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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95화 (96/225)

95화 내일 다 둘러보겠습니다

95화 내일 다 둘러보겠습니다

나는 형제들과 곽진도를 바라봤다. 그들은 날 보면서도 내가 여기 있는 걸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 진짜 목환이냐?”

“그럼요.”

금월상은 내 손과 어깨를 만지작했다. 오 년이란 시간은 꽤 길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형제들은 꽤 많이 바뀌어 있었다.

“형님은 키가 더 크셨군요.”

“···아, 하하. 그렇지.”

금월상이 웃었다. 내가 키만 컸다고 표현했지, 사실은 덩치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좌우로 넓어졌는데, 군살은 없고 온 몸에는 근육이 가득했다. 그리고 아까 손에서 느꼈던 그 굳은살. 그걸 보면 얼마나 훈련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왔냐. 근데 연공부 앞에 애들 세워놨었는데 말이다.”

그때 금화청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나는 문앞에 기대어 자고 있던 두 명의 무인을 떠올렸다.

“제가 말해서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래? 경을 치려고 했는데···, 어쨌든 잘 왔다.”

“감사합니다.”

금화청은 옛날의 모습에서 키만 쑥 큰 모습이었다. 운동은 안 하는 듯 몸이 여전히 얇았다.

다음에는 금수린과의 인사였다. 금수린은 날 안더니 내 어깨 품에 머리를 박고 잠깐 울었다.

그러던 금수린은 붉은 눈으로 내게서 떨어졌다. 그녀의 모습도 성숙하고 얼굴살이 빠져 많이 달라져보였다.

“누나가 너 언제 오는 때인지도 몰랐네.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금수린이 말했다. 눈빛이 진짜 미안해보였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정확한 시기를 말해준 것도 아니고, 그들도 맡은 바 일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사할 사람이 있었다.

“스승님.”

곽진도. 얼핏 보면 바뀐 게 없는 것 같지만, 그의 귀밑이나 머리에 듬성듬성 흰 머리가 많아져 있었다.

“그래. 만족할만한 성과는 얻었느냐?”

“적당히요.”

“근데 뭘 익혔는지 모르겠구나. 많이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안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신옥주가 기감을 혼란시키니 그럴 거예요.”

난 목에 걸려 있는 신옥주를 빼서 앞에 내보였다. 밝은 빛이 한 번에 뻗쳐 모두들 흠칫 놀랐다.

“그런 기능도 있었구나. 아무튼 잘 돌아왔다.”

“네. 별일 없었죠?”

“없었다면 없고, 있었다면 있지.”

“아. 알겠습니다.”

난 문득 깨달았다. 여기는 가문 사람들이 있는 본원이 아니었다. 시종들이 있는 숭화당이었지.

“억, 가주님이시다!”

“가주님?”

“야, 야! 일어나!”

이 층에서 요란법석을 떠는 소리가 들렸다. 시종들이 이 층에서 우리를 감싸는 모양의 대형을 만들어졌다. 곧 그 사이에서 남자가 한 명 나와 계단을 빠르게 내려왔다. 그건 꽤나 반가운 얼굴이었다.

약관을 넘은 남자는 다 내려오자마자 부복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그와 동시에 후창을 하면서 이 층에 있던 대형이 모두 엎드렸다. 나는 가까이 가서 남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일어나라는 뜻이었다. 남자는 휙 일어났다. 역시 눈치가 빠르다.

“기철아. 이제 당주로구나.”

“네! 모두 가주님의 은혜입니다!”

“은혜는 뭔 은혜.”

기철이하면 하나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난 문득 옆을 봤다. 구조흠과 조예란, 용소화는 어느새 모여 내게 부복을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등은 유달리 떨렸다.

“기철, 아니, 숭화당주.”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니지. 이제 직책이 있는데. 근데 여기 애들한테 당과는 주나?”

“당과요?”

조그만 등이 움찔하고는 곧 파르르 떨렸다. 난 주변을 둘러봤다. 당연하지만 숭화당의 모든 사람이 나온 것 같았다.

“한 달에 네 개씩은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 저기 용소화라는 아이한테 스무 개를 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옆의 조예란이라는 아이한테는 열 개를 주고.”

“네, 알겠습니다.”

기철은 바로 허리를 꼿꼿이 폈다. 질문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나는 시키고, 기철은 할 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숭화당을 빠져나왔다. 형제들과 곽진도도 날 따라나왔다.

“안녕히 가십시오. 가주님!”

“안녕히 가십시오. 가주님!”

이번에도 칼 같은 선창과 후창을 들으며 난 숭화당 건물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면 예란이라는 아이는 기철과 반대로 일을 처리한 셈이었다. 기철은 뺨을 치고, 예란이에겐 당과를 줬으니.

조예란은 과연 어떻게 자라게 될까. 문득 궁금해졌다.

*

남궁세가의 사랑채에는 세 명이 삼각형으로 앉아있었다. 남궁선용 앞에는 남궁홍학과 남궁홍예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너희들, 이번 해 나이가 몇이더냐.”

“스물입니다. 숙부님.”

“열아홉입니다.”

남궁홍학은 스물, 남궁홍예는 열아홉이라고 각각 밝혔다. 그들이 현재 남궁세가 가주, 창궁검제(蒼穹劍帝) 남궁선우의 적통으로 남궁세가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창궁무애신공은 몇 성까지들 익혔느냐.”

“사 성입니다.”

“저도입니다.”

“성취는 괜찮구나.”

남궁선용이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두 남매도 자기가 높은 성취라는 걸 아는 듯했다. 하긴 약관도 안 됐는데 창궁무애신공을 사 성을 익혔으면 기재가 맞았다. 방계의 사람들은 이립이 되어서도 못 익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니 말이다.

“너희들, 이번에 왜 우리가 무림맹으로 가는지 아느냐?”

“네. 황금세가와의 접점을 최대한 끊으려고 가는 것입니다.”

남궁홍학의 우렁우렁한 눈망울이 번쩍였다. 남궁홍예 역시 질세라 입을 열었다.

“그리고 대남궁세가가 얼마나 압도적인 곳인지 알려주려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구나.”

남궁선용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던 남매는 무안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너희들이 놓친 건, 올해 추분(秋分) 때 용봉지회(龍鳳之會)가 열린다는 거다. 지금이 하지(夏至)니까 얼마 남지도 않았구나.”

“···용봉지회!”

남궁홍학이 깨달았다는 듯 외쳤다. 그건 당연히 그들도 알고 있었다. 후기지수들 중에서 가장 명예로운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누가 의식하지 않고 누가 탐이 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무림맹의 방문과 용봉지회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몰랐다.

중원에는 최고로 꼽히는 행사가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천하제일인을 가리는 선불지회(仙佛之會)이고, 다른 하나가 용봉지회였다.

그것들은 각자 십 년씩의 간격을 두고 있지만, 선불지회와 용봉지회는 오 년의 차이를 뒀다. 결국 중원인들은 오 년에 한 번 큰 행사를 경험하는 셈이다.

용봉지회. 오 년마다 한 번 있는 화합의 장. 물론 그 행사 중 핵심은 전 중원의 후기지수들이 모여 누가 제일 뛰어난지 겨루는 비무였다.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남녀 무인 하나씩 말해보거라.”

“초유열, 갈유월입니다.”

둘의 목소리가 겹쳤다. 그제야 남궁 남매는 이 숙부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화산파의 초유열은 일찍이 천재로 중원에 자리매김한 후기지수였다. 지금 그의 나이는 약관에서 이립 사이.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해 더욱 유리했다. 그 자리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 그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여자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갈유월은 그렇게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검존이 얼마나 키웠는지는 모르나, 길에서 굴러먹던 년이다. 당연히 너희들이 지면 안 되겠지. 나이도 더 먹었고.”

한껏 남궁선용이 압박을 들이밀었다. 남궁 남매는 긴장한 표정을 했다. 이번 무한행은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맞상대를 해본 사람들이 강하다고 하니, 그건 인정해야겠지. 그러니 좀 준비를 할 필요가 있더구나.”

“무슨 준비를 말씀이십니까?”

남궁선용은 말 대신 뒤에 있던 가죽 주머니를 앞으로 끌렀다. 눈치껏 남궁홍예가 열자, 그곳에는 시큼한 향이 나는 녹색 가루들이 있었다.

“···이게 뭡니까? 숙부님···”

남궁홍학이 물었다. 남궁선용이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녹청사(綠靑蛇)의 가죽을 갈아놓은 가루이니라.”

그 말에 남궁 남매의 숨을 짧게 들이마셨다. 녹청사는 이빨 대신 가죽에 독이 있는 특이한 뱀이어서 유명했다. 물론 그보다 유명한 건 독이었다. 녹청사의 가죽은 내공의 반발작용을 과하게 일으켜 중한 내상을 유발하는 물질이었다.

남궁홍학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남궁홍예도 마찬가지였다. 정의감보다는 자존심의 문제였다. 그들도 기재로 길러진 무인들이다. 사파처럼 독 같은 암수를 사용하는 건 꺼려졌다.

“숙부님, 이건 좀···”

끝내 남궁홍학이 입을 열었지만, 남궁선용은 그 말을 중간에 끊었다.

“가주의 명이다.”

“네?”

남궁 남매는 깜짝 놀랐다. 그 근엄하신 아버지가 이런 것을 지시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너희들을 생각하는 거다. 당장 오룡삼봉 여덟자리에서 한 자리만 따와도, 가문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그 성취감을 너희에게 주고 싶은 게다. 그 와중에 작게 잃는 것들은 있겠지. 그러나 우리는 대가(大家)다. 작은 것들에 연연하면 안돼.”

남궁선용이 진지하게 말했다. 남궁홍학도 남궁홍예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그들도 알고 있었다. 숙부의 말대로라면 가문의 어른들도 눈을 감아준다는 이야기. 걸려봐야 안 했다고 잡아떼면 그만인 거다. 밑져봐야 본전인, 그 편법은 그들에게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럼 이걸로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마음을 굳힌 남궁홍학이 물었다.

“이 가루를 검에다 미리 발라놓고 비무를 해라. 살갗에 살짝 베이기라도 하는 순간, 갈유월은 독이 들어왔다고 눈치채고 경기 중지를 선언할 거다. 그 찰나에 네가 거궐혈(巨闕穴)을 찔러라.”

거궐혈. 몸의 정중앙에 있는 극혈이었다. 그곳에 독이 들어가면 최소 삼 년은 앓아누워야하고, 아니면 단전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개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걸 누가 하는 거죠?”

이제는 남궁홍예가 물었다. 사실 그녀에게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 임무기도 했다. 룡의 자리는 다섯 개나 되지만, 봉의 자리는 세 개밖에 안 된다. 거기서 한 사람을 눈 감고 넘어가주면, 남는 건 고작 두 자리였다.

“둘이.”

남궁선용이 말했다.

“너희들이 남궁세가의 합격진을 연습하고 있다고, 한 번 고수로 이름난 갈 소저와 대결해보고 싶습니다, 하면 된다. 안 되면 우겨서라도 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 이후로도 남궁선용은 무림맹에서 남궁세가가 할 일들을 계속 말했다. 내용이 너무 길어져 남궁 남매는 듣다 못해 붓과 벼루를 준비해야 할 정도였다.

*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일하면서 지냈지.”

질문은 하나인데 답은 세 개였다. 형제들의 대답이 모두 겹친 탓이었다. 그들의 오 년은 그렇게 축약될 수 있는 거였다.

“목환이 넌 어떻게 지냈느냐.”

“전 훈련하면서 지냈죠.”

“···우린 참 단순하게 살고 있구나. 오 년이 한 마디로 정리되는 시간이라니.”

금월상이 쓴웃음을 지었다. 옆에서는 꼴깍거리는 소리가 연거푸 들렸다. 곽진도가 술을 백자에 담긴 모태주(茅台酒)를 들이키고 있었다. 술에 담긴 달콤한 냄새가 여기까지 왔다.

지금 우리는 본원 가주실에 가벼운 차림으로 모두 모여 있었다. 난 오랜만에 새로운 옷을 입어 뻣뻣한 옷감이 잘 적응되지 않았다.

“한 단어로 정리되는 시간이면, 잘 살고 있는 거다. 집중하면서 일관성있게 살았다는 거니까. 곧바른 시간은 단순해서 짧게 느껴지지만, 돌아보면 그만큼 의미있는 시간은 없을 거야.”

곽진도가 말했다. 이미 그의 옆에는 백자가 두 개가 더 있었다. 난 광주에서 그가 기절했던 걸 기억하고 적당히 마시라고 했지만, 알아서 조절한다는 타박만 들었다. 확실히 방금 목소리는 그다지 취하지 않은 것처럼 들렸다.

사실 곽진도뿐 아니라 형제들에게도 모두 각자 술병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예전처럼 거하게 한 상을 차린 건 아니었다. 협탁 위 짚바구니에 담긴 전병이 술안주의 전부였다. 당연히 내가 든 호리병에는 술 대신 차가 채워져 있었다.

“그렇군요.”

“근데 목환이는 술 안 먹느냐?"

"네. 전 차로 충분합니다."

"끙. 재미 없는 건 여전하구나."

난 내가 든 황색 호리병을 살짝 흔들어보았다.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전생에서도 술은 마셔본 기억이 없다. 정신을 잃는다는 것에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정신을 잃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내게 무슨 짓을 할 줄 모른다는 공포. 그때 내가 가진 건 내 정신밖에 없었고, 그렇지 않은 지금은 당연히 무섭지는 않았다. 정말 그냥, 안 마시는 거였다.

“그럼 우리끼리 마시는 수밖에.”

금수린이 장난기 머금은 목소리로 자신의 호리병을 자랑하듯 흔들었다. 노주(蘆酒)라고 하던데, 냄새가 시큼하고 구수했다.

금수린이 술병에 입을 대자, 다른 사람들도 술병에 입을 대고 손목을 꺾었다. 나도 조용히 차를 마셨다.

“크.”

금수린이 입을 떼고 탄성을 내질렀다. 별로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얼굴이 붉어졌다.

“야. 마시기 힘들면 마시지 마.”

“맛있는데요?”

“못 마시는데 술맛을 좋아한다라.”

핀잔을 준 금화청이 씁쓸하게 웃었다. 하긴 금수린은 저번에도 제일 술에 빨리 취했고, 주사도 제일 심했다.

그 후로는 본격적으로 얘기가 시작됐다. 예전에는 나와 비슷하게 말이 없었던 금화청도 조금은 말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난 거의 듣는 쪽이었다. 금월상이 아까 말한대로 오 년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묘하게 끝나지 않았다.

근데 왜 그럴까. 사람들의 얼굴은 슬슬 붉어지더니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내원 기강 잘 잡아놓은지 알아? 너희들이 안심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건 나 때문이라니까.”

“오라버니, 무슨 소리예요. 그건 내가 바깥에 진법을 잘 깔아둬서 그런 건데.”

처음에는 금월상과 금수린이 말했지만, 나중에는 금화청도 끼어들었다.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이 선지선자야(善之善者也).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진정한 명장이지. 내가 상황을 통제하니 아무 침입도 없는 거야.”

“뭐? 그럼 재작년 도둑들 침입한 거 내원 무사들이 다 잡은 건 뭔데.”

“형은 우리 세가랑 도둑들이랑 싸운다고 생각해? 그들은 그냥 도둑들일 뿐이야.”

“도둑들이자 무인들이기도 했지.”

금월상과 금화청이 눈을 서로 부라렸다. 그들은 서로 내가 더 잘했네, 하고 싸웠다. 곽진도는 몸을 반 돌려 술을 계속 마시고 있었다. 질린 표정인 게 모이면 이런 얘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모두 잘했기에 얻은 성과 아닐까. 나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별 생각 없이 전병만 집어먹던 내게 갑자기 세 명의 얼굴이 내 앞에 들이밀어졌다.

“목환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는 일단 전병을 입으로 다 밀어넣고 씹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다 자신을 선택하라는 것 같았다.

전병을 다 먹고, 그들 모두 좋아할만한 답변을 했다.

“내일 다 둘러보겠습니다.”

허나 그들은 내 기대와 달리 피부색이 창백해졌다.

“아니, 아니야. 목환이가 굳이 볼 거 없어.”

“그런 뜻이 아니란다.”

“됐어. 오랜만에 왔는데 쉬어야지.”

나는 그들을 바라봤다. 아까 열기가 쟁쟁했던 그들의 표정에서 낭패감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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