라에서는 이 제안을 확인하고 즉각 답신을 보내왔다.

-재주가 뛰어나고 실력이 검증된 의원 일천 명을 보내겠습니다. 이들이 귀국의 의술을 배워 환자를 치료할 수 있으니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효명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1년의 기한을 두고 오로지 ‘외과’ 의술과 그 관련 지식, 약품 사용법 그리고 필요한 기초 지식만 알려줄 것이라 하였다.

“홍수전 이놈이 아주 작정을 하고 군의관을 육성하려 하는군.”

이 시대에는 아직도 사람을 죽이는 외과 의사보다 내과 의사가 더욱 격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기초 지식과 외과 의술만 딱 1년 동안 알려준다면? 반쪽보다 못한 의사다.

결국 대한제국의 태도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욕을 먹어도 될 정도로 고압적이다. 이런 고압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홍수전은 뛰어난 의사를 먼저 보내겠다고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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