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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26화 (126/218)

#126화

언럭키의 구독자와 유명세는 꾸준히 상승하는 중이었다.

미튜브에 <인기 급상승 동영상> 탭에도 한번씩 들어갔다.

상위권 랭커들과 비교하면 저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참신하고 재미있는 영상으로 승부를 본 게 통했다.

특히나 최근 두 개.

알려지지 않은 도시 ‘두바르’와 천공의 탑에서의 사냥 영상은 굉장한 인기를 구가했다.

영상이 올라오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월벤에서 간간히 다시금 이야기거리가 올라올 정도로 말이다.

유저 수 10억이 넘어가는 월드 사가의 화제는 계속해서 바뀌기 마련인데, 며칠 동안이나 얘기가 나온다는건 굉장히 의미가 컸다.

<언럭키 근데 슬슬 라이브 방송 안하나?>

<편집본 영상도 재밌긴 한데, 라이브 때도 그 재밌는 텐션 유지하는지 궁금하네.>

<나 걔 초창기 시절부터 구독했는데, 솔직히 소통 한 번 해보고 싶음.>

그런 월벤에서 언럭키의 라이브를 원한다는 말도 간간히 나왔다.

진짜 극성인 팬들은 미튜브 채널에 적혀 있는 이메일로 제발 라이브 좀 해달라는 5700자 분량의 글을 적어서 보내기도 했다.

박세훈과 이용승도 당연히 이런 기류를 봤다.

이제는 언럭키라는 배에 올라탄 선원으로서, 두 사람은 이번 일을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아침 식사 시간에 제안을 한 것이다.

“라이브라….”

백현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하게 된다면 이점이 있겠죠.”

라이브 실시간 시청자 숫자가 곧 미튜버의 힘이 되는 시대이다.

진정 팬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얼마인지 볼 수 있고, 그들은 곧 조회수로 유입이 된다.

어디 그 뿐이랴.

가장 중요한 ‘돈’ 적인 면에서도 라이브는 큰 도움이 됐다.

“라이브 방송을 하면 큰 손들이 후원금을 쏘기도 하니까요.”

“그렇지.”

백현으로서는 참 이해가 안 갔지만, 라이브 방송을 보다 보면 거액을 후원하는 자들이 많았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냥 그 스트리머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몇십, 몇백만원을 턱턱 던진다.

심지어 규모가 큰 스트리머는 천만원 단위의 후원금도 심심치않게 터졌다.

“참 보면서도 신기하단 말이야. 팬이어서 좋을 수는 있는데, 후원금을 어떻게 그렇게 크게 쏘지?”

“돈이 엄청나게 많은가 보죠. 어디 건물주라거나, 주식 부자라거나, 기업 대표라거나….”

“크. 참 세상에 부자 많아. 누구는 돈 몇 푼 없어서 빚으로 허덕이는데 말이야. 심지어 이 감옥같은 곳에 갇히기까지 하고.”

“…세훈씨 빚 7억 아니에요? 그걸 몇 푼이라고 하는 건 좀….”

“크흠. 말이 그렇다는거지. 말이.”

박세훈은 어색한 헛기침을 한 뒤 말을 이었다.

“하여간, 그래서 라이브 어떻게 생각해? 요청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 시점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 생각보다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언럭키의 동영상은 매번 재밌고 유쾌했다.

현실은 시궁창이기에 더욱 반대 모습을 부각시킨 것이지만, 어쨌거나 그렇기에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 번쯤은 라이브를 할 때도 됐다.

“하면 좋죠. 좋은데…괜찮을까요?”

다만 걸리는 것 한가지가 있었다.

자그맣게 말하는 백현의 시선이 부엌 바깥쪽.

어둠에 잠긴 복도로 향했다.

적막이 깔려 있었지만, 저 끝에는 성강호 팀장이 있다.

그들을 손아귀에 둔 채 놓아주지 않는 돈의 괴물.

“전에 두바르 도시 정보 5억에 팔라는 정보 왔을 때도 성 팀장 때문에 안 팔았잖아요.”

세 사람이 이 곳을 탈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은 15억이다.

심지어 1년에 20%씩의 이자마저 붙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이 곳에 갇혀있는 빚쟁이들에게 숙식비며 캡슐 이용료마저 부과했다.

한 번 들어오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빚의 늪. 개미지옥.

그게 바로 이 건물이었다.

일반인이라면 그만한 돈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터.

그러나 백현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보여 준다면,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전까지 성 팀장이 딴지를 걸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숨겨야 한다.

그래서 한방에 다 갚고 탈출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갚으면서 버티기로 전에 얘기했었다.

그런데 라이브를 했다간, 괜히 덜미를 잡히는 것 아닐까?

“음…. 그건 내가 고민을 좀 해봤는데, 성강호가 그렇게 바보가 아니거든. 우리 채널이 이렇게 커졌는데 계속 이자만 내고 있으면 분명 의심을 할거야.”

“그렇겠죠.”

“그래서 더더욱 라이브를 해야 해.”

이해가 잘 안 가는 말이었다.

“지금 ‘스트리머 언럭키’의 인기라면 분명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오고 있을 거라 짐작할 거야. 아무리 장부를 잘 써서 숨겨도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런 상황에서 라이브를 하고 공개된 후원금을 받아서 그걸 장부에 섞어버리면, 우리의 정확한 매출 추이를 짐작할 수 없게될걸?”

마냥 짐작만 하는 것과 실제 매출을 까는건 많이 다른 이야기이다.

그런 상황에서 라이브 때 받는 후원금과 그 후에 있을 조회수 증가량을 생각하면, 성 팀장도 언럭키의 매출 금액을 예측하지 못하게 될 터.

“아예 혼란스럽게 만드는거지. 그렇게 하면 우리 마음대로 장부를 써서 보여 줘도 믿을 수밖에 없을 거야.”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다 두어라.

그 말이었다.

“뭐, 사실 이건 내 제안일 뿐이야. 이렇게 하는게 좀 더 낫겠다 싶은거지.”

박세훈의 말에 백현과 이용승은 생각에 잠겼다.

이용승은 사실 그 강력한 편집 능력으로 제 역할을 모두 해주고 있으며, 그 외의 일에는 대체로 따라가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일은 이들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백현이 결정 내려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의견이던 백현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두 끝이니까.

‘라이브라….’

사실 굳이 안해도 상관없다.

성 팀장은 딱히 지금 무언가 액션을 취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라이브를 하는 것보다는, 이대로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하지만 평생 라이브를 안할 수는 없어.’

대형 스트리머로 더 크게 성장하려면 라이브는 반쯤 필수라고 봐야한다.

15억이라는 큰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라이브는 언젠가 거쳐가야 하는 산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언젠가 해야한다면 차라리 지금 하는게 좋을 터.

“예. 해보죠.”

“좋았어.”

백현이 결심을 내리자 두 사람이 작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어쨌거나 당장 크게 매출을 늘리려면 라이브로 화제성을 만드는게 좋다.

“그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자고. 아 맞다, 백현 씨. 혹시 얼굴 까고 방송할 생각은 없어?”

“네? 그건 좀….”

“아쉬워서 그래. 스트리머의 현실 얼굴을 공개했는데 백현 씨 정도의 마스크가 나오면 아마 인기가 훨씬 더 올라갈걸?”

“하하….”

어색한 미소를 짓는 백현이었지만 듣고 있던 이용승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애초에 월드 사가의 ‘언럭키’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잘생겼는데, 현실의 백현의 얼굴에서 머리색과 눈동자색을 바꾸고 점을 추가하는 등, 약간의 변화만 주었다.

컨텐츠가 좋은데 현실의 얼굴마저 잘생기거나 예쁘면, 그 스트리머는 그 날로 떡상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말고요. 나중엔 고민 좀 해볼게요.”

그러나 백현은 고개를 저었다.

복잡한 기분이지만, 아직은 세상에 자신을 오픈하고 싶지 않았다.

박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어차피 우린 컨텐츠가 좋으니까 이대로 가도 충분하긴 하지. 좋아. 해보자고!”

그 순간이었다.

“!”

백현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제부터 계속해서 했던 고민.

어떻게 하면 천공의 탑 바깥으로 나가서 리바 델 레이 놈들을 공격할 수 있을까.

‘이거 잘만 활용하면…이걸로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데?’

백현이 입을 열었다.

“두 분. 지금부터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아직은 실낱같은 생각이었기에, 구체화시키기 위한 회의를 시작했다.

***

라이브를 결정하자 할게 많았다.

일단 광고를 주는 대룡 미디어에 연락을 했다.

<첫 라이브를 진행하신다니, 축하드립니다. 본 사에서도 응원하겠으며 필히 시청하도록 하겠습니다.>

메일을 보내자 거의 실시간으로 화답이 왔다.

“팀장님! 스트리머 언럭키가 라이브 방송 한대요!”

“드디어?”

담당자 이혜미의 말에 정신찬 팀장은 반색했다.

“이제야 겨우 팬들과 소통할 수 있겠군요.”

사실 말은 안했지만, 대룡 미디어 측에서는 꽤나 염려하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대형 스트리머들과만 광고 계약을 진행했었다.

그들이 어떻게 컸는지 나름 잘 알고 있으며, 라이브의 파괴력이 어떤지도 여러 번 봤다.

“진작에 했었어야죠. 언럭키 기다리는 골수 팬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는 내실을 탄탄하게 다진 후에 하는 것도 좋아보이는걸요. 그 덕에 탄탄한 팬층을 보유했잖아요.”

이혜미의 말도 맞았다.

천공의 탑에서 망치질 하던 언럭키의 영상까지 본 시청자들은, 그가 만드는 컨텐츠에 중독되었다.

아마 앞으로 몇 번 재미없는 영상이 올라오더라도(그럴리는 없겠지만) 참고 웃으며 볼 수 있겠지.

찐팬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정신찬 입장에서는 언럭키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기에, 하루 빨리 라이브를 보고 싶었다.

“아무쪼록, 우리도 많이 도와주도록 합시다.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프로세스 알려주고, 시작하면 후원금도 좀 보내죠.”

“얼마를 쏠까요?”

“음….”

정신찬 팀장은 여기서 잠깐 고민했다.

얼마를 보내야 적당할까?

***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공지가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첫 라이브를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오늘 저녁 12시입니다.]

라이브 공지를 올렸다.

언럭키 채널의 알림을 설정해둔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내가 지금 잘못 본 거 아니지?”

“라이브? 드디어 언럭키가??”

잘 제작된 영상을 보는 것도 재밌지만, 아무래도 그 주인과 실시간 소통을 하고 싶은 게 팬의 마음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라이브 해달라는 댓글들이 있었는데, 언럭키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었다.

하다못해 언제 라이브를 하겠다고 말도 꺼낸 적 없었는데.

설마 이렇게 기습 선언을 할 줄이야.

“근데 시간이 왜이래. 밤 12시는 좀 늦지 않나?”

“뭐 어때. 오히려 낮에 회사에 있을 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에잉. 오늘은 잠 좀 설치겠네. 또 회사가서 졸다가는 부장님한테 제대로 한 소리 들을텐데.”

“그러면 넌 적당히 보다가 자던가.”

“그럴 수는 없지. 내가 말이야. 스트리머 언럭키 초창기 시절부터 구독자였어. 너한테 언럭키 소개시켜준게 나구만. 첫 라이브는 본방 사수해야지.”

알음알음 존재하던 언럭키의 팬들은 환호했다.

월벤에서도 관련 얘기가 많이 나왔다.

<밤 12시? 와 좋다.>

└이게 뭐가 좋아. 차라리 초저녁 때 좀 하지.

└초저녁엔 자야돼서 안됨.

└? 그 때 잔다고? 그럼 언제 일어나는데?

└밤 10시. 낮에 자서 10시에 일어남.

└백수야…. 나가서 일 좀 해라…. 부모님이 걱정하신다.

└ㅇㅋ. 일단 라이브 먼저 보고.

└ㅇㅋ.

특별한 첫 라이브이기에 박세훈과 이용승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주)머니앤캐시에서 시키는 작업을 다 끝낸 후여야 했기에, 밤 12시부터밖에 안됐다.

그리고 곧이어.

-띠링!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채팅창이 열렸다.

<두구두구두구두구. 큰거 온다!!!!>

<ㄷㄱㄷㄱㄷㄱㄷㄱㄷㄱ>

<ㄷㄱㄷㄱㄷㄱㄷㄱ>

계속해서 차오르는 채팅을 보며 언럭키가 침을 한 번 삼켰다.

그리고는 가볍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언럭키입니다.”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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