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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38화 (138/218)

#138화

보스 몬스터의 등장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놈은 척 봐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조심하게!”

헤탄은 경고를 날리더니 도끼를 들어 번개처럼 던졌다.

에토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도끼 투척술이다.

휘리릭 날아간 도끼가 악마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콰직!

“그어어어어-!”

놈은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지르며, 불타는 칼을 휘둘렀다.

“피해!”

-콰앙!

언럭키와 에토, 헤탄이 몸을 구르며 벗어났다.

바닥이 푹 패일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저건 한 대라도 맞으면 끝장이겠는데.”

에토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언럭키를 쳐다봤다.

‘아니. 저 자는 멀쩡할 지도 모르겠군.’

자신의 오러도 버텼던 그 방어력을 생각하면 언럭키의 걱정은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저만한 위력에 앞장서기는 무서울 것 같은데…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알아서 틈 봐서 따라오세요!”

그러나 언럭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돌진했다.

두려움?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그의 눈에 넘실거리는건 저 놈을 잡고 얻을 경험치, 그 외에 떨어질 부산물 등이었다.

‘레벨 125짜리 보스몹이다. 심지어 최초 입장 보너스까지 있으니까…잡으면 엄청날 거야.’

언럭키의 레벨이 고작 100 언저리였으니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난다.

놈을 잡으면 과연 무엇이 떨어질까!

그런 생각으로 언럭키는 양 손으로 망치를 단단히 쥔 채 휘둘렀다.

“흐압!”

-콰르르릉!

내장 스킬 ‘우레’가 발동되며 벼락줄기가 보스몹을 덮쳤다.

“그어어어어-!”

놈은 괴로워하면서도 활활 불타는 칼을 휘둘렀다.

이건 피할 수 없었기에 언럭키는 충격에 대비하며 몸에 힘을 줬다.

-쾅!

“큽!”

언럭키는 약간 휘청했을 뿐 제자리에서 칼을 막아 냈다.

넉백 보정 덕에 전혀 밀려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나쁘게 흘러갔다.

보스몹의 눈이 번쩍이더니 주변으로 검붉은 기운이 퍼져나간 것이다.

[상태이상 ‘화상’이 발생합니다.]

[벨리온의 저주 ‘체력 악화’에 노출됩니다.]

[벨리온의 저주 ‘상처 가속화’에 노출됩니다.]

[벨리온의 저주 ‘불타는 마음’에 노출됩니다.]

.

.

과연 레벨 125짜리 악마족 보스 몬스터다웠다.

불꽃에 뒤덮인 칼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화염 피해는 기본이고, 거기에 가지각색의 저주를 쏘아댄 것이다.

“으음….”

“큭….”

뒤에서 헤탄과 에토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런 저주에 당황한 듯 했다.

그때, 언럭키가 발로 땅을 크게 굴렀다.

그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더니, 등 뒤로 빛줄기로 이루어진 날개가 펼쳐졌다.

-우우웅!

-펄럭!

‘성왕’만의 고유 능력.

하이 홀리 오오라.

모든 신성 주문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는데, 언럭키가 가지고 있는 기본 주무 중 하나가 ‘저주 해제’다.

[광역 저주 해제(오오라 적용)]

-스킬 등급 : 레어.

-스킬 효과 : 대상에게 적용된 모든 저주를 해제한다.

-최대 반경 500m 내에 있는 10명에게까지 저주 해제 효과를 적용시킬 수 있다.

벨리안의 저주로 텁텁해졌던 공기가 순식간에 정화되었다.

“허어. 저만한 악마의 저주를 단숨에 해제하다니….”

헤탄이 감탄한 얼굴로 언럭키를 바라봤다.

악마의 격이 높을수록 그 저주도 강력해지는 법인데, 언럭키는 숨 쉬듯 쉽게 해제했다.

레전더리 직업의 힘이었다.

게다가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디바인 포스. 블레스.”

언럭키가 중얼거리자 무기에서 빛이 번쩍이고 성스러운 빛이 그를 비롯한 세 사람의 몸을 뒤덮었다.

[디바인 포스(오오라 적용)]

-스킬 등급 : 레어.

-스킬 효과 : 공격에 강화된 성(聖) 속성을 부여해 준다.

-악마족에게 적중 시 150%의 피해를 입힌다.

[블레스(오오라 적용)]

-스킬 등급 : 레어.

-스킬 효과 : 대상의 힘과, 민첩, 체력을 대폭 상승시킨다.

-최대 10명에게까지 블레스 효과를 적용시킬 수 있다.

“오오…. 이거…정말 엄청난 버프군.”

“…이딴 걸 두르고 나와 싸웠던 건가.”

본격적인 전투는 그때부터였다.

언럭키는 가장 앞에서 보스몹의 어그로를 끌어주는 탱커 역할이었다.

보스몹의 불타는 칼을 몸으로 버티며 놈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다가 빈틈이 드러나게 되면.

“흡!”

-휘리릭!

헤탄이 던진 도끼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악마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콰직!

“그어어어어어!”

그의 신들린 도끼 투척술은 약간의 틈만 있다면 바로 공격을 적중시킬 수 있었다.

오러를 쓰지는 못하지만 무기의 위력만큼은 오러에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블레스 덕에 모든 공격력이 한층 더 강해진 상황 아닌가.

악마의 눈동자가 슬쩍 헤탄에게 향하려는 순간 다시금 언럭키의 망치질이 이어졌다.

-쾅!

-쿠르르릉!

강력한 망치의 위력과 벼락의 이중 콤보.

악마의 어그로를 완벽하게 다시 돌려놨다.

게다가 악마의 시선이 온통 언럭키에게 쏠리면 에토도 움직였다.

헤탄처럼 원거리에서 공격은 불가능하기에 조금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

시커먼 오러가 넘실거리는 검을 든 채 악마를 베고 지나갔다.

-촤아악!

오러의 위력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괜히 기사들이 영주의 최종 병기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에토 역시 같은 수준이었기에 악마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그 위로 마치 매질을 하듯 언럭키의 망치질이 이어졌다.

-쾅!

-쿠르르릉!

또 다시 따라붙는 벼락 다발.

“그오오오오오오-!”

악마는 그 어느 때보다 괴로워했다.

“허, 참. 저 친구 자기가 탱커를 하겠다고 하더니, 그게 아닌 것 같군.”

다시 뒤로 훌쩍 물러난 에토는 헤탄의 옆으로 갔는데, 헤탄의 말에 그 역시 동의했다.

“같은 생각이요.”

전투가 계속될수록 두 사람은 언럭키의 괴물 같은 면들을 속속들이 확인했다.

탱커의 역할은 몬스터의 어그로를 잘 끌어주는 것이다.

딜러들이 마음껏 딜을 할 수 있도록 몬스터의 정신을 온전히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것.

그 방법은 스킬이 될 수도 있고 아이템이나 본인의 센스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언럭키는 센스와 더불어 강력한 공격력으로 해결을 봤다.

방패가 없는 대신에 착용한 양손 둔기.

그걸로 쉴 새 없이 내리쳐 딜러 이상의 딜을 넣고, 날아오는 공격은 뛰어난 갑옷으로 막아 낸다.

심지어 그러다 부상을 입으면…

“힐!”

저런 식으로 회복한다.

언럭키가 자신의 심장 부근에 손을 얹고 중얼거리자 환한 빛이 퍼져나갔다.

누적되었던 상처가 회복되며 쌩쌩해진 모습으로 그가 일어났다.

“그으으으….”

악마는 질렸단 표정으로 주춤거렸다.

불의 검을 휘두르는 무서운 악마였지만 이 좀비 같은 모습에 압도당했다.

지켜보고 있던 에토의 표정 역시 핼쑥하게 질렸다.

‘아주 지랄 맞겠군.’

그는 악마 보스 몬스터에게 동질감이 문득 들었다.

얼마 전까지 자신이 저런 식으로 언럭키에게 휘둘리다가 항복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봐줄 수는 없다.

“뒤져라! 뒤져! 빨리 아이템 뱉어!”

언럭키는 이제 활활 붙타오르는 눈빛으로 악마를 두들겨댔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벼락, 중간 중간 날아드는 헤탄의 도끼, 기회가 될 때마다 휘두르는 에토의 오러.

“그어어어어….”

보스 몬스터답게 놈은 오래 버텼다.

강력한 신체 능력, 세차게 휘두르는 거대한 칼, 터지는 불꽃은 닿으면 화상까지 입었다.

저주는 몰라도 화상 피해는 해제할 수 없었기에 체력이 닳을 때마다 회복시켜줘야 했다.

“이런. 또 불이 붙었네! 도와주게!”

“힐!”

헤탄의 외침에 언럭키가 급하게 그를 치료해줬다.

본인을 포함해 봐줘야 하는 사람은 3명.

언럭키는 탱킹과 딜을 하면서 동시에 힐까지 중간 중간 써 줬다.

손발이 어지러울 지경이었지만 나름 할 만했다.

비법은 딜은 약간 버리고 힐과 탱킹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내 실력으로는 핀 포인트를 정확히 때려서 공격하는 건 불가능해.’

아무리 무기가 좋고 힘이 세다고 해도 지금 직업은 사제 계열이다.

전투 보정이 없는 상황에서, 적의 약점을 급박한 전투 중에 완벽하게 때려 넣는 건 쉽지 않았다.

어차피 광역 스킬인 ‘우레’도 있기에, 언럭키는 스킬만 쏘면서 버티고 힐과 저주 해제로 파티원들을 지키는데 힘썼다.

“그어어어어어-!”

그렇게 되니 헤탄과 에토는 거의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날뛸 수 있었다.

거기에 뒤편에서 쉴 새 없이 날아오는 도끼와, 오러가 넘실거리는 칼날 세례까지.

결국 보스 몬스터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쿵!

그 즉시 메시지가 우수수 떠올랐다.

-띠링!

[보스 몬스터 ‘지옥의 수문장 벨리온’을 처치하셨습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 효과로 경험치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언럭키는 입을 쩍 벌렸다.

‘대박! 레벨업을 3개나 해?’

아무리 보스몹에다가 던전 최초 입장 보너스까지 있다고 해도, 한 번에 3개라니.

월드 사가의 레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굳이 입 아프게 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죽은 악마 보스몹의 사체는 서서히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는데, 그 한가운데에서 환하게 빛나는 물체가 있었던 것이다.

-파앗!

그리고 그건…

“보라색!”

레전더리 아이템이었다.

* * *

-저벅 저벅.

에토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동굴 내부를 돌아다녔다.

강력한 보스 몬스터 악마가 소환된 이후로 마법진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잠잠했다.

그 덕에 그는 찬찬히 마법진을 살필 수 있었다.

마법에 조예는 없었지만 그 역시 오러를 다룰 줄 알았다.

이 마법진에서 느껴지는 기의 흐름 정도는 얼추 파악이 가능했다.

마법진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품고 있었는데, 그건 단순히 그걸 어딘가로 발사해 파괴하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마치…공간을 여는 듯한 느낌이지.’

일반적인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워프 게이트 마법.

그것과 같은 원리인 것이다.

이쯤에서 에토는 깨달았다.

“하…. 정말로 나는 속았던 것이군.”

리바 델 레이는 악마를 소환하고 있었다.

천공의 탑에 사는 사람들이 매일 탑에 갇혀서 악마들과 싸워야 했던 이유는 악마 때문이었다.

결사대를 조직하고 부모님이 거기에 참가한건 악마들을 처치하고 평화를 되찾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천공의 탑과 세인트크리스 교단을 원망한 거로군.”

원망의 방향이 너무나 잘못됐다.

심지어 복수를 하겠답시고 쳐 죽여야 할 리바 델 레이에 입교까지 하다니.

자신을 끌어들인 전대 몬시뇰은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

원수와 함께하며 엉뚱한 데로 복수심을 불태우다니.

게다가 에토의 재능은 훌륭했다.

검을 다루는 재능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눈부시게 빛날 만큼.

그렇기에 전대 몬시뇰은 훌륭하게 성장한 에토를 새로운 몬시뇰로 임명하고 자신은 본부로 떠나갔다.

이 분타를 훌륭하게 운영한 공적을 치하하기 위해 본타에서 승급을 논의한다고 했다.

그때 자신은 몬시뇰이 된 것에 감격했었는데, 과연 그런 자신을 보면서 전대 몬시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하하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수십 년의 인생이 부정당하는 기분이라니.

그러나 에토는 무너지지 않았다.

머리가 띵했지만 그걸 발판삼아 모든 감정을 한 곳에 담았다.

복수.

전대 몬시뇰. 그리고 자신을 속인 리바 델 레이.

‘둘 다 없앤다.’

그것이 수십 년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것이며, 자신의 낭비된 시간을 보상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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