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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41화 (142/225)

141화 태화관도전(泰和官道戰) (3)

141화 태화관도전(泰和官道戰) (3)

음양쌍려의 양태산은 멍하니 봤다. 지금 자신의 눈과 꼬맹이의 발은 수평을 맞추고 있으며, 그의 검은 산봉우리처럼 곧게 수직이다.

검은 양태산의 백회혈 중앙을 노리고 낙뢰처럼 떨어진다. 분명 얇은 검인데도 불구하고, 백 근은 되는 것 같은 거대한 도가 떨어지는 듯했다. 그 정도로 엄청난 압박감이었다.

그것이 만천조종검의 삼 초식, 만천앙복(萬川仰伏)이라는 걸 양태산은 알 리 없었다.

피하기는 늦었다. 두 주먹에 권강을 가득 담고 번갈아서 십자로 만들었다. 신속하게 떨어지는 검이 손목을 내리쳤다.

쾅!

손목과 칼이 닿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렸다.

“크윽!”

양태산은 바로 뒤로 뺐다. 검의 힘은 거의 저지도 안 된 듯 땅바닥을 찍어 거대한 운석공(隕石孔)의 흔적을 만들어냈다. 주변의 모든 대기를 누르는 초식인 듯, 그렇게 넓게 패인 흔적에서도 흙먼지는 발목 정도에서만 뿌옇게 흘렀다.

‘이런 괴물이 어디서···!’

양태산은 손목에 묵직한 통증을 느꼈다. 강기를 그렇게 겹쳐서 둘렀는데도, 손목은 퍼렇게 부어있었다. 조금이라도 찌르면 격통이 나올 것만 같았다.

오판이었다. 확실히 금목환의 말대로, 본산에서는 절대 정체를 들키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그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였다. 천마신교의 사람인 걸 중원에서 왜 밝히고 다니겠는가.

그래서일까. 양태산과 음요휘는 조금 가벼운 계율 정도로 생각했던 거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실력에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이십 년 전에 수왕 당용숙을 죽인 게 그들이다. 그로부터 이십 년이 지났다. 천마의 평가로는, 완벽한 설계를 전제로는 칠존도 암살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저런 꼬맹이를 죽이지 못하고 도리어 뒤로 물러나고 있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네놈, 숨겨둔 한 수가 있었구나.”

“난 숨겨둔 적 없어.”

금목환은 그렇게 대답했다. 여전히 양태산과 음요휘는 양 방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혀 기세가 눌리는 바가 없었다.

그제야 음양쌍려는 본인들이 오해했다는 걸 알았다. 본인들을 본산에서 내보낸 건,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그저 오랜만에 중원 구경을 하라고 보낸 게 아닌 거다. 그러나 음양쌍려는 아직 약관도 안 된 꼬맹이를 그렇게 강적이라 생각할 수 없었고,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거다.

“···후후. 그래, 그렇겠지. 우리의 오판이라는 걸 인정해야겠구나.”

양태산이 양쪽 손목을 주물렀다. 엄청난 고통이 일어나도 양태산은 눈도 움찔하지 않았다. 마교에서 받은 훈련에 비해선 이 정도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모든 고통은, 마신님께서 내려주는 시험이기 때문에 견뎌야 했다.

“요휘. 방심하지마라.”

“그래야겠어.”

양태산과 음요휘. 음양쌍려가 아무리 암살에 특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 역시 일신의 무력이 없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 그들의 절기를 내보이지 않았다.

양태산과 음요휘가 다시 쭉 돌아서 서로 붙어있게 됐다. 그들의 움직임에 딱 붙어 따라가는 금목환의 눈은 차갑고 침착했다.

딱 붙어있던 음양쌍려는 갑자기 얼굴을 돌려 입을 맞췄다. 입은 동그랗게 열려 서로의 혀가 통과하고 상대의 이빨을 훑는 것 같았다. 난 그 앞에서 혀와 혀가 섞이는 걸 직관했다.

금목환이 움찔했다. 차가웠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인 것이다. 그는 도리어 발걸음을 뒤로 물러섰다. 처음 보는 광경이니 잔뜩 경계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아무 방해 없이 입맞춤을 끝냈다. 그들의 입에서는 침으로 된 줄이 늘어졌는데, 그들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침은 곧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졌다.

“아주 신사네. 그렇지. 남녀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 거야.”

음요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음양쇄혼술(陰陽鎖魂術)을 기다려주다니. 하긴 수왕이 죽을 때도, 음양쇄혼술을 기다려줬더랬다. 꼴에 정파라며 기다려준 결과는 죽음이었지만.

양태산과 음요휘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부풀어 올랐다. 금목환의 표정이 미미하게 변했다. 미간을 살짝 오므린 거다.

‘잘생기긴 잘생겼네.’

음요휘는 혀를 내둘렀지만, 그렇다고 금목환의 얼굴만 감상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 같이 침투한 신도들이 도망가고 있거나, 죽고 있으니까. 음양쌍려가 끌고 온 사람은 열두명 남짓. 그들도 고수기는 하지만 결국 암살에 특화된 사람들. 묵직하게 밀고 들어오는 정파의 진에는 당할 도리가 없을 터다.

그러니 빨리 끝내야 했다. 정체를 들켰으니 최소한 목적은 달성했다.

“죽어라!”

이제는 익살스럽지 않은 남녀의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기운이 금목환에게 들이쳤다.

회색 기운이 꼬여서 금목환에게 일점으로 날아갔다.

쿠구구궁!

기는 날아다니면서 밑에 있는 땅바닥의 흔적들을 내놓고 갔다. 마치 뱀이 기어다녔던 것만 같은 자국이 남았다.

“음양일지(陰陽一指)다!”

누군가가 외쳤다. 당연히 금목환은 아니었다. 애초에 음양쌍려를 알 만한 나이가 아니니 말이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된 형산파 사람들이 음양쌍려와 금목환 주변으로 모이는 것이었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니 형산파의 장로들과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있었다.

지금 음양쌍려와 금목환의 싸움은 애매한 근접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주변에 온갖 강맹한 기운이 날뛰다보니, 어중간하게 들어가면 괜히 휘말려서 죽을 수도 있었다.

쾅!

빠른 속도의 회색 기운이 금목환을 찔러갔다. 검을 수평으로 세워 막은 금목환의 몸이 계속 밀려나갔다. 금목환의 눈이 찌푸려졌다. 손목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꺾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음양쇄혼공은 강했다. 태양절맥이었던 양태산, 구음절맥이었던 음요휘. 마공을 익힌 그들은 음양을 합치는 합공을 만들어냈고, 그건 둘이 합친 것 이상의 거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끼기기기기긱···

발이 밀리는 소리가 금속성과도 같았다. 저기서 돌 같은 데 걸려서 균형이라도 잃는 순간, 바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뒤의 굵은 나무뿌리를 볼 수 있었다. 금목환은 나무뿌리가 있는 쪽으로 밀리고, 몇몇 사람들은 눈을 감았다. 검이 흐트러지고, 회전력을 가진 음양일지가 금목환을 처참하게 만들 것만 같았으니.

“너희들이 정체를 밝히면 안 됐던 이유는 단 하나야.”

그때 금목환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싸움에 마교도가 연관됐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되는 거거든. 그 사실은 꽤 파급력이 클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를 죽이고 가는데 그 사실이 어떻게 알려져?”

금목환의 말에 음양쌍려가 비웃었다. 이제 나무뿌리가 지척이다. 금목환의 균형이 무너질 게 훤했다. 그래도 금목환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말했다.

“너희들의 시체로 알려질 거야.”

“하하. 해보지 그···”

음양쌍려가 비웃을 때, 금목환은 나무뿌리 바로 직전에서 무게중심을 발뒤꿈치에서 앞으로 바꿨다.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다는 건 하나의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반격할 수 있었는데 받아주고 있었다는 것.

“···뭐?”

당연히 그 중에 가장 놀란 건 음양쌍려였다. 금목환은 검을 앞으로 휘둘렀다. 지금까지 쏘아졌던 음양일지의 공격이 반대로 튕겨져나가 음양쌍려를 노렸다.

“음양일지가 튕겨져 나갔다!”

“저 정도의 공력도 차력미기(借力彌氣)가 가능한 것이었나?”

차력미기. 들어오는 힘을 역이용해 받아치는 수법. 당연히 저렇게 큰 힘을 역이용해 받아치려면, 그 이상의 거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저 여리여리한 몸에 그러한 거력이 들어있다는 거다. 두 눈으로 보고도 못 믿을 광경이었다.

음양쌍려는 자신들의 공격이 자신들 중앙을 찌르고 들어오자, 좌우로 다급히 흩어졌다.

금목환은 바로 그들이 흩어져 거리가 멀어지기 전, 그들의 중앙으로 침투했다. 금목환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초식을 쓰는 도중 숨이 끊기는 것만큼 커다란 실수는 없었다.

약선의 움직임. 금목환은 그것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머리에서 금빛이 쏟아져 내렸다.

“어?”

“뭐?”

그들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다시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금목환은 만천조종검을 만들기는 했지만, 가상으로만 구현해놓은 초식들이 많았다. 펼칠 수 있는 건, 삼 초식. 만천앙복까지였다.

그러나 금목환이 지금 펼치려는 건 사 초식, 구룡유회(九龍流廻)였다. 숨을 끝까지 들이마시고, 폐에 공기가 더 들이찰 곳이 없게 되었다. 그때서야 멈춰있던 검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이건···!”

쿠···우우우···

대기가 진동하는 듯하더니, 음양쌍려의 목에 커다란 붉은 실선이 보이는 듯했다.

대항하기 힘든 검풍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바깥쪽으로 뒤집어졌다.

콰콰콰쾅!

저 멀리서 몰아온 것 같은 굉음이 울리고, 음양쌍려의 목이 하늘에서 빙글 돌았다.

철퍽.

철퍽.

양태산은 목 부분부터 떨어졌고, 음요휘는 머리 부분으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들의 두 눈은 일말의 두려움 없이 여전히 당혹스럽기만 했다. 베어질 때까지 본인이 베어진 것을 몰랐던 거다.

“···이게, 이게 무슨···”

형산파 무리 속에서 말이 한 줄기 나왔다. 그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지금, 저 약관도 안 된 꼬맹이가 이십년 동안 무림공적이었던 음양쌍려를 베어버린 거였다.

그때 금목환이 주변을 둘러봤다. 시선에는 일말의 살기도 없었고, 고요함만이 가득했지만 형산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게 훨씬 더 서늘해보였다.

*

곽진도는 빠르게 달렸다. 저 멀리서 커다란 기운들이 부딪치는 게 느껴졌다.

“근데 목환이 교육 좀 시켜야겠구나. 가주가 단독행동하는 것보다 위험한 건 없거늘.”

“그러게 말입니다.”

적유엽이 걱정스럽게 말했고, 곽진도가 옳다구나 하고 대답했다.

해남파를 맡고 있는 적유엽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장(長)이 된다는 건, 단순히 자신의 목숨이 자신 것이 아니라는 걸 뜻한다.

“알아서 하겠지.”

화종도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적유엽이 바로 성을 냈다.

“자네야 혼자 돌아다니는 부평초니까 그렇고, 목환이는 가주가 아닌가.”

“글쎄. 그럼 가주직을 내려놓는 게 맞는 거 아닌가.”

“그건 아니죠. 선배님.”

화종도와 적유엽은 연회가 끝나고 며칠이 있어도 황금세가에 계속 있었다. 적유엽은 금목환이 준 절전 무공들을 보고 있었고, 화종도는 아직 금목환에 대한 호기심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급박하게 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투덜거리는 한 중년과 두 노년은 길안을 통과하고, 관도를 달렸다.

그리고 이제 기가 가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 언덕 하나만 넘으면 바로 전장이 있는 것이다. 곽진도, 적유엽, 화종도는 동시에 공격 자세를 취하고 언덕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그들 눈에 보인 건, 전장답지 않게 가라앉은 분위기와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아직 납검하지 않은 금목환. 당혹스러운 눈빛들의 형산파 사람들. 그리고 방향이 다르게 떨어져있는 머리 두 개. 그들이 아무리 강호에서 경험이 많았다고 해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쉽사리 파악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허억.”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형산파 사람들이 숨을 들이마셨다. 표정만 보면 심장이 하단전까지 떨어진 것 같았다.

하긴 천류유성검 곽진도, 해남파 장문인 적유엽, 약선 화종도를 어떻게 한 자리에서 보겠는가.

그래도 그들의 관심은 형산파보다 당연히 금목환에게 있었다. 곽진도는 금목환을 향해 내려갔다.

“···또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냐?”

곽진도가 타이르듯 물었다. 금목환은 느리게 납검을 하고 대답했다.

“가주가 할 일을 했습니다.”

그 말에 곽진도, 적유엽, 화종도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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