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69화 (69/218)

#069화

로버트는 벨라에게 열과 성을 다했다.

벨라는 알면 알수록 더 뛰어난 대장장이였다.

구해온 철목으로 거의 한 시간에 하나씩 목검을 만들어 냈는데, 그게 모조리 레어급 아이템이었다.

텔르흐렌 도시의 유저라면 레벨이 70미만일텐데, 레어급 아이템을 기계처럼 뽑아내다니?

‘엄청나다!’

로버트를 비롯한 빅드래곤 길드원 전원이 입을 떡 벌리고 그녀를 쳐다봤다.

언럭키 정도나 되어야 레어급을 눈 밑으로 깔아볼 수 있는거지, 평범한 유저들은 레어 아이템도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하물며 로버트도 레어 아이템을 무시하지 않았다.

저렇게 물량이 많다면 든든한 돈줄이 될 수 있다.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월드 사가인데, 그게 길드 단위가 되면 억 소리는 돈이 깨진다.

당장 얼마 전 광신도들의 마을을 대여하며 쓴 돈만 해도 수천만 원이지 않았던가.

벨라 같은 대장장이가 몇 있다면 그러한 길드 운영 자금을 꽤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로버트에게 있어서는 푼돈에 불과했지만…

‘자금원은 중요하지. 할아버지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길드에 들어가는 자금 일부를 벌써 충족시킬 수 있는 루트를 찾았다며,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벨라는 아직 초보자이다.

자신들처럼 레벨 100도 되지 않은 유저.

그녀가 나중에 어떻게 성장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이 날 지경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벨라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멋들어지게 실패했어.’

로버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철저하게 실패했다.

대룡 그룹의 회장을 할아버지로 둔 이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승승장구했다.

최고의 학교를 졸업했고, 입사한 회사에서도 낙하산 소리를 듣지 않고 인정을 받았다.

월드 사가에 뛰어든 것도 자신이 있었다.

언젠가 이 세상에서도 최고가 되겠다는 그런 자신감.

그런 그에게 벨라의 영입 실패는 꽤나 쓰라렸다.

“길드장님. 너무 상심 마십시오. 그래도 벨라님과 연은 만들어두지 않았습니까. 시간이 지난 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야지. 이번 기회가 끝이 아니니까.”

길드 가입 제안은 끝끝내 거절한 벨라이지만, 받은 은혜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기도 도움을 받았으니 나중에 꼭 갚겠다고 말했다.

로버트는 그 쯤에서 만족하고 물러났다.

막무가내로 더 접근했다가 오히려 사이가 더 멀어질 수도 있었다.

“아, 그리고 길드장님. 이번에 산 그 던전 말입니다.”

“그래. 공략률은?”

“그게….”

보고하던 부하가 면목 없다는 듯 푹 하고 고개를 떨어트렸다.

“거의 지지부진합니다. 길드원들 손해도 크고요.”

“이런.”

로버트가 인상을 썼다.

벨라 영입건도 잘 처리가 안되는데 이것도 문제라니.

“죄송합니다. 일단 계속 도전해보겠습니다.”

“그러면 피해만 누적되는거 아냐?”

“…그렇지만 지금은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서요.”

“흠.”

로버트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 순간이었다.

“음?”

로버트의 눈에, 한숨을 푹푹 쉬면서 도시를 거니는 언럭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기발한 방법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거 어쩌면….’

빠르게 머리를 굴린 그가 언럭키에게 다가갔다.

“언럭키님?”

***

도대체 이번에 얻은 아이템들을 어찌 해야하는가.

결국 그 고민의 결론을 내지 못한 언럭키는 일단 레벨업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그때 그를 부른 게 로버트였다.

“로버트님?”

“언럭키님. 언제 또 뵐까 싶었는데, 이렇게 하루만에 또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로버트가 반갑게 인사했다.

조금 전까지 심각한 얼굴로 부하와 떠들던 사람은 어디가고,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깃들었다.

벨라처럼 언럭키 역시 그의 눈에 들어온 인재(먹잇감)였다.

항상 좋게 보이지는 못할망정, 힘든 표정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아, 네. 안 그래도 인사 한 번 드리려고 했습니다. 광신도들의 마을 잘 썼다고요.”

“뭘요. 그 때 남은 대여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요. 마음 같아서는 더 대여해드리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벨라의 일처리를 다 끝내고 사냥터의 남은 대여 시간을 모두 언럭키에게 넘겨줬다.

7~8시간 정도를 언럭키가 혼자 독점한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그래도 저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시는걸 보면 레벨 하나 정도는 하셨나보군요.”

“예…뭐. 하하.”

“아까 저한테 인사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제가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이요?”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인사를 하겠다는게 마냥 입발린 소리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바로 은혜를 갚으라고 한다고?

“예. 사실 저희가 이번에 텔르흐렌에 있는 던전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어….”

언럭키는 뭐라고 할 말을 잊었다.

던전.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찾는다면 엄청난 도움이 되는 장소다.

일반 사냥터와는 다르게 던전은 위치가 숨겨져 있는 것들이 많았다.

덩치 큰 길드들은 그런 던전을 자신들이 독점, 관리했다.

본인 길드의 유망주들을 키우는 용도로 쓰는 것이다.

‘그거 한 두푼이 아닐텐데?’

문제는 돈이었다.

언럭키도 전에 던전 하나를 우연찮게 발견해서 팔았던 적이 있다.

그 때 꽤나 쏠쏠하게 받았었는데, 레벨이 높은 도시의 던전일수록 가격은 급격하게 치솟는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구매했다고 말하다니.

‘뭐야. 금수저야?’

“아…그렇군요. 그런데 그걸 왜 저한테 말씀하시는지…?”

“던전에 조건이 있습니다. 레벨 65 이하 유저만 입장 가능하거든요.”

그 이후로 로버트의 말이 이어졌다.

빅드래곤 길드의 던전 구매 목적은 신입 키우기였다.

지금이야 아직 생긴지 얼마 안됐고 길드원들의 레벨도 60~70 정도이지만, 로버트의 꿈은 컸다.

금방 저 높이 올라가 1티어 길드가 되고, 최종적으로는 월드 사가를 재패하는 것!

그때를 생각해 미리 구매한 것이다.

지금도 쓰고, 나중에 새로 받을 신입 유저들을 위한 던전을 미리 챙긴 것이다.

거기까지 듣다보니 언럭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실례지만, 혹시 길드명을 빅드래곤으로 한 이유가 있나요?”

“아, 저희 회사 이름을 따온겁니다.”

“설마 대룡(大龍) 그룹…?”

“예. 잘 아시는군요.”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럭키의 눈가가 떨렸다.

‘진짜 대룡 그룹이었어?’

빅드래곤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농담처럼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다.

헌데 진짜였다니.

“회사 차원에서 지원을 받고 월드 사가에 뛰어 드신 건가요?”

“완전히 그런 건 아니지만, 비슷합니다. 공식적인 회사의 지원은 없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할아버님께 조금씩 도움을 받고 있거든요.”

“할아버님이라면…?”

“대룡그룹 회장님이 저희 조부님이십니다.”

“…….”

언럭키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재벌 3세 금수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사람을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되다니.

그제서야 광신도들의 마을을 아무렇지 않게 대여하던 로버트의 태도가 이해가 갔다.

실제로 그에게 몇천만원 정도의 돈은 그리 크지 않았으리라.

‘나랑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이네.’

고아에 보육원 출신. 거기에 지금은 빚더미에 쌓인게 언럭키이다.

로버트는 그와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를 보고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런 사람조차, 이 월드 사가에서 뭐 좀 해볼려고 뛰어들었다는거지.’

회장 직계의 재벌 3세조차 본인이 직접 발 벗고 나서는 시장.

이 세계가 얼마나 막대한 잠재력을 품었는지 말해 주고 있다.

그리고, 최소한 월드 사가에 있어서 언럭키의 가능성은 세계 수준급일 터였다.

올마스터라는 레전더리 직업에, 행운의 무지개 스킬은 그 누구도 갖지 못했을 테니까.

‘역시. 전력을 다해 여기에 올인하는건 알맞은 선택이었어.’

언럭키의 눈에서 광망이 번뜩였다.

다시 한 번 성 팀장과 한 판 붙을 각오를 했던 그 날의 자신을 칭찬했다.

물론….

‘…그래도 지난번에 했던 영입 제안은 받을 걸 그랬나?’

괜시리 혼자 해보겠다고 하지 말고, 그냥 훌쩍 들어갈 걸 그랬나 싶다.

“어쨌거나 다시 던전 얘기로 돌아가자면, 저희는 던전의 지도와 공략법을 체계화 시키고 싶습니다.”

아무리 까다롭고 강한 몬스터라도 그에 맞는 공략법은 있다.

잘 찾아보면 약점도 있고,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

그게 월드 사가다.

그렇기에 로버트는 이 던전을 체계화시켜, 나중에 신입 길드원들을 성장시키는 장소로 써먹으려고 했다.

구입 의도 자체가 그러했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현재 빅드래곤 길들의 65레벨 이하 유저들로는 보스 공략은 커녕 던전 내부 지도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길드의 핵심 전력은 65레벨이 넘어갔기에 2군을 투입했는데, 그들로서는 도저히 답이 안나왔다.

계속 죽어나가니 아이템도 잃고 24시간 로그인 불가능 페널티가 생기니…

“그래서 말인데, 언럭키님은 아직 65레벨이 안 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민하던 도중에 만난게 언럭키였다.

어제 봤던 그의 실력이라면 흠잡을데 없는 적임자였다.

‘물론 레벨은 아직 50 언저리일테니 조금 더 레벨업 하고 들어가야겠지만…’

“네. 지금 55레벨입니다.”

“……예?”

웃는 낯으로 말하던 로버트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뭐? 55레벨?

‘분명 어제 만났을 때만 해도 50 아니었나?’

“…제가 혹시 어제 잘못 들었을까요? 분명 광신도들의 마을을 함께 들어갈때는 50레벨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아, 네. 로버트님 덕분에 55레벨을 찍었지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감사 인사를 받고자 한 건 아닙니다.”

로버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면 하루만에 5개의 레벨을 올렸다는 듯이다.

아무리 사냥터를 넘겨줬다고 해도 이런 폭업이 가능한건가?

‘광신도들의 마을에서는 기껏해아 8시간 정도만 더 있었을 텐데….’

허나 과정이야 어쨌건 결과가 눈 앞에 있었다.

로버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벨라와 더불어, 자신이 지금껏 봤던 인재들 중에 최고 수준이라고.

‘갖고 싶다.’

로버트의 눈이 이글거렸다.

“왜,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언럭키조차 흠칫해서 물러날 정도로 말이다.

로버트는 영입 제안을 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무작정 매달려봤자 매력이 떨어질 뿐이다.

벨라도 그렇고 언럭키도 그렇고. 두 사람이 들어오고 싶은 길드가 되어야 했다.

“레벨은 나쁘지 않군요. 그래서 말인데 언럭키님께 의뢰를 하고 싶습니다. 던전 공략과 내부 지도 제작, 평범한 유저들이 어떻게 공략 해야할지 연구를 같이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의뢰라면….”

“당연히 보수는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

로버트가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세 장 드리겠습니다.”

세 장?

설마 대룡그룹 회장 손자가 3백만 원을 얘기하는 건 아닐 테고.

‘3천?’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던전도 제공하고, 기껏해야 그 내부 지형 좀 밝히고 보스몹 잡아주는 대가로 그만큼 준다고?

평범한 유저용 공략법을 연구해달라고도 했지만, 그건 그리 어렵지 않다.

직업별로 골고루 파티를 맞춘다면, 몬스터의 약점만 파악해서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언럭키가 로버트의 양손을 덥썩 붙잡았다.

“하겠습니다. 무조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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