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98화 (264/345)

298화

23장 9화 전선(前線) 분배

이런저런 문제를 겪은 조차지 병력들은 포로수용소에 포로를 수용하였다. 본래 목책을 설치하고 제대로 된 천막을 마련해 두기는 했는데 여기에 수용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음 작업은 포로에 대한 심문이었다. 일반 잡병들은 내버려 두고 나름 간부급 인원들을 적당히 선별해서 정보를 수집하려 했는데 흉흉한 도구가 여럿 등장했다.

“내가 알기로 이 나라에서 혹형이 금지된 것이 십 년이 훌쩍 넘었는데…….”

주리로 쓸 나무 몽둥이, 여기에 인두와 화로를 비롯한 다채로운 도구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내 지적을 들은 군관들은 자랑스럽게 도구를 옮기며 말하였다.

“목숨을 저버리고 한 명이라도 더 죽이려는 놈들이 제대로 증언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인두로 좀 지져주면 탄내가 솔솔 나고 입에서도 올바른 말이 솔솔 나오지요.”

아무리 상대가 미친놈이라도 우리까지 미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당연히 고문도구는 포로가 반항하거나 저항할 때 한정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후 옆방으로 작은 창문이 뚫린 심문 전용 방에서 첫 포로의 심문이 진행되었다.

“축음기 틀어. 중요한 대화가 나온 축음 원통은 복사하여 보존한다.”

“굳이 이런 사소한 내용을 축음기에 저장할 필요가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 글로 정리된 사실과 육성(肉聲)은 비중이 다르다니까.”

에이다가 몇 년의 연구 끝에 완성한 축음기는 프로이센 박람회에 출품되고 마침내 초도 생산에 들어갔다. 고작 6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이런 때에는 쓸 만하다.

포로는 별다른 교육도 못 받았는지 자신의 고향, 출생, 가족관계 등의 사실을 모두 털어놓았다.

마침내 홍수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포로는 당당하게 말하였다.

“황제 폐하께서는 위대한 뜻과 스승의 복수를 위하여 이 길을 택하셨습니다.”

“스승이 누구인가?”

“문충(文忠)이라는 시호를 받으신 임 대인입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홍수전이 사는 고장 인근에서 영국군과 맞서 싸운 임칙서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자일 줄이야.

아마 공식적 제자는 아니지만 임칙서에게 여러 교육을 받고 제자를 자처할 만한 물건을 손에 넣었겠지.

이 기록이 녹음된 원통의 복제 명령을 내리고 다음 질문이 시작되었다.

“그 황제가 내려준 교리가 뭐기에 목숨을 저버리고 사람을 죽이려 하나?”

“황제께서 새로 내려주신 교리에 의하면 우리 모두는 상제(하느님)에게 부름을 받을 것이요, 우리에게 죽은 사람 모두가 상제의 앞에서 죄를 논할 때 면제를 받는다 하였습니다.”

“상제가 하느님 맞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어! 형제님이셨군요! 언제 배상제회가 이렇게 기세가 드높아졌습니까?”

천주교 신자로 보이는 장교는 대답을 듣고 어쩔 줄을 몰라 표정을 관리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심문을 중단한 다음 내 방으로 들어와 말하였다.

“이놈의 새끼들은 대체 뭘 먹고 이런 미친 사상에 빠져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난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긴 한데.”

“대충 들어보니 주님의 가르침을 믿는 사람 아닙니까! 그런 주제에 악행을 하여도 천국이 열려 있고! 다른 사람을 죽여도 천국이 열리고! 이걸 생각이 없이 따른다니요!”

“그게 종교의 무서움이지. 아편을 유통하면 돈이 생기고 무기가 생기지 않나? 자신에게 복록과 돈을 안겨준 홍수전의 교리를 아무 생각 없이 따랐을 것 같군.”

본래 역사의 태평천국은 사이비 종교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정제된 교리와 규율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런 교리는 욕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나중에 세력이 커지고 폭주하면서 하느님의 아들이 여럿 생겨나기 시작하며 망가졌지.

반면 뒤틀린 태평천국은 교리와 규율이 아닌 돈과 무기를 통해 세력을 키웠다. 그러니 좀 더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교리를 앞세워 광신자를 육성하기까지 하였다.

장교는 여기까지는 이해한 것 같았다. 그래도 나름 신자 입장에서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내용을 되새기고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답하였다.

“그래도 살해당한 사람들이 천국에 간다는 교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건 살육의 정당성을 부여해 정신적인 충격을 막기 위한 교리라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닌 천국으로 보내는 것이라 포장하니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저들은 진실로 믿고 있다네. 그런 점에서 홍수전이 얼마나 궁지에 몰려 있는지 알겠군.”

홍수전도 아마 몇 번에 걸쳐 학살 중단 명령을 내렸으리라. 그러나 학살을 도저히 막지 못하는 현실이라 이를 정당화하는 명령을 내린 것이 분명하지.

지금까지 대한제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접한 정보는 별로 없다. 기껏해야 소식이 빠른 몇몇 언론과 공식 관보를 통해 청나라에 반란이 일어난 소식만 전했고.

조차지 병력을 충원하는 행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각 지방사단에서 병력을 충원하는 것은 혹시 모를 청나라 반란군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이제는 충분한 자료가 모였다. 여러 번의 심문을 거쳐 모은 자료들을 각 언론사에 뿌릴 생각으로 복제를 요청했고 그 무렵 태자가 마지막 병력들과 함께 도착하였다.

“머나먼 조차지에 방문하신 태자전하께 모두가 인사를 올리옵나이다.”

“예정보다 도착이 하루 늦어져서 미안하게 되었소. 다만 사정이 있으니 양해해 주시구려.”

태자의 방문은 예정보다 하루 정도 늦었다. 태자의 뒤에는 긴급히 파견한 영국과 프랑스의 사절, 그리고 대한제국에 머무르고 있던 외교관들이 함께하였다.

조차지에 오기 전 대한제국으로 이송된 서양인 생존자들의 구조와 파병 관련 요구사항을 논하느라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만큼 다른 국가들의 태도가 간절하다는 증거이다. 태자가 인사를 받고 물러나자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 영국과 프랑스에서 파견한 사람들이 인사를 하였다.

“베트남 전권대사 장 바티스트 루이스 그로 인사드립니다. 병력 파견 이전에 대한제국과 함께 대전략을 수립하기 위하여 방문했습니다.”

“저는 인도 식민지의 세포이 지휘관 제임스 호프입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병력 파견 이전에 정보 수집 및 전선(前線) 분배 관련 사항을 확인하기 위하여 방문했습니다.”

먼저 프랑스와 영국의 원정군 지휘관, 아마 초기 파견 병력 지휘관인 두 사람이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각기 가장 높은 사람들이 인사를 하였고.

미국에서는 제임스 암스트롱이라는 해군 장성을, 다른 국가들도 최소한 사태를 정리할 수 있는 외교관을 동승시켰다.

태자는 이 사람들과 함께 회의를 시작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외부대신께서 이번 상황에 대해 정리해서 말씀을 하실 수 있겠소?”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태자전하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태자의 말대로 경과보고를 겸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전투의 경과보고를 간략히 들은 외교관들은 이 결과를 보고 각기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신병기를 제대로 활용한 덕분이군요. 평지에서 맞서 싸웠다면 손해가 더 컸을 겁니다.”

“예상외로 적의 수준이 높군요. 지휘능력이 부족하여 다행이지 전면전을 벌였다면 그 저돌성에 제법 큰 타격을 입었을 겁니다.”

장 바티스트 세실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놀라운 교전비에 숨기지 않고 칭찬을 하였다. 반면 영국에서는 아직 세포이만 파견할 생각에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일단 회전이 아닌 공방전이라 여러모로 손실을 덜 수 있었습니다.”

어떤 병기가 어떻게 쓰였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내놓을 정보가 있고 내놓지 말아야 할 정보가 있다.

제임스 호프는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날이 선 태도로 내 말을 받아쳤다.

“대한도 목숨을 도외시한 놈들의 공격에 제법 큰 피해를 당했군요. 이런 예외적인 사항은 경험을 축적해야 알 수 있는 일이지요.”

네놈들은 동방의 강국이지만 열강 자격이 없다.

대충 이런 말이라서 나도 심기가 불편해졌다. 당장 은찬이도 자폭에 휩쓸려 죽을 위기를 간신히 넘긴 상황이다.

그래서 자폭에 호되게 당한 옛 기억을 되살리고자 똑같이 쏘아붙였다.

“예측하지 못한 결과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처음 싸워보는 적의 전략을 제대로 알 길이 없더군요. 하물며 예전 영국의 사례라도 배워서 대비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내 말이 끝나자 제임스 호프가 담배 파이프를 깊게 빨아들이며 날 쏘아보았다. 조-청 전쟁에서 임칙서의 자돌폭뢰에 호되게 당한 굴욕이 아직도 깊게 남아 있을 줄이야.

지금까지는 영국 군부가 조-청 전쟁에서 손해를 본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간 건지, 아니면 자존심이 상했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걸 보면 내 예상보다 더 크게 자존심이 상한 것이 분명했다. 영국인들은 언제나 손익을 중시하고 이성적 판단을 앞세우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이성적 판단도 자존심이 왕창 무너지면 하지 못하고 감성적으로 나서기 마련이다. 이 상처를 노려서 영국에게 자존심 회복을 위한 길을 마련해 주었다.

“예전에 영국군에게 패배를 안겨준 지휘관 임칙서의 제자인 홍수전이 반란군의 수괴입니다. 아마 당시에 배운 전술을 더욱 강화한 것 같더군요.”

실제로는 영국군을 수렁에 빠트리는 꼴이지만 별문제는 없다. 어차피 공개할 정보였고 조금 가공하여 자극적으로 포장할 뿐이니까.

임칙서의 제자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제임스 호프는 눈을 부릅뜨고 진위 여부를 파악하려 하였다. 심지어 잔뜩 분노한 모습으로 두서없이 말을 내뱉었다.

“아편을 금지한 임칙서의 제자가 반란군의 주역이라? 홍수전과 임칙서 사이의 관계가 뭡니까? 왜 제자가 상반된 태도를 보입니까?”

“그러니 청나라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 아니겠습니까? 아마 스승에게서 전술과 지식만 배우고 사상은 배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임스 호프는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파이프를 빨아댔는데 보통 기세가 아니었다. 다른 영국 참관자들도 연신 담배연기를 뿜으며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조-청 전쟁에서 영국은 경제적 타격도 입었지만 군부의 자존심도 무너져 내렸다. 자신들이 소모품으로 안배한 조선이 오히려 청나라 군대를 때려잡으며 진군했지.

반대로 승리를 거듭해야 할 영국은 자돌폭뢰로 인한 손실, 게릴라 전술로 인한 손실, 여론의 뭇매를 비롯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면서 영국군 전체가 굴욕을 당한 것이다.

이 상처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당시에 손해를 본 해군도 아닌, 관계가 매우 먼 육군 출신에 세포이 지휘관까지 속에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 증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럴 줄 알고 포로를 심문하며 주요 내용을 녹음해 두었지요.”

다만 내 악명을 알고 있어서 정보의 출처부터 의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포로를 심문하면서 미리 만들어 둔 실린더 레코드, 축음 원통을 꺼내 기계에 장착한 다음 말하였다.

“나누는 대화의 내용은 알아서 잘 번역해 주시길 바랍니다.”

축음기에서 심문 당시의 대화가 나왔다. 다른 포로를 통해 임칙서와 홍수전의 관계를 좀 더 상세히 물어보자 포로 나름대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답을 내놓았다.

영국인들을 죽이는 것은 홍수전의 스승 임칙서의 원한을 갚기 위한 일이며 홍수전의 뜻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까지 하였다.

축음기의 재생시간이 끝나고 쇠 긁는 소리가 회의실 안을 메꿨다. 그리고 담배연기가 뿌옇게 피어올라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이쯤 되니 태자도 영국인들이 보통 분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터질 것 같은 활화산을 잠재우려는 듯이 태자가 정중하게 권유를 하였다.

“그런 점에서 영국이 먼 본국에서 병력을 보내는 사안을 고려하여 조차지인 홍콩 일대에…….”

“그쪽은 프랑스에서 담당하게 하겠습니다. 태자 전하께 감히 말씀을 드리니 저희 영국군을 상해에 상륙시켜 놈들을 상대할 기회를 마련해 주십시오.”

그가 다시 담배 파이프에 담배를 쑤셔 넣는 몰골을 보고 장 바티스트 루이스가 놀란 눈초리로 눈을 흘겼다. 그러고는 헛기침을 하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남경 근처 아닙니까. 남경은 청나라의 부수도로서 인구도 넘쳐나고 자원도 풍부한데 여기를 홀라당 먹어 치우시겠다니요?”

“그만큼 위험한 곳이라 병사 손실도 크겠지. 그래도 공식 대사를 폭사시키고 시민들을 죽인 돼지새끼들을 죽이고 또 죽이고 아예 지옥 구렁텅이 밑바닥에 깔아버릴 작정이오.”

2차 보어전쟁에서 드러난 영국의 민낯이 좀 더 빠르게 노출되었다. 영국 군부는 임칙서에게, 민간인들은 홍수전에게 피해를 입고 자존심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당시 60만 명의 병력을 트란스발, 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쑤셔 넣은 영국인 특유의 광기가 재현되고 있었다. 제임스 호프는 태자에게 아예 허락을 받을 기세였다.

“본국에 즉각 연락을 넣겠습니다. 일단 세포이를 보내 상해 조차지의 방어를 굳히고 역공을 실시할 것이니 부디 허가를 내려주시지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 대한의 군대는 우리가 직접 명령을 내릴 거요. 할 수 있는 일은 동맹국으로서의 지원이 전부인데 괜찮겠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연합군을 편성해도 좋습니다. 다만 대한제국에서 후방을 방비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며 또 다른 동맹국이 참전해도 전방으로 나서지 마십시오.”

말 그대로 최전선에 서서 피해를 도외시하고 태평천국을 쓸어버리겠다는 선언이었다.

이쯤 되니 프랑스 측에서도 기세에 짓눌려 별다른 말도 못 하고 헛웃음을 섞어가며 답하였다.

“그러시겠다면 우리는 광주를 중심으로 느긋하게 진군하겠소이다. 어느 시점에서 양 군대가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미치광이들을 잘 상대해 봅시다.”

“무리하게 진군하여 허우적거릴 것 같은 양반들이.”

“댁들은 눈앞의 전공에 눈이 멀어서 항복한 놈들도 죽일 것 같은데.”

“어허, 베트남에서 사람 좀 묻어본 경험으로 또 사람을 묻을 것 같은데.”

영국이 얼마나 많은 병력을 파병할지는 몰라도 불 위에 볏짚을 뿌려줄 필요가 있었다. 이때를 대비하여 여러 개 복제한 축음 원통을 모두에게 건네주고 말했다.

“포로의 증언 자료를 미리 복사해 두었습니다. 본국으로 전송하여 증거자료로 사용하시는 것이 좋아 보이는군요.”

“이런 귀중한 물건을 주실 줄이야. 증언에 신빙성이 더해지겠군요.”

“그야 절 의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말입니다.”

중요 참전국의 사람들이 축음 원통을 챙겨 본국으로 빨리 보내라는 부탁을 하였다. 이후 회의가 마무리되고 태자는 밖으로 나와 나를 한동안 바라보다 말하였다.

“폐하께서 이번 전쟁은 이 나라가 수렁에 빠져 끝없이 허우적거리거나 적의 수뇌만 요격하고 반란을 진압하지 못할 것이라 하였소. 이제는 희망이 보이는구려.”

“그래도 기나긴 수렁에 빠질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거대한 대륙에서 반란군을 계속 격파하고 추격하여 뿌리를 뽑으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 아니옵니까.”

“그렇긴 하지. 오늘 회의가 아니라면 그렇게 생각하였는데.”

태자는 저 멀리 있는 동맹국, 조금만 지나면 쉴 새 없이 병력을 부어 넣을 국가들의 대표가 머무르는 관사를 가리켰다. 그러고는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였다.

“세상 열국이 손익을 도외시하고 저렇게 참전할 줄은 꿈에도 몰랐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청나라 내부로 진격하여 질서를 정비하면 각 국가의 권역이 만들어지기 마련. 이 권역을 기준으로 청나라를 쪼개 분배하고 지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나라를 쪼개는 작업이라. 마치 백설기를 썰어서 분배하는 것 같이 쉽게 말하는구려.”

태자는 내 말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엄청난 군사 지출과 재정 소모를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 보는 장사라 다들 중간에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와 달리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영국, 광주를 통해 베트남과 남중국을 이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프랑스의 욕심을 감안하면 쪼개는 것은 가능하겠지.

“태자 전하께서 옳은 말씀을 하셨사옵니다. 다만 다른 나라가 최소한 남부 전선에 개입할 것이니 이 대한은 오로지 북경의 홍수전을 무너트리는 데 주목하면 될 일이옵나이다.”

“옳은 말이오. 나는 모든 나라의 참전을 독촉하려고 심계를 굴려 보았는데 박 후작이 잘 처리하여 마음이 놓일 뿐이오.”

“이제 이 나라에 남은 것은 병력을 충원하고 진군해 홍수전을 격퇴하고 북경을 장악하는 일 하나이옵니다. 나머지 일은 서역의 열국에게 일임하여도 될 일이옵나이다.”

가장 맛좋은 보상, 반란군 격퇴와 북경의 재물은 대한제국이 차지하면 된다. 조만간 언론이 움직이고 국민 여론이 자연스럽게 확전을 요구하면 병력 충원도 빠르게 되겠지.

앞으로 한 달 정도가 지나면 대규모 원정군 편성이 끝난다.

병력이 순차적으로 진군할 수 있도록 태자를 앞세워 적당히 진군을 실시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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