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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00화 (100/218)

#100화

-띠링!

[두바르 총령의 비밀 아지트 보스룸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경고! 보스 몬스터는 굉장히 강력합니다. 전력을 갖춰서 입장하시는걸 추천합니다.]

[Y/N]

언럭키는 눈앞에 나타난 입장 메시지에 볼 것도 없이 Y를 클릭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최초 발견 보너스로 레벨업까지 하나 했다.

‘역시 최초 발견이 사기란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모든 던전이 다 이랬으면 좋겠지만, 그런건 어렵겠지.

참 아쉬웠다.

어쨌거나, 어쌔신들이 이상하게 알아서 달려들어 준 덕분에 공략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더 이상 다가오는 어쌔신이 없었을 때 혹시나 싶어 한 번 수색을 했는데, 딱히 발견한건 없었다.

보스룸 앞에 함정이 많은 방이 있긴 했는데, 거기선 컵라면이 활약했다.

-단순한 함정이라면 제가 좀 도움이 될 겁니다.

‘달빛 암살자’는 레어 직업이다.

비록 레벨이 부족해 이 곳의 어쌔신들과 싸울 수는 없지만, 함정 클리어 하는 솜씨는 레벨과 크게 상관이 없었다.

“이렇게 빨리 보스룸에 들어가다니…. 무슨 스피드런이라도 하는 것 같군요.”

컵라면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분명 여기까지 영상을 찍으며 함께 왔음에도 불구하고, 잘 믿겨지지가 않았다.

미튜브나 월벤에 올라오는 던전의 정보를 보면, 하나같이 어렵고 오래 걸리는 장소였다.

잘 하면 큰 보상을 얻지만, 죽을 위험도 너무나 높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곳. 그게 일반 유저들이 느끼는 던전이었다.

그러나 언럭키는 무슨 테마파크에 온 것처럼 던전을 돌아다녔다.

설상가상으로 클리어 속도 역시 엄청나게 빨랐다.

스피드런은 유저들끼리 던전을 빨리 돌파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경쟁 방식인데, 언럭키는 마치 스피드런을 하는 것 같은 속도였다.

실제로는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며 경험치 하나 놓치지 않았는데 말이다.

“뭐, 운이 좋았네요. 어서 들어갑시다.”

언럭키는 컵라면의 말을 대충 받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본인의 무력에 자신감이 좀 붙었기에 해골들과 함께 입장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로브를 펄럭이며 당당하게 들어간 후,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두 명의 인간 형태의 몬스터였다.

‘쟤네 포즈가 왜 저래?’

엉거주춤 서 있는 게 꼭 어디로 도망가려다 만 모양새 같다.

물론 보스 몬스터가 그럴 리는 없으니 자신의 착각이리라.

[보스 몬스터 : 두바르 총령의 간부, 레데늑]

-레벨 : 81.

그리고 보스 몬스터의 머리 위에 떠있는 이름을 본 순간 언럭키의 눈이 반짝였다.

‘총령의 간부? …설마?’

순간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걸 뒷받침 하듯, 거의 같은 타이밍에 총령의 몸에서 파란색 빛이 터져 나왔다.

-파앗!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봤던 빛.

그게 보스 몬스터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너였구나.”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던전에서 나올 파란색 빛. 즉, 유니크 최상급이나 레전더리 아이템.

짐작은 했다지만 이렇게 눈으로 보니 확실하다.

보스 몬스터가 그 해답이었다.

저 놈을 잡으면 레전더리 아이템이나 그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드랍할 것이다.

‘아니면 사로잡아서 웨인에게 넘기라는 것일 수도 있겠네.’

두바르의 영주가 되기 위해 한창 싸우고 있는 어쌔신 로드, 웨인.

얼마나 급했으면 외부인인 언럭키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 그에게 이름부터가 총령의 간부인 놈을 잡아다가 주면, 당연히 크게 보상을 해 줄 터.

놈에게서 나오는 파란색 빛은 그걸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덜그럭 덜그럭.

해골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빠르게 놈을 잡을 생각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젠장할!”

보스 몬스터가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도망쳤다.

앉아있던 의자 뒤편으로 간 다음 어디를 누르더니, 작게 구멍이 뚫리며 그 안으로 쏙 사라졌다.

“어…?”

언럭키와 컵라면이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

“아니…무슨 보스몹이 도망을 쳐요?”

정신을 먼저 차린 건 언럭키였다.

“선 세게 넘네 진짜?”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평소에 그리 욕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안 되겠다.

“빌어먹을 월드사가.”

“푸하하핫.”

“웃깁니까?”

“아, 죄송합니다. 이게…제가 PD이다보니 이번 영상은 성공할 것 같아서요.”

컵라면의 말에 언럭키가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다.

세상에 보스몹이 먼저 뒤돌아 도망치다니.

그것만 제목으로 달아놓아도 시청자 수는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그래도 빌어먹을 월드 사가라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아주 엿 같은 게임이죠.”

“그쵸. 운빨X망겜 같으니라고.”

그러자 컵라면이 조금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음…. 분명 월드 사가가 운빨X망겜이 맞긴 한데 언럭키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좀….”

다른 사람이 그러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 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언럭키는 그러면 안 된다.

이제는 그의 직원으로서, PD로서 같이 다니고 있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언럭키님은 월드 사가의 수혜를 받는 입장 아닙니까.”

“그럴 리가요. 제가 얼마나 고생 많이 하는데요. 저 잡초처럼 살고 있습니다.”

언럭키는 답답했다.

도대체 왜 이런 오해를 하는 거지?

그렇다고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지난날들을 이야기해 줄 수도 없고….

“지금 레전더리 아이템 몇 개 들었다고, 좋은 직업 좀 가졌다고 편견 있는 눈으로 보면 안 됩니다. 컵라면님이 그런 분인 줄 정말 몰랐네요. 저 운이 없어서 닉네임도 언럭키로 지은 사람입니다.”

물론 컵라면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그 정도면 충분히 운이 넘치도록 좋은데?’

월벤에 그렇게 글 써봐라.

온갖 악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컵라면은 더 이상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크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언럭키가 손에 쥐고 있던 왕홀에 힘이 들어가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저게 휘둘러질 때 퍽 퍽 부서지던 어쌔신들의 뚝배기들이 떠올랐다.

“일단 저 놈부터 쫓아가죠. 멀리 가서 놓치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니까요.”

“알겠습니다.”

***

“흐억, 흐엑, 헥!”

레데늑은 복도를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젠장…. 그런 무시무시한 놈이 와버리다니….”

문을 열고 들어온 놈을 봤을 때, 자존심이 상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쫄았다.

덜그럭 거리는 검은 해골들은 하나하나가 대단한 기세를 풍기는 전사였다.

게다가 그 주인은 어땠는가.

로브를 펄럭이며 들어온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레데늑은 전의를 상실했다.

마치 자신을 탐스러운 먹잇감 바라보듯 쳐다보던 그 눈빛.

언제든 가볍게 배를 갈라 꿀을 취할 수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당장에 도망쳤다.

숨겨진 비밀 통로를 작동시켜 그 안으로 도피한 것이다.

통로는 자신이 들어간 순간 곧바로 닫혔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통로였다.

‘단단한 벽이기는 하지만 그리 오래 막지는 못할거야.’

위험할 때를 대비해 잘 지어진 통로의 방벽이었지만,

다행히 이 곳은 미로 같은 공간이었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 갈림길을 거침없이 지나갔다.

바깥으로 나가는 길은 딱 하나.

처음 와 본 추격자는 어지간해서는 해맬 수밖에 없다.

-덜그럭 덜그럭.

한참 달려나가던 레데늑의 귓가에 덜그럭 거리는 뼛조각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히익…!?”

깜짝 놀란 그가 지친 다리에 더욱 힘을 불어넣었다.

멀리서 메아리치듯 들리는 소리였기에 당장 따라잡힐 일은 없었다.

그러나 소리가 들린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타타탁.

그렇기에 젖 먹던 힘을 다해 통로를 주파해나갔다.

몇 번이고 갈림길을 지나 마침내…

‘여기다!’

굳게 닫힌 문을 벌컥 열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눈을 찌른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공간이 나타나서 괴로웠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사, 살았다! 으하하핫!”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도망칠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침입자가 누구든 주변 지형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숨어 있다가 틈을 봐서 총령께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흠. 이거. 진짜로 여기로 나올 줄은 몰랐네.”

“!?”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레데늑은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분명 여기는 아무도 없어야 할 공간이었는데 어떻게?

“설마설마 했는데. 재미있군.”

간신히 빛에 적응하며 시야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궁금한 건 앞에 있는 자가 누구냐 하는 것이었다.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것처럼 익숙하긴 한데…

“너, 넌…!?”

신원을 확인한 레데늑이 깜짝 놀라 상대를 가리켰다.

그때, 그가 손을 썼다.

“자고 있어라.”

“컥….”

뻑! 하는 소리가 들리며 레데늑이 기절했다.

***

-다그닥 다그닥.

언럭키는 해골 기사의 등 뒤에 탄 채 통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그가 부리는 해골 기사는 총 두 기.

다른 한 기에는 컵라면이 탄 채였다.

‘쳇. 이건 좀 아쉽네.’

갈림길을 달려 나가며 언럭키는 처음으로 네크로 엠페러라는 직업이 아쉽게 느껴졌다.

미로처럼 계속해서 이어진 갈림길을 제대로 돌파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행운의 무지개 능력이 몇 번 발동해 주기는 했지만, 모든 갈림길마다 그런 건 아니었다.

그나마 컵라면이 암살자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조금 늦더라도 추적을 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아쉬웠다.

‘아마 사신이었다면 진작에 따라잡아서 죽였을 텐데.’

컵라면의 능력으로는 실시간으로 빠른 추적이 불가능했다.

갈림길에서 약간의 멈칫거림이 있었다.

그나마 해골 기사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해골마의 뒤에 타니 승차감은 최악이어도 속도는 대폭 올라갔다.

컵라면이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긴 했지만, 그 대신 방향을 정하고 나면 질주하는 시간은 훨씬 빨랐다.

사람 다리로 달리는 속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

이대로면 잘 하면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파란색 빛. 내 보물! 절대 놓칠 수 없다!’

언럭키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당장 얼마 전에 7천만 원 주고 레전더리 스킬을 산 적이 있었는데, 파란색이면 그것과 비슷한 등급의 보상을 줄게 확실한 보스몹이다.

놈을 놓친다면 분해서 며칠간 잠을 못 자겠지.

“저기 출구가 보입니다!”

컵라면이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 말대로 살짝 열려서 빛이 들어오는 출구가 보였다.

“더 빨리 가자.”

언럭키가 해골 기사들을 닦달했다.

다른 해골들은 열심히 따라오는 중이라서 옆에는 해골 기사 두 기밖에 없었지만, 얘네 둘이 전력의 50%가 넘어간다.

다짜고짜 도망치는 보스몹이라면 그리 강하지 않을 테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필요하다면 직접 왕홀을 들고 전투에 참여할 의사도 있었다.

‘그러니 제발 도망치지 말아다오.’

이러고 밖에 나갔는데 멀리 가버려서 보이지도 않는다면 너무 허탈할 것 같았다.

그렇게 언럭키와 컵라면이 밖으로 나왔다.

“금방 왔군.”

“넌….”

그리고 보인 것은 어쌔신 로드 웨인과 그의 부하 이아손이었다.

언럭키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갔다.

이아손의 다리 아래에는 놈들에게 제압됐는지, 기절한 레데늑이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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