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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88화 (88/218)

#088화

헤탄에게 전해 들은 던전은 거리가 꽤 있었다.

정확히는 헤탄이 찾은 게 아니라 호르헤른의 기사들이 찾아냈다.

여기로 파견나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보통은 수련하자는 생각에 그들이 이용했겠으나, 리바 델 레이 분타를 습격하는게 급해서 확인만 하고왔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빨리 호르헤른에게 돌아가야 되서 이용할 수 없게 되었고.

그런 던전이기에 언럭키에게 전해주었다.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아마 지금의 자네와 수준이 맞는 던전일걸세. 내가 전장에 오래 있으며 기른 눈썰미는 정확하거든.

그렇게 설명을 다 들은 언럭키의 눈은 반짝거렸다.

‘그러면 던전 최초 발견 보상까지 내가 챙길 수도 있겠는데?’

던전 최초 보상.

처음으로 들어간 유저에게만 추가 보너스가 주어지는 건데, 언럭키 역시 딱 한 번밖에 얻어보지 못했다.

언럭키는 기대감을 가지고 헤탄이 말해 준 장소로 이동했다.

널직한 평원을 지나가다가 마주치는 버섯 모양의 바위.

그 밑을 보면 조그맣게 입구가 있었다.

여기가 바로 던전의 입구였다.

언럭키가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댔다.

그러자 눈 앞에 메시지가 등장했다.

-띠링!

[해골 마법사의 은신처를 발견하셨습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입니다.]

[48시간 동안 던전 내에서의 경험치 획득량과 골드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

“오, 예쓰!”

언럭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험치와 골드량 1.5배 상승.

예상했던 것이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니 신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던전의 이름도 심상치 않았다.

‘해골 마법사라니. 그러면 던전 클리어 보상도 기대해 볼 만 하겠는데?’

던전의 보스는 보통 던전의 이름과 연관되어 있기 마련이다.

해골 마법사의 은신처라면 당연히 보스몹은 해골 마법사나 그 친척 비스무리한 것이겠지.

쓰러트린다면 언데드 계열의 스킬이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네크로 엠페러인 언럭키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들.

“당장 들어가 보자고.”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물어볼 것도 없이 Y를 클릭한 언럭키.

그의 몸이 빨려들듯 구멍 안으로 사라졌다.

***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들린건 익숙한 뼈다귀 부딪치는 소리였다.

언럭키의 해골이 아니었다.

그의 눈앞에 백골 여러 구가 서 있었다.

어두컴컴한 던전 안에서 이런 해골들을 보면 아무리 담이 좋은 사람도 놀랄 텐데, 언럭키는 코웃음을 쳤다.

“어따 대고 뼈다귀 소리를 내? 이 자식들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이쪽은 그냥 해골도 아니라 검은 해골이다.

언럭키가 자신의 자랑스런 소환수를 불러냈다.

“해골 병사 소환. 해골 궁수 소환.”

그의 마력이 땅으로 퍼져나가더니 곧이어 검은 손가락뼈가 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던전 안에 있는 해골들 쯤은 우습게 느껴질 법한 기세를 풍겨대는 검은 해골들.

그리고 그 직후, 언럭키가 걸친 검은 로브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띠링!

[아라베크의 진혼 로브 효과가 발동합니다.]

[소환수의 공격력이 +15% 상승합니다.]

[소환수의 방어력이 +15% 상승합니다.]

안그래도 강력한 해골들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혼의 오오라.”

언럭키가 다시금 중얼거렸다. 마나가 소모되면서 그의 주위로 은은한 어둠이 넘실거리며 퍼져나갔다.

-띠링!

[반경 68m 범위에 오오라가 퍼집니다. 오오라에 닿은 아군 언데드들의 이동 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오오라는 시전자의 마나가 전부 소모될 때까지 지속됩니다.]

로브에 붙은 특수 스킬로서, 무려 이동 속도를 10%나 상승시키는 오오라이다.

언럭키는 자신할 수 있었다.

지금의 해골 군대라면 반오 사제와 그 부하들을 상대로도 훨씬 더 잘 싸울 수 있을 거라고.

-덜그럭 덜그럭.

언럭키의 해골들이 등장한 순간부터 던전 속 해골들은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던전 마스터의 해골 병사]

-레벨 : 72.

던전의 해골 레벨은 언럭키보다도 높았지만 저런 숫자뿐인 레벨쯤이야.

“죽여.”

언럭키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검은 해골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다가가자 던전 해골들이 깜짝 놀라 뼈로 된 칼을 휘둘렀다.

검은 해골들은 그걸 가볍게 피하고 여유로운 동작으로 약점에 자신들의 칼을 꽂았다.

-콰직!

-푸가각!

공격력이 뛰어난데 속도도 훨씬 빠르다.

놈들은 언럭키의 해골들에게 손톱만한 생채기도 내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얻어 터지다가 무너지듯 바닥에 엎어졌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 효과로 경험치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상승하는 경험치양.

고작 잡몹 몇 마리 잡았을 뿐인데 눈에 띌 정도로 경험치바가 올라갔다.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놀라서 벌어진 입을 가렸다.

‘이래서 최초 던전, 최초 던전 하는구나!’

이 게임의 선구자격인 놈들이 왜 다들 최상위권 랭커가 되었는지 알겠다.

이런 식으로 초반부 히든피스를 독점해댔으니 그렇겠지!

“얘들아. 여기 던전에 쥐새끼 한 마리까지 남기지 않고 전부 다 털어버려! 가자!”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언럭키의 지시에 해골 군대가 던전을 전진하기 시작했다.

***

던전의 해골들은 언럭키의 해골에 비해서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공격력, 방어력, 스피드, 협동성, 센스 등.

아예 탑재된 AI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다만, 언럭키로서도 놈들에게 한 가지 부러운 건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또 다른 놈이야?”

바로 놈들의 종류!

처음 등장했던 해골들은 기껏해야 칼을 든 해골 병사였다.

그러나 던전을 전진할수록 다양한 병과를 마주했다.

궁수, 창술사, 권투사…

그리고 이번에 나타난 놈들은 거대한 방패와 채찍을 든 해골들이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탱커와 원거리 딜러라고 해야 할까?

-촤르르륵!

척추뼈처럼 생긴 채찍이 멀찍이서부터 날아왔다.

꽤 위협적인 공격이었지만 언럭키의 해골들은 아무렇지 않게 공간을 움직여 피했다.

해골 궁수들은 움직이는 와중에 화살 몇 방을 쏘아보냈다.

-핑! 핑!

상대팀의 거대한 뼈 방패를 든 해골이 공격을 가로막았다.

-퍼억!

-퍼어억!

그러나 의지만 호기로웠을 뿐, 화살은 방패를 뚫고 놈들에게 틀어박혔다.

HP가 뚝뚝 떨어졌다.

왕홀과 로브. 마법사 계열 직업에게 있어서 가장 중유한 아이템 두 개를 모두 다 레전더리로 가지고 있는 언럭키이다.

심지어 직업조차 레전더리였으니, 그가 소환한 해골들의 능력치가 대단한건 두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해골 탱커들이 주춤거리는 틈에 언럭키의 검은 해골 병사가 달려갔다.

진혼의 오오라 덕에 원래보다 한층 더 빠르게 돌진한 그들은 번개처럼 검을 휘둘렀다.

거리가 좁혀진 이상 던전의 해골들이 맞서 싸우는건 무리였다.

놈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쓰러졌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 효과로 경험치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

또다시 차오르는 경험치에 언럭키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뽕맛 죽여주네!’

몇 번이고 취하고 싶은 맛이었다.

그 후로 던전을 계속 탐험하면서 여러 종류의 해골들을 마주쳤다.

상대하기 귀찮은 놈들은 궁수나 채찍을 쓰는 등의 원거리 계열이었다.

몇 번 공격을 막아내면서 접근해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쉬운건 검사나 권투사, 탱커, 암살자 같은 놈들이었다.

가까이서 싸워야 하는 놈들.

권투사는 진짜 몇 초만에 잡을 수 있었고, 암살자 역시 비슷했다.

-쐐액!

“오. 이번에도 암살자냐? 잘됐네.”

공간이 일렁이더니 은신해있던 해골 암살자가 튀어나왔다.

웃긴건 은신 수준이 과거 사신이었던 언럭키가 보기에 너무 조악했다는 것이다.

움직일 때마다 반투명한 몸이 일렁거리는데, 집중해서 보면 누구나 알아챌 정도였다.

‘진짜 암살자가 아니고 해골 소환수가 암살을 하는 것이다보니 여러면에서 부족한 것이겠지.’

언럭키가 볼 수 있으면 그의 소환수도 볼 수 있다.

검은 해골들은 기습해 오는 해골 암살자의 공격을 기다렸다가 그대로 카운터를 날렸다.

가까운 거리에서 대비하지 못하고 날아오는 반격.

해골 암살자들은 손쉽게 경험치를 상납해 주는 아주 좋은 놈들이었다.

그렇게 신나게 전진하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밝은 빛이 언럭키를 감쌌다.

[레벨업!]

던전에 들어온지 얼마나 됐다고 레벨이 하나 올랐다.

‘흐흐 .이거 헤탄님에게 절이라도 한 번 해야겠는데?’

이 던전을 다 공략하고 나가면 레벨이 얼마나 오를까?

심지어 언럭키만 아는 던전이니 몇 번이고 반복할 수도 있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건 이러고 나중에 팔아먹기까지 해야하는데, 그걸 못한다는 점이다.

도시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이 던전을 누가 구입하겠는가.

그 돈으로 차라리 아이템을 사거나, 그냥 돈 아끼고 도시의 사냥터를 이용하지.

‘이대로 오늘 안에 보스몹까지 다 털어버려야겠군.’

아쉽다.

보스몹까지 잡으면 던전을 나가야 한다. 리젠이 따로 안되기에 어쩔 수 없다. 그러면 최초 보상으로 경험치와 골드 보너스 받는 것도 끝나버린다.

‘부디 몬스터가 많았으면 좋겠어.’

언럭키는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리고 그의 바람대로, 몬스터는 끊임없이 나왔다.

한 번은 커다란 공동에 도착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무려 수십마리가 넘어가는 해골들이 포위해서 공격해왔다.

그 때는 언럭키도 꽤나 놀랐다.

아무리 던전의 해골들이 약하다고 해도 그만한 숫자라면 상대하기 힘들다.

특히나 놈들은 병과가 다양했는데, 군대처럼 뭉쳐 있으면 훨씬 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거기에서는 언럭키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앞에 틀어막아! 아니 거기 말고 왼쪽 비었잖아! 뇌가 없어? …아, 없지.”

뒤에서 전체 상황을 진두지휘 하면서 해골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했다.

“다크 배리어, 다크 힐, 다크 힐.”

거기에 디버프를 난사하고 다크 배리어로 아군 해골들을 보호하며, 다크 힐로 부상을 입을 때마다 바로바로 치료해 주었다.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적을…]

.

.

.

미친듯이 올라가는 경험치 메시지는 읽을 겨를도 없어서 한쪽으로 치웠다.

심지어 그럼에도 아군 해골들의 역소환을 막을 수가 없어서 손이 모자랐다.

결국 언럭키도 몸소 직접 나섰다.

“뒤져라!”

-뻐억!

그레고녹의 홀은 마법사용 왕홀이었지만 아주 단단했다.

네크로 엠페러이지만 그의 힘 능력치는 100이 넘는다. 그 힘으로 해골들 대가리를 뻥뻥 깨고 다녔다.

그렇게 전투가 끝났을 때, 언럭키는 참았던 숨을 크게 내뱉었다.

“후. 힘들었네.”

방금 전에는 진짜로 위기 상황이었다.

약간이라도 지휘가 이상했으면 전멸하는건 이쪽이었을 터.

신나서 생각없이 너무 전진한게 문제였다. 정찰에 좀 더 신경썼으면 조금씩 유인해서 처리할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뭐. 시간은 엄청나게 단축했네.”

한방에 몰살시킨 대가로 던전 탐험 시간을 많이 아꼈다.

피식 웃은 언럭키가 몸을 일으켰다.

죽은 몬스터들에게서 나온 잡템과 골드를 주은 뒤, 다시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어?’

언럭키의 눈에 책 한권이 들어웠다.

죽은 몬스터가 떨군 드랍템.

-파앗!

놀랍게도 거기에서는 파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다섯번 째.

파란색이 뜻하는게 뭔지 언럭키는 잘 알고 있었다.

‘유니크…아이템?’

언럭키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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