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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39화 (140/225)

139화 태화관도전(泰和官道戰) (1)

139화 태화관도전(泰和官道戰) (1)

관도 주변에 있는 동물들이 뭉쳐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우수수··· 비가 내리는 소리일까, 살기에 나무들이 무서워 떠는 소리일까.

흙먼지 사이에서 하얀 검광 몇 개가 번뜩였다. 쏘아지는 소리는 도토리가 떨어지는 듯하여 별 것이 아닌 듯했지만, 그 후에 딸려오는 비명은 컸다.

“악!”

옹진수는 눈을 크게 떴다. 금목환은 정면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기를 저기까지 날려 형산의 제자 세 명을 격살한 것이다.

“정말 네 쓸개를 뽑아먹어야 성이 풀리겠구나!”

옹진수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정면에는 옹진수, 주변에는 형산파의 장로들이 금목환의 방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래도 금목환은 계속 앞으로 돌진했다.

‘멍청한 놈이군!’

옹진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오룡 중 수위라고 해도, 고작해야 후기지수 중 최강이라는 것이다. 보통 후기지수 최강은 초절정 초입에 비견되고는 한다. 그러나 여기 초절정 고수가 대체 몇 명인가. 혼자 왔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금목환에게 일곱 개의 강기가 날아들었다. 도저히 피할 곳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했던 찰나였다. 금목환의 주변에 검강들이 둘러쳐졌다. 전 방위에 한 번씩 칼을 휘두른 거다. 분명 방위마다 칼질의 순서가 있어야 마땅하거늘, 그런 상궤도 무시한 채 금목환의 몸을 감싸는 강기는 동시다발적이었다.

철과 철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연쇄적으로 일어났으며, 주변의 흙들이 패이고 나무가 뽑히기 시작했다.

“뭐?”

옹진수는 어이가 없었다. 순식간에 금목환을 포위한 고수들은 옹진수를 포함해 초절정 여덟 명이다. 근데 지금 여덟 개의 강기가 모두 해소됐다.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옹진수와 일곱 명의 머리통이 모두 하늘을 바라보았다. 금목환은 공중에 떠있었다. 눈동자에 비가 직격으로 들이쳤지만, 그 정도로 눈을 감으면 고수가 아니었다.

금목환은 제자리에서 몸을 웅크리고 돌더니, 그 회전력으로 옹진수가 있는 쪽을 강하게 내리쳤다.

순식간에 지나서 쉬워 보였지만, 절대 쉽게 해낼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몸을 굴리면서 방향을 정확히 틀고, 그런 후에 검이 정확히 목적을 향하고 있지 않은가.

쿵!

“크윽!”

옹진수의 침음소리와 함께 땅이 울렸다. 내려치는 기세가 어찌나 강했던지 옹진수가 서있는 곳의 지반만 딱 내려앉았다.

“장문인!”

장로들이 한 발 늦게 금목환에게 검을 날렸다. 금목환은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바꾸는 매와 같이 표홀했다. 옹진수를 더 공격하는 게 아닌, 옹진수의 검을 밟아 포위진을 빠져나간 것이다.

“아아악!”

그와 동시에 뒤에서 비명소리가 울려졌다.

부욱.

가죽이 갈라져 열리는 소리도 들렸다. 피가 고래 등 물줄기처럼 솟았다.

옹진수는 금목환을 멍하니 쫓아가면서도 경악을 했다. 너무, 말도 안 됐다. 적당히 고수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고절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지는 몰랐던 거다.

“차륜, 차륜전(車輪戰)이다!”

옹진수가 급박하게 외쳤다. 차륜전. 계속 조금씩 달려들어서 체력을 소진시키는 전략이다.

문파에서 최고수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절정고수 백 명이 있다고 한들, 그들을 뛰어넘는 초절(超絶)한 무인이 있다면 잡기 힘들어진다.

아직 앳됨이 가시지 않은 말랑한 놈한테 차륜전이라니. 강호에 알려지면 모두가 기겁을 할 수준의 일이었다.

그렇다고 자존심을 앞세워 놔둘 수도 없는 게, 지금도 금목환은 사람이 많은 곳을 일부러 파고들어 격살을 하고 있었다.

퍼퍼펑!

금목환은 두 손으로 검을 쓰다가도 한 손으로 바꾸고, 남은 손으로 장법을 쓰고, 몸을 휘돌아 각법을 썼다. 그 모습은 하도 빨라서 일반 사람이 보면 겹치는 듯했는데, 그것이 바로 강호에서 말하는 이형환위(移形換位)의 수준이었다.

“무공을 숨기고 있었구나! 간악한 자식!”

“숨긴 적은 없습니다.”

옹진수가 울부짖었지만 특유의 무관심한 대답이 날아왔다.

이제 환갑이 넘은 노구. 거기다가 곱사등이. 척추 근처의 뼈들이 동시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강호에서는 백수를 넘게 사는 괴물도 많다지만, 그건 한계를 깬 자들의 특권이다.

만약 주화입마에만 안 걸렸었으면 지금보다 더 강한 기운이 나올 터였다. 그럼에도 남악검군이라는 별호는 허명이 아니었다. 금목환에게 휘둘러지는 강기는 초절정 고수의 초입 정도라면 막기 힘든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하지만 금목환은 강기가 날아오는 것을 돌아보지도 않고 몸을 홱 돌려 피한다. 저 유령처럼 흩어지는 신법은 비동형, 목현학의 방축귀매신법이었다.

“으아아!”

솟구치는 핏물, 날아다니는 고깃덩이들. 뜨거운 피가 옹진수의 얼굴에 묻었다.

귀에서 경적이 울린다. 옹진수는 눈동자는 좁아졌다. 그 눈동자 안에 있는 건 오로지 금목환뿐이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만악의 근원. 세기의 원수.

형산파의 세를 완전히 꺾어버린 장본인. 남궁세가는 잔머리를 썼다면, 황금세가는 힘으로 눌렀다. 그건 중원인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었다.

그때, 누군가들이 금목환 쪽으로 덮쳐들었다. 그들은 분명 형산파의 복색을 하고 있었지만, 뭔가가 어색했다.

‘우리 문파에 저런 사람들이 있었던가.’

그렇게 멍하니 생각할 때, 그들의 소매에서 암기들이 비산했다.

콰콰콰쾅!

금목환이 있는 곳의 일대 관도가 찢어발겨질 정도의 폭발력이 일어났다. 옹진수는 알고 있었다. 금목환이 그 폭발에 죽을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곧장 폭발 후의 강풍이 거센데도 옹진수는 뚫고 들어갔다.

금목환의 목은 따고 가야했다. 이제는 그것이 필생의 소원이 됐다. 그것을 방해하려는 사람은,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터였다.

*

만천조종검이 형산파의 무리를 덮었다. 물결 무늬의 검강이 그들의 몸을 철편(鐵鞭)처럼 내려친다. 다만 채찍은 가죽을 찢는다면, 내 검은 가죽 안의 고기까지 찢어발긴다는 거다.

형산파의 사람들이 당황한 게 느껴졌다. 내 적들이지만, 형산파가 명문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당장 형산파 무인들은 앞쪽이 부서지고 있음에도 나를 주위로 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제 한 사람씩 달려들기 시작한다. 초절정 고수들의 강기도 날아오고, 귀찮은 절정고수들 몇몇의 검격이 날아온다.

팅!

나는 그것들을 전부 튕겨 내거나 피하면서 사람들을 베었다. 사람들은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었다. 장작처럼 중앙이 갈라진 시체 뒤에는 또 다른 사람이 검을 위로 치켜들고 있었다.

“저 정도의 경지라니!”

적임에도 누군가가 탄복한 듯 혼잣말이 들렸다. 내가 말한 대로, 난 힘을 숨긴 적이 없다. 다만 제 힘을 전부 낼 필요가 없었을 뿐.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언덕에서 형산파를 바라봤을 때, 적어도 멀쩡히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 후, 쫓아오는 녀석들 때문에 생각이 바뀐 거다.

계속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그들은 옹진수가 강기를 뿌릴 때 맞추어 나를 덮쳤다.

펄럭이는 녹색 소매, 난 그 안에서 어떤 형체를 보자마자 몸을 굽히며 나아가기를 멈췄다. 내 몸 전신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호신강기를 내뿜은 것이었다.

콰콰콰쾅!

폭음 소리가 들린 건 그 다음이다. 호신강기가 흔들릴 정도로 커다란 폭발이었다. 실제로 입에 씁씁한 피가 올라왔다. 어느 한 곳에서 침투를 허락한 모양이었다.

“뭐야?”

“이게 무슨!”

당연하지만 형산파 사람들도 저들의 정체는 모르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형산파 중에 폭탄을 쓰는 사람이 어디 있으리라.

얼마나 폭탄을 터뜨린 건지, 아무리 장대비가 하늘에서 내리고 있어도 회색 연기는 기세가 꺾이지 않은 채 하늘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연기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무리 때문에 당황한 것 같았다.

그때였다. 겹겹이 쌓인 연무를 뚫고 들어온 선명한 살기 한 줄.

난 곧장 몸을 돌려 검을 댔다. 옹진수의 검극이 내 검면을 찔렀다.

“크으···”

신음 소리를 흘리는 것을 보면, 옹진수는 분명 무리를 하고 있었다. 난 옹진수가 원래 어떤 경지였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다만, 주화입마에 걸린 노인은 내 상대가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난 바로 검을 거뒀다가 옹진수를 향해 일직선으로 뻗었다. 물론 단순한 일직선이 아니었다. 만천조종검 이 초식. 태경용출이었다.

옹진수는 검을 똑바로 세우고 자리에서 멈춰 섰다. 내 강기가 그의 칼에 닿자마자 좌우로 흩어지고 땅이 파였다. 물론 옹진수의 발도 밀렸고, 진흙이 말려서 뭉쳐졌다.

“좋은 초식이구나, 이 빌어먹을 새끼야!”

옹진수가 관자놀이에 핏줄을 세우며 말했다. 그렇게 외치면서도 옹진수는 계속 밀렸고, 피가 울컥 쏟아져나왔다.

난 솔직히 살짝 놀랐다. 분명 옹진수의 수준으로 보면 막을 수 없는 초식이었다. 그러나 옹진수에게는 보이지 않는 기술이 있었다. 일직선으로 세워놓은 것처럼 보이는 칼날을 떨어 조금이라도 더 해소를 시킨 거다. 내공의 소진과 근육의 굳어감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는 노련한 강호인이었다.

“오늘 내가 너와 함께 지옥가리라!”

옹진수는 내 강기를 막자마자 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난 다시 태경용출을 위로 뻗으려 했지만, 그때 옹진수의 흰 자위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눈에 있는 실핏줄이 한 번에 터진 거다.

“음!”

내가 칼을 거두는 것보다, 옹진수의 칼이 짓쳐들어오는 게 빨랐다. 난 바로 철판교로 몸을 젖혔고, 한 치의 차이로 옹진수의 칼을 피할 수 있었다.

“죽어라!”

옹진수의 핏발 선 눈은, 선천지기를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생기를 태워서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거다. 그렇게까지 날 증오했던 걸까. 그럴 수 있다. 난 그에게 모든 걸 밝혔으니까.

내 입장에서도 서늘한 검격들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게 형산 장문인에게만 전수되는 악록삼식(岳綠三式)이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검과 검이 맞부딪치고, 또 맞부딪치고, 또 맞부딪치고. 옹진수나 나나 옷에는 젖은 진흙 투성이였다.

옹진수의 광기가 내게 몰아쳤다. 딱 봐도 지금 그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눈동자는 정확히 날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지금 그는 미친 것이었다. 그의 눈에는 나밖에 보이지 않을 터였다.

이제 그가 마지막으로 숨겨놓은 한 수였을 터. 난 웅비하게 펼쳐지는 악록검법의 안으로 파고 들어간 다음, 옹진수의 명치를 장법으로 쳤다.

“카악!”

옹진수가 토해낸 피가 내 어깨를 적셨다. 옹진수는 날아가지 않았다.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는 힘마저 안으로 끌어들이는, 상급의 내가중수법을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미친, 미친놈.”

옹진수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이제 그의 절명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난 마지막으로 물었다.

“제안. 받아들이겠습니까?”

“···크흐, 남궁세가나, 네놈이나 독하구나.”

옹진수의 힘 빠진 웃음소리가 들렸다. 연기가 옅어졌다. 이제야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그들은 모두 연기 안에 누가 숨어있나 겁을 냈던 거다.

“너희들이 마교냐? 남궁세가가 마교냐?”

“남궁세가입니다.”

“크하, 그 싸가지 없는 새끼가 마교의 간자였군.”

옹진수의 말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입술은 오물거리는데 말소리가 들리지 않고 대기만 진동했다.

“빌어먹을, 분하다.”

그나마 옹진수가 힘내어 소리 낸 말은 이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내게 짧은 유언을 남기고.

그 즉시 뒤에서 무언가가 쐐액, 하고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몸을 구르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속도. 난 바로 나려타곤을 펼쳤다. 그 경로에 있던 옹진수의 시체는 가죽으로 된 북을 친 듯 펑, 소리를 내면서 연기 밖으로 날아갔다.

기는 느껴지는데 형체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난 그것이 뭔지 알았다. 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암경.’

형산파의 사람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연기 밖으로 옹진수의 시체가 나간 거다.

“자, 장문인!”

“장문인께서 돌아가셨다!”

허나 난 뒤를 더 신경 써야 했다. 얼마나 암경에 많은 기가 응축되었던지 연기는 날아온 방향으로 구멍이 뚫려있었다.

“오.”

“그걸 피하네.”

그리고 그 구멍 사이로, 똑같은 체형의 두 사람이 보였다. 특이한 건, 하나는 여자의 목소리고 하나는 남자의 목소리였다는 거다.

그들은 형산파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이 형산파가 아님을 확신했다.

이렇게 아무리 마기를 안으로 감췄다고 해도, 어둡고 음습한 기운을 쓰는 사람들이 정파일 수가 없으니까.

“마교도군.”

내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띄었다.

“동태 눈깔은 아니네.”

여자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웃었다.

난 그들에게 천천히 걸어갔고, 그들은 날 호기심 있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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