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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20화 (121/225)

120화 비마진천(飛魔振天)

120화 비마진천(飛魔振天)

남궁선우는 두 가지를 고려했다.

첫째, 확실히 금목환을 죽이거나, 백치를 만들 정도의 충격량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일차적인 목표라 타협하거나 훼손될 수 없다.

둘째, 적어도 사용될 때만큼은 마기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마기는 이질적인 보라색을 가지고 있어 눈에 띄기 쉽다.

아무리 옹진수라고 해도 마교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곧장 발을 빼고 남궁세가를 추궁할 터였다. 나중에 일정량 이상의 마기가 검출되면 오히려 좋다. 그건 형산파에게 뒤집어 씌워지고, 정파의 혼란을 유발할 거기 때문이다.

“철마(鐵魔)가 직접 준 거라고?”

“네, 그렇습니다.”

어두운 암실. 남궁선우는 비선을 이용해 마교 본단에 자신이 생각하는 조건을 전달하고, 그것을 승인해 맞는 암기를 전달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게 오늘이었던 거다.

“아직까지 시간 보기를 개처럼 아는구만.”

철마는 마교에서도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었다. 철마가 만들었다니까 이해는 된다. 얼마나 게으르냐면, 천마님이 직접 주관하는 예배에도 늦을 정도니까.

그럼에도 천마가 쓰는 이유. 철마가 정말 유능하기 때문이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마교의 모든 무기와 암기, 폭탄은 그의 손에서 나온다고 봐야 했다.

남궁선우는 살짝 기대하면서 보자기를 풀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바로 실망으로 바뀌었다.

“비파검(飛破劍)이네.”

암살하기 위한 무기니 암기가 나올 것은 생각했다. 암기 중에 검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건 비파검 밖에 없었다. 칼의 뿌리 밑에 심어진 소벽력을 격발시켜 칼날을 뿜어내는 종류의 암기였다.

살상력이 훌륭한 암기기는 했지만, 금목환이 흔한 비파검에 쉽게 당해줄지는 의심이 들었다. 적어도 그가 후기지수 수준이 아닌 건 알고 있으니 말이다.

간자는 남궁선우의 우려를 눈치챈 듯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저도 조금 봤는데, 검병 부분에 오목한 부분이 없더군요.”

간자의 말에 남궁선우는 검병을 바라봤다. 그는 바로 일반 비파검과 다른 점을 알아차렸다.

“···누르는 곳이 없군.”

보통 비파검의 검병에는 오목한 부분이 있다. 그곳을 누르면 일반적인 검이 갑자기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근데 그 오목한 부분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 암기는 어떻게 작동된다는 것인지. 남궁선우는 검을 붙잡고 대기 중으로 휘둘러봤다.

휙휙,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간자는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아마 철마가 적어준 것이리라. 간자는 바로 편지를 읊었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자네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네. 혹시 휘두르거나 함부로 다루고 있지는 않겠지? 바로 터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게. 파괴력이 자네도 다칠 정도니까.”

그 말을 하면서 간자도 움찔했지만, 제일 놀란 건 남궁선우였다. 그러면 그걸 미리 말해줘야 될 것이 아닌가. 남궁선우는 바로 검을 멈췄다.

물론 그것 때문에만 놀란 건 아니었다. 남궁선우는 마교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였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철마가 다칠 정도라고 말한 거면, 그 힘이 얼마인지 가히 짐작도 되지 않았다.

간자는 계속 편지를 읽었다.

“그건 다른 비파검과는 다르네. 나는 비마진천(飛魔振天)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네. 비파검에 흔히 쓰이는 소벽력 대신 극소량의 정기(正氣)와 마기(魔氣)를 폭발의 동력으로 쓰고 있다네.”

남궁선우는 그 말을 듣고 소름이 쫙 돋았다.

기들이 부딪치면 폭발하는 건 당연한 상식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 다른 기들이 부딪쳐야 폭발하는 것이다. 아니면 자연에서 끊임없는 폭발이 일어나야 하니까.

무인들은 자연의 기를 자신만의 토납법으로 자기화를 시키고, 그것이 다른 무인과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인과 무인이 부딪치면 기가 폭발하는 거였다.

심지어 그 기가 상극이라면 엄청난 폭발을 이뤄낸다.

“미친놈이군.”

남궁선우가 혀를 내둘렀다.

저 비파검의 내부는 극소량의 정기, 마기가 분리된 채로 있을 것이다. 그것이 부딪쳐 터진다면 얼마나 큰 파괴력이 나올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내가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한 건, 일반적인 비파검의 원리와 다르기 때문일세. 자네가 눈썰미가 좋다면 바로 검병에 누르는 부분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겠지. 보통 눌러야 비파검도 작동되지 않던가. 눌러야 부싯깃이 그어지니.”

간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걸 분리하는 건 그냥 피막일세. 딱 떨어뜨렸을 때 정도의 충격만 견딜 수 있는 수준이지. 검과 검이 부딪치는 순간 빵! 터지게 되는 거란 말이지.”

남궁선우는 어이가 없었다. 그런 위험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의 안전 장치가 고작 피막이라니. 하긴 철마는 무기를 만들 때 절대 자신이 안 쓸 것 같이 만든다고 했지.

“마기가 있다고 걱정말게. 극미량의 마기기 때문에 느끼는 사람은 없어. 이걸 느낄 수 있다면 우리가 마기를 숨겨도 걸리는 수준이지.”

철마의 이어진 편지에 남궁선우는 자신의 마음이 꿰뚫린 듯했다. 딱 그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마교의 간자들은 마기를 의식적으로 누르고 다닌다. 그런데도 아예 감출 수는 없다. 그럼 기의 순환을 막는 게 되기 때문에 바로 주화입마에 걸리게 된다.

그럼에도 마교가 중원에 간자를 계속 보낼 수 있는 이유는, 그 마기가 등봉조극의 고수라고 해도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미량이기 때문이다.

“자네야 정파에서도 높은 위치기 때문에 분명 차도살인을 할 거라 생각했네.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네. 철마 황석제.”

간자는 그 말을 하고 바로 편지를 접은 다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굉장한 암기군.”

남궁선우는 인정했다. 이 새로운 암기는 정파의 초고수들도 못 본 것이고,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후기지수 수준에서는 금목환이 강하지만, 초고수도 잡는데 금목환 정도야.

남궁선우는 새삼스럽게 이렇게 평범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검을 봤다.

이게 초고수도 죽일 정도의 암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터였다.

*

“비파검이군.”

옹진수는 붉은 비단을 풀자마자 짜증이 났다. 살상력이 높긴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경계하는 암기다.

“이게 뭐라고 있는 척을 해.”

비파검은 살문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암기 중 하나였다. 작동원리도 쉽고, 살상력도 좋으며, 무엇보다 만들 때 필요한 재료가 흔했다.

이딴 걸 보낼거면 굳이 남궁세가가 방법을 왜 안 말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

그러나 옹진수는 바로 이것이 일반적인 비파검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검병에 오목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옹진수는 대신 검병의 아래 부분에 눌려 있는 작은 종이를 봤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 제자에게 이걸 들려주게. 충격에 취약하니 용봉지회 직전에 줘야해.

옹진수는 종이를 보고 살짝 멍해졌다. 모형은 흔하지만 듣도보도 못한 암기였다.

“···크음.”

아무도 안 보고 있기는 했지만, 공연히 화를 낸 것 같아 옹진수는 목을 가다듬었다.

충격에 취약하다니. 부러지면 뭐가 나오는 건지, 폭발의 형태인지, 무언가를 쏘아내는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검은 하나라 시험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남궁세가한테 물어봤자 적어준 것 이외의 답은 안 할 게 뻔했다.

어차피 다 드러나게 될 것을 굳이 감추는 게 괘씸하긴했지만 재고의 여지는 없었다.

대상이 정파의 명숙도 아니고, 명백한 정파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황금세가다. 애초에 황금세가는 무가가 아니고 상가니까.

당장 봉문이 된 직후에는 옹진수도 봉문 함정이 처음에는 몸통이 무림맹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보를 조금만 찾아봐도 몸통 역할이 황금세가라는 증거가 쏟아져 나왔다.

무림맹이 남창으로 들어왔을 때는 형산파와 주산파가 습격하기 거의 직전이었다든지, 급파한 탓에 어수선한 정황이 많은 이들의 눈에 포착됐다든지.

아마 다른 문파나 세가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터였다.

제자 하나를 버리고 은원을 해결한다면 그것으로 좋을 일이다. 옹진수는 애초에 은원에만 관심이 있었지, 제자와 암기에는 크게 관심도 없었다.

*

“너 오늘 언제야?”

“거의 처음일걸.”

“아, 나도 처음인데.”

갈유월은 굉장히 아쉬워했다. 용봉지회 예선은 성별을 섞어서 해도, 본선만큼은 성별을 갈라서 하기 때문에 하는 장소가 달랐다. 비슷한 시간이라면 못 본다는 얘기였다.

“근데 왜 그렇게 내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거야?”

“넌 나보다 강하잖아.”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금월상도 금창약이 묻은 천을 덕지덕지 몸에다 칭칭 감고 있었지만 후유증은 없는 모양이었다. 한유림과 팽차월은 가볍게 목검으로 서로 칼만 맞대고, 금수린은 그걸 구경하고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나를 조금 믿는 것 같았다. 물론 형산파의 제자와 부딪치는 걸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형산파가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암수는 안 쓰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물론 옹진수의 성격을 아는 곽진도는 어느 정도의 수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

나도 여러 가지 수를 생각했지만, 사실 맞서기 전에는 아무 의미 없는 생각들이었다. 무엇을 준비했는지 지금은 내가 알 수 없었다.

“시간 됐다. 가자꾸나.”

곽진도가 대청 마루에서 일어섰다. 바로 우리들은 나갈 준비를 했다. 알아보지 못하도록 죽립을 쓰고, 검을 챙겼다.

허나 금수린은 금월상도 떨어졌고, 나는 너무 빨리 끝난다며 안 가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것은 금월상의 간호로 포장되었다.

갈유월과 한유림은 여자들의 비무장으로 갔고 팽차월과 나, 곽진도는 남자들의 비무장에 도착했다. 비무장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이미 숭산은 시끌시끌했다.

아무렴 가면 갈수록 더 고수들끼리 맞붙기에 흥미가 더 붙을 수밖에 없었다.

“햐, 근데 금월상은 너무 아쉽게 졌어.”

“초유열하고 그 정도로 붙었으면 주최 측에서 부활 한 번 시키겠지.”

“다시 한 번 그 비무를 보고 싶구먼. 과거에 무인을 꿈꿨던 내가 떠오르더군.”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초유열과 금월상의 비무가 제일의 화젯거리였다.

이미 사람들도 용봉지회의 규칙은 대충 알고 있어서 금월상의 부활을 예측하는 사람들도 왕왕 보였다. 내가 보기에도 심판들의 눈이 있다면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황금세가 소속들이 약진하는군. 팽차월이라는 친구도 그렇고, 한유림이라는 친구도 훌륭한 무공을 보였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용봉지회에서 황금세가로 불이 붙듯 번지고 있었다. 우리를 알리는 것이 용봉지회에 참여한 의도 중 하나기에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었다.

“근데 정작 가주라는 금목환은 잘 모르겠어.”

“그러게. 그냥 상대가 너무 긴장해서 쓰러진 건 아닌지.”

오히려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했다. 왜냐하면 어제의 비무는 너무 빨리 끝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나는 하북팽가의 둘째인 팽상원하고 붙었었는데, 팽상원은 애초에 내 실력을 조금이라도 엿봐서 위축이 돼있었다.

그래도 먼저 달려와서 좋은 초식을 보여주긴 했지만, 난 그냥 일 합에 정리했다.

일 합에 쓰러지는 것도 창피하기는 하지만, 괜히 합을 나누는 게 그에게 더 모욕적일 거라고 판단했다. 지켜보고 있던 팽의석도 날 보더니 얕게 끄덕였다.

그러니 사람들이 내 실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진짜를 잘 못 알아보는구나.”

“그렇습니다.”

곽진도가 너털 웃음을 지었고 팽차월도 그것에 동의했다. 곽진도는 관객석으로 갔고, 팽차월과 나는 참가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잠깐 대기실을 둘러보니 어제보다 피곤해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전력으로 싸운 사람이 있을 거고, 그들의 상태는 어제보다는 부족할 터였다.

“황금세가의 금목환 소협, 나오시오!”

나는 바로 일어났다. 어느 정도 초반인 건 알고 있었는데 그냥 처음이었다. 아마 홍문원은 반대편에서 나올 것이다. 대기실에는 상대끼리 대기실을 따로 두니 말이다.

문을 열고 연무장으로 걸어간다. 반대편에는 홍문원이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은 오 년 동안 봉문한 형산파보다 떠오르는 황금세가에 몰려있었다.

“이번엔 가주 실력 볼 수 있나?”

“가주가 의외로 약할 수도 있지.”

“근데 잘생기기는 했다.”

모든 관심이 내게로 쏠린 가운데 홍문원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곧 심판이 우리의 중간에 섰다.

“별 문제 없지? 바로 시작한다.”

“네.”

나와 홍문원이 대답하고 바로 심판이 외쳤다.

“시작!”

홍문원은 무언가에 쫓기듯 내게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붉은 검병을 가진 칼이었다. 난 자연스럽게 쳐내려 했다.

그러나 검과 검이 맞닿기 직전, 나는 등줄기의 서늘함을 느꼈다.

전부 운용하지도 않았던 팔 성의 태을헌원진기가 전력으로 경고하고 있었다. 나는 바로 옆으로 굴러서 그 검을 피했다.

“나려타곤이다!”

몇몇 사람들은 비웃고, 몇몇 사람들은 웃었다. 나려타곤만큼 무림에서 한심한 초식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런 반응에 신경 쓸 여지가 없었다.

내가 잘못 느끼지 않았다면, 저 검에는 마기가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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