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화
24장 10화 이득을 위해
상해 전선, 남경을 중심으로 삼은 영국군은 다국적 연합군을 받아들이며 차근차근 진군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신을 통해 의회와의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갱신하였다.
영국군이 남경 인근까지 진군했을 무렵 의회에 급보가 도착하였다. 대한제국을 통해 가장 빠른 속도로 전신이 전송되고 의원 및 내각 관료들이 모두 소집되었다.
영국 국회의사당에는 예비 좌석이 설치되고 국가 비상 대책 회의가 소집되었다. 새벽부터 연미복을 입은 의원들은 피로를 달래기 위해 눈을 비비며 단상에 시선을 두었다.
총리 디즈레일리는 허겁지겁 달려와 취합한 자료를 단상 위에 늘어놓았다. 그리고 의원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놀라운 소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나흘 전에 전해온 전신을 통해 대한이 북경성을 함락했고 그 과정에서 반란군이 대륙 내부로 도주하였음을 알고 계실 겁니다.”
디즈레일리의 말을 들은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빠르게 전선을 형성하고 진격한 대한제국이 영국 및 다국적 원정군보다 빠르게 북경을 함락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9만여 명에 달하는 병력을 쏟아부은 상황이라 함락 자체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였다. 디즈레일리는 새로 들어온 전신을 취합한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청나라 반란과 관련된 사항이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청나라 문제에 개입하여 자존심을 회복하고 이득을 보려 했지만, 그 전제가 무너지게 되었지요.”
“어떠한 문제가 벌어졌습니까?”
“혹시나 청나라의 왕족이 모조리 반란군에 죽었다는 농담은 하지 마시지요. 우리 영국군도 이곳저곳을 떠돌던 청나라 황제의 이복동생을 한 명 구출하였는데요.”
디즈레일리에게 역으로 질문이 쏟아져 내렸다. 그를 필두로 한 영국 의회는 이번 사태에서 두 가지 이득을 챙기려 하였다.
첫째는 반란군을 격퇴하는 것이다. 20년 전 영국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임칙서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자를 무너뜨리고 자존심을 회복하려 하였다.
둘째로 이 과정에서 영국의 도움으로 극복한 청나라 정부와 불공정 협약을 맺으려 하였다. 더 많은 개항지는 물론이요 영구 조차지의 획득을 통한 무역 이익을 원했다.
그 전제조건인 청나라 정부, 정확히는 황족에 대한 반발이 예상 이상으로 폭증한 상황이다. 디즈레일리는 박현상이 정리한 북경과 중국 내부의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대한 측에서 보내온 전신에 의하면 청나라의 민중들이 지배층에 대한 깊은 반발을 가지고 있다 하더군요. 민심 이반 수준을 한참 넘어섰습니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닙니까? 반란군에게 나라가 절단되면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죠.”
“피난민 가운데 구 할 이상이 대한에게 신변을 의탁하고 반란 세력이 후원을 받아먹으며 만주족을 몰아내려 합니다. 심지어 수도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갔지요.”
영국은 청나라의 붕괴를 원하지 않았다. 그 거대한 덩치의 나라가 무너지면 무역 이득은 물론 동아시아의 정세가 급변하여 불이익을 볼 가능성도 점치고 있었다.
더군다나 대한제국과 일본이 청나라를 일부 흡수한다면 지나치게 거대한 국가. 훗날 영국과 패권을 쥐고 싸울 수 있는 막강한 국가가 형성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영국은 청나라 정부를 숨만 붙여놓은 채 유지시키려 하였다. 대다수의 의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두서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혹시 프랑스 놈들이 수작을 부렸나? 고작 반란 한 번 일어났다고 나라가 이 꼴이 되나?”
“인구가 사억 명이 넘는 초거대 국가에서 집단 민심 이반이라고?”
“코끼리가 배에 칼 한 대를 맞았다고 고꾸라져 죽는 꼴 아니야?”
하원 의원들과 달리 내각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중진들은 원인을 찾으려 하였다. 전임 총리인 존 러셀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제법 정답에 근접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 거대한 나라에 수작질을 하려면 십여 년, 가급적 오 년 전부터 밑 작업을 했을 거요. 그런데 우리 정보망에는 포착되지 않았고. 아마 박현상의 짓이 아닐까 싶은데.”
“설마 사람이 십 년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공작을 벌이겠습니까? 그것도 우리 정보망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수단을 사용하다니요?”
“내 상상력이 지나칠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벌어진 일의 원인을 찾아서 무얼 하겠나? 일이 터졌으면 그 수습 방법을 찾아내야지.”
전제조건이 깨어진 순간부터 디즈레일리도, 그의 경쟁자인 글래드스턴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존 러셀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의견을 내놓았다.
“총리께 이번 사태를 정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한 명 소개해 볼까 하는데.”
“설마 제가 생각한 사람은 아니겠지요?”
존 러셀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 디즈레일리를 바라보았다. 디즈레일리의 예상대로 존 러셀이 추천한 사람은 얼마 전 영국으로 돌아온 인물이었다.
“파머스턴 자작이지. 이런 상황에서 이득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파머스턴 외에는 없어.”
“국민들이 난리가 나겠군요. 이십 년 전에 크나큰 실책을 저지른 사람 아닙니까.”
“그래도 변방을 떠돌며 많은 반성을 한 사람이기도 하지. 어떻게 하겠나?”
헨리 존 템플, 파머스턴 자작은 20년 전 조-청 전쟁 이후 실각하여 변방 식민지의 총리 신세로 전락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여 식민지를 경영하였다.
그는 언젠가는 외교관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세계정세에 대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조언 대부분은 영국의 상황과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디즈레일리는 이득만 추구하는 사람에게 도덕성이라는 통제장치를 마련해 두면, 20년 전처럼 폭주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면 써볼 만하다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외교적 능력이라면 이번 사태에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겁니다.”
몇 년 전에 런던으로 돌아온 파머스턴은 76세의 고령이 되어 예전과 같은 총명함은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망을 품고 의회에 출석하였다.
조선이라는 거대 국가를 힘도 안 들이고 집어삼키려다 저지른 실책을 되풀이할 마음은 없었다. 그는 이미 수많은 서적과 사람을 통해 동양의 관념을 배우고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파머스턴 자작이 의원 및 국가 중진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의원들의 염려 섞인 시선을 느낀 파머스턴은 옛 시절, 초기 외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을 되새기며 시선을 사방으로 굴렸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이미 어느 정도의 소식은 들은 상황이지만 좀 더 상세한 보고가 필요하였다. 모든 이야기를 확인한 파머스턴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설을 시작하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대한이 자연스럽게 천명, 청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지배자가 가지는 정통성을 획득할 겁니다.”
동양의 역사와 전통을 감안할 경우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거대한 중국 대륙은 이민족 침략을 받아들이고 동화시켜 더욱 넓은 중국으로 만들어 버린다.
“청나라 이전의 왕조들도 대부분 외부의 이민족을 받아들여 중국의 영역을 넓혀나갔습니다. 제가 간단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동양의 관념에 대한 설명을 듣자 중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그들도 나름 동양의 역사관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어 이야기를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제가 가장 염려하는 사항은 대한제국이 옛 관습과 전통에 의거하여 청나라를 집어삼키는 겁니다. 그 거대한 덩치를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긴 합니다만.”
파머스턴은 대한제국이 텅텅 비어버린 중국 대륙에 입관(入關)하여 지배계층이 되는 과정을 염려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의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반발을 하였다.
“파머스턴 자작께서는 너무 심각한 염려를 하시는군요. 대한은 지역강국에 불과한데 어떻게 중국 대륙을 지배하는 국가가 된다는 말씀입니까?”
“만주족은 인구가 삼백만 명에 불과한 시기에 인구가 일억 명이 넘는 중국 대륙의 지배계층이 되었습니다. 인구가 더 많은 대한은 수십 배는 쉽게 지배자가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만주족의 예시를 들자 웅성거리던 의원들이 침묵하였다. 파머스턴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의원들을 바라본 다음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이대로 방치하면 먼 훗날 유럽 전체와 버금가는 거대 국가가 완성될 겁니다. 올바른 제도가 청나라에 뿌리를 내릴 경우 인구 십억 명이 넘는 강국이 전 세계를 호령할 것 같군요.”
초강대국(superpower)이라는 용어조차 나오지 않은 시대라 비교 대상을 유럽 전체라 뭉뚱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파머스턴의 발언에 침묵하였다.
엉망진창인 국가 체제를 가진 덩치 큰 국가가 효율적인 지배계층을 맞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그리고 그 통일 국가의 화살이 어디로 쏠리겠는가.
이미 아편을 퍼뜨려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나라가 영국이다. 여기에 상해 전선에서 빠른 진격과 손해 방지를 위해 독가스까지 대량으로 살포하였다.
먼 훗날이 되면 대한제국의 지배계층을 흡수한 통일 중국이 영국에게 원한을 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다들 긴장으로 침을 삼키는 가운데 파머스턴은 긍정적인 말을 하였다.
“물론 부정적인 앞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이 정말로 청나라를 집어삼킬 생각이라면 우리에게 전신을 보냈겠습니까? 이들도 당황하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대한이 멋대로 보내 버린 상황이군요.”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가 준비가 안 되어 있고 막 북경을 점령한 대한은 더욱 준비가 안 되어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사태를 내버려 두자면 옛 중국 대륙의 전례를 따라갈 것 같군요.”
동양의 관념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의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은 혼란이 일어나면 분열하고 혼란이 종식되면 합쳐지게 마련.
천육백 년 전부터 분구필합 합구필분(分久必合 合久必分 - 천하가 분열 된 지 오래면 통일되고 통일 된 지 오래면 분열된다)이라는 질서가 유지되는 지역이었다.
파머스턴은 청나라의 민심 이반을 박현상과 대한제국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사태라 판단하였다. 결국 이 예상외의 사태를 활용하지 못하고 기밀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보았다.
이번만큼은 박현상의 생각을 앞질러 청나라 내부 문제에 관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문제는 그 판단 자체가 박현상이 의도한 바라는 사실을 파머스턴조차 알지 못하였다.
“그러하면 우리가 어떤 대처를 해야 합니까?”
“두 가지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에게 신변을 의탁한 화석순친왕(和碩醇親王 - 아이신기오로 이후완, 함풍제의 이복동생)을 앞세워 남청 정부를 만들어 보시지요.”
“지금 말이라고 그런 제안을 하십니까?”
본래 영국 정부의 계획 중 하나기도 하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쓸모없다 못하여 반발만 불러일으킬 계획이었다.
예상대로 의원들의 반대에 직면하자 파머스턴은 두 번째 제안을 내놓았다.
“두 번째 제안은 좀 복잡합니다. 남경을 함락하고 반란군을 충분히 격퇴한 다음, 이번 사태에 피해를 본 국가들과 함께 남경을 중심으로 삼아 남중국 일대를 분할 통치합시다.”
“분할 통치라 하셨습니까? 그냥 조차지를 만들면…….”
“제 실수로 인해 프랑스가 언제라도 함대를 앞세워 압박할 수 있지 않습니까.”
자신의 실수라 말한 파머스턴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세를 조금 낮추었다. 그의 말대로 조-청 전쟁 당시 영국의 외교적 무례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영국 해군이 강한 데다 프랑스와 친밀히 지내며 옛 잘못을 들먹이지 않게 덮었을 뿐. 분쟁이 벌어지면 프랑스 함대가 영국의 조차지를 점령하고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번 외교적 결례를 저지르면 상대가 동일한 결례를 저지르기 전까지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파머스턴은 벽에 걸린 청나라 전도를 지시봉으로 짚으며 계획을 말하였다.
“단독으로 통치하면 프랑스의 압박이 가해집니다. 그러니 분할 통치의 지분은 우리 영국이 오십 퍼센트, 나머지 국가에게 적당한 양을 할당하면 충분할 것 같군요.”
“굳이 분할 통치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만.”
“더군다나 다른 국가가 분할 통치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이유가 없을 것 같군요.”
의원들은 다른 국가들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해 두었다. 다들 복수를 앞세워 청나라 반란군을 진압하고 영국과 마찬가지로 불공정 조약을 맺을 생각을 하고 있다.
파머스턴은 이런 국가들도 청나라의 일부를 차지해 대한제국을 견제하기를 원하였다. 정보의 불균형과 시선의 차이가 박현상의 의도대로 영국 의회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나라의 남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프랑스가 베트남 군대와 함께 진군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패권을 노리는 프랑스가 청나라에 뿌리를 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파머스턴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현재 프랑스의 정권은 샤를 루이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3세가 완전히 휘어잡고 국론을 일치시켰다.
그가 아주 큰 실책을 저지르지 않는 한 프랑스는 한 몸이 되어 움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난색을 표하며 파머스턴의 의견에 반대하였다.
“그 땅에서 어떠한 이득이 나온다고 굳이 분할 통치를 하시는지요.”
“제 계산에 따르면 남경의 인구는 일백만 명, 주변의 인구는 일억 명에 달합니다. 물론 초기 통치 비용을 감안하면 손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지요.”
“장기 통치가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좀 전에 설명하신 대로면 장기적인 이득을 보기도 전에 중국 대륙이 하나로 합쳐지고 청나라의 후신인 통일 국가를 형성할 상황 아닙니까?”
파머스턴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국가가 알력을 분배하여 중국 대륙을 쪼개놓으면 언젠가는 그 쐐기가 모두 뽑혀 나가며 물러날 것이 분명하다.
천명을 거머쥔 국가가 생겨난다면 모를까. 언제일지도 모를 훗날에, 잘못하면 영국이 이득을 챙기기도 전에 중국 대륙에서 쫓겨날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런 파머스턴의 지시봉이 중국 대륙에서 동떨어진 섬에 머물렀다. 포르모사(Formosa), 현대에는 타이완 섬이라 불리는 커다란 섬을 두드린 파머스턴이 설명을 하였다.
“우리는 초 장기적인 이득을 추구해야 합니다. 남경을 지배하며 세금을 거두고 질서를 유지하며 거기서 얻은 이득을 모두 포르모사에 투자해야 하겠지요.”
“다른 국가들도 포르모사에 투자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남경 전선에 시선을 돌린 국가 중 제대로 된 식민지를 경영해 본 국가가 있습니까?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미국? 네덜란드? 일본? 이들이 이득을 챙기기나 하겠습니까?”
파머스턴은 구석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글래드스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얼마 전 글래드스턴이 제안하여 실효에 옮긴 안건을 논하며 극찬을 하였다.
“혼란 그 자체인 인도 식민지를 경영하며 수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우리의 통치는 효율적이며 계산적이며 실용적이지요. 인도 식민지에 천연두 예방접종까지 시행할 정도지요.”
영국은 인도의 악습인 카스트 철폐보다는 효율적인 통치를 위하여 천연두 예방접종을 선물했다. 이 과정에서 수드라 카스트부터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강경책을 동원하였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분쟁을 감안하면 병 주고 약을 주는 꼴과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카스트로 탄압이 불거지고 이 탄압에 가담한 사람을 반역죄를 적용. 모두 교수형에 처하며 더욱 엄격한 통치를 하였다.
결국 영국의 관심사는 국가의 이득이었다. 파머스턴은 의원들의 염려를 되받아치듯이 앞으로 분할 통치가 벌어지는 남중국에서 벌어질 일을 말하였다.
“우리 외에는 거리가 가까운 일본 정도만이 통치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나머지 국가는 자신들의 예산을 털어서 식민지에 끝없는 돈을 쏟아부으며 허송세월을 할 것 같은데요.”
파머스턴은 남경을 여러 번 두드린 다음 지시봉을 타이완 섬 위로 끌고 왔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하나만 들면서 말하였다.
“우리는 포르모사를 영원히 영연방의 일부로 만들 겁니다. 중국 대륙이 통일될 경우 무역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동아시아에 절대 빠지지 않는 쐐기를 만들 수 있겠지요.”
“백 년 앞을 내다보시는 초장기적 이득이군요.”
파머스턴의 제안을 들은 디즈레일리에게 시종이 다가와 또 다른 정보를 보내주었다. 막 북경에서 옮겨져 청도 조차지까지 이동한 유물과 자금에 대한 보고를 전해주었다.
“지금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대한이 북경에서 유물 십만여 점을 입수하고 반란군이 갈취한 금품 약 백오십만 파운드(은자 750만 냥)를 운반하였다 합니다.”
“그거 좋군요. 부수도인 남경도 비슷한 수준의 재물이 있을 터. 초기 통치비용은 반란군을 격퇴한 이후 획득한 자금으로 충당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파머스턴은 두 가지 제안을, 실제로는 누구나 받아들일 법한 두 번째 제안이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며 표결을 기다렸다.
예상대로 표결은 청나라의 분열 촉진과 남경 일대의 분할 통치에 찬성하였다. 파머스턴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이며 맺음말을 남겼다.
“이번만큼은 과도한 욕심으로 외교를 망치지 말아주시기를 권고하는 바입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표결 결과를 제안으로 작성하여 각 국가에 보내겠습니다.”
영국 의회의 결단은 유럽 전체로 퍼져나간 것보다 빠르게 전신을 통해 상해 조차지에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한창 독가스 탄두로 갈등을 벌이는 영국군과 조일준의 알력다툼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