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336화 (302/345)

336화

25장 10화 항복

전선을 붕괴시키고 진격한 셔먼의 부대는 각지의 민병대를 쉴 새 없이 격파하였다. 각 지역에 분산된 민병대는 전면전을 생각할 새도 없이 일방적인 항복을 선언하였다.

간혹 항복하지 않는 지역도 있기는 했다. 그 과정에서 현지 협력자들은 셔먼의 병력에게 적극 가담하여 항복을 권유하고 아니라면 아예 휘하 병사들을 이끌고 참여하였다.

“북부 군이 왔구려! 내가 휘하 검둥이들을 데리고 합류하겠소!”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대지주들이 합류하고 여기에 가담한 사람들이 합류하며 셔먼의 군대는 더더욱 불어났다. 그리고 점령지에 대한 ‘징발’이 실시되었다.

“모든 물자를 옮겨! 목화건! 밀이건! 쌀이건 닥치는 대로 가져가!”

흑인을 두려워하던 앨라배마의 사람들은 백인을 더욱 두려워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모든 물건을 깡그리 약탈하는 셔먼의 군대를 악마라 부르기 시작했다.

타타르의 약탈이라 불리던 행동은 셔먼과 비교하면 신사적이고 정중했다. 분명 흑인들이 관리하는 지역이라도 이들은 한때 노예였던 사람들이었다.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에게 밀가루 한 부대를, 자신을 사람으로 받아들여 인사를 하면 버터 한 덩어리를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셔먼은 모든 식량을 알뜰하게 갈취해 갔다.

말 그대로 인간이 만들어낸 대기근이 남부를 강타했다. 이 대기근에 시달린 사람들은 식량을 찾아 음식으로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 속에 밀어 넣으려 하였다.

이들이 처음으로 입에 댄 것은 목화솜이었다. 미처 수확하지 못한 목화솜이나 셔먼의 병력들이 가져가다 흘린 목화솜 덩어리도 먹을 것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일단 배 속을 채워야 속이 아프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이걸 먹어야 하나?”

먼 미래의 후손들은 탈지면을 먹어서 살을 빼려 하였다. 그러나 굶주린 백인들은 목화솜을 물에 적셔 먹어서 어떻게든 주린 배를 채우려 하였다.

그나마 목화솜 정도는 양반이었다. 이들은 다음으로 철저히 현지징발을 당한 면실유 가공공장으로 몰려들었다.

“그걸 먹지 마시오! 이보시오! 그건 목화 씨앗이란 말이오!”

“그래도 기름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 멍텅구리들아! 목화 씨앗에는 독이 있다고!”

유대인이 경영하는 면실유 및 비누공장은 면실유와 마가린 그리고 비누를 뽑아내는 곳이었다. 이들은 기름을 채취하기 위해 쌓아둔 목화씨를 볶아서 기름을 빼먹으려 하였다.

먹은 사람들은 코피를 쏟거나 혈변을 보는 등의 심각한 고시폴(Gossypol) 중독현상을 겪었다. 다른 이들은 셔먼이 약탈하지 못한, 폐품들이 쌓여있는 창고를 뒤졌다.

“뭐 좀 건졌어?”

“건지긴 개뿔! 다 해풍에 맞아 녹이 슬어버린…….”

오래전에 버려진 식료품 창고에는 입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통조림들과 곰팡이가 피고 썩어 문드러진 육포들이 즐비했다.

그나마 희망은 형상을 유지한 채 겉에 녹이 슬어버린 통조림이었다. 이들은 돌로 열매를 깨는 원숭이처럼 날카로운 돌을 들고 통조림 뚜껑을 내리찍었다.

“우웩! 다 썩었네!”

며칠 동안 먹은 것도 없어서 물을 게워낸 사람들은 쉴 새 없이 통조림을 확인하였다. 대부분이 썩어 문드러진 통조림에서 역겨운 냄새가 올라오는 가운데 다른 냄새가 느껴졌다.

“고소한 냄새잖아! 그거 뭐야! 뭐냐고!”

“어 이거……. 먹을 수 있는 물건인가?”

상표를 확인한 사람들은 그 Pas&Fab라는 글귀를 확인하고 캔 표면에 인쇄된 종이에 붙은 다랑어의 형상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옛 기억을 떠올려 질색을 하며 말하였다.

“이거 비료 통조림이잖아!”

15년 전인 1846년 경, 파스퇴르와 파브르가 만든 다랑어 통조림이 남아 있었다. 당시 이미 상한 생선살이 들어가서 식중독을 일으키고 시장에서 사라진 통조림이었다.

이 시대의 통조림은 3년만 지나면 망가지기 마련인데 아직도 형상이 유지되어 있었다. 간혹 녹이 슬어 뒤틀린 통조림이 있어도 다른 통조림과 비교하면 정상적이었다.

“이건 썩었고. 세상에, 비료 통조림을 얼마나 튼튼하게 만든 거야?”

“열 개 중에 여섯 개 정도는 형상을 유지하고 있네. 근데 속이…….”

15년의 세월이 지난 통조림의 내부는 새카만 색 일색이었다. 다랑어의 모든 혈액이 니켈과 반응하여 시커멓게 변질되었고 당분이 변화하여 탄소, 활성탄 성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통조림을 처음 개봉한 사람은 눈을 딱 감고 손을 뻗어 시커멓게 변색된 살점을 입 안에 넣었다.

“어때? 비료 통조림이 썩은 비료가 된 것 같은데?”

“맛있어! 맛있다고!”

조지아 주의 버려진 창고는 어느 새 생명줄이 되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15년 전에 만든 다랑어 통조림을 가져가 다른 물건과 섞어 일용할 양식으로 삼았다.

개중에는 상한 다랑어 살이 섞여서 배탈을 일으키는 물건도 있었다. 그러나 굶어 죽기 직전의 사람들에게는 별로 상관없는 문제였다.

그 생명줄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 굶주린 사람들은 흑인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황무지를 떠돌며 비참한 삶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남부의 전쟁수행 능력은 말 그대로 사멸해 버렸다.

개전 이후 9개월이 지난 1862년 초, 동계 공세는커녕 인구가 넘쳐나는 텍사스가 아칸소와 루이지애나를 밀어붙였다.

그나마 플로리다는 함락당하지 않았지만 조지아 주가 점령당하며 고립되었다. 북군 소속 해군이 남부 연합의 해군을 유린하고 후방을 들쑤셨다.

“솔직히 말해보시오 참모장, 우리에게 희망은 있소?”

제퍼슨 데이비스는 초췌한 몰골로 참모진과 장성들을 돌아보았다. 초반부에는 허장성세를 펼치고 워싱턴을 단번에 함락시킬 칼날을 벼려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 칼날은 자루가 사라지고 순식간에 녹슬어 버렸다. 남은 것은 그 녹슬어버린 칼날 대신 든든한 방패에 의지하여 버티는 길 하나였다.

“솔직히 말씀드려 승산은 없지만 삼 년 정도 버틸 수는 있습니다.”

“삼 년이나 버틸 수 있다. 그 고려는 타타르 기병대가 뚫고 들어온 지역에서 병사를 징집하는 걸 가정하고 한 거요? 아니면 가정하지 않고 한 거요?”

남군의 참모장인 로버트 에드워드 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장성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답하였다.

“고려하였습니다. 버지니아 전선과 테네시 동부에서 항전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이지만요.”

로버트 리는 지도 위에 병력을 표시하였다. 남부 연합은 애틀랜타에서 한창 교전을 벌이는 셔먼에게 7만의 병력을, 한 번 붕괴된 테네시 동부에 15만의 병력을 투자하였다.

여기에 남부 연합의 수도이자 동계 공세를 준비하던 버지니아 주에 20만의 병력을 갖추고 있었다. 42만, 대한제국 총 병력 이상의 숫자였다.

그러나 본래 역사에서 소집한 110만 대군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적은 규모였다.

로버트 리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우리가 유지할 수 있는 병력 한계치에 근접하였습니다. 그나마 애틀랜타가 현상 유지되면 이 병력 정도는 어떻게든 보급을 댈 수 있겠지만…….”

“북군이 바보인가? 계속 병력을 공급하겠지.”

“그렇습니다. 북군은 매년 십오만 명 이상의 증원이 가능합니다. 검둥이와 인디언을 감안하면 이십만 명 이상을 증원할 수 있겠지요.”

지도에는 북부의 병력이 계속 증원되었다. 총원 65만에서 시작된 병력은 모든 전선으로 파고들며 14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심지어 애틀랜타의 경우에는 30만이 넘는 병력이 득시글거렸다. 이 그러던 중 로버트 리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건 정말 쥐어 짜낸 병력이고 잘 해야 백만 명 정도에 미치지 못할 겁니다. 사실 이 병력이 다 증원되기도 전에 버지니아를 함락당하겠지만요.”

“결국 수세에 몰리고 몰려 궁핍한 삶을 이어가다 죽어 나가게 생겼군.”

북부의 대통령인 링컨은 전쟁 초기부터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아달라며 간청하였다. 처음에는 전쟁에서 패배할 것 같아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링컨은 이미 이길 전쟁을 준비하였다.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였는지 대평원의 원주민과 흑인들마저도 전선에 합류할 수준이었다.

기껏해야 기습적인 공세로 워싱턴을 함락할 준비만 했던 남부 연합이 절대 이길 수 없는 구도였다. 제퍼슨 데이비스는 깎을 새도 없어 파르스름하게 자라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항복은 몸값이 비쌀 때 해야 하는 법이지.”

더 이상의 이견은 없었다. 차라리 병력이 조금이라도 많을 때에 협상을 실시하여 자신의 권리를 보장하고 남부 연합의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나은 형편이었다.

본래 역사에서 4년을 이어간 남북전쟁은 단 1년 만에 종전 협상을 맺었다. 링컨은 피해가 불거지기 전에 항복한 남부 연합을 최대한 존중하여 리치먼드에서 종전행사를 거행하였다.

“그 미친개는 안 왔소?”

“셔먼 말입니까? 그 애송이가 이번에 큰일을 하였지요.”

북부군의 총사령관인 윈필드 스콧은 제퍼슨 데이비스의 말을 유들유들하게 받아넘겼다. 한때 이최응과 함께 전쟁에 참가했던 그는 제퍼슨의 초췌한 몰골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처음에는 검둥이를 이끌고 전쟁터에 들어가겠다고 어찌나 날뛰던 놈인지요. 그래서 민병대 지휘권을 주고 훈련을 시켰는데 그런 큰일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산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기분이더군. 혹시나 전쟁의 영광을 찾아 날뛰기라도 했소?”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런 놈이었다면 제가 아무런 권한도 안 줬을 겁니다.”

윈필드 스콧은 항복 문서를 다시금 확인한 다음 셔먼의 발언을 되새기듯 말하였다.

“녀석이 말하기를 전쟁에 진절머리가 나고 영광 따윈 없다고 하였지요. 복수와 파괴를 외치는 놈은 총도 못 쏴본 애송이들이고 죽은 동료들의 시신조차 본 적이 없는 놈이라 했지요.”

“그런 말을 했던 놈이 그딴 짓을 저지른다고?”

“그러니 더더욱 저질러야지요. 전쟁은 아무런 낭만도 없고 지옥일 뿐이며 그 지옥을 좀 더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뿐입니다.”

남부 연합의 민병대에게 보내는 경고의 말이었다. 지옥의 한복판에 떨어져 흑인들에게 굽실거리는 꼴을 겪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동의하고도 남을 말이기도 하였다.

“자고로 전쟁터는 늙은이들의 욕심으로 젊은이들의 피가 쏟아지는 곳입니다. 나중에 우리가 다시 화합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내전은 없어야 할 겁니다.”

제퍼스 데이비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한 다음 자신의 생각도 말하였다.

“링컨이 이긴 이유가 있지. 아, 서명을 끝내면 대통령 각하라 해야 하겠군.”

서명이 끝난 순간부터 제퍼스 데이비슨은 민간인이 될 것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여력이 남은 시기에 항복을 한 데다 정치적 고려로 인해 재판을 면제된 상황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탁자가 놓였다. 펜을 몇 번 매만진 둘은 서로 시선을 맞대었고 윈필드 스콧이 좀 전에 답변받지 못한 질문에 대해 물어보았다.

“우리 북부가 승리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남부의 지주와 노예 업자들이 만들어 낸 지옥에서 살아가던 검둥이들을 끌어들인 덕분이지. 지옥에서 탈출한 놈들이 전쟁터라는 지옥에 발을 들이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이제 서명만이 남아 있었다. 제퍼슨 데이비스는 심호흡을 하고 항복 문서의 내용을 확인했다.

<귀하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에 따라 저는 미 육군에게 항복할 것을 제안합니다. 장교 및 사병 그리고 민병대의 명부를 작성하고 무장을 해제한 뒤 이 목록에 따라 포로를 방면할 겁니다.>

<반란 혐의는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나 참정권이 제한되며 공직에서 해임될 것입니다. 앞으로 3년 동안 재건 사업을 벌이는 동안 파견된 장성들이 군정을 실시할 것입니다.>

<훗날 참정권을 되찾으시려면 법원에 출두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시고 헌법을 받아들이시기를 간곡히 요청하겠습니다.>

<흑인 노예 해방 법률에 의거. 모든 흑인들은 1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미국 시민의 지위를 획득합니다. 이후에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노예제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징발한 사유 재산에 대한 보상은 없습니다. 대신 적법한 조치에 따라 남부 주의 기반 시설 재건을 위한 물자와 인력을 파견하겠습니다.>

“고양이 쥐 다루듯 하는 것도 아니고.”

제퍼슨 데이비스의 서명이 날인되고 남부 연합의 각 장성들이 서명을 마쳤다. 남북전쟁은 종전되었고 이제 모든 흑인들은 미국 시민의 자격을 부여받게 되었다.

소식이 전선에 퍼져 나가기가 무섭게 무기를 놓은 병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울음을 터트리고 삶의 기쁨에 잠겼다. 그리고 애리조나 민병대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이겼다! 우리의 칸께서 역적들의 항복을 받아들였다!”

흑인 병사들은 아예 경기를 일으켜 쓰러질 만 한 일이었다. 또한 위대한 링컨 칸의 승리를 찬양하는 몽골계 미국인들도 서로 얼싸안고 함성을 질렀다.

“그럼 우리도 시민이 된 겁니까?”

“당연히 시민이지! 애초부터 시민이잖아!”

“그럼 시민인데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되겠지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 괜히 빙빙 돌지 말고 진격해라!”

애리조나 민병대의 귀환은 과감하고 신속했다. 남부 군인들을 능멸하듯 애틀랜타 동부에서 진격하여 워싱턴까지 자랑스러운 행진을 하였다.

마침내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공훈을 세운 민병대, 후방 붕괴작전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 애리조나 민병대가 워싱턴에 들어왔다.

그동안 노획한 수많은 군기와 전리품이 전달되었다. 남부 전체를 할퀴고 지나간 거대한 발톱들이 링컨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보고를 올렸다.

“대통령 각하의 임무를 지난 일 년 동안 완벽히 수행하였습니다!”

“조금 덜 과격했으면 좋을 것을. 그나저나 나도 몽골이라는 나라의 옛 풍습을 알고 있지.”

사태 수습은 링컨이 해야 할 일이었다. 시선을 끌기 위해 저지른 기행들과 과격한 행동들로 인한 반발을 자신의 임기 내에 수습해서 더 강대한 미국을 만들려 하였다.

여기에 링컨은 기묘한 문장을 하나 준비하였다.

미국을 상징하는 황금색 별 안에는 수레바퀴 형상과 백악관의 모습이 있었고 수레바퀴 위에는 ‘미합중국 비밀 임무국’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미합중국 비밀임무국, 시크릿 서비스라는 기관이오. 전쟁 이후 혼란을 대비하기 위해 창설한 기관이며 주 업무는 각종 경제 및 보복범죄의 수사이지.”

“저희는 손이 먼저 나가는 사람들인데요.”

“대부분 글을 아는 사람들이 뭘 손이 먼저 나간다고 하시오. 수사 임무는 핑커톤 탐정사무소 사람을 고용해서 할 것이고 휘하 조직이 하나 더 있소.”

또 다른 문장은 별이 사라지고 수레바퀴 안에 방패가 들어간 형상이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글자로 제법 긴 문장이 수레바퀴 위에 적혀 있었다.

“수사를 통해 입수한 정보로 요인을 호위할 필요가 있지 않겠소. 고위직 집단을 위한 경비 및 보호 기관이오.”

“이거 앞글자만 따면…….”

문장의 내용은 Keep Holding Escort and Security for HIgh office Group이었다. 소르칸은 두문자, 대문자로 된 맨 앞글자만 확인하고 반색을 하며 말하였다.

“케식(Kheshig)이군요!”

“문장이 좀 어긋나 있지만 아무려면 어떻소. 몽골의 풍습에 의하면 왕족을 호위하기 위해 각 부족들이 호위를 붙였다 하였지.”

“저희가 무조건 할 수는 없습니다! 기회는 공평해야지요!”

예전의 소르칸이라면, 아직 미국에 적응하지 못한 몽골계 미국인이라면 다짜고짜 자신들이 케식이 될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고도 남았다.

반면 시간이 지나고 점차 문명화가 된 소르칸은 자신들이 이 자리를 모조리 차지하면 생겨날 불협화음과 질투를 염려했다. 링컨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였다.

“그럼 시험을 보겠소. 케식의 인원은 이백 명으로 시작하고 기병이 절반으로 구성되어 있지. 그러면 백 명을 모두 애리조나 민병대 출신이 채울 것 같은데.”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시험이 시작되고 초대 비밀임무국 인원이 결정되었다. 이후 핑커톤이 주축이 된 수사 담당자들은 잠들지 않는 눈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반대로 링컨의 호위를 담당한 자들은 조금 이상한 별명. 삶을 포기한 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들은 언제나 대통령을 호위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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