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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40화 (141/225)

140화 태화관도전(泰和官道戰) (2)

140화 태화관도전(泰和官道戰) (2)

그래, 이해한다. 본인이 아니면 저 이상한 제자를 누가 이해하랴. 곽진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황금세가를 지키고 싶어했고, 한 명의 사상자도 용납하기 싫어서 혼자 나갔다. 그것이 금목환의 자존심일 것이다.

좀 무모해 보여도, 사실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자신의 기감을 속일 수 있는 신법의 경지를 지니고 있으니까. 곽진도 역시 금목환의 끝을 보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설사 일이 좀 잘못된다고 한들, 제 한 몸 못 빠져나오랴.

그렇게 곽진도는 어른의 너른 마음으로 금목환을 이해해주려고 했다.

“···하.”

곽진도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뱉어져 나왔다. 막막했다. 그의 사방에는 막막한 연무만 흐르고 있었다.

아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이걸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이 미친 제자가 금정원 옥상에 진법을 펼쳐두고 간 것이다. 길을 계속 헤매게 하는 진법. 환도진(幻道陳)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분명 금목환의 기척이 느껴지고 얼마 되지 않아 지붕으로 따라갔는데도, 그 찰나에 이런 진법을 펼치고 있었던 거다.

“참나.”

그래. 사실 금목환이 자신을 가둬야 앞뒤가 맞긴 하다. 안 그러면 곽진도는 본부에 금목환이 세가를 나간 걸 알리게 될 거고, 그러면 금목환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뒤가 맞는 걸 떠나서 진법으로 스승을 가두는 게 맞냐고 하면 글쎄. 그건 좀 고민을 해봐야 될 사안 같았다.

사실 금목환이 자신을 존중해달라고 하며, 나갔으면 혹시 말을 안 했을 수도 있다··· 라고 곽진도는 생각했다. 물론 막상 그렇게 말했다면 곽진도는 그러지 않았겠지만, 지금 그의 생각으로는 그랬다. 그때부터 이 제자 녀석이 괘씸해지기 시작했다.

나가자마자 고수들을 데리고 당장 쫓아가리라.

그러나 그 결심도 진법을 나가야 의미가 있는 것.

“젠장! 진법 한 번 꼼꼼하게 만들었네!”

금목환이 진법을 안 쓰고 다녔다지만, 실력이 줄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늘은 듯했다. 곽진도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어디에 생문이 있을 터인지, 기감을 잔뜩 세운 채였다.

*

그들은 마교도라는 정체가 들킨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형산파의 무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황금세가 가주를 죽여라!”

“황금세가 가주가 장문인을 죽였다!”

이렇게 형산의 제자들은 내게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다. 몇몇 사람들은 긴장한 표정들이다. 처음부터 오기 싫었던 건지, 아니면 내 무공을 보고 위축이 된 건지는 몰랐다.

“하하. 좀 피곤하겠다. 그렇지?”

여자는 웃었다. 마교도들이 몇 명인지는 모르나, 그들의 전략은 뻔하다. 형산파의 사람들이 내게 달려들면, 아까 같이 은밀하게 공격을 해올 터.

그들의 의도대로 형산파 사람들이 내게 날아들고 있었다.

“그러면, 고생 좀···”

두 사람은 그 말을 하고 좌우로 흩어지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난 형산파 무인들이 지르는 검격을 전부 피하고 남녀에게 돌진한 것이다.

“어?”

연쇄적인 폭음이 울렸다. 그들은 초보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것 봐라?”

여자의 목소리는 아직 여유로웠다. 난 그들을 쉼 없이 압박해나갔다. 이리 번쩍, 저리 번쩍하는 방축귀매신법에 두 남녀는 적수공권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아까의 무기를 여기서 대놓고 쓰기는 힘들다는 거다. 그런 무공은 형산파에 없으니.

형산파의 사람도 내 뒤꽁무니를 쫓았지만, 난 그들이 날리는 검격을 두 남녀에게 유도했다.

그렇게 일 각을 그들 주변에서 계속 공격을 하니, 남녀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룩 올라왔다.

“귀찮게 하네. 꼬맹이 새끼가.”

“그냥 여기 있는 사람 다 죽여야겠는데.”

“어렵지는 않지.”

익살스럽게 남자가 말했고, 여자는 두 손을 팔짱끼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원래 그녀는 맨손이었지만, 늑대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칼날이 손가락 사이사이에 껴있었다.

나는 저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다만, 몸에서 풍기는 냄새는 명확했다. 이제, 마교도인 걸 숨기지 않으려 한 것이다. 힘을 숨기고는 나를 떨쳐내지 못할 걸 안 거다.

“···어?”

“이게 무슨···”

형산파의 무인들은 갑작스레 느껴지는 마기에 당황했다. 그것보다 더 빨리 움직인 건 남녀였다. 확실히 남녀는 강했다. 그들은 내게 좌우로 공격을 내질렀다.

남자는 주먹을 내지르는 암경, 여자는 손가락 사이에 낀 발톱으로 내 심장을 노렸다. 난 바로 검을 수직으로 세워 두 개를 막았다.

날카로운 금속성과 마기가 진하게 전해졌다. 난 바로 튕기듯 뒤로 떨어져 검을 흔들었다. 내 손으로 침투해오려는 마기를 떨쳐낸 것이다.

암경은 내게 쏟아낸 것보다 더 강하고 빨랐으며, 여자의 발톱은 칼날의 면이 울퉁불퉁하여 사특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마기다!”

“마교가 왜 여기에···!

관도 주변은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형산파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진한 마기를 못 느낄 수 없었다.

갑자기 마교가 나오다니. 형산의 제자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어차피 다 죽이면 들킨 것도 아니지?”

“자, 자! 어차피 형산파 애들은 다 죽여도 된다고 했으니까!”

그 말이 신호가 된 것일까. 순식간에 형산파 무리 여러군데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났다. 보라색 마기가 군데군데 피어올랐다.

“각자 산개하라! 마교가 우리의 무복을 입고 있다!”

형산파 사람들도 멍청하게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여자와 남자는 그걸 보면서도 여유있었다. 분명 그들의 무공은 고강했다.

남자는 주먹을 휘둘러, 여자는 손가락 사이에 낀 날을 휘둘러 강기들을 형산파 사람들에게 날렸다.

촤아악!

“으아악!”

피부가 갈라지는 소리, 비명소리, 비명소리도 내지 못한 채로 죽은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 남자와 여자는 내 주변에 무차별적으로 강기를 날렸다.

“이것만 끝나면 죽여줄 테니까 얌전히 있으렴.”

“넌 절대 못 빠져나가.”

그들이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내 주변은 진흙이 터지고 시체가 늘어났다. 당장 형산파의 장로들이 동분서주하며 그 강기들을 막고 있었지만 꽤 힘겨워 보였다.

“···음양쌍려, 음양쌍려다!”

형산파 장로 중 하나가 외쳤다. 뭔가 특이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유명한지 별호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 말에 형산파의 진영이 크게 흐트러졌다.

“천산의 살인귀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온 것이냐!”

“왜 그래. 이십 년 전이 마지막인데. 오랜만에 온 거야.”

남녀가 큭큭 웃었다. 자세히 보니 하는 행동도 대칭적으로 같았다. 이십 년 전이라. 그때 하면 딱 생각나는 사건이 있었다.

“남해 습격 때 왔던 사람들인가?”

“어.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잘 아네.”

내가 보니 남녀의 나이도 고작해야 불혹 정도로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 약관 때 절강에 침투를 했다는 것이겠다.

“너무 겁내지는마. 쟤들이 호들갑 떠는 거니까.”

“조심해라! 십왕 중 하나인 수왕(手王)을 죽인 암살자들이다!”

형산파 사람이 내게 외쳤다. 조심하라니. 지금까지 칼을 맞대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래도 마교가 우선의 적이라는 건 알고 있는 걸까. 옹진수는 이 상황에서도 날 물어뜯으려고 했겠지만, 그 늙은 들개는 이제는 세상에 없다.

“십왕이라···”

지금의 수왕은 사천당문의 가주로 알고 있다. 그럼 전에 수왕의 별호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겠지.

십왕이나 오룡삼봉 같은 별호는 이어받기 마련이다. 별호를 쓰기 귀찮은 거다. 당장 이번 해로 십 년 전의 검룡은 이제 검룡이 아니다. 그리고 그 나이 때즈음 되면 알아서 별호가 따로 생기게 된다. 그게 바로 본인의 진정한 별호가 되는 것.

“야, 저 애 되게 쫄았나봐.”

“귀엽게도 생겼네.”

음양쌍려라고 불린 남녀는 나를 먹잇감을 보는 뱀의 눈빛으로 보고 있다.

내가 굳은 것으로 착각을 하는 것 같다. 확실히 암수를 쓰고, 둘이라고 해도 약관 둘이서 십왕 중 하나를 죽인 거다. 지금은 얼마나 컸을지 모르는 일.

그러나 그들은 크나 큰 실수를 했다.

“너희들, 분명 정체를 밝히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겠지.”

“그렇지? 보통 정체 밝히라는 소리는 안 하지.”

“그 정도가 아닐걸.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체를 들키지 않고 도망가라고 했을 텐데.”

내 말에 음양쌍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남자는 왼쪽 얼굴이, 여자는 오른쪽 얼굴이. 그러나 네 개의 눈에서 나오는 독기는 같았다. 내 말이 정답이었나보다.

“뭘 그렇게 아는 척을 하지? 꼬맹아?”

“그런데 너희들은 자신이 있어서 정체를 너무 일찍 드러냈지. 애초에 아까 그 암경으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독심술사네. 독심술사야. 정말 죽이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음양쌍려가 빙그레 웃었다. 형산파 장로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나도 적이고, 마교도 적이다. 마교가 더 우선적인 적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심지어 지금 나는 형산파의 장문인, 옹진수를 죽인 게 형산의 제자들에게 알려졌다. 장문인을 죽인 원수와 같이 싸울 수 있는가.

나는 그들에게 곧바로 지침을 내려줬다.

“무리 속에 숨어있는 마교도들을 먼저 잡으시죠.”

형산의 사람들은 내 말에 흠칫했다. 그들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내가 너무 일찍 꿰뚫어본 걸 수도 있었다.

그때 음양쌍려가 좌우로 날개를 뻗듯 퍼져나갔다. 난 곧바로 양쪽으로 경계를 해야 되는 상황이 왔다.

“꼬맹이가 하는 짓이 아주 예의가 없구나! 어른들한테 이래라 저래를 하다니!”

“죽어랏!”

음양쌍려가 동시에 외쳤다. 남자는 여전히 익살스러운 목소리였다. 권풍에 담긴 암경(暗勁). 물리적이고 실체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강기와는 다르다.

경(勁)은 보이지 않는 피해를 준다. 거리가 없는, 손바닥과 손바닥을 대고 있는 상황에서 내공을 흘리는 내가중수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암경은 검 같은 것으로 막는 게 아니었다. 암경에 흐르는 기를 역으로 돌려서 파해 시키는 수밖에. 난 검에 내공을 불어넣어 바깥으로 흐르게 했다.

“오! 암경을 파해할 줄 아는군! 훌륭해, 아주 훌륭해!”

암경 하나하나는 얕볼 수준이 아니었다. 잘 제련된 강기와 비슷한 정도. 난이도로 따지면 그랬다. 암경은 총 열 두개였다. 여섯 개는 흘려냈고, 다섯 개의 암경을 파해하면서 내 검은 끊기지 않았다. 일검에 파해했다는 이야기였다.

“어?”

남자가 당황했지만, 그들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뒤에서 갈퀴 같은 무기를 쓰는 여자가 내 등 뒤에 바짝 따라붙은 거다.

갈퀴의 칼날은 사이한 붉은빛을 띄고 있었다. 나는 바로 가둬놓고 있던 암경을 여자 쪽으로 돌려놨다. 갑자기 암경을 마주하게 된 여자는 기겁을 하며 몸을 돌렸다.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 신기였다.

그러나 그런 무리한 움직임을 하면 빈틈이 생기는 법. 내 검은 한 마리 청새치처럼 그녀의 목을 노렸다.

끼기긱!

철과 철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귀청을 찌릿하게 했다. 갈퀴로 내 검을 막아낸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어서 방향을 돌리는 데 그쳤다.

촤악!

그녀의 어깻죽지가 조금 베어졌다. 반 치만 더 들어갔어도 힘줄을 끊을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여자는 멀찍이 물러나고, 남자도 주먹을 거두며 나와 거리를 두었다. 그들의 표정이 단번에 경계 태세로 바뀌었다.

“네놈은 누구냐? 쌍려합진(雙戾合陳)을 이렇게 쉽게 막아내다니···”

“이 정도면 초절정 초입 정도는 가볍게 죽는데···”

남녀가 허탈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들은 확실히 날 경계하고 있었다.

난 대답을 하지 않고 대신 주변을 둘러봤다. 장로들이 마교들을 제압하러 간 뒤로는, 비명소리가 끊겼다. 마교도들이 기습을 해서 첫 피해가 많은 거지, 형산파의 제자들도 가다듬으면 당연히 피해가 적어질 터. 거기다 장로들까지 낀다면 더 할 말도 없다.

그런 때가 있다. 시끌시끌하다가 잠깐 조용해질 틈.

그 사이에,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그때 남녀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조용함이 멎고 시끄러움이 터져 나오기 직전, 난 남자 앞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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