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302화 (268/345)

302화

24장 2화 진군(1)

북경을 향한 진군은 예정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태평천국이 망가트린 철도를 보수하고 병력을 진군시키며 지역을 천천히 장악하였다.

“열흘 뒤에는 철도 노선이 완전히 복원될 것이옵나이다.”

어재연은 전방을 시찰하고 회의실로 사용되는 막사에 들어왔다. 현재 최전선에는 2만 4천여 명의 병력 가운데 절반, 1만 2천여 명이 철도 보수와 진군을 병행하고 있었다.

평야가 가득한 지형에서 어떠한 견제도 안 받아서 뒤통수가 간질거릴 지경이었다. 홍수전은 우리를 견제만 하였지 진군을 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내 안배가 통한 것인가 아니면 홍수전이 양면 포위를 준비하는 것인가 알 길이 없다.

어재연은 자리에 앉아 태자에게 보고를 시작하였다.

“오늘도 열네 명의 간자를 적발하여 여섯 명을 잡아들였사옵니다.”

태자는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고개를 푹 떨구고 어재연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심문이 끝났을 것 같군. 지난번과 같은 답을 하던가?”

“이전과 달리 조금 늦게 북경에서 내려온 자입니다. 여러 방법의 심문을 통해 북경 인근에 세워지는 수비 진영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였사옵니다.”

“북경 인근에 수비 진영을 만들고 있다?”

어재연은 간단하게 정리된 심문 기록을 보여주었다. 참호라는 용어는 없었지만 사람이 몸을 숨기고 적을 막아낼 수 있는 시설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참호라. 적이 우리와 같은 대응을 하는데 어찌 막을 방도는 없겠소?”

“충분히 범주 안에 있는 일이옵니다. 대안을 마련해 두었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참호 아니오. 지난번 전투처럼 막대한 타격을 입히기는 힘들 것 같구려.”

태자는 다음 전투가 만만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청도 조차지는 우리가 철저히 준비하여 방어하는 입장이고 적이 욕심을 부려 우리의 방어선에 뛰어들어 버렸다.

“북경은 우리가 필히 공략하고 함락시켜야 하는 장소요. 이런 장소에서 참호를 끼고 공방전을 벌인 다음 재차 공성전을 벌이면 피해가 막대할 것 같구려.”

태자도 나름 군법을 익힌 사람이었다. 사관학교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서양 고문관들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전술에 대한 지식을 익힌 경력이 있지.

그래서 조금 예전의 방식대로 전황을 판단하였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전황을 예측하였다.

“자고로 참호 안의 병력은 머리와 어깨 그리고 양팔만 내놓고 상대를 노려 쏠 수 있소. 그러나 참호 밖의 병력은 신형 소총을 사용해도 엎드려서 쏘아야 하지.”

“그 덕분에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사옵니다.”

“하물며 구식 소총도 천천히 노려 쏘면 일백이십 보(약 150m)에 삼 할가량이 명중한다고 들었소. 그렇게 되면 대등한 싸움이 되는 것 아니오.”

이론상 틀린 말은 아니다. 머스킷을 사용하는 병력이 평원에서 대열을 유지할 때에는 사정거리를 100m 정도로 계산한다. 조준이 힘들고 여러 변수로 인한 문제가 발생해서다.

반면 참호 안에서 조준사격 할 때의 사정거리는 150m 정도, 아예 고지인 요새에서는 180m 정도로 사정거리를 계산한다. 엄폐물을 끼고 느긋하게 조준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러다가 이 나라 백성들의 시신이 쌓여 청나라의 땅에 거름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구려. 어찌 대처할 방법은 없겠소?”

“갑식 소총 자체가 대처방안이오니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사옵니다.”

태자는 말이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는데 어재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그리고 나를 대신해 어재연이 북경의 참호를 묘사한 회화를 그리며 설명하였다.

“참호는 몸을 가릴 수 있으나 얇은 선이라 병력을 한 자리에 모으지도 못하는 진영이옵니다. 이 나라에서는 이를 보조하기 위해 철조망과 십혈포를 두었사옵니다.”

“그렇지, 그마저도 위태한 상황이 간혹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그러나 북경 인근의 참호에는 철조망 대신 탱자나무를 두었고 십혈포 대신 포도탄을 장전한 소형 화포를 여럿 두었다는 증언이 있사옵니다.”

아예 전장 단면도를 그린 어재연은 손가락으로 이 단면도를 짚어가며 설명을 하였다.

“적의 화포는 첫 사격 이후 대포병 사격으로 무력화될 것이며,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십혈포처럼 탄환을 계속 쏟아내는 것이 아닌 한 발을 쏘고 재장전을 실시하옵니다.”

“그러하면 피해가 줄어들기는 하겠군. 다만 서로 사격을 실시하면 어떻게 되겠소?”

“이 나라의 병사 한 명이 죽을 때 적은 열 명이 죽어 나갈 것이옵나이다. 갑식 소총에 숙달된 병사는 이백 보(240m) 거리에서 사람의 몸을 노려 쏠 수 있사옵니다.”

본래 역사에서 벌어진 참호전은 대등한 병기를 사용하는 국가가 지리멸렬한 소모전을 벌인 상황이다. 철조망으로 진격을 막고 기관총과 대포로 병력을 몰살시킨다.

벌판에서 뛰어오는 병사나 참호 안에서 느긋하게 조준하는 병사나 큰 차이가 없는 총을 사용한다. 결국 공격하는 쪽이 온몸을 노출한 채 포화를 맞고 쉴 새 없이 죽어 나간다.

“그러하면 적도들의 사격은 대부분 허공을 가르고 빗나갈 것이요.”

“이 나라 병사들의 사격은 열 발 가운데 한 발이 맞을 것이나 그것이면 충분하옵니다. 다른 방안이 있사오나 대전제는 이렇게 행할 것이옵니다.”

“반객(返客 - 김좌근의 새 별호) 대감이 피를 토하겠군. 이번 전투에서 지난 전투보다 훨씬 많은 탄환을 사용할 것 같구려.”

내가 일억 발의 탄환을 비축해 두자는 제안을 괜히 한 것이 아니다. 대한제국 병사들 모두가 소총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격을 감행해야 참호를 뚫을 수 있겠지.

태자는 당시 내가 했던 제안을 상기한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나를 흘겨보며 말하였다.

“빈객 대감에게 보약이라도 몇 재 지어서 보내주시오.”

“지금쯤 행복에 겨워하실 분 아닙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채권을 사고 적금을 털어 국가에 이바지하려 하는데 어찌 좋은 일이 아닙니까?”

“퇴직하기 전에 돈벼락에 파묻혀 죽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소?”

그럴 것 같아서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태자도 나를 따라서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삐 움직이는 병사들을 바라보고 말하였다.

“피해를 입지 않고 이기는 것이 제일이나 우리는 충무공과 같은 명장이 아니지 않소. 그래도 이 나라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덜 죽을 방안을 찾아 여러모로 노력해 봅시다.”

“태자전하의 명을 철저히 이행하겠사옵나이다.”

“부여왕이 북방에서 지원군을 데려오면 일시에 몰아치도록 하겠소. 맡은 일에 소임을 다하여주시오.”

북경 공략은 양력으로 5월 25일 실시할 예정이었다. 지금쯤 요동에서 출발한 이최응의 북방 병력도 순차적으로 요서회랑을 건너오고 있겠지.

물론 공친왕과 증국번은 아직도 헛된 꿈을 꾸고 있었다. 착실히 도주해 조차지 인근까지 도착한 만주족을 규합하여 전쟁에서 한몫을 거들 것이라는 헛된 꿈이다.

“애초에 외몽골 사람들도 전면전에 참가할 수 없는데 만주족 따위가 뭘 참가해.”

지금쯤 후방에서 외몽골 전사들이 서서히 전선에 침투하여 교란 작업을 실시하고 있겠지. 홍수전이 북경 방어선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업도 필요한 시점이었다.

“외부대신님! 외부대신님께 미국의 사업가가 찾아왔는데 면담을 청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업가? 병력 지원을 결행한 사람인가?”

“아닙니다! 한양에 방문하여 가축을 거래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여기로 건너왔습니다!”

미국인 사업가에 가축을 거래하는 사람이라? 엄밀히 따지면 미국인이 아니고 외몽골에서 이주하여 미국인이 된 목장주다. 그래서 미국인이라 말하고 있겠지.

그는 아예 조차지에서 나를 기다리는 대신 말을 타고 전선까지 달려온 것이다. 내 예상대로 변발이 아닌 짧게 깎은 머리를 한 몽골 사람이 흙먼지가 묻은 양복을 입은 채 인사를 올렸다.

“절 기억하십니까? 당시 소르칸 님의 옆에 서 있던 애송이입니다.”

소르칸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 정식 주로 승격한 애리조나 주의 초대 주지사이며 링컨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하지.

당시에 있었던 사람이 몇 명 안 되는데 애송이라 하니 촉이 왔다. 기억을 더듬어서 상대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이름이 아마르였지요?”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당시에는 주제도 모르고 복수를 논하던 놈입니다.”

“복수가 잘 이루어진 것을 먼저 축하드리지요. 다만 좀 적당히 죽이지 그러십니까.”

“저희 나름대로 적당히 죽였습니다. 저희가 수레바퀴를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계시는 분 같은데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습니까?”

이제 중년 남성이 된 아마르는 껄껄거리고 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 외몽골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어떠한 지원을 할까 기대되는 와중에 그의 말이 시작되었다.

“한양에 머무르며 애리조나에서 전달한 회의 결과를 확인해서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몽골계 미국인들은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전하지 않을 겁니다.”

“간접적으로 참전한다는 말이군요.”

아마르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더 이상 유목민이 아닌, 유목민으로 이 시대에 적응한 사람들이다.

옛날처럼 자신의 부족만 다스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수많은 부하들과 해방시킨 흑인 노예를 다스릴 이들이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범주라서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이해는 했습니다. 미국에 이주하고 정착해 엄연히 미국인이 되신 분들 아닙니까.”

“그 이유도 있고 목적 자체가 영 미덥지 않더군요. 링컨 칸께서도 만류하셨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서양 여러 국가가 참전하는 명분은 반란군의 제압이다. 청나라를 쪼개 버릴 목적이지만 그 명분을 살리기 위해 만주족을 보호하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

국경을 맞댄 외몽골 본토 사람 입장에서는 싫어도 전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반면 외몽골에서 이주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탄압하고 핍박한 만주족을 구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겠지.

링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암만 봐도 이 양반은 남북전쟁을 치를 생각이고 몽골계 미국인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들여 병력으로 삼을 생각이 분명하고.

이런 요소가 결합하여 몽골계 미국인들의 파병은 불가능해졌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아마르는 팔짱을 끼고 부끄러운 듯이 말하였다.

“대신에 링컨 칸께서 조언을 주셨습니다. 이 분은 저희를 통해 동방의 알력관계와 역사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으셨고 저희의 재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더군요.”

“동방의 알력관계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라니요? 대체 뭘 가르쳐 주셨습니까?”

“역사와 조상이 남긴 기록들입니다. 구전으로 전해져 오던 것을 서적으로 만들었지요.”

원나라의 역사는 구전을 통해 전승되다 원나라가 세워진 이후 문자로 기록되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수많은 구전을 통해 계속 전승되고 이어지며 거대한 서사가 되었다.

이 서사를 외몽골에서 이주한 사람들을 통해 서적이 되고 링컨이 읽을 줄이야.

링컨이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고 있는 입장이라 답이 바로 도출되었다.

“어디에 재산을 활용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토번(티베트)에 지원금을 보냈군요.”

“바로 보셨습니다. 여진족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종교적 기반, 우리를 억지로 얽어맨 종교를 통해 자주성을 확립하라는 말을 하시더군요.”

링컨의 한 수에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티베트를 대놓고 지원할 방법이 없어서 나도 간접적으로만 지원했는데 이제는 명분이 생겨서 나보다 선수를 쳐버렸다.

“링컨 칸께서 말씀하시기를 잘만 하면 여진족 놈들을 우리 휘하에 두는 과업을 이룰 수 있다 하였습니다.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가능하고말고요. 다만 모든 만주족을 거둬들여서 수하로 삼을 수는 없을 겁니다.”

링컨은 몽골계 미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일깨워줄 목적으로 이번 일을 계획했겠지.

이걸 좀 더 키우고 부풀려서 인근의 신장, 청해(青海 - 칭하이 성) 일대까지 확장시켜 보자.

이 지역은 청나라가 준가르를 몰살시키고 병합한 땅이라 티베트를 앞세워 분열시키기에 최적화된 시기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동안 아마르는 품속에 감추어둔 서류, 미국에서 전해진 회의 결과를 건네주고 이 서류에 대해 설명하였다.

“동향 사람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자금을 각출하여 소소한 지원을 해 보았는데 앞으로 한 달 이내에 배를 통해 물품을 드리겠습니다.”

“그 물품을 외몽골 전사들에게 지원하라는 말씀이군요.”

물품 서류를 확인하고 할 말이 없어졌다. 지금까지 외몽골에 보낸 소소한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양이다.

미국 서부에 연락망을 구축한 지 얼마 안 되어 몽골계 미국인들의 재산까지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 지원 하나만으로 재산 추정이 가능할 수준이다.

“아예 전쟁을 혼자 치러도 될 것 같은데요.”

“그 물건을 알아서 배분해 주십시오. 어차피 대한에게도 지원할 물건이었습니다.”

문서는 미국의 기상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콜트 타타르 권총 5만 정, 여기에 탄환 320만 발과 수리도구를 포함해서 외몽골 전사 모두가 총알을 밥 대신 먹어도 될 정도다.

전쟁터에서 귀한 설탕, 쇼트닝, 커피, 심지어 통조림까지 배 몇 척에 그득하게. 여기에 위생 유지에 필요한 비누와 소독용으로 쓸 수 있는 표백제까지.

거기다가 짚이는 대로 구식 머스킷을 수거하여 보내주기까지 하였다.

이 물건의 목록을 확인하자 아마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하였다.

“대한은 우리 예케 몽골 울루스의 동맹이요 병을 치료하고 영혼을 찾아준 동반자입니다.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저희도 체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족보가 그쪽에도 전달되었군요.”

“엄밀히 말하자면 위조된 족보라서 나중에 갈아치울 예정입니다만. 그래도 임시로 쓸 수 있는 족보는 언제나 필요한 법이지요.”

내가 약간의 이득을 챙기려고 했던 일이 돌고 돌아 이렇게 거대한 지원으로 돌아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마르와 악수를 나누며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나 하였다.

“앞으로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이 되면 노예제가 폐지될 것이 분명하고 남부의 분리주의자들이 반란을 일으킬 것 같더군요.”

“칸께서는 이 일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다. 저희는 이분을 돕기 위해 북부 대평원에서 수많은 사람을 초원의 전사로 만들어내고 있지요.”

“그것참 재미있는 일이로군요. 한 가지 조언을 해드리자면 여러분의 장인들이 있는 텍사스를 꼭 북부의 편으로, 최소한 중립으로 만들어주십시오.”

아마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허벅지를 손으로 내리치면서 호탕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이유는 모르지만 박 후작님이라면 이유가 있겠지요. 아무튼 텍사스를 끌어들여야 하는군요.”

“텍사스는 남부의 변방이지만 가장 부유한 땅이기도 합니다. 여러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장인들을 설득하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지요.”

“이해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텍사스로 돌아간 애송이들이 흉흉한 소문을 퍼트리던데 이 소문을 잘 이용해 봐야겠군요.”

아마르는 대화를 끝내고 허리춤에서 술통을 꺼내 병나발을 불고는 말 위에 올랐다.

그가 저 멀리 조차지를 향해 사라지자 이들이 보내온 군수품을 잘 분배할 방법이 필요해졌다.

“다른 군수품은 전선에 분배하면 알아서 쓸 것 같은데 구식 머스킷은 어따 써먹나.”

대한제국은 총이 충분하다 못해 넘쳐날 지경이다. 장마당에서 조총을 팔던 버릇이 어디 사라지지 않아서 조총과 별반 차이가 없는 구식 머스킷을 쓸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

이미 예비군까지 브라운베스를 사용하고 교보재로 사용하는데 그냥 장작으로 사용할까 고민도 해봤다.

그러던 중에 또 다른 보고가 들어왔다.

“산동반도 남부에서 기이한 사람들이 올라왔습니다. 자신들을 한족의 자립을 위한 해방군이라 칭하는 자들입니다.”

“한족의 자립을 위한 해방군이라. 어서 안내해 보게.”

내가 미리 뿌려놓은 씨앗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양주십일기와 외과의사 그리고 베트남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변수를 창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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