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83화 (83/218)

#083화

언럭키는 부푼 꿈에 젖었다.

사악한 리바 델 레이 놈들을 처치하고 보물 창고의 보물들을 싹 다 챙기는 꿈!

헤탄과 함께라면 마냥 꿈 취급만 할 필요도 없었다.

‘기사가 5명이나 함께하는 거면, 솔직히 사제급이 몇 명이나 더 있든 상관없이 다 쓸어버리겠지.’

이 곳의 대장인 반오 사제의 전투력은 아직 모른다.

허나 지가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는가. 기사들이 검기 줄줄 뽑아내면서 칼질하면 얌전히 썰릴 수밖에.

“자네가 해 줘야 할 중요한 임무가 있네.”

“예.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개인적으로 기사님들 뒤에서 보조해주는 역할을 맡고 싶긴 한데…”

언럭키가 개인적인 소망을 담아 얘기했다.

허나 헤탄은 그런 그의 기대를 배신했다.

“아니. 기사들에게 보조는 별로 필요 없어. 그보다는 자네만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네.”

“그게 뭡니까?”

“일단 그들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줘야지.”

“예?”

“잊었나? 이 분타를 뒤덮은 대결계를? 그게 있다면 기사들도 안쪽으로 진입이 불가능 해.”

아 맞다.

헤탄을 여기서 만나서 순간 깜빡했다.

그가 네크로 엠페러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결계를 통과하기 위함 아니었던가.

“은신의 망토는 귀한 보물이라 내 것 하나밖에 없네. 기사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네가 결계를 해체해 줘야지.”

“예?”

“저 결계는 자연스러운 게 아니야. 필시 강력한 귀물이 내뿜는 힘일 텐데, 그걸 찾아서 제거해 주게. 그러면 자연스레 결계도 사라질 테니까.”

쉽지 않은 임무였다.

언럭키의 표정이 굳었다.

‘빡센데?’

대결계는 리바 델 레이 분타의 핵심이자 모든 것이다.

그게 없다면 이만한 분타가 유지될 리가 없었다. 진작에 토벌당해 사라졌겠지.

당연히 지키는 경비 병력도 장난이 아닐 터.

역시 레전더리 퀘스트답다. 쉽게 성공하지는 못하게 해준다 이거지.

“헤탄님. 무슨 수를 쓰든 퀘스트만 완료하면 되는 거죠?”

잠시 고민하던 언럭키가 물음에 헤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인륜을 어기는 짓만 아니라면, 그렇네.”

“그렇다면 해보겠습니다.”

머릿속에 좋은 방법이 스쳐지나갔다.

***

헤탄과 헤어진 뒤, 언럭키는 곧장 반오 사제를 찾아갔다.

“형제님. 늦은 시간인데 아직 안주무시고 계셨군요?”

반오 사제는 웃는 얼굴로 그를 반겨주었다.

밤늦은 시간인데 자고 있지 않은 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도를 드리는 중이었는지 예복을 갖춰 입은 채 성당 한가운데에서 무릎 꿇고 있었던 것이다.

“예 사제님. 긴급한 일 때문에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제가 잠이 잘 안와서 분타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오. 역시 신실한 믿음의 형제님이시군요. 자진 순찰을 하실 줄이야…!”

반오 사제는 언럭키의 말에 살짝 감동받았다.

아무리 리바 델 레이의 부제들과 사제들이 믿음이 뛰어나다고 해도, 밤늦은 시간의 경계 임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결계가 그들을 지켜주고 있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도시의 공격이 있을지 모르니 경계는 필수인데, 누구나 다 힘들어하는 것이다.

언럭키는 아직 들어 온지 얼마 안 되어 경계 임무에 넣지 않았건만, 몸소 나서다니.

“크흠. 사제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부끄럽기 짝이 없군요. 어쨌거나 순찰 중에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했습니다.”

“수상한 움직임이라면…?”

“결계 근처의 바위 쪽에서 몇몇 사람들의 인형이 얼핏 보이더군요.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소란이 일어날 것 같아서 멀리서 지켜만 봤는데, 아무래도 이 곳을 감시하는 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오 사제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평소의 인자한 척 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딱딱한 얼굴은 곧 무섭도록 분노했다.

“감히…. 그 분을 믿지 않는 쓰레기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흉신악살과 같은 생김새. 그게 반오의 진짜 모습이었다.

“형제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당장 그 놈들을 처리하러 출발해야겠군요.”

반오 사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언럭키는 애써 치솟는 입꼬리를 내리려고 애써야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풀 플레이트를 입은 기사도 있었습니다.”

“기사까지? 크윽…. 그 정도면 이 곳의 정보를 알고 작정해서 온 것 같군요. 혹시 기사가 얼마나 되는지는 보셨습니까?”

“죄송합니다. 그것까지는 모르겠군요.”

반오 사제는 아쉬워하면서도 사과하는 언럭키를 나무랐다.

“형제님이 죄송할 게 뭐가 있습니까. 정말 중요한 정보를 알아 오신 겁니다. 제가 특별히 공헌도 500점을 드리겠습니다.”

-띠링!

[리바 델 레이 공헌도 500점을 획득하셨습니다.]

[현재 보유한 리바 델 레이 공헌도 : 1624점.]

“…….”

언럭키는 어이가 없었다.

‘이 중요한 정보를 듣고도 고작 500점? 이 새끼가 진짜….’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온 저 면상에 냅다 주먹을 꽂아버리고 싶었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알려줬는데 꼴랑 500점이라니.

리바 델 레이에 대한 정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었다.

역시 헤탄님을 도와 이 악독한 놈들을 전부 처리해야겠다.

“저는 전투 부제들을 이끌고 그 못된 놈들에게 신의 철퇴가 뭔지 알려줄 생각입니다. 형제님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띠링!

[사이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사이드 퀘스트 : 쥐새끼 제거.]

-퀘스트 등급 : X.

-퀘스트 설명 : 리바 델 레이 텔르흐렌 분타 주변에 수상한 자들이 나타났다. 반오 사제와 전투 부제들을 도와 그들을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리바 델 레이 교단의 공헌도 5000점.

말이 끝나자마자 사이드 퀘스트가 나타났다.

무려 공헌도 5000점 자리 퀘스트였다.

아마 원래의 언럭키였다면 넙죽 허리를 숙이며 하겠다고 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그 정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500점, 1000점주고 그렇게 생색내는 놈이, 5000점짜리 퀘스트는 또 사람을 얼마나 부려먹으려고 하는 걸까.

그렇게까지 해봐야 250만점을 모으는 일은 요원하다.

“사제님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저는 여기서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분타 내부를 지키겠습니다.”

-띠링!

[사이드 퀘스트를 거절하셨습니다.]

언럭키의 말에 반오 사제는 살짝 불편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생각해보니 형제님은 자진해서 야간 순찰까지 하셨지요. 피곤하실 수도 있다는 걸 제가 생각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쥐새끼들을 알아 오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십니다. 그러면 내부의 경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언럭키가 자기만 믿으라는 듯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

반오 사제와 전투 부제들이 출발했다.

교단 분타의 전투 병력들은 지금껏 꽁꽁 숨어있었는데,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전력이 꽤 되네?’

반오를 포함해 앞서는 사제급이 3명이었다.

그 뒤를 따르는 전투 부제들은 어떤가.

허드렛일이나 하는 부제들과 다르게, 깔끔하게 무장한 채 흉흉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도시를 지나오며 마주쳤던 리바 델 레이의 보스몹들은 전부 부제급이었다.

보스몹으로 분류되었기에 놈들이 더 강하긴 했겠지만, 저 놈들 역시 같은 부제.

실력은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럭키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이 쪽은 기사가 무려 5명이야 이 자식들아.’

지금이야 저렇게 기세등등해도 조만간 줄줄이 썰려나갈 것이다.

전투 병력들이 자리를 비우자 분타 내부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게, 전투 부제들이 사라지면서 내부 경비 병력 배치 줄어들고 달라진 것이다.

언럭키는 당당하게 움직였다.

“경비는 잘 서고 있나?”

“예, 사제님.”

반오 사제는 지나가는 말로 언럭키에게 내부 경계를 부탁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아르만시아 사제’라는 위장 신분을 가지고 있다.

사제라는 직급, 반오의 부탁.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언럭키가 어디를 가든 경비들은 아무런 제제도 하지 않았다.

“크흠. 보물들도 멀쩡한지 한 번 확인을 해볼까….”

보물 창고 앞을 지나갈 때는 슬쩍 안 쪽을 봐 볼까 했다.

그러자 경비들이 엄중한 얼굴로 그 앞을 가로막았다.

“죄송합니다 사제님. 반오 사제님께서 그 누구도 출입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나는 그 반오 사제님이 경계를 맡긴 사람인데?”

“그래도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단호하게 거절해서 할 말이 없어졌다.

언럭키는 입맛을 쩝 다시며 물러났다.

이 틈에 보물 한 번 슬쩍 해보려고 했더만…

‘더러워서 내가 나중에 탈탈 털어준다.’

언럭키는 발걸음을 돌렸다.

보물은 어차피 나중에 여기를 점령하면 얻을 수 있다.

지금 중요한건 반오 사제를 비롯한 전투 병력이 빈틈에 대결계를 해체하는 일이었다.

‘결계를 만드는 장치가 어디쯤에 있으려나….’

이만한 결계를 유지하려면 필시 대단한 보물일 텐데.

언럭키는 반쯤 기대하는 시선으로 여기저기를 살펴봤다.

‘나와라! 나올 때 됐잖아!’

그러나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몇십 분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짜증이 확 났다.

“아오 진짜. 이 빌어먹을 능력은 꼭 필요할 때 협조를 안 해 주네.”

행운의 무지개 스킬.

보물 창고를 들어갔을 때는 아주 나 보라는 듯이 보라색 빛을 발산하더만, 정작 지금은 잠잠하다.

‘내가 그럼 그렇지.’

역시나 운빨이 따라주질 않는다.

능력이 없으면 몸이 고생해야지.

언럭키는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허나 성과는 딱히 없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마음이 초조해졌다.

반오 사제와 전투 부제들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그 전에 결계를 없애지 않으면 퀘스트 실패. 촉박하다.

결국 추측을 해야 했다.

‘내가 반오 사제라면, 그만한 보물을 어디에 뒀을까?’

결계를 유지하는 보물.

그런 게 있다면 당연히 아주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뒀을 것이다.

그게 없다면 이 분타의 유지 자체가 어려우니 당연하다.

그도 모자라 함정도 깔아두고 그 앞에 경계도 세워둘 것이고…

‘경계?’

언럭키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이 분타 내부에서 경비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곳은 두 군데였다.

한 곳은 보물들이 잔뜩 있는 보물창고이다. 거기는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한 곳은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다가가면 안 된다고 접근이 통제되기만 했다.

언럭키는 한달음에 거기로 갔다.

“사제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언럭키가 가까이 다가오자 경비를 서고 있던 부제들이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반오와 전투 부제들이 출동했지만 이 곳의 경비는 여전히 삼엄했다.

많은 숫자의 부제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던 것이다.

그걸 보자마자 감이 왔다. 자신이 찾던 장소가 여기라고!

“음. 경비는 잘 서고 있나?”

“예. 아무 이상 없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말이야, 내가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그러는데 한 번 들어갈 볼 수 있나?”

“이 곳은 반오 사제님의 명령으로 그 누구의 출입도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예상대로 거절당했다.

언럭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나도 진짜로 허락받으려고 한 건 아니었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그래서 강제로 들어가려고.”

“?”

당황하는 부제의 앞에서 언럭키가 그레고녹의 홀을 꺼내들었다.

“해골 병사 소환.”

검은빛 마력이 땅에 스며들었다.

잠시 후, 발밑에서 새카만 뼈를 가진 손이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죽고 싶지 않다면 비켜.”

언럭키가 히죽 웃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