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183화 (183/218)

#183화

-파앗!

번쩍이는 보라색 빛.

언럭키는 한눈에 이게 무슨 아이템인지 알아봤다.

‘화살통이잖아.’

디자인은 조금 더 고급스럽지만, 화살 묶음을 담아놓는 화살통이랑 똑같았다.

언럭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설마….’

괜스레 기대했다.

자신이 바라는 ‘그 옵션’이 들어가 있는 물건인가?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억지로 마음을 비우고 있는데 헤탄이 말했다.

“우리가 헤어지기 직전에 자네가 궁수가 되어 나타났지 않나. 매번 그렇게 직업이 바뀌니 뭘 줘야 할지도 참 골 때렸는데, 어쨌거나 호르헤른님께 말씀드리니 마침 딱 좋은 물건을 얼마 전에 입수했다고 하셨어.”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은 화살통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껄껄. 정신이 온통 그쪽에 팔려있군. 어서 확인부터 해 보게.”

헤탄의 말이 끝나자마자 언럭키는 곧장 화살통을 건네받고 아이템 정보를 열었다.

[무한의 화살통]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수납 가능한 화살의 개수 제한이 사라짐.

-수납된 화살의 공격력 + 2 상승.

-화살을 잔뜩 싸 들고 다녀야 하는 궁수의 천성을 삭제시키는 획기적인 보물이다. 전설적인 궁수들도 이런 화살통을 바라왔다고 한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125 이상.

‘역시 호르헤른 가문!’

언럭키는 소리 없는 포효를 내질렀다.

이게 바로 위대한 귀족의 품격인가!

안 그래도 이번 사냥에서 화살 부족을 톡톡히 느끼고 왔던 언럭키였다.

그런 상황에서 마치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딱 맞는 물건을 갖다 줄 줄이야.

게다가 이건 화살 보급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반 궁수들에게도 보물이나 다름없는 아이템이었다.

수납된 화살의 공격력 +2 증가.

화살통의 옵션 중 하나였는데, 이게 또 어마어마하다.

단순히 +2 증가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활 공격력에 추가로 적용되는 것이기에 지금보다 조금 더 강해지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대적 불가의 활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서 더 강해지다니.

이 약간의 차이가 원킬컷의 차이를 만들고, 그게 사냥 속도를 결정짓는 한 방이 된다.

“정말 감사합니다, 헤탄님.”

“감사는 내가 아니라 호르헤른님께 해야지. 나는 전달만 해 주었는걸. 그리고 따지고 보면 자네가 어려운 임무들을 완수하고 받아낸 것 아닌가. 다 자네의 능력으로 얻어낸 거야.”

“그래도 헤탄님께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 물론 호르헤른님께도 당연히 마찬가지이고요.”

예의를 차리는 언럭키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헤탄은 빙긋 웃었다.

“그나저나 그럼 저에게 이걸 갖다 주기 위해 여기까지 직접 오신 겁니까?”

“음. 그것 하나 때문은 아니고. 한 가지 알아볼 일이 있거든.”

“뭔가요?”

“리바 델 레이. 그 악신의 교단 놈들이 이 부유섬에도 뿌리 내리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헤탄은 지긋지긋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수면 아래에서 암약할 생각인 건지…. 부유섬은 아무래도 하늘 위에 있다 보니 지금껏 놈들의 마수가 뻗어오지 못했는데 이제 그것도 아닌 모양이야.”

“그래서 그걸 알아보기 위해 헤탄님이 오신 거군요.”

“뭐. 사실 내가 직접 올 필요까지는 없었지만…겸사겸사 자네에게 줄 것도 있으니까.”

그리 말하며 헤탄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로서는 리바 델 레이가 지긋지긋하겠지만, 얘기를 다 들은 언럭키는 눈을 반짝였다.

‘이놈들이 여기도 있어? 바퀴벌레 같은 놈들…너무 좋잖아!’

리바 델 레이와 엮여서 안 좋은 보상을 받았던 적이 없다.

귀찮고 강하긴 하지만, 해결하면 그만큼 떨어지는 떡고물도 굉장한 놈들!

그렇기에 이 부유섬에 놈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까지 했다.

“헤탄님. 이렇게 다시 만나 뵙게 된 것도 인연인데 혹시 제가 헤탄님을 좀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자네가? 음…또 자네에게 일거리를 맡기는 건 좀 미안해서….”

“전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호르헤른 가문에 입은 은혜가 얼마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

헤탄은 상당히 감격받은 듯해 보였다.

“허어….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겠네. 내 부탁하지.”

-띠링!

[사이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언럭키가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든지요!”

* * *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이 성장하면서 연동된 메일로 공적인 연락이 자주 온다.

광고주인 대룡 미디어와도 이메일로 꾸준히 소통하고 있었고, 그 외에 기타 다른 광고 문의도 많았다

구독자 숫자도 어느덧 20만을 훌쩍 돌파했으며 그 숫자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채널 주인은 미래에 랭커가 될 거라고 확실시되고 있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그런 문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팬들의 연락도 많았고, 영입 제안도 다수 있었다.

“근데 이런 연락은 처음 보네.”

메일함을 살펴보던 언럭키가 피식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레지스탕스 길드의 부길드장님 비서팀입니다. 이번에 스트리머님께 연락드린 건 다름이 아니고…]

레지스탕스 길드.

크레비온 길드처럼 1티어로 분류되는 최상위권의 길드였다.

‘이런 곳의 부길드장이면 비서팀이라는 것도 있구나.’

이 정도면 게임 속 길드라기보다는 거의 기업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처음 메일이 왔을 때는 다른 유수의 길드들처럼 영입 제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읽다 보니 아니었다.

[…이번 언럭키님의 라이브 영상 활약을 저희도 잘 봤으며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나 사용하시던 활이…(중략)…그래서 저희 부길드장님께서는 언럭키님의 활을 구입하고 싶어 하십니다. 최소 10억 이상의 금액을 맞춰드릴 용의가 있으며…]

“활? 브라흐마스트라를 구매하고 싶다고?”

자신도 직접 본 건 딱 한 번뿐인 레전더리 최상급의 활.

성능이 어찌나 좋은지 처음 봤을 때부터 보라색도 아니고 무지개색의 알록달록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심지어 직접 사용하고 있는 지금은 이 활의 미친 성능을 매일매일 체감했다.

고작 이 하나의 아이템 덕분에 지금까지 플레이했던 그 어떤 직업 때보다 더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10억이라는 금액 제시는 꽤 혹했지만 팔 생각은 없었다.

‘이런 건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거니까.’

일정 수준 이상의 부자가 되면 오히려 돈보다 중요한 게 많아진다.

세상에는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월드 사가에서의 좋은 직업, 좋은 아이템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운도 크게 작용해야 되는 영역.

‘그러고 보니 레지스탕스 길드의 부길드장이 랭커 궁수라는 말을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이 활을 한눈에 알아보고 욕심냈던 모양이다.

“삭제.”

백현은 메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빚은 매달 수월하게 갚고 있었다.

특히나 요즘 받고 있는 후원금이 장난 아니라 다음 달 정산금이 상당히 쏠쏠할 것 같다.

굳이 이런 단발성 큰돈에 얽매일 필요는 없었다.

* * *

특임대의 가장 큰 화제는 언럭키였다.

특임대장이 직접 영입해 와서 갑자기 자신들의 일원이 된 사내.

그런 상황에서 온갖 기록이란 기록을 다 깨면서 진급하고 있었다.

“이봐. 그거 들었어? 언럭키 중위님이 이번 작전을 또 성공적으로 완수하셨다더군.”

“허 참. 벌써 몇 번째야. 특임대에 들어오신 지 얼마 되지도 않으신 분이…. 혹시 이번에도 하루도 안 되어서 성공하신 건가?”

“아니. 그건 아니라더군.”

“역시 그렇지? 하긴. 보통 특임대 임무 하나를 맡으면 최소 일주일은 생각해야 되는데 계속 하루 만에 클리어하는 게 너무 이상하다 싶었어.”

“정확히 24시간 26분 만에 복귀하셨다. 30분 차이로 하루가 넘어갔지.”

“…뭐?”

“그리고 그 공적으로 이번에 대위로 진급하셨어. 듣기로는 24시간이라는 개인 기록이 깨진 것에 언럭키 대위님이 엄청 아쉬워하셨다더군.”

“…….”

특임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대위인 것이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는지 아직까지 그의 진급 소식을 몰라서 중위라고 아는 자도 여럿 있었다.

그런 언럭키는 지금 맥켈 대장과 독대하고 있었다.

다음 작전이 내려왔기에 그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함이었다.

“허 참. 내가 군대에 몸담고 있으면서 보고 들었던 것 중에 자네가 가장 이상하군.”

“칭찬이십니까?”

“그래 이 괴물 자식아.”

“감사합니다.”

언럭키가 슬쩍 웃었다.

그 넉살 좋은 모습에 언럭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언럭키는 그런 태도마저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딱딱한 모습을 고수했던 맥켈 대장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인간적인 태도를 많이 보여 주고 있었다.

‘많이 친해졌다는 뜻이지.’

자신의 진급 평가를 맡은 상관이자 호르헤른처럼 어떤 보상을 줄 지 모르는 고위 장성 NPC이다.

당연히 친하게 지내는 이 상황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작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하루도 쉬는 날이 있으면 몸이 근질거리나 보군. 다른 특임 대원들은 임무 완성 후에 최소 며칠은 쉬건만….”

“제 체질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야. 하지만 이번 작전은 자네에게도 그리 쉽지 않을 걸세.”

맥켈 대장은 그렇게 말하며 거의 사진처럼 자세하게 그려진 초상화를 건넸다.

“이건…?”

“이번 작전. 자네가 암살해야 할 대상일세.”

“!”

맥켈 대장이 진중한 표정으로 얼굴 앞에 양손을 깍지 끼며 그를 쳐다봤다.

“공중 요새라는 이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처리해야 할 적은 외부의 와이번들 뿐만이 아니지. 오히려 어떨 때는 내부의 적이 더 위험하다.”

처음 요새가 세워진 목적은 이 부유섬을 와이번들에게서 지켜내기 위해서였다.

부유섬에는 지상의 도시들에서는 희귀한 광물 자원이 많았다.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지킨 거고, 그건 지금도 어렵지만 나름 잘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편해지면 슬슬 딴생각이 드는 법.

이 좋은 도시를 자신이 지배해보겠답시고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여러 번 있었다.

“우리 특임대는 그런 반동분자를 선별해 암살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자네 계급이 대위지? 이대로면 금방 영관급에 진입할 텐데. 영관급이면 몬스터 처치 임무뿐만이 아니고 인간을 상대하는 어둠도 겪어봐야 한다.”

맥켈 대장의 눈빛 너머로 미세한 걱정이 어렸다.

젊고 유능한 군인 중 일부는 자신의 힘이 도시 내부의 같은 사람에게로 향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곤 했다.

그렇게 재기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설마 언럭키가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때. 할 수 있겠나?”

“물론이죠.”

“……?”

언럭키는 아무렇지 않게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를 챙겨 빤히 쳐다봤다.

그런 언럭키를 맥켈 대장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암살이라니. 한때 내가 가장 잘하던 것 중 하나였는데.’

사신 시절엔 아예 어쌔신으로 활동했고 그 이후로도 암살(반쯤 학살이었지만) 비스름한 건 여러 번 했었다.

NPC 암살쯤이야. 두려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기대가 되었다.

‘이놈은 잡으면 뭘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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