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이번 라이브 컨텐츠는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신궁 직업을 얻어 평타로 몬스터를 학살하는 건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멀찍이서 아무렇지 않게 몬스터가 픽픽 쓰러지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쾌감이 장난 아니었다.
때문에 월벤에서 꽤나 입소문을 탔다.
<이번 언럭키 라이브 본사람?>
<아 재밌더라 ㅋㅋㅋㅋㅋ. 다른 미튜버들이랑은 색다른 재미였음.>
박세훈이나 이용승이나, 이걸 놓칠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 즉시 예전 영상들을 편집해서 올릴 계획을 세웠다.
잘 될 때 더 빨아먹어야 하는 법!
-저도 돕겠습니다!
이때 큰 활약을 한 게 컵라면이었다.
레벨 차이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언럭키를 따라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그 대신 그는 이용승과 협업을 자주하며 편집에 대해 많이 배웠는데, 예전보다 편집 실력이 엄청 올라갔다.
박세훈과 이용승은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시간적 한계가 컸다.
이자를 줄여주는 대신 (주)머니앤캐시의 작업장에서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 낮시간을 컵라면이 커버쳐주며 영상들이 만들어졌다.
[네크로맨서가 대형 마법까지 쓴다면 이렇다고!?]
그렇게 올라간 영상은 지저 세계에서의 영상이었다.
막바지쯤. 언럭키가 징벌 포격을 쏴대며 그 쪽 사냥터를 쓸어 다니고 있던 시기.
언럭키가 가장 재미있어 했던 때였다.
그리고 직접 플레이하는 그가 재밌다는 건 시청자들도 재밌다는 의미였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빠지기 전에 영상 편집이 완료되어 새롭게 영상이 올라갔다.
15분 정도의, 요즘 트렌드와 달리 꽤 긴 영상이었다.
5분 이내의 영상도 길다면서 스킵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15분짜리 영상은 어지간히 재밌지 않으면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언럭키의 영상은 상당히 히트를 쳤다.
<도대체 저 스킬은 뭐임? 뭔 보스몹이 한 방에 날아가?>
영상에 남겨진 댓글 중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이었다.
해골 군대가 난입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징벌 포격으로 보스몹을 처치하는 장면은 웅장함과 호쾌함을 한꺼번에 주었다.
<저 직업 유지한 채 공중 요새 들어왔으면 볼만했겠는데?>
<ㄴㄴ. 그건 아님. 공중 요새는 와이번밖에 없는데, 지금 궁수 직업이 훨씬 낫지. 그것도 개사기잖아.>
<해골 군대가 저렇게 많은데? 걍 닥돌시키고 포격 몇 번 쏘면 와이번 따위는 전멸이지.>
<닥돌해 봤자 하늘에 있는 와이번을 어케 잡는데. 해골 궁수 빼고는 쓸모 없는 거 아냐. 징벌 포격이 센 건 알겠는데 그것도 쿨타임 있는 것 같고. 무조건 궁수가 더 나음.>
네크로 엠페러 VS 신궁.
어떤 직업이 더 좋냐는 사소한 다툼이 꽤 크게 불이 붙었다.
한참을 댓글창을 시끄럽게 달구던 다툼은 결국 종결 맺지 못했다.
<다음에 언럭키 라이브 시작하면 물어보자고. 둘 다 플레이해본 입장에서 뭐가 더 좋은지.>
<ㅇㅇ. 쓸데없는데 기운 빼네. 당연히 네크로맨서일 때가 더 좋았다고 할 텐데.>
<아니 당연히 지금 궁수가…>
.
.
.
***
“이, 일계급 특진이십니다. 축하드립니다.”
헬로임과의 와이버니안 사냥을 마무리하고서 돌아가자 정산해주던 군인이 말했다.
“제가 살다보니 이런 광경도 다 보는군요. 상사로 이렇게 빨리 진급하신 분이 역사에 과연 있나 싶습니다.”
그는 혀를 내두르며 갈매기 3개가 그려져 있는 상사 계급장을 가져왔다.
마크를 바꿔 달았지만 언럭키는 큰 감흥이 없었다.
어차피 부사관 시절은 스쳐 지나갈 순간이었다.
‘최소한 소령은 달고 지휘관이 되어야 뭔가 느낌이 새로울 것 같은데.’
“아….”
그때 옆에서 헬로임의 안타까운 한숨이 들렸다.
그 역시 정산을 받고 있었다.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군공이 아주 조금 모자라요. 약간만 더 있었으면 저도 중령 진급 가능한 거였는데….”
헬로임은 이마를 탁 쳤다.
중령까지 진급해 본 유저도 손에 꼽는 만큼, 이번 기회가 아쉬웠다.
“언럭키님. 혹시 정비하시고 한 번 더 저랑 같이 가시는 건…”
“죄송합니다.”
“아….”
딱 잘라 끊는 언럭키의 말에 헬로임의 얼굴이 침울하게 변했다.
그러나 언럭키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맥켈 대장의 호출이 와있었던 것이다.
-특임대로서 자네의 첫 작전이 준비되었네. 최대한 빠른 시간에 찾아오게.
대장이 직접 상사를 호출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안타깝지만 헬로임과는 작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음이 안 좋긴 했다.
“…나중에 한가해질 때 헬로임님이 되시면 함께 하는 걸로 해요.”
도시에 처음 들어오고 헬로임의 부대에 배정받은 덕에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심지어 레벨도 높고 계급도 높은데도 아무 말 않고 카메라맨 역할까지 해주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답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정상이다.
“정말입니까?”
“예. 시간이 되면요.”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헬로임의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공중 요새에서 올릴 수 있는 최고 레벨은 150인데, 헬로임은 거의 그 근처까지 도달해 있었다.
특임대의 작전이 얼마나 빨리 끝날지 모르겠지만, 그 전에 헬로임이 도시를 떠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부러 기다릴 수도 없는 게, 1티어 길드 소속인데다가 랭커를 목표로 하는 그에게 그렇게까지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지금 어느 사냥터를 가시려는 건지 몰라도, 언럭키님이라면 분명 금방 돌아오실 겁니다. 저는 그렇게 믿어요.”
헬로임이 확신을 갖고 말했다.
두 번의 사냥을 함께 하면서 그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이는지 지켜봤지 않나.
1계급 특진을 두 번 연속 한 사람인만큼, 분명 이번 일도 금방 끝내고 자신이 떠나기 전에 돌아오리라.
“그럼 나중에 또 뵙죠. 제가 더 좋은 사냥터 구해놓겠습니다.”
헬로임은 그렇게 말하며 떠나갔다.
언럭키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그 역시 놀 생각은 없었다.
***
그 후, 언럭키는 곧장 맥켈 대장을 찾아갔다.
다시 만난 그는 온갖 휘장이 달려있는 전투복을 입고 있었는데, 베레모에 박혀있는 4개의 별이 인상적이었다.
“충성.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맥켈 대장님.”
“음. 일찍 왔군.”
맥켈 대장은 묘한 눈빛으로 언럭키를 바라봤다.
“자네를 빨리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상사로 진급한 건가?”
“조금 전에 했습니다.”
“허, 참. 남들이 들으면 기가 차겠군. 무슨 진급을 식사 한 끼 하고 온 것처럼 말을 하는지.”
맥켈 대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전에도 말한 적 있듯이 우리 특임대는 위험한 임무를 맡는 대신 군공도 2배로 정산 받네.”
“예. 말씀해 주셨습니다.”
“특임대 작전을 나간 것도 아닌데 특진을 턱턱 해오는 자네를 보니,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군.”
훈훈한 대화를 나누던 맥켈 대장은 본론을 꺼냈다.
“자네에게 이번에 할당된 작전은 북쪽에 있는 블랙 와이번들의 영역이야. 와이번 중에서 가장 흉폭한 놈들이지.”
-띠링!
[사이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그런 블랙 와이번들 중에서 특이 개체가 발견되었어. 엘리트 개체 중에서 아예 영웅으로 진화할 것 같은 놈이 있다는 척후의 보고가 있었지. 자네의 임무는 그 놈을 찾아서 죽이는 거야.”
와이번들은 까딱 잘못해서 개체 수가 늘어나거나 상위 개체가 늘어나면 요새 전체의 안위를 위협받는다.
그렇기에 매 순간 감시하다가 세력이 커질 것 같을 때에는 위험한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특임대에 걸맞은 임무였다.
[사이드 퀘스트 : 블랙 와이번 족의 특이 개체 처치.]
-퀘스트 등급 : X.
-퀘스트 설명 : 흉폭한 블랙 와이번은 언제나 요새의 골칫거리였다. 척후들은 항상 그들을 감시했는데, 특이 개체가 탄생할 것 같다는 보고가 있었다. 요새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놈을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특임대의 작전 수행 중 얻는 공헌도 2배.
퀘스트 창을 읽은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자네만 믿고 있겠네.”
-띠링!
[사이드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블랙 와이번의 영역은 이 곳 부유섬의 북쪽이었다.
까마득한 돌산이 셀 수도 없이 존재한 곳.
인간에게는 너무나 불친절한 땅이며, 날개를 가진 와이번들의 요새와도 같은 장소였다.
-저벅 저벅.
돌산을 거닐던 언럭키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쳐다봤다.
새카만 가죽의 블랙 와이번들이 한 마리씩 떠다니는 게 보인다.
“여기서 딱 한 놈을 찾아 처리해야 한다는 거지.”
쉽지 않은 임무였다.
일단 엘리트 몬스터를 만나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데 그 중에서도 영웅으로 진화하기 직전의 녀석을 찾으라니.
블랙 와이번들의 영역인 돌산을 제집 다니듯 헤집어도 쉽지 않다.
심지어 여긴 그렇게 다닐 수가 없는 장소였다.
언제 저 하늘 위의 와이번들에게 공격받을지 모른다.
놈들이 기습적으로 낙하한다면 아무리 언럭키라도 위험할 수 있었다.
“왜 군공을 2배로 정산해준다고 한지 알겠네. 작전 자체가 어려워.”
-끼리릭
언럭키가 하늘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저 멀리서 혼자 날아다니는 블랙 와이번이 보였다.
-핑!
부드럽게 쏘아지는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정확하게 놈의 목에 꽂혔다.
-푹!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200% 상승!]
“캬아아아-!”
커다란 괴성이 돌산에 울려 퍼진다.
언럭키는 재빨리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이 놈은 치명타를 입혀도 한 방에 못잡네.”
놈의 붉은 눈동자가 화살이 날아온 부근을 훑었다.
언럭키는 다시금 몸을 드러내 한 방을 쏘았다.
-핑!
깜짝 놀란 블랙 와이번이 허공중에서 재빨리 몸을 돌렸지만 화살 역시 궤적을 뒤틀며 뒤따라갔다.
-푹!
“캬아아아아-!!”
한 쪽 눈에 화살이 틀어박혔는데, 아까보다 배는 더 큰 고함이 터졌다.
-핑!
언럭키는 발광하는 놈을 보며 침착하게 한 방을 더 날렸다.
-푹!
다른 쪽 눈동자에까지 화살이 틀어박히며 놈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치명타를 입혀도 세 방은 맞춰야 하는군.’
까다로웠다.
원샷 원킬을 하지 못하면 동료가 없는 상황에서 궁수는 굉장히 위험해진다.
그렇다고 저격 스킬인 매드 스나이핑을 모든 몬스터에게 사용하기에는 마나 소모량이 만만치 않았다.
물론, 해결책은 있었다.
‘역시 현질이 짱이야.’
언럭키가 인벤토리에서 스킬북 하나를 꺼냈다.
[스킬북 : 고속 사격]
-스킬 등급 : 유니크.
-리로딩 시간을 극도로 단축시켜 빠르게 다시 화살을 쏜다. 마나 소모량에 따라 사격 속도가 달라지며 최대 5배까지 증가한다.
이번 라이브 때 꽤 많은 후원금이 들어왔다.
그 돈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금까지 추가해서 두 개의 스킬북을 샀는데, 그중 하나가 이 고속 사격이었다.
유니크 등급의 고속 사격은 최대 5배까지 사격 속도가 증가했고, 마나 소모량도 지금의 언럭키에게는 그리 무리가 아니었다.
스킬북을 사용하자 잠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띠링!
[고속 사격이 발동됩니다.]
짧은 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언럭키는 조금 전과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블랙 와이번 한 마리가 유유자적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피피핑!
팔이 잔상을 그리며 움직였고, 화살 세 발이 거의 아무런 시차도 없이 쏘아졌다.
-퍼퍼퍽!
명중은 당연했고 유도샷의 효과로 전부 다 치명적인 부위에 꽂혔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200% 상승!]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200% 상승!]
.
.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아까와 같은 위협적인 상황은 없었다.
“쉽군.”
활을 내린 언럭키가 슬쩍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