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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41화 (42/225)

41화 이게 강호인가요

41화 이게 강호인가요

주산파 병력과 옹소후는 상요(上饒)를 거쳐, 응담, 여강에 들어왔다. 등용극은 여전히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만약 형산파가 복건이나 안휘에 있었다면 아무리 등봉극이 멍청이었어도 의심했을 것이다.

복건과 안휘에서 출발한 경로라면 주산파와 응담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형산파는 주산파가 있는 절강과는 정반대인 호남에 위치해 있었다. 야속하게도 황금세가가 있는 남창을 기준으로 보면, 서남쪽이 호남성이면, 북동쪽이 절강성이었다.

옹소후는 그야말로 천운이 자신에게 따른다고 생각했다.

주산파는 보타암까지 무너뜨린 흑도의 강자다. 반면, 고작해야 황금세가의 호위무사 몇 십, 황금표국의 표사들 몇 십이 전부였다.

그래도 혹시, 혹시나 막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옹소후는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구파의 시선이 주산파에게 쏠릴 테니까. 그때 형산이 들어오면 됐다. 이거야말로 꽃놀이패였다.

그때 등용극이 옹소후에게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뭔가 몇 년 동안 공들인 걸, 이렇게 무력으로 마무리하다니 좀 허무한 기분이오.”

“막내공자가 우리에게 명분을 준 탓이죠. 앓던 이 같던 천주성도 빼주고, 감히 형산파도 도발하고. 이게 다 자업자득 아니겠습니까.”

“허허. 그럼 막내공자는 우리에게 도리어 홍복이군요.”

등용극은 하늘을 보면서까지 크게 웃었다. 옹소후는 그것을 보고 비웃었다. 이들이 사파인 이유는 다 있는 것이다. 이런 바보들에게는 명예로운 정파가 될 자격이 없었다.

옹소후는 내색하지 않고 웃음을 띠었다.

“그리고 아무리 복잡하게 지어진 매듭도 칼 한 자루면 끝나는 곳. 이것이 강호의 매력이 아닙니까.”

등용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내일이면 남창으로 들어가 황금세가를 바로 장악할 생각에 설렜다. 솔직히 허무하기도 했다.

옹소후의 말대로 이렇게 칼로 풀면 오히려 편한 일을. 주산파는 원래 근본이 흑도인데, 덩치가 커졌다고 너무 눈치를 보고 있었던 거다. 원래 자신들은 이랬어야 했다.

황금세가에 가서 드잡이질을 많이 할 필요도 없었다. 등용극은 상가를 터는 것에는 또 자신이 있었다.

그냥 총관급 몇 명을 효수하여 전각에다 목을 매달면 알아서 기기 마련이었다. 등용극은 과거의 감촉을 느끼고 웃었다.

“내일, 정말 즐거울 걸세. 내 장담하지.”

흑도가 상계를 어떻게 요리하는가, 이 아무 것도 모르는 명문 정파 꼬맹이에게 솜씨를 보여줄 생각을 하니 생각만으로도 유쾌해졌다.

*

황금세가의 남동쪽 벽을 막고 있는 무림맹 무사들에게는 여유가 맴돌았다. 누가 보면 최후방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주산파 사람들이 파양(波陽)에서 남창까지 도하(渡河)를 하는 게 아닌 이상, 여강의 관도를 따라올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관도로 쭉 남창으로 들어가면, 바로 황금세가의 남동쪽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는 그야말로 최전선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여유에 근거는 확실했다.

첫째. 이들은 청무대 안에서도 정예로 취급받는 역전의 용사들이라 전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둘째. 수비에 대한 작전이 누구라도 끄덕거리며 납득할 만큼 굉장히 교묘하고 세밀하게 잘 짜여 있었다는 점.

특히 청무대의 무사들은 수비에 대한 작전에 굉장히 감탄하고 있었다. 그들도 전투를 많이 치른 무사들, 작전의 합리성과 완성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식견이 있었다.

“수비 작전 짠 거 대장님 아니시지?”

“무조건 아니지. 대장님이 이렇게 정밀하게 짜지는 않잖아.”

“그렇긴 해. 이건 그리고 무인이 쓰는 진이 아닌 것 같은데.”

청무대원들은 마지막 말에 모두 동의했다. 무인들의 진은 백팔명이 펼치는 나한진(羅漢陣) 같은 소수의 예외를 제하고선, 삼재진(三才陣), 오행검진(五行劍陣) 같이 소수의 사람들로 펼치는 합격진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이 구성을 짠 사람이 왜 대단하냐면, 합격진은 합격진대로 하고, 그걸 다시 진형을 비틀어 대응하기 쉬운 대형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있었다.

“군문(軍門)의 전략이지?”

“옛날에 책에서 본 것 같군. 처음은 분지 모양으로 있고, 전투가 시작되면 가운데 진형이 빠지다가 적이 깊이 들어오면 좌우중앙이 한 번에 몰아치는 전략이었지.”

“군문의 전략을 무인들끼리 싸움에서 쓸 수 있는 거였나?”

“쓰기 어려워서 사장된 거지.”

군문의 전략이 무인들의 전략에서 사장된 이유는 있었다. 군문의 병사들은 일신의 무력이 대개 비슷해 진형을 빽빽하게 만들어야 했으나, 무인들은 서로 가진 무력이 상이한데다가 내공이나 경신법의 차이로 군문이 지향하는 정교한 진형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진을 짠 사람은 그런 군문의 균형을 정확히 맞추며 무인들의 진을 짠 것이다. 심지어 각자 가진 무공에 따라 간격도 정밀하게 조절되어 있었다.

“군문의 진을 알 정도면 굉장히 늙은 사람이겠군.”

“그렇지. 중원에서 군문의 진이 안 보인지가 한 오십 년 됐으니까.”

“최소 팔순이겠구먼.”

그들은 누가 이 진법을 짰는지 몰랐다. 그냥 청무대장이 시키니까 한 것일 뿐이다. 황금세가는 딱히 지시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지만 정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병력들은 알고 있었다. 이 정도로 정밀하게 움직이려면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그것도 큰 그림을 많이 그려본 괴물 같은 책사가 있다고.

보통 황금세가의 사람들은 무림맹에서 온 청무대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청무대 사람들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진법 하나 만들려면 거의 사흘은 밤새야 될 것 같은데?”

“이 사람아. 세가 주변 전체를 다 이런 식으로 군진을 짜놨다니까. 분명 안에 노괴가 있는 게야.”

“신산(神算)이 몰래 오신 건가?”

청무대원 한 명이 의문을 제기했다. 신산은 지금 무림맹의 지낭으로 있는 제갈헌(諸葛獻)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 분은 맹주님 명으로 운남에 가셨어.”

“그런가?”

그들은 그런 대화를 하면서 언덕 너머를 보고 있었다. 소매가 뜯어진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뭇가지를 발판으로 삼아 그들이 있는 담장으로 도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슬슬 준비하자.”

여유 있게 말을 끄는 청무대원의 말이 울려 퍼졌을 때는, 선두에 있는 주산파의 무인과 청무대의 무인의 거리가 고작 다섯 치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 동안 아무도 검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세 치 앞까지 다가왔을 때 그들은 검병에 손을 댔고, 한 치 앞으로 다가왔을 때야 검을 꺼냈다.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불티가 날았···어야 했다. 주산파 무사들의 생각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청무대 사람들은 밟고 있던 담장을 발판 삼아 부수며 좌우로 쭉 갈라졌다.

그들이 상부에서 명령받은 것은 단 하나.

지원이 올 때까지 버텨라.

“···뭐, 뭐야?”

검으로 허공을 가른 주산파 무사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됐다.

*

남동쪽에서 폭발 소리가 연속해서 울렸다. 기와 기가 부딪치고 있는 것이었다. 전쟁이 시작된 거다.

나는 금정원의 수풀, 높은 곳에서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진영은 모두 안정적이었다.

나는 목을 뒤로 흘깃 돌려서 물었다. 내 뒤에는 형산의 삼대제자였던 다섯 명이 있었다.

“어떤가요?”

“긴장됩니다.”

긴장될 법도 하다. 여기 있는 장로들은 그래도 일류나 절정은 됐던 사람들이다. 형산파의 간자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금은 무위가 좀 줄었을 수 있지만, 그런 고수를 상대한다는 것만으로 삼대제자들에게는 부담이었다.

그들이 가진 무기라고는 고작 열두 살짜리 꼬마가 만든, 파형검법을 죽자고 수련했다는 정도. 곽진도가 엄청나게 고행을 하면서 그들의 무공을 봐줬을 거다.

어차피 파형검법에는 어떠한 깨달음도 없어서 형만 익히면 됐다. 형산의 묘리를 미루어 짐작하여 맥을 끊는 게 목적인 간단한 무공이니까.

형산의 삼대제자 중 제일 나이가 많아보였던 남자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이제와 말씀드리기는 늦은 것 같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죽일 필요가 없으니 안 죽인 것뿐입니다. 저희는 아무 은원도 없잖아요.”

이름이 구조흠이라고 했던가. 구조흠은 내가 그렇게 말했음에도 고개를 저었다.

“저기 있는 사람들도 은원이 없이 서로를 죽이고 있습니다.”

구조흠은 남동쪽을 바라봤다. 면식도, 관심도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칼질을 하고 있다.

“저게 강호입니다.”

“네. 그러네요.”

“그리고 공자님이 방금 말씀하신 이유는 의협(義俠)에서 나온 것이죠.”

“그런가요.”

나는 살짝 웃었다. 요즘 어째 자주 웃는 느낌이었다. 전생에서 평생 욕만 들었기 때문일까, 이번 생에서는 좋은 말만 듣는 것 같았다.

“그럼 의협과 강호는 서로 대척점에 서있는 셈이군요.”

“···그런 말은 아니었습니다.”

“농입니다. 강호를 잘 모르는 제가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죠.”

난 두 번째 인생이지만 강호는 초출이었다. 사람들이 흔히 강호의 도리, 강호의 불문율이라고 말하는 것도 잘 모르는 입장인 거다. 그런 건 책에 안 쓰여있으니.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건 강호에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개 사파의 행동이라고들 생각하죠.”

“역시 그렇군요.”

“다만.”

구조흠이 눈을 불태웠다.

“서로의 목숨을 백척간두에 걸어놓고 싸우는 데에 도리나 규칙이 어디 있겠습니까?”

난 그 말을 하는 구조흠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웃기게도 형산파는 그들을 몇 년간 키웠는데도, 순간의 행동 때문에 그들의 원수가 되고 만 것이었다. 아마 면식이 있는 형산 사람을 만나면 말없이 생사결을 준비할 터.

그제야 난 사람들이 말하는 강호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게 강호군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마칠 때, 금정원 옆문에서 검은 옷과 복면을 쓴 사람들이 슬금슬금 나왔다.

나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금정원에 있는 장로들, 형산의 간자들이 이 주산파의 격돌에 호응을 하느냐, 아니면 모른 척하느냐.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기 위해 우리는 여기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봤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때 형산의 장로들은 갑자기 수풀 쪽을 바라보며 멈칫했다. 아무래도 무공의 경지 자체만 놓고 보면 장로들이 삼대제자들보다 강한 건 너무나도 당연했고, 들킬 수밖에 없었다.

“하고들 오세요.”

내 말과 함께 뒤에서 다섯 명의 그림자가 유선형으로 크게 도약했다.

형산의 삼대제자들은 직접 치는 것만큼은 자신들이 끝맺음하기를 원했다. 아마 그들끼리 그렇게 결정한 것 같았다.

“뭐야, 이 놈들!”

나온 장로들은 당황한 목소리로 검을 꺼냈다. 장로들은 세 명. 일합이 크게 부딪쳤다.

세 명 장로의 검에는 검기가 둘러져 있었다. 같이 검을 부딪쳤는데 삼대제자들의 손이 더 떨리는 건 그 때문이었다.

한 합을 나누고 나서야 형산파의 간자들은 자신들을 습격한 이들의 정체를 확인했다. 얼굴을 다 가린 복면인데도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네놈, 조흠이 아니냐? 분명 대공자가 죽었다고···”

“아뇨. 살아있었습니다.”

구조흠이 대표로 말했다. 장로들은 귀신이라도 바라보는 것처럼 삼대제자들을 바라봤다.

“오히려 대공자가 우리를 죽이려했죠.”

그 말을 들은 장로들은 잠깐 멈췄다. 마치 무슨 소리인지 해석이 안 된다는 모양새였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장로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앞뒤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랬구나.”

그리고 오른쪽 장로가 말을 이었다.

“허나 우리에게 검을 겨눈 걸로 보니, 그 사정은 우리가 몰라도 되겠구나.”

장로들 세 명이 서로 눈짓을 했다. 각자 간격이 적당하게 벌어졌다.

자세가 갖춰지자 장로들이 웃었다.

“근데 너무 만용을 부리는 게 아니냐. 형산에 어떤 원한이 있는지는 몰라도, 삼대제자 다섯이서 우리 셋을 치겠다는 건 말이야. 너희들은 고작해야 이류인데 우리는 절정이다. 그 차이를 본산에서 배우지 못했느냐?”

“형산에서 배운 건 모두 내려놓고, 다른 걸 배우고 있습니다.”

구조흠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이 사람들은 황금세가에서나 장로지, 형산파에서는 절정 중간에 낙오된 패배자들이었다. 전혀 두려울 게 없었다.

“삼화취정의 고수든, 오기조원의 고수든 심장에 칼 박히면 죽는다는 것을 말이죠.”

그 말과 함께 복면 세 개가 일그러졌다. 마치 그게 신호라도 된 듯이 서로 붙었다.

장로들에게서 형산의 유한 검법들이 쏟아져 나왔다. 조금씩 다른 것 같기는 하지만, 구향검법과 월성검법이 가지고 있는 묘리와 같았다.

여덟 개의 칼이 엇갈리고, 서로의 자리는 눈을 감았다 뜨면 바꿔져 있었다. 그 와중에 삼대제자들은 검기를 최대한 맞서지 않고 흘려가며 잘 버티고 있는 와중, 반격까지 하고 있었다.

앞서는 숫자를 이용하여 한 사람당 두 명이 붙기도 하고, 갑자기 칼날을 바꿔 다섯 명이 동시에 공격하기도 했다.

그들의 전술도 빛났지만, 장로들을 제일 당황시킨 건 역시 그들이 쓰는 파형검법이었다.

“···이건 대체 무슨 조잡한 검법이냐!”

검기를 계속 못 맞추자 분통이 난 장로가 노성을 내뱉었다. 그들의 검로는 거의 두 번을 휘두르기 전에 막히거나 돌려져 있었다. 검기들이 땅에 박혀서 흙먼지를 튀겼고 애꿎은 나뭇가지들을 쳐냈다.

점점 삼대제자들이 장로들을 압박해나갔다. 장로들은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

장로들은 마치 본산의 절대고수와 지도 대련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무공을 파훼할 수 있는 건 고수가 아니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검법이 형편없으시군요.”

“뭐라?”

구조흠이 장로들을 보며 말했다. 아마 다른 삼대제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 의기양양했다. 내 생각보다 꽤 압도적인 싸움이었다.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습니다. 구향검법과 월성검법의 형도 많이 무뎌졌는데, 상승의 무공을 쓰신다 한들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구조흠이 말했다. 난 이해했다. 구향검법과 월성검법처럼 보이는 것들은 진짜 구향검법과 월성검법이었다. 단지 내가 본 것에 비해 심하게 닳아있었을 뿐이다.

그들이 연습을 게을리 했다는 증거였다. 형산파의 삼대제자들은 완벽한 구향검법과 월성검법의 파훼를 준비했는데, 그것보다 못한 검법이 나오니 오히려 쉬운 것이다.

그들의 절정이라는 경지는 초식의 완벽한 파훼 앞에서 아무 의미도 없었다.

강호의 상식으로 보면, 이류무사 다섯 명이 절정 세 명을 이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절정의 무사들이 몇 년 동안 나태해서 검과 실전 감각이 무뎌져 있었다는 점, 삼대제자들의 합이 완벽한 점, 파형검법의 성능이 너무 완벽했다는 점이 그 불가능을 점점 깨부수고 있었다.

곧 검은 옷이 잘리면서 장로 중 하나의 어깨에서 피가 위로 솟아올랐다.

“아악!”

한 명이 자리를 무너지니 밀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곧 한 쪽팔을 못 쓰게 된 장로의 목이 구조흠에게 잘렸다. 만약 좌우의 두 사람이 도와줬다면 그 검격에는 살 수 있었겠지만, 이미 그 두 사람은 순간 자신은 살 궁리로 내빼고 있던 거다.

갑작스럽게 좌우로 흩어지는 장로들에게 다섯 제자들도 같이 흩어졌지만, 이런 상황을 상정한 건 아니었기에 넷과 하나로 흩어졌다.

넷쪽은 도망가는 장로의 등 뒤에 검을 던져서 부상을 만들고 계속 거리를 좁혔다.

나머지 하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쾅!

내 검이 일직선으로 나가면서 굉음을 냈다. 파상격성의 초식이었다. 장로는 형산의 제자들이 숨어있는 건 알았지만, 내가 숨어있는 건 모르고 있었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내 쪽으로 도망치던 장로의 머리가 떨어졌다.

쫓아오던 구조흠은 내 검격을 보고 입을 벌렸다.

곧 저쪽에서도 쥐어짜내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저기 쪽 상황도 끝난 모양이었다.

나는 구조흠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강호인가요?”

구조흠은 점점 내게 다가왔다. 피에 찰박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낯설었다.

내 앞에 다가온 그는 허리를 직각으로 접으며 말했다.

“정확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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